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디아스포라로서 나의 내면을 탐구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민자로서 고달픈 유랑 생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의지, 고향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정신 등이다. 덧붙여 이 시집은 언어, 민족, 국가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시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 시집의 2부는 1부의 한글시를 번역한 영어시로 구성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디아스포라 시문학에서 자주 논의되는 언어 의식, 즉 모국어와 현지어 사이의 이중 언어 현실을 반영한다. 시인은 영어로 번역된 자신의 시를 통해, 이중적 정체성과 언어적 경계, 그리고 문화적 혼종성을 드러낸 것이다. 가령 「고향」의 영어 번역본인 “Hometown”은, 한국어의 정서와 영어의 간결성이 미묘하게 교차하면서 언어적 경계와 문화적 혼종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출판사 리뷰
이 시집 『유랑』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디아스포라로서 나의 내면을 탐구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민자로서 고달픈 유랑 생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의지, 고향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정신 등이다. 덧붙여 이 시집은 언어, 민족, 국가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시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 시집의 2부는 1부의 한글시를 번역한 영어시로 구성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디아스포라 시문학에서 자주 논의되는 언어 의식, 즉 모국어와 현지어 사이의 이중 언어 현실을 반영한다. 시인은 영어로 번역된 자신의 시를 통해, 이중적 정체성과 언어적 경계, 그리고 문화적 혼종성을 드러낸 것이다. 가령 「고향」의 영어 번역본인 “Hometown”은, 한국어의 정서와 영어의 간결성이 미묘하게 교차하면서 언어적 경계와 문화적 혼종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는 디아스포라 시가 민족,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안과 밖의 경계에 선 존재의 내면을 탐구하는 방식이라는 점과 적실히 어우러진다. 이 글의 제사(題詞)에서 보았듯이, 디아스포라의 굴곡진 현실 너머에서 “강과 달과 어둠이 시가 되길 원했”던 “아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 이형권 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새로운 삶, 그것은 편안한 삶을 포기하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떠나온 디아스포라의 꿈이자 희망이다. 이 시집에 자주 등장하는 달의 세계는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어떤 이상적인 세계를 상징한다. 달은 보통 죽음과 단절을 넘어선 반복되는 회귀, 죽음 이후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세계를 상징한다.
달빛 아래 꽃들과
세월에 헤진 꽃들이 너스레를 떤다
세상은 시끌한데 평안하신가 라고
태양 아래 숨죽였던 꽃들
어둠에 피어났던 꽃들
어우러져
그리워했던 날들에
상처 난 왕관을 씌우며
헤진 세월을 긷고 있다
밤의 꽃이라고
어둠 속에서 춤을 추지 말라는 법은 없지
달빛 아래서도 꽃은
왔다 가고
밤하늘은
오늘 밤도
가로등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다
― 「달빛 아래서도 꽃은 핀다」 전문
이 시는 “밤” 혹은 “달빛”으로 상징되는 디아스포라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꽃”을 피우는 모습을 노래한다. “세월에 헤진 꽃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처 입고 지친 이들의 모습을 상징하면서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의 운명과도 맞닿는다. “세상은 시끌한데 평안하신가”라는 구절은 소란한 현실과 내면의 평안을 대조하면서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과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달빛 아래 꽃들”이다. 그것은 “태양 아래 숨죽였던 꽃들/ 어둠에 피어났던 꽃들”은 시련을 딛고 극복하여 더 나은 세계로 나가는 역설적 존재이다. “상처 난 왕관”, “밤의 꽃”은 그러한 존재이다. 그것은 “녀석이 떠나간 흙 위로/ 어제는 장미꽃이 피었고/ 흐르도록 많은 물을 뿌려주었다”(「도마뱀 7월에 죽다」 부분)라는 시구에서처럼, “도마뱀”의 죽음이 “장미꽃”이라는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다른 시에서 “악어가 꽃이 되는 세상”(「꽃 악어」 부분)을 꿈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면서 겪은 온갖 “상처”와 “밤”과 같은 절망적인 상황, 그것이 오히려 “왕관”과 같이 숭고하고 “꽃”과 같이 아름다운 존재도 거듭나는 계기로 삼은 것이다. 특히 “밤의 꽃”이라는 이미지는 시련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의 강인한 모습을 상징한다. “어둠 속에서 춤을 추지 말라는 법은 없지”라는 구절은 역경 속에서도 희망과 생명력을 잃지 않는 디아스포라의 개척자 정신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가로등을 푸르게 물들이는” 밤하늘의 이미지는, 이방의 땅에서도 새로운 빛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디아스포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드러낸다. 이것은 “달에게로 가는 역은 어디 있는가/ 닿을 수 없어 서 있던 시간들”(「초월」 부분)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맞닿는다.
시인은 어둠으로 상징되는 고달픈 디아스포라의 삶을 초월하기 위해서 때 묻지 않은 신비롭고 순수한 세계를 추구하기도 한다. 현실 너머의 세계는 “비 내라는 마을은 샤갈을 닮았다/ 몽환같은 파란 원색이 샤갈을 닮았다”(「비 내리는 샤갈의 마을」 부분)에 등장하는 “마을”과 같은 곳이다. 그곳은 신비한 세계로서 순수한 존재가 아름다운 꿈을 꾸는 시적 공간이다.
