도서 소개
느닷없는 암 진단은 초등교사로 살아온 저자의 삶을 멈춰 세웠다. 수술과 회복 끝에 다시 교단에 서기로 한 선택은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다시 학교로 간다’는 기쁨과 희망이었다. 퇴직과 휴직 말고도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변화무쌍한 학교는 여전히 문제와 사건이 가득한 공간이지만, 투병 후 돌아온 저자의 시선은 달라져 있었다. 기다려주고 살펴주는 타인의 마음이 필요했듯, 이제는 동료와 아이들을 같은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바쁘게 달려왔던 이전과 달리, 속도와 힘이 줄어든 채 맞이한 새로운 시즌 속에서 교사로서의 자리를 다시 찾는다.
다문화학교에서의 특별한 경험,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아이들과의 순간,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간절한 버킷리스트가 책 속에 담겼다. 삶의 길목에서 마주한 빨간 신호등이 단절이 아니라 무사히 건너가게 해주는 멈춤임을 일깨우는 기록이다.
출판사 리뷰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었던 열정의 초등교사
암 수술 후 돌아온 학교에서 새로 찾은 무지갯빛 행복 이야기
2023년 겨울, 초등교사 유영미는 미루고 미루다 간신히 받은 건강검진에서 암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큰 사건사고 없이 무난하고 무탈하게 직진만 해오던 삶에 느닷없이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동안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그녀는 결국 다시, 학교 가는 길을 선택한다. 퇴직과 휴직 말고도 다시 학교로 가는 길이 선택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고 했다. '다시, 학교 가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그 자체로 희망이고 가능성이었다.
학교 가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던, 모든 일에 거침이 없었던 시절은 지나가고 바야흐로 새로운 시즌을 맞았다. 조심하고 가려야 할 것이 많아졌고, 속도와 힘이 예전과 같지 않다. 그런 채로 예전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학교는 변함이 없다. 학교는 늘 문제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예전에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가 나타나며,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일어난다. 변화무쌍함만이 변함없는 학교에서, 달라진 건 그녀의 시선이다. 암 투병 후 일터로 돌아온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기다려주고 살펴주는 타인들의 마음이듯, 그녀 역시 동료와 아이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암 발병 전, 건강검진 받을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던 그녀를 숨가쁘게 했던 수많은 일들 중 포기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다만 그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토록 매달려온 책 쓰기 역시 내려놓을 수 없는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다문화학교에서 수만가지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동료들과 나날이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한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그녀의 글 속에서 무지갯빛 행복으로 빛난다. 인생의 길목에서 바쁜 발걸음을 멈춰세우는 빨간 신호등은 길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무사히 건너가게 해주려는 것임을 되새기게 하는 사랑스런 기록이다.
느닷없는 암 선고와 투병…
그리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과 불안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 이야기
남들이 힘들다고 하는 일을 가뿐하게 해내고, 바쁘다고 가족이나 개인의 일상을 포기하지 않으며, 때로 하기 싫은 일을 떠맡게 되어도 기꺼이 해내는 편을 택하고,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면 보란 듯이 성공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아무것도 포기하기 싫고 포기할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더 도전하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가득한 교사에게 어느 날 암이 찾아왔다. 그것도 '할 일 체크리스트'에서 자꾸 뒤로 밀리던 건강검진을, 없는 시간을 간신히 쪼개어 받으러 갔다가 발견한 것이다. 수술과 회복을 거치며 이참에 퇴직을 할까, 휴직을 할까, 수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그녀는 다시, 학교 가는 길을 택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실은 가능성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헌 안경을 버리고 새로 맞춘 안경을 쓴 것처럼
암 수술 후 회복과정에 있는 몸이었다. 예전과는 다른 몸이었다.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도움과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초등교사로 20년 넘게 살아오며 그녀의 역할은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며 부족한 곳을 채우고 힘을 보태고 모두에게 모범을 보이는 역할이었지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사람이 매사에 조심해야 하고 무리하면 안 되고 타인의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삶으로 건너가는 것은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찾아온 병은 그걸 알려주려고 온 것이 아닐까. 도움받고 배려받는 일도 경험하고 배워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도움을 받아야 하고 아무리 주고 또 주어도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의 처지와 그 입장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다르다.
무언가 커다란 결함이 있는 듯이 보이는 아이의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구멍이고, 유용한 것을 가르쳐주려고 할수록 저항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우리의 마음과 태도의 문제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을 그녀는 새롭게 알게 된다. 무엇보다 동료와 학생들에게 각별히 배려받아야 하는 교사도 필요하며 그런 교사가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는 것을 다시 배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존재들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에 의해 균형을 잡으며 보다 완전해진다는 것을 믿게 된다.
모든 교과목을 두루 잘 가르치고 전문 과목을 특별히 잘 가르치며 모든 것이 만능이어야 할 것 같은 초등교사. 하지만 아이도 어른도 각별히 보살피고 도와줘야 하는 약한 존재를 통해 더 잘 배우고, 더 크게 자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유능함을 뽐내기보다 취약함을 인정하고 드러낼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존재였다.
