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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사이의 삶
옥외 공간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들
파람북 | 부모님 |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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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덴마크 건축학자 얀 겔(Jan Gehl)의 저서다. 1971년 덴마크어판이 나온 이래 30개 언어로 번역되는 동안 도시 설계와 공공 건축 분야의 살아 있는 고전으로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이후 《새로운 도시 공간(New City Spaces)》 등의 저작으로 활발하게 이어진 얀 겔의 학문적 여정은 지난 50년 서구의 주요 도시환경 기획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타임스퀘어나 브로드웨이에서 이루어진 보행자 중심 리노베이션 역시 얀 겔의 자문에 의한 결과물이다.

《건물 사이의 삶》은,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라는 통찰에 근거한다. 현대 도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층 건물로 집적된 시내 중심가, 일, 생활, 여가가 확연히 분리된 공간,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교통 설계를 떠올린다.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이런 기계적 도시에서 시민들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게 되고, 오직 전자매체를 통해 세상을 접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옥외 공간으로 불러내고 머물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다시금 거리에서 타인을 경험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공동체성을 부활시키려는 것이 이 책과 얀 겔의 목표다.

성장에 대한 욕망이 멈출 줄 모르는 한국의 도시계획은 오랫동안 기능과 효율만을 중시해 왔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이제, 걷기 좋은 곳, 머물 수 있는 곳,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곳, 다양한 문화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이 책은 그런 한국인들의 욕구를 현실공간에 구현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어판을 위해 새롭게 추가된 챕터, 그리고 저자의 친필 서명이 ‘삶이 있는 도시’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출판사 리뷰

얀 겔, 기능주의의 한복판에서 인간을 외치다
‘사람 중심 도시’라는 건축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낸 현대의 고전


《건물 사이의 삶(원제 Livet mellem husene. 영어판 Life Between Buildings)》은 덴마크 건축학자 얀 겔(Jan Gehl)의 저서다. 1971년 덴마크어판이 나온 이래 30개 언어로 번역되는 동안 도시 설계와 공공 건축 분야의 살아 있는 고전으로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이후 《새로운 도시 공간(New City Spaces)》 등의 저작으로 활발하게 이어진 얀 겔의 학문적 여정은 지난 50년 서구의 주요 도시환경 기획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타임스퀘어나 브로드웨이에서 이루어진 보행자 중심 리노베이션 역시 얀 겔의 자문에 의한 결과물이다.
《건물 사이의 삶》은,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이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는 존재 역시 인간이라는 통찰에 근거한다. 현대 도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층 건물로 집적된 시내 중심가, 일, 생활, 여가가 확연히 분리된 공간,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교통 설계를 떠올린다.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이런 기계적 도시에서 시민들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게 되고, 오직 전자매체를 통해 세상을 접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옥외 공간으로 불러내고 머물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다시금 거리에서 타인을 경험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도시의 공동체성을 부활시키려는 것이 이 책과 얀 겔의 목표다.
성장에 대한 욕망이 멈출 줄 모르는 한국의 도시계획은 오랫동안 기능과 효율만을 중시해 왔다.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이제, 걷기 좋은 곳, 머물 수 있는 곳,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곳, 다양한 문화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이 책은 그런 한국인들의 욕구를 현실공간에 구현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어판을 위해 새롭게 추가된 챕터, 그리고 저자의 친필 서명이 ‘삶이 있는 도시’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사람은 사람이 있는 곳에 모인다.” - 북유럽 속담

홍대. 성수동. 을지로. 그리고 현재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무너졌지만 그 이전의 가로수길과 경리단길까지. 한국의 21세기를 풍미했던, 그리고 풍미하고 있는 저 ‘핫플레이스’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곳에 모였다 흩어진 한국인의 욕구와 지향은 무엇이었을까.