달마중 가는 아이
횃불 들고 강가로 가는 아이
찌그러진 달을 감상하는 아이
시월에 뜨는 강은
온통 시끌하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햇볕처럼 반짝이었다
사랑을 하다 앓아 죽은 처녀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입을 타고 열녀라 칭해졌다
그래서 아이들은 사랑을 미워했다
날마다 강은
달에서 흘러내린 샘물을 조금씩 마셨고
강과 달은 어둠을 사이에 두고 소곤거렸다
그 후로 아이들은 강과 달과 어둠이 시가 되길 원했다
강가에다
순애의 묘령제를 올리던 날
아이들은
시월에 뜨는 강은 아름답다 하였다
불씨가 확 오른다
달 마중 가는 중이다
― 「시월에 뜨는 강」 전문
이 시는 “달마중 가는 아이”의 이미지를 통해 한편의 동화처럼 순수하고 신비로운 세계를 독특하게 그려낸다. 우선, 시의 제목에서 “뜨는 강”이라는 비문법적 표현을 통해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시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강”이 단순히 흐르는 자연물이 아니라, “시월”의 밤에 “달”과 함께 떠오르는 신비롭고 생명력 있는 세계로 재해석된다. 이 세계에서 “아이들”이 “횃불 들고 강가로” 나가 “찌그러진 달을 감상”하는 모습은 순수와 비순수, 혹은 이상과 현실을 대조한다. 이것은 현실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순수한 태도를 상징한다. “시월의 강”은 “온통 시끌”한 가운데 “아이들은 햇볕처럼 반짝”거린다는 것도 그러한 의미로 읽힌다. 생기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과 어우러진 동심의 세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사랑을 하다 앓아 죽은 처녀”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순수한 세계에 슬픔과 두려움이 스며든다. “아이들”은 그녀를 “열녀”라 부르면서도 동시에 사랑을 미워하게 된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전해진 비극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한 것이다.
그러나, “강”은 언제나 “달에서 흘러내린 샘물”을 마시고, “강과 달은 어둠을 사이에 두고 소곤거렸다”라고 한다. 비극적 현실 가운데서도 자연의 신비와 조화,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시적 상상력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강과 달, 어둠이 시가 되길 원하며, 자연과 삶의 비밀을 시로 승화시키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뒷부분에서 “아이들”은 “순애의 묘령제”를 올리며, “시월에 뜨는 강은 아름답다”라고 한다. 이 시구는 현실적 삶의 슬픔과 상처를 의식하면서도, 여전히 세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강조한다. “불씨가 확 오른다”라는 표현은 새로운 깨달음이나 희망의 시작을 상징하며, “달 마중”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둠의 현실 속에서도 순수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을 상징한다. 그들은 니체가 말했던, 순수하고 창조적인 존재를 상징하는 어린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학우
2000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Pacific States University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American West College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15년째 Los Angeles에서 Farmers Insurance Hyun Kim Agency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하였으며, 고원문학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재미시인협회 사무국장 및 이사를 역임하는 등 문단 활동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김학우 시인의 첫 시집 『유랑』은 디아스포라로서의 자아를 성찰하는 작품이다. 이 시집은 이민자로서 겪는 고단한 유랑의 삶,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망, 고향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다. 더불어 언어, 민족,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시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2가와 3가 사이 @맨하탄 12
2020 반성문 13
가면 14
개의 해방 15
고향 18
공간이동 19
그 밤 그 바닷가 20
꽃악어 21
나무는 들판을 좋아한다 22
내시의 꿈 23
다람쥐 집 24
달빛 아래서도 꽃은 핀다 25
도마뱀 7월에 죽다 26
도시 풍경 27
돈의 생각 28
돼지의 역설 29
들꽃의 유산 30
바둑이 31
발렌시아에 가을이 오면 33
뱀의 혀 34
버스 정류장 35
비 내리는 샤갈의 마을 36
새를 보는 각도 37
새와 강 39
시월 새 40
시월에 뜨는 강 41
아기 도마뱀 세상을 보다 43
여우도 개다 44
외할머니 집 45
유랑 46
이 가을에 47
이브의 가을 48
이월 49
초월 50
하얀 장미 51
2부
2020 Letter of apology 54
A bird of October 56
A cityscape 57
A flower crocodile 58
A fox is a dog 59
A rainy village of Chagall 60
A river that rises in October 61
A squirrel house 63
A white rose 64
Baby lizard sees the world 65
Baduk 66
Between 2nd and 3rd streets @Manhattan 68
Bird and River 69
Bus stop 70
Dream of a eunuch 71
February 73
Flowers bloom under moonlight 74
Grandmother’s house 75
Hometown 76
In this autumn 77
Legacy of wild flowers 78
Liberation of a dog 80
Lizard dies in July 83
Mask 84
Night in the beach 85
Teleport 86
The angle of watching a bird 87
The fall of Eve 89
The paradox of a pig 90
The thought of money 91
The tongue of a snake 92
Transcendence 93
Trees love fields 94
Wandering 95
When fall comes to Valencia 96
해설/ 경계인의 대화법, 유랑의 길과 순수한 꿈을 위한/ 이형권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