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나들이와 계절의 변화를 좋아하는 김나현 저자의 네 번째 수필집이다. 제 1, 2부는 국제신문 오피니언에 필진으로 게재한 글이며 제 3, 4부는 내밀한 글을 실었다. 경주에서 가을 단풍을 눈에 담아야만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고 표현할 정도로 김나현 수필가는 단풍놀이에 진심이다.신호등 노란불이 단풍처럼 보일 정도로 가을을 만끽하는 저자의 감성적인 필체가 돋보인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장면을 바라보면서, 자신과 상관없어 보이는 저 삶들이 하나의 공동체에 얽혀 있음을 깨닫는다.
출판사 리뷰
나의 본질을 이루는 사소한 순간을 모은 글
감성을 건드리는 장면을 나열한 수필집
나들이와 계절의 변화를 좋아하는 김나현 저자의 네 번째 수필집이다. 제1, 2부는 국제신문 오피니언에 필진으로 게재한 글이며 제3, 4부는 내밀한 글을 실었다. 경주에서 가을 단풍을 눈에 담아야만 겨울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고 표현할 정도로 김나현 수필가는 단풍놀이에 진심이다.
신호등 노란불이 단풍처럼 보일 정도로 가을을 만끽하는 저자의 감성적인 필체가 돋보인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장면을 바라보면서, 자신과 상관없어 보이는 저 삶들이 하나의 공동체에 얽혀 있음을 깨닫는다.
시간을 머금은 문장 속을 걷는 수필집
김나현 저자의 수필은 사소한 순간이 모여 ‘나’라는 본질을 이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가 쓰는 글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의 변화를 긴밀히 포착하는 시야와 고향집에 대한 애착을 투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주는데, 아들들과 차별해 섭섭했던 과거도 있지만, 힘들게 다섯 자식들을 키워낸 노고와 요양원에서의 쓸쓸한 모습,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손맛을 떠올리는 양면적인 모습을 대조함으로써 그 안에 자리한 그리움이라는 본질을 알 수 있다.
저자에게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어머니의 무말랭이무침을 재현하기 위해 손바닥에 물집이 돋도록 무를 썰고 며칠간 말린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산 감 상자에서 고향집 대감나무 향기를 맡는다. 잘린 은행나무를 보면서는 운치 있는 가로수길을 회상하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단풍을 구경하러 나들이를 나온 사람과 웨딩사진을 찍는 예비부부의 다정한 풍광이 훼손되는 기분이다.
지나온 시간이 모여 글이 되었다. 『범종 소리 흐르는 저녁』에는 나와 무관한 세상이 사실은 하나로 묶여 있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어느 날은 관광객 사이에 끼어서 그들과 어울리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자기 볼일을 본다. 특히 가을이면 단풍을 즐기는 김나현 수필가에게 이 세상은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이다.
요즘 들어 길가 은행나무로 부쩍 눈길이 간다. 어쩌면 그 나무들이 내 아린 속을 보듬어 주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평소 무심히 지나친 인근 골목 어귀에서 거대한 물방울처럼 탐스러운 은행나무 세 그루를 만났다. 어느 유치원 울타리를 이루었다. 톱질 흔적 없이 자연스럽게 가지를 뻗어 수형이 얼마나 탐스러운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물의 결과를 보는 것 같다. 부러 이 은행나무를 보러 그 골목을 지나곤 한다.
- ‘나무를 자른 사람’ 중에서
속도를 좇는 이들은 고속도로를 선호하지만, 산천을 감상하며 달리는 지방도의 정취를 외면할 사람은 없으리라. 천태산에 접어들면 안태호가 길손을 부른다. 잠깐 차에서 내려 심호흡하고 다시 천태호를 향해 구불구불한 산허리를 따라 오른다. 이 길은 녹음이 짙어질 때도, 단풍이 곱게 물들 때도, 비가 내려 촉촉한 운치가 드리울 때도 한결 짙고 깊은 숲 냄새로 발길을 붙든다. 산허리마다 펼쳐지는 절경은 이 길을 지났던 시간을 잔잔히 회억하게 한다.
- ‘지방도 1022번 길’ 중에서
고향집 대문을 들어설 때 큰 소리로 ‘엄니’를 부른다. 답하는 이도 내다보는 이도 없이 빈집에 고인 어머니 환영과 썰렁함에 애가 받친다. 손길 닿지 않아 거미줄 쳐진 장독간과 손바닥만 한 꽃밭과 마당을 지키는 감나무가 인기척 없는 집을 지킨다. 집은 그 자리에 그대로인데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니, 공기마저 숨죽인 듯 서먹하다.
- ‘어머니 손맛’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나현
2004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으로 《바람의 말》(2010), 《화색이 돌다》(2014), 《다독이는 시간》(2018), 《풍경 한 폭》(2018)을 포함해, 여행 산문집 《비가 와도 좋았어》(2020)와 탐방 수필집 《뿌리 깊은 한국의 전통마을 32》(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간지원)가 있다. 수필과비평문학상, 천강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문정수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감성을 터치하다 1
햇살도 갈무리하는 때
나무를 자른 사람
농막으로 가는 남자들
범종 소리 흐르는 저녁
타인의 고통
관조하는 즐거움
천년을 꿈꾸는 마애불
장소를 기억하는 법
배경으로 나앉는 일
지리산 삼사 초록 抄錄
청춘에 무늬 진 부마항쟁
제2부 감성을 터치하다 2
파초가 있는 풍경
숙연하게 피는 꽃
세상의 아버지
명태의 발견
가을 심장부를 지나며
육아 풍속도
세밑 소회
‘N차 신상’과 중고마켓
지방도 1022번 길
젊은이 복 받으시게
‘동백꽃 문구점’에 가듯이
허물어지는 집을 향한 묵념
제3부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나무야
파티마에서 켠 촛불
가시려고요?
Do it yourself
내게로 오는 사람들
말애야 말애야
모자 없는 날
어머니 손맛
감정을 입히다
산복도로 망양로
집밥 생각
제4부 박꽃이 피던 지붕 아래
박꽃이 피던 지붕 아래
나의 시간
폐허를 지키는 파르테논
긴 휴식에 들다
헤어져야 사는 남자
묵주
달이 흐르네
나의 케렌시아
꽃섬 이야기
‘오 자히르’
결정적 순간의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