덴마크의 건축가이자, 도시환경 연구·기획자이기도 한 얀 겔(Jan Gehl). 그의 저서 《건물 사이의 삶》은 해당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1965년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저자는 그곳의 도시들,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을 목격했다. 남유럽에서의 경험은 고향인 북유럽에서의 여러 조사 연구로 이어졌고, 1971년 그 내용을 정리한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1971년 당시는 기능주의를 표방한 모더니즘 건축의 전성기였다. 채광, 위생 등 인간의 생리적 요구에 주목한, 그리고 공간적 효율성을 추구한 모더니즘 건축은 전쟁 직후의 재건과 그에 이어진 고도성장의 시대상과 정확히 맞물렸다. 그 결과로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도시 -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빠른 이동, 아파트로 상징되는 균질한 주택 공급 및 공간 활용, 주거/산업/상업으로 명확하게 구분 지어진 도시 계획 등 – 가 탄생했다. 이런 서구의 모습은 강남 개발로, 그리고 일산, 분당의 신도시로 대표되는 한국의 도시계획에 계승되었다.
서구 기능주의의 풍경 속에서 얀 겔이 발견한 것은, 그러나, 기능주의가 (적어도 어느 측면에서는)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기능주의 건축가들은 지도 위에 멋지게 뻗은 대로, 예술적인 기념물, 그리고 푸른 잔디밭을 배치했고, 그곳에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건축가들이 그린 조감도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직장에서 돌아온 주민들은 집에만 머물렀고, 공동체적 삶과 교류는 실종되었다. 그것은 한국의 베드타운화된 신도시들, 특히 인적조차 드물어진 지방 도시의 신도심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는 익숙한 모습이다. 남유럽의 도시에서, 저자는 기능주의가 상실한 바로 그 지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옥외 활동, 그리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조건이 이 책에서 다루려는 주제다.”


《건물 사이의 삶》을 거칠게 요약하면, ‘거리 부활 프로젝트’다. ‘건물 사이’, 즉 거리나 다른 공공장소에 사람들을 모아 그들의 상호작용을 북돋우는 것이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타인을 보고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수준의, 사소한 상호작용조차도 무척 중요하다.

“저강도 접촉이 다른 접촉들에 비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어엿한 접촉의 형식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므로 충분히 의미 있고 중요하다.(23p)”

물론 어떤 건축가나 기획가도 도시계획이라는 수단으로 시민들 간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지는 못한다. 사랑과 우정을 가꾸어나가는 것은 시민들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도시의 물리적 환경을 조정하는 것으로 교류를 간접적으로 촉진할 수 있다. 더 바람직한 옥외 환경이 마련된 도시라고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출퇴근을 하지는 않지만(필수 활동), 더 많은 일상이나 여가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고(선택 활동), 이에 발맞추어 시민들 사이의 사회적 교류 역시 많아진다(사회적 활동).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의 거리에, 곧 보행로에, 건물의 도로면에, 공원과 광장 위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까? 그 ‘물리적’인 디테일을 구상하며, 얀 겔이 특히 주목한 것은 인간의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이다. 이들은 언뜻 주관적으로 보이지만, 얀 겔이 수십 년간 다양한 조건에서 진행했던 여러 실증 자료와 사례를 통해 그 객관성이 담보된다.