다문화학교가 가르쳐주는 것들… 도움이 필요한 선생님이어도 괜찮아
표준적이고 일률적인 교육과정이 통하지 않는 다문화학교는 행정도 복잡하다. 여러 나라에서 온, 각기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우리의 교육체계에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므로 저마다의 특수성에 따라 개별화한 교육과정을 끊임없이 만들고 수정해나갈 수밖에 없다. 다문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교사의 기록을 통해 발견하는 것은 그런 아이들이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아이들 덕분에 우리의 교육이 다양하고 풍성해진다는 점이다. 더 많은 특별함을 끌어안고 우리가 가야할 미래에 대한 더 큰 꿈을 만들며 함께 성장하는 이 공간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초등학교는 지금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자 거울이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마법 구슬 같은 것이다.
저자는 그런 사실을 주장하지도 어떤 의견을 내세워 설득하지도 않는다. 가만히 보여준다. 각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을 통해 지금 내 모습을 비춰주고, 무엇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그 고민과 실천도 저마다 개별적인 것일 테지만 국적과 학력과 성별과 출신 등의 갖가지 벽을 허물고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이의 손을 잡고 모든 건널목을 함께 건너갈 수는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건네준다.
어느 날은 모든 이름을 다 알게 된 것 같아 자신만만했다가 또 어느 날은 한없이 자신감을 잃는다. 예컨데 내가 ‘다니엘’이라고 부르는데 통역 선생님은 ‘대닐’이라고 혀를 살짝 굴린다. 나도 ‘대닐’이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이 된다.
학기말 성적을 입력하려 나이스(NEIS) 시스템에 들어가면 대문자로 콕콕 박힌 그들의 이름이 또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한글 명렬표, 한글+알파벳 병기 명렬표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게다가 ‘부르는 이름’(애칭)이 따로 있는 친구라면 그것까지 메모해 둬야 한다.
(너, 이름이 뭐니)
“한국 애들이 저를 따돌렸어요.”
“너도 한국 사람인데 무슨 ‘한국 애’?”
“전 귀화한 거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저는 한국 애가 아니라고요.”
나는 문득 며칠 전 일을 떠올렸다.
“너, 지난번에 네가 아이다르한테 했던 말 기억하니?”
“한국인.”
그 학생은 ‘한국인’이라는 기준을 자기 입맛에 따라 바꿔 쓰고 있었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는 본인의 정체성을 한국인으로 정한다. 그렇게 한국인의 무리에 소속되어 비한국인을 무시한다. 그러다 상황이 불리해지면 스스로 ‘한국인 범주’에서 탈출해 비한국인 그룹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러곤 한국인을 마음껏 욕한다.
(혐오와 혐오)
“얘들아, 학교 오기 싫은 날이나 힘든 날이 다들 있잖아?”
“네!”
아이들은 뜨거운 공감을 보이며 크게 대답했다.
“저는 매일 그래요.”
아이에게 ‘너를 등교시키는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시겠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래, 고생이 많네. 근데 선생님도 마찬가지야. 유난히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거든. 그럴 때 선생님은 학교를 놀이동산이라고 생각해.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왔어. 너희와 이렇게 얘기 나누는 게 나한테는 놀이야.”
“선생님, 그게 말이 돼요?”
(여기는 놀이동산)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영미
21년차 초등교사로 현재 안산석수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동시를 읽고쓴다.2024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휴직했다가 6개월 만에 돌아왔다. 투병을 통해 '일단 멈춤'의 기술을 습득한 덕분에 자세히 보는 섬세함, 가만히 지켜보는 마음, 천천히 다가가고 오래 기다리는 행복을 배웠다. 매일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생겨나는 선물 같은 일상을 글로 재탄생시키는 기쁨을 나누고 싶어 교사 및 직장인 대상 글쓰기 강의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일단 멈춤’ 신호 앞에서
1장. 빨강: 일단 멈추기
너, 이름이 뭐니
위기의 엄마들
따뜻한 커피
주파수 오류
한국인일 때와 아닐 때
매우 중요한 아이
친절 해방의 날
여기는 놀이동산
그의 교실에서
안녕 람부탄1
안녕 람부탄2
6교시를 기다리며
흔들리는 좋은 사람
첫눈 오던 날의 연수
들깨가루가 그린 그림
다문화학교 교무실에서 나는 소리
그럴 수 있어
돌아와요, 인천(공)항에
2장. 주황: 주변 살피기
소원을 말해봐
안동 양반
1학년 업고 튀어
리모델링의 기쁨
숨은 작가 찾기
어딘가에
사춘기가 꽃피는 교실
미생미사
영미볶음
보조 셰프
오늘도 고구마
압도적 1등
아빠 힘내세요
크리스마스 선물
내 맘대로 경제교육
너의 욕구를 말해봐1
너의 욕구를 말해봐2
3장. 초록: 함께 건너기
스즈메의 문단속
비공식 학급
AI와 함께
칭찬 대포
불타는 사랑
노란 넥타이
축사의 정석
위대한 장군들
다 방법이 있지
팝송을 불러봐
소설 쓰는 체육 교사
첫눈 약속
기발한 하트
휴업일엔 스키
계엄의 아침
너의 이름은 태민이1
너의 이름은 태민이2
너의 이름은 태민이3
에필로그: K교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