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로테기 극복에 추천하는 책’으로 독자들에게 입소문이 난 책, 《공주, 선비를 탐하다》가 재단장을 마치고, 새로운 책으로 나왔다. 정통 사극 로맨스의 왕도를 걷는 작품이라 오랜 사극 로맨스의 가뭄 끝에 볼만한 작품을 찾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외전을 본편에 함께 수록하고, 오류를 잡아 소장품으로의 가치를 높인 것도 추천 이유!
1. 정통 사극 로맨스만이 줄 수 있는 섬세한 감정선
애절하고 절절하다. 사랑해서는 안 될 남자를 사랑하게 된 공주의 애달픔, 그런 공주를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감기고 마는 선비의 올곧음. 강한 성격의 두 사람이 그리는 감정선이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맞붙는다. 서은수 작가님만의 감정 묘사가 일품인 작품으로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공주, 은명의 사랑에 동화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2. 사계절이 살아있는, 순우리말의 아름다움
물오름달, 잎새달, 열매달. 순우리말 표현으로 읽는 사극 로맨스의 아름다움이 작가가 공들여 선별한 단어에 의해 더 극대화되었다. 사계절의 꽃들이 남녀 주인공의 중요한 장면마다 모티브로 등장, 두 사람의 감정선을 더 끌어 올려 준다. 그림처럼 그려지는 한국적 아름다움은 덤.
3. 매력 넘치는 조연들의 사연과 활약
은명의 외사촌 오빠인 제륜, 남주 김서율의 아버지 김대원, 처음에는 은명에게 구원받지만 곧 조력자가 되는 아정, 개성 넘치고, 매력 풍부한 조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책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사연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을 보노라면 꼭 살아있는 인물들을 그린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악역마저도 각자의 사연과 활약을 보이는 이번 작품은 정말 빼놓을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는 작품이다.
◎ Story
저 하늘의 해님과 달님은 오늘도 이 세상을 비추시건만
어찌하여 우리 님은 나를 좋아해 주지 않으실까요.
어찌해야 님의 마음 잡을 수 있을까요,
내게는 말도 하지 않으시는데…….
봉변을 당하는 저를 구해 준 이,
따듯하게 손잡아 준 이,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내 안의 빛이 된 이.
“자가와 저는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정녕 안 된단 말입니까?”
“다가오지 마십시오. 자꾸 두드리지 마십시오.”
냉정히 돌아서는 서율의 뒷모습이 눈물에 이지러졌다.
함께할 수 없다고 하셨지요. 원수이니 안 된다고.
하지만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안 되는 겁니까?
◎ 주요 인물
은명
왕과 중전 사이에 태어난 적녀이지만 외할아버지의 반역 사건에 연루되어 태어날 때부터 바깥으로 돌았다. 어머니와 같이 외유하며 부족함 없이 컸으나 아버지의 사랑에는 늘 목말라 한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뒤 궁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보양차 내려갔던 곳에서 서율을 운명적으로 만난다. 처음으로 따듯하게 손잡아 준 이, 아무 보답 없이 자신을 도와준 그에게 곁을 내주고자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안 될 이유가 한가득이었는데.
김서율
왕의 반대편에 선 아버지를 둔,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를 해서 문명을 떨친 인재. 세력가의 아들이지만 왕과 세자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고, 나라와 백성을 무엇보다 위하는 참된 선비이다. 급제 후 지방 현령으로 내려간 곳에서 공주, 은명을 만나 어린 그녀를 도와준 게 계기였을까. 그 후에도 계속 얽히게 되는 그녀에게 처음에는 호감을, 나중에는 짙은 감정을 느끼지만 집안의 원수인 그녀이기에, 또한 한 나라의 공주이기에 쉽게 손 내밀 수 없었다. 그러나 자꾸 그녀가 눈에 밟히는 것을 막지 못한다.