인간적 경험, 인간적 스케일, 인간적인 도시의 풍경을 제시하다

다시 한국의 홍대 거리, 성수동, 을지로, 그리고 과거의 가로수길과 경리단길 위를 거닐어 보자. 이렇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또는 끌어들였던 거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진입하는 교통 사정이나 주차 여건 등은 각기 다르지만, 거리 안에서의 이동은 도보로 이뤄진다. 건물의 층고는 낮은 편이다. 주거/상업/산업의 경계는 모호하다. 상가들 사이 도로는 상대적으로 좁으며, 아예 작은 골목길이 모여 상권을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옷가게, 음식점, 특히 갤러리 같은 창작 공간의 개성 있는 파사드(건물의 전면)들이 흥미롭고 활기찬 거리의 풍경을 만든다. 그것은 《건물 사이의 삶》에서 얀 겔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공간’으로 제시한 요소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책은 두 가지 논리적 틀을 제시한다. 하나는 사건이 사람을 모으며,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사건이란 바로 ‘다른 사람의 활동’이라는 원리다. 두 번째는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감각적인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얀 겔이 제시하는 연구에서, 사람은 타인을 구경만 할 수 있는 경우에도 옥외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다. 가령 거리 예술가가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자리에 멈춰 서서 활동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의 작업이 끝나면, 이미 완성된 예술 작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지나친다. 카페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이 차지하는 자리는 언제나 거리를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창가다.
즉 사람들의 활동이 풍부하게, 또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거리는 그 자체로 사람을 끌어모은다. 기업형 상점의 폐쇄적이고(애플스토어는 열려 있기라도 하다!) 긴 파사드로 이루어진 거리와, 좁은 파사드에 각양각색의 인간 활동이 관찰되는 개인 공방이 줄지어 서 있는 거리의 매력 차이는 극명하다. 공공시설, 심지어 도서관이나 수영장을 계획할 때도 동일한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활동이 방해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부가 보이도록 설계하는 것은 주변의 옥외 공간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144p).”
다른 한편으로, 주거/상업/산업 지역이 명확히 분리된 도시에서는 특정 시간의 특정한 활동 외에는 일어나지 않아, 결국 거리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방송국, 연구소, 특히 대학 캠퍼스를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시키면, 외부와 내부의 문화적 환경을 단조롭게 만드는 것에 더해, 외부 사회와 내부 집단의 사고를 괴리시키는 요인이 된다(124p. 얀 겔은 물리적 환경의 직접적인 효과를 주로 논하며 그 사회적 파급력에 대한 언급은 되도록 자제하지만, 이 부분만은 예외적이다).

어쩌면 무척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람들은 쾌적하다고 느끼는 곳에 머문다. 여기서 온도와 습도, 보도의 질, 소음 등의 물리적 요소들은 쾌적한 옥외 공간의 기초적인 조건이다. 가령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교통은 소음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아도 옥외 활동을 불쾌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측면들은 중요한데도 건물의 시각적 과시 욕구에 밀려 쉽게 경시되곤 한다. 거대한 도로 옆에 높이 솟은 고층 건물들은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채광을 차단하고 주위에 거센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강풍은 특히 저온이나 강우 같은, 나쁜 날씨의 효과를 극대화시켜 거리에서 사람들을 내쫓는 원인이 된다(206p 이하).
저층 건물들과 좁은 거리의 이점은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물리적 요소에만 있지 않다. 가령 (사람들이 주로 의존하는 감각인) 우리의 시각은 좌우로 넓은 시야각을 가지지만, 위아래로는 그리 넓지 않다(영화관이나 모니터의 스크린을 생각해 보라). 따라서 거리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언제나 1층이고, 2층 이상은 눈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대로를 달리는 자동차 속에서의 시각은, 걸으며 관찰할 때의 그것과 비교하면 경험의 밀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전자에서 인간의 능력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거대한 광고판뿐이다. 요약하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들고 싶다면 인간의 감각적 특성에 맞는 스케일을 고려해야 한다.

도시의 스케일과 인간의 상호작용에는 감각 이전의, 심리적인 요소도 개입한다. 책에서 얀 겔은 여러 통계를 제시하는데, 사람들은 등 뒤는 닫혀 있고, 전체 거리 또는 광장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177p 이하). 가령 넓은 공간 한가운데에 세워진 벤치, 보행로를 등지고 놓인 벤치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사람의, ‘안전하다’ 또는 ‘사적이다’고 느끼는 심리는 도시 디자인에서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낸다. 가령 집 안에서 쉽게 나갈 수 있는 테라스가 있거나 앞마당이 거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훨씬 많은 옥외활동이 일어난다. ‘유연한 경계영역(soft edge)’이라고 정의되는 이 중간지대는 실내 활동과 옥외활동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거리에서는, 공공시설은 아니지만, 카페테라스가 바로 이 역할을 담당한다.
유연한 경계영역에도 인간의 감각적 스케일이 적용된다. 너무 넓은 물리적 경계영역은 지나치게 먼 심리적 거리를 창출하고, 너무 좁은 경계영역은 지나치게 가까운 심리적 거리를 강요한다. 테라스, 정원, 벤치, 파사드 등이 적절하게 외부와 맞물린다면, 그 자체로 거리에 인간적 활력을 불어일으키며 실내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언제든 외부로 나갈 기회를 열어주게 된다.

