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 독자들에게 마거릿 애트우드는 《시녀 이야기》 등을 쓴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작가로서 첫 출발은 이십 대 초반에 자비 출판한 시집이었다. 이후로도 열다섯 권이 넘는 시집을 꾸준히 발표했을 만큼 시인으로서의 정체성 또한 애트우드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다. 이 책 《돌은 위로가 되지》는 2008~2019년에 걸쳐 애트우드가 써내려간 최근의 시들을 모은 것으로, 원숙한 경지에 이른 거장의 시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애트우드는 시에서도 특유의 SF적 상상력과 유머를 잃지 않으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오래 천착해온 ‘여성’, ‘기술 문명 비판’ 등의 주제가 여전히 중요한 테마로 자리하며, 특히 노년기에 마주한 풍경들로부터 ‘죽음’, ‘상실’ 등에 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시적으로 길어 올린다. 에세이스트이자 시인인 한정원 작가가 수년에 걸쳐 섬세하게 번역하여, 애트우드의 절창을 온전한 한국어로 전하고자 했다.
출판사 리뷰
캐나다 출신의 대문호
시인으로서의 애트우드를 만나다
“이 시집에서 우리는 애트우드의 시적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목도한다.”
_《뉴욕타임스 북리뷰》
누군가에게 마거릿 애트우드는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이름일 것이다. 소설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눈먼 암살자》, 《증언들》 등은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부커상을 비롯해, 프란츠카프카상, 아서클라크상 등 여러 영예를 끌어안기도 했다.
애트우드가 대문호로 인정받는 것은 비단 소설에서의 성취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 그는 60년이 넘는 오랜 작가 생활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겨왔다. 작품 목록을 보면, 장편소설은 물론, 단편소설, 시, 논픽션 등 방대한 작품 세계에 압도될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애트우드의 시를 주목할 만하다. 그는 처음 출간한 작품이 시집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열다섯 권이 넘는 시집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논픽션 《글쓰기에 대하여》에서 자세히 묘사하듯, 작가의 길을 모색하던 애트우드가 처음 문예지의 인정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시였고, 이후 그는 시와 함께 작품 세계를 일구어왔다.
《돌은 위로가 되지》는 국내에 소개된 애트우드의 시집 가운데, 선집 형태가 아닌 최초의 시집이자 최근 작품이라는 의의가 있다. 원제는 “Dearly”로, 2020년에 발간되었으며, 2008~2019년에 쓰인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삶과 죽음, 시간과 변화, 자연과 좀비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어 섬뜩하게 아름답다.”
_《워싱턴포스트》
《돌은 위로가 되지》는 모두 다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부: 늙음, 질병, 죽음을 목도하며 느끼는 고통
2부: 여성의 몸과 언어는 어떻게 오용되고 파괴되는가
3부: 반인간 등장,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
4부: 기술 문명, 자연 파괴 등에 대한 비판
5부: 상실, 소실, 홀로 남음에 대한 성찰
애트우드가 그간 써온 작품들에서 주요 테마로 삼은 ‘여성’과 ‘기술 문명 비판’ 등이 시에서도 여전히 중심축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SF적 혹은 환상문학적 상상력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늑대인간, 좀비, 외계인 등 다양한 비인간 생명체들이 시를 통해 목소리를 낸다.
특히 1부와 5부에서는 애트우드의 노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과 시적 풍경들이 돋보인다. 개인사를 살펴보면, 애트우드는 이 시집을 출간하던 즈음에 평생의 동반자 그레임 깁슨을 먼저 떠나보냈다. 2017년에 혈관성 치매를 진단받고 2019년에 뇌졸중으로 사망한 깁슨의 흔적이 여러 시들 속에 남아 있다. 늙음, 질병, 죽음, 상실에 관한 애트우드의 깊이 있는 감정과 사색 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번역가로서의 한정원,
정성을 다해 옮긴 시어들
외국시를 번역하는 작업은 결코 녹록치 않다. 뉘앙스와 맥락을 살리면서 원작의 미학을 온전히 전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에세이 《시와 산책》의 저자이자 시인인 한정원은 이런 어려움을 충분히 의식하고, 수년 동안 애트우드의 시를 온전한 한국어 문장으로 옮기기 위해 많은 정성을 들였다. 시어 하나하나를 고르고 수정을 거듭하며, 말의 뉘앙스까지 살리기 위해 애트우드 본인의 낭독을 반복하여 들었다. 또한 원작자의 일상을 수시로 접하며 작가의 마음에 가닿고자 했다.
어머니의 이마를 짚어보고,
성긴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내 어머니 얼마나 컸던가,
우리 모두 얼마나 작아졌는가.
이제 어머니가 더 깊이 내려갈 시간,
그의 앞에 펼쳐진 눈보라 속으로
_〈눈보라〉 중에서
튤립을 보라,
봉오리이거나 활짝 핀 꽃의
곡선과 기울기, 윤기와 자세,
광택이 흐르는 어둠을.
가죽이 벗겨진 토끼를 보라,
줄에 매달린 채
드러난 근육, 번쩍이는 연골,
생살은 냄새를 풍기리
달궈진 녹과 늪의 물 냄새.
_〈풍속화〉 중에서
그래, 그건 배신이었지만,
당신에 대한 배신은 아니었다.
당신이 그 둘에게 가졌던 어떤 느낌들,
십이월의 연보라빛 석양과
눈이 내려 쌓일 때의
은은하고 신비로운 빛―에 대한 배신이었을 뿐.
당신의 노려보는 시선에 잡힌
그 어색한 찰나,
엉거주춤한 살덩이가 아니라.
_〈배신〉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마거릿 애트우드
소설가이자 시인, 에세이스트. 1939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퀘백 북부의 숲속과 도시를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고등학생 때인 1956년 어느 날 문득 시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토론토대학에서 영문학 학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1년 자비로 첫 시집을 출간하고, 이어 1964년 펴낸 시집 《서클 게임》으로 캐나다연방총독상을 수상했다. 그 후 꾸준히 시를 발표해 열다섯 권이 넘는 시집을 펴냈다. 대표적인 소설로는 《시녀 이야기》(1985), 《그레이스》(1996), 《눈먼 암살자》(2000), 《증언들》(2019) 등이 있다. 두 번의 부커상을 비롯해, 아서클라크상, 프란츠카프카상, 미국PEN협회평생공로상 등을 받았다.
목차
Ⅰ
늦은 시
유령 고양이
소금
여권
눈보라
코코넛
기념품
양철 나무꾼 여자가 마사지를 받다
공허가 없다면
Ⅱ
보건 수업
풍속화
공주의 옷
매미
민달팽이 섹스
타인의 성생활
배신
프리다 칼로, 산 미겔, 재의 수요일
카산드라
그림자
살해당한 누이들을 위한 노래
소중한 사람들
스키타이인 발굴하기
Ⅲ
구월의 버섯
핼러윈 호박 조각하기
잔해를 훑는 드론
타오르는
늑대인간의 근황
좀비
외계인이 온다
알을 품고 있는 세이렌
거미의 서명
번역 학회에서
Ⅳ
미치광이의 숲에서 걷다
깃
치명적인 빛
새 공포증
늑대에 관한 짧은 의견
식탁 차리기
예이츠 시의 첫 행에 대한 즉흥시
“북극의 심장”
플라스틱기 모음곡
비 추적하기
아이들아
신들의 황혼
호수 같은 피오르
Ⅴ
언젠가
슬픈 도구
겨울 휴가
건초발
사자왕
투명인간
은색 구두
안에서
플랫라인
마법이 풀린 시체
지극히
블랙베리
옮긴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