서제륜
은명의 외사촌 오라버니. 할아버지의 역모 사건으로 집안 전체가 유배를 가던 도중 일가족 참살을 겪는다. 겨우 살아나 이름을 숨기고 상단의 대방이 된 그는 사촌누이인 은명을 돕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노력한다. 서율과도 엮이면서 복잡한 심사를 감추어야 했던 그는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 두고 미래를 보고자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아정
양반가의 자녀이나 가난 때문에 팔려갈 뻔한 것을 은명이 구해 주면서 인연이 이어진다. 힘없는 백성의 설움을 너무 잘 알고,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살아 보고자 하는, 강한 심성을 가진 아이. 여자로 성장해 가면서 제륜과 미묘한 감정을 나누게 되지만 자꾸 멀어지려는 그가 서운하기만 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은명도 곧 조신하게 움직였다. 손에 들고 있던 비단보자기의 매듭을 풀고 그 안에 준비된 화려한 모란을 달빛이 쏟아지는 물결에 띄워 보냈다. 두 눈을 감고 소원을 비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님의 힘이었을까. 잠시 후 은명이 눈을 뜨니 한결 부드러워진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에워쌌다.
“소원을 비셨습니까?”
“스승님과 제가 연을 맺게 하여 주십사…….”
은명은 흘긋 바라본 서율에게서 순간적으로 냉랭한 기운이 뻗어 나옴을 놓치지 않았다.
“……빌었을까 겁이 나셨습니까?”
“그걸 농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서율이 기막혀하자 은명은 몸을 돌려 그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어둠 속에서 서율의 시선을 강하게 붙들고 야무지게 대답했다.
“스승님께서 저를 헷갈리게 하지 말아 달라 빌었습니다.”
“헷갈리게 하다니요?”
“헷갈리게 하지 마십시오. 어찌나 언변이 좋으신지 스승님의 말씀에 제가 결심했던 것들을 줏대 없이 홀딱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반년이 넘도록 말입니다. 잔인하고, 못되고, 이기적인 철부지라 하셔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상대를 위해 제 마음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그런 요상한 행동, 저는 하지 않을 겁니다.”
“공주 자가, 대체…….”
“마음이 열리면 어찌할 것인지 물으셨습니다. 하면 저도 묻겠습니다. 그러다 제가 내일 죽으면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스승님이야 신하 된 도리로 공주가 죽었으니 조금 안타까워하다 마시겠지요. 하지만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다 제 마음을 부정한 채 죽어야 하는 저는 얼마나 후회되고 억울하겠습니까?”
“비약이 지나치십니다.”
“그래서 저는 스승님을 향한 이 마음을 접을 수가 없습니다. 응답해 달라, 돌아봐 달라, 떼쓰지 않겠습니다. 오늘 밤 이후로 제 감정을 고백하여 스승님을 자극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절대로 의빈이 되지 마십시오. 스승님같이 훌륭한 인재가 의빈이 되는 건 저도 반대입니다.”
서율은 답답한 마음을 표할 길이 없었다. 그럼 어쩌자는 거냐고 울컥 한마디가 튀어나올 것 같은데 깜찍하게도 공주는 해답마저 알아서 읊었다. 그것이 비록 어이없고 기가 차는 답일지라도.
“저는 저대로 드러내지 않고 스승님을 연모할 테니, 스승님께서는 지금까지처럼 제게 흔들리지 마시고 한결같은 마음을 지키십시오.”
“자가!”
“마음껏 저를 미워하십시오. 싫어하십시오. 하나 제 마음을 강요하진 마십시오. 제 마음은 제 것입니다. 살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그 말, 꼭 지키고 싶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 오늘 뵙고자 한 것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서은수
출간작《공주, 선비를 탐하다》《윈터 블루스》《고백의 이유》《설렘의 기억》《헤어지는 날》그리고 《동백꽃 핀 자리》
목차
8. 강릉, 명이 아가씨(2)
9. 달물결 위로 바치는 꽃
10. 돋을볕이 오실 때까지
11. 현명한 단념
12. 은은한 달빛, 빛나는 햇살
13. 향몽(香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