노령화, 저출산,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기후변화를 위해 준비된 책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남유럽의 도시 설계를 북유럽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북유럽의 추위를 고려할 때 옥외활동이란 근본적으로 부적합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북유럽의 도시들은 물론, 영국, 호주, 미국의 여러 도시에까지 이 책의 영향력은 이어졌다. 실제 도시 환경의 변화는 그런 주장이 옳지 않은 것이었음을 증명했고, 이 책을 도시계획의 역사에서 살아 있는 걸작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가령 2015년에 완료된, 뉴욕 타임스퀘어의 대대적인 보행자 중심 리노베이션은 실제 얀 겔의 자문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은 북유럽 못지않은 추위, 그에 뒤지지 않는 더위, 시베리아에서 몰려오는 삭풍 등 옥외 활동에 환경적 지장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얀 겔이 말하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 중요하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걷기에 열광한다. 각지의 둘레길, 경의선숲길, 서울숲 등의 인기는 이미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숲세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인들 역시 기회만 되면 쾌적한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며, 그런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도시계획의 임무라 할 수 있다.
이제 모던의 상징이었던 서구와 미국적 생활방식에 대한 무조건적 선망은 흐릿해졌다. 반면 지난 20년 들어 사람을 끌어모으는 한국의 거리 공간으로 세간의 화제가 된 장소를 하나씩 꼽아보면, 예외 없이 얀 겔이 말하는 ‘인간적 경험’을 옥외에서 (상대적으로라도) 풍부하게 제공하는 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것은 공적인 도시계획의 결과라기보다 사적 활동의 결합이 우연히 만들어낸 것이어서,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그 강점이 증발하면 거리의 활력이 급격하게 감소해 버렸다.
앞서 언급한 한국의 거리들에서 공적 영역의 공헌을 꼽자면, 가로수길에 서 있는 가로수들 정도였다. 파사드의 독창성은 물론, 앉아서 쉴 자리, 악천후로부터의 피난처, ‘유연한 경계영역’까지, 도시 환경의 핵심적 조건들을 우리는 주로 카페 사장님들의 헌신에만 맡겨놓았다(카페의 퀄리티가 거리의 매력과 직결되는 이유다). 누구나 도시 속에서의 삶이 개선되기를 원하지만, 그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는 막연할 뿐이었다. 《건물 사이의 삶》은 그것들을 실증적으로 구체화하고, 그로부터 공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징검다리를 놓아왔다.

21세기 들어 선진산업국의 도시가 맞이하는 중대한 도전 - 노령화, 저출산, 도심 공동화 현상,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변화 – 앞에서 얀 겔의 이 책은 다시 한번 비전을 제시한다.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한 옥외 활동의 (사회적) 중요성과 그 구체적 개선 방안, 또는 점점 원자화되는 사회에서 공적 공간이 담당해야 할 역할 등을 《건물 사이의 삶》이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건축학, 도시연구학, 그리고 조경학의 영역에서 핵심적인 저서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공공 행정이나 정책의 측면에서도 현실적인 참고도서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전문서치고는 제법 평이한 서술과 탄탄한 논리적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예리한 이해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도시, 공간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를 위한 인문적 텍스트로도 충분히 읽힐 만하다. 설령 공학이든 인문학이든 아랑곳없이 부동산의 상승과 하락에만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도, 우리 인간을 유혹하는 바로 그 ‘장소’에 대한 《건물 사이의 삶》의 탁월한 통찰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그저 평범한 거리, 평범한 하루. 보행자들이 인도를 따라 걸어가고, 아이들이 집 앞에서 놀며, 누군가는 벤치나 계단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집배원이 우편물을 전달하고, 길에서 마주친 둘은 인사를 건네며, 정비공이 자동차를 손보는 동안, 다른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눈다. 이처럼 거리에서 사람들은 서로 모여 각양각색의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람들의 이런 활동은 여러 외부 조건의 영향을 받는데, 그중 하나가 ‘물리적 환경’이다.

_도심 속 일상 활동의 세 가지 유형

위의 표에 따르면, ‘건물 사이의 삶’은 주로 척도 하단에 있는 저강도 접촉으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저강도 접촉이 다른 접촉들에 비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어엿한 접촉의 형식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므로 충분히 의미 있고 중요하다.

_건물 사이의 삶

중세 도시의 구조와 규모는 사람과 활동을 거리와 광장으로 불러들였고, 인간의 통행과 옥외 활동을 장려했다. 반면, 기능주의적인 신도시 지역과 현대의 건축 프로젝트는 정확하게 반대로 작동했다.

이런 지역에서는 생산 방식의 변화와 사회적 조건으로 인해 훼손된 옥외 활동이, 도시계획과 설계 방식에 의해 더욱 악화되었다. 만약 도시계획가들에게 ‘건물 사이의 삶’을 의도적으로 줄이라고 주문했더라도, 무분별한 확장과 기능주의 재개발이 실제로 초래한 결과만큼 완벽히 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_옥외 활동과 건축 경향

  작가 소개

지은이 : 얀 겔
건축가.— 덴마크 왕립미술아카데미(Royal Danish Academy) 명예교수(1966~2006).— 겔 아키텍츠(Gehl Architects ApS) 설립 파트너(2000~2016).— 오르후스 건축학교(Aarhus School of Architecture) 겸임교수(2022~현재).— 저서로는 《건물 사이의 삶(Life Between Buildings: Using Public Space)》, 《새로운 도시 공간(New City Spaces)》, 《새로운 도시의 삶(New City Life)》, 《사람을 위한 도시(Cities for People)》, 《공공의 삶을 연구하는 방법(How to Study Public Life)》 등이 있다.— 겔 아키텍츠와 함께 코펜하겐, 멜버른, 시드니, 런던, 모스크바, 뉴욕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주요 도시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호주 시드니 명예시민.— 에든버러대학교, 토론토대학교, 바르나대학교, 핼리팩스대학교 명예박사.— 덴마크,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건축가협회, 아일랜드 및 호주 도시계획협회, 한국도시설계학회(Urban Design Institute of Korea) 명예회원이다.

  목차

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하여 7
추천의 글 9

1. 건물 사이의 삶
도심 속 일상 활동의 세 가지 유형 15
건물 사이의 삶 22
옥외 활동과 옥외 공간의 질 38
옥외 활동과 건축 경향 47
건물 사이의 삶—오늘날 사회적 상황에서 60

2. 계획의 전제조건
사회적 과정과 설계 프로젝트 67
감각, 소통, 그리고 크기의 규모 78
건물 사이의 삶—생성의 과정 90

3. 모을 것인가, 분산시킬 것인가 — 도시 및 부지 계획
모을 것인가, 분산시킬 것인가 99
통합할 것인가, 분리할 것인가 119
초대할 것인가, 밀어낼 것인가 134
개방할 것인가, 폐쇄할 것인가 143

4. 걷기 위한 공간, 머물기 위한 장소 — 세부 계획
걷기 위한 공간 —머물기 위한 장소 155
걷기 159
멈추어 서기 176
앉기 184
보고 듣고 말하기 193
모든 면에서 즐거운 장소 202
유연한 경계영역 215
건물 사이의 삶 —오늘날의 사회적 맥락에서 231

옮긴이의 글 234
참고문헌 237
그림 및 사진 출처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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