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틀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과 실험적인 작업으로 “일본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온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의 대표작을 모은 『세계중년회의 - 요쓰모토 야스히로 시선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언어의 해류를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인이다. 기업 주재원으로 미국에 건너간 뒤 30여 년간 타국에서 이주자의 삶을 살았고, 지금도 미국·유럽·아시아를 누비며 시를 낭독하고 토론한다. 그의 시는 그러한 여정처럼 언제나 경계 위에 서 있다. 일상의 언어와 경제의 언어, 패러디와 말장난, 고전 인용과 대중문화가 겹겹이 섞이며 전혀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의 시는 따뜻하지만 날이 서 있고, 유머러스하지만 깊은 성찰을 품고 있다. 인류에 대한 다정한 시선, 내부자이자 긴 외국 생활을 한 외부인으로서 일본 사회를 바라보는 이중적 감각, 회사원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 언어와 문학 자체를 향한 치열한 질문까지 - 그의 모든 시에는 풍자와 위트, 그리고 ‘말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 살아 있다.
『세계중년회의』는 이러한 요쓰모토 야스히로의 시 세계를 집약한 시선집으로, 지금까지 그가 구축해온 독보적인 문학적 지형도를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출판사 리뷰
“새로운 주제를 발굴함으로써 일본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
모든 시가 무척 재미있다.” _다카하시 겐이치로(소설가)
“이런 시가 나타나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_다니카와 타로(시인)
세계 곳곳을 달리며 언어를 훔치고 다시 빚어내는 시인
일상과 인류의 공존, 유머와 반성이 한 몸으로 섞이는 곳
요쓰모토 야스히로 시선집 국내 초역
틀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과 실험적인 작업으로 “일본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아온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 四元康祐(1959~ )의 대표작을 모은 『세계중년회의 世界中年会議 – 요쓰모토 야스히로 시선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언어의 해류를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인이다. 기업 주재원으로 미국에 건너간 뒤 30여 년간 타국에서 이주자의 삶을 살았고, 지금도 미국·유럽·아시아를 누비며 시를 낭독하고 토론한다. 그의 시는 그러한 여정처럼 언제나 경계 위에 서 있다. 일상의 언어와 경제의 언어, 패러디와 말장난, 고전 인용과 대중문화가 겹겹이 섞이며 전혀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의 시는 따뜻하지만 날이 서 있고, 유머러스하지만 깊은 성찰을 품고 있다. 인류에 대한 다정한 시선, 내부자이자 긴 외국 생활을 한 외부인으로서 일본 사회를 바라보는 이중적 감각, 회사원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 언어와 문학 자체를 향한 치열한 질문까지—그의 모든 시에는 풍자와 위트, 그리고 ‘말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 살아 있다.
『세계중년회의』는 이러한 요쓰모토 야스히로의 시 세계를 집약한 시선집으로, 지금까지 그가 구축해온 독보적인 문학적 지형도를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글을 퇴고하듯, 세상을 반추하는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가 그린 시대의 축도縮圖
인간주의를 향한 그의 믿음은 그의 시에서 경쾌하게 회전하고,
인류의 운명이 최악으로 어긋나서는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한다. _이병률(시인)
요쓰모토의 시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도 낯선 빛을 얻고, 익숙한 말들도 뜻밖의 결로 엮이며 전혀 다른 세계의 문을 연다. 그는 삶의 미세한 균열을 재치와 통찰로 비틀어 보여주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생각들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세계중년회의 世界中年会議』(2002)에서는 청춘도 노년도 아닌 ‘중년’이라는 생의 한 국면을 통해 동시대의 초상을 과감하게 그려냈다. 또한 오랜 외국 생활을 한 외부자의 시선으로 현대 일본을 바라본 그의 작품 곳곳에는 모국을 향한 애정 어린 비판이 배어 있다. 「오·모·테·나·시」 「그彼」 「일본국 헌법 전문」 등에서는 천황제, 코로나 대응 등 일본의 ‘지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동시에 시인은 일상의 언어와 자본주의의 언어를 시적으로 전환해 우리의 현실을 통찰하고, 우리 일상 어디에나 시가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주재원 생활과 MBA 과정에서 비롯된 경험은 경제 용어와 상상력이 교차하는 독특한 결로 나타난다. 회계·비서·환율·옵션 거래 같은 자본주의적 코드가 그의 시 속에 들어와 전혀 다른 질감의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특히 『웃는 버그笑うバグ』(1991)는 회사원의 일상부터 자본주의의 논리까지 시의 소재로 과감하게 끌어들인 작품으로, 난해시 일변도이던 당시 일본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남겼다. 원로 시인 다니카와 타로는 “이런 시가 나타나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 등장을 반겼다.
시와 언어의 경계를 뒤흔드는 문화적 실험성
“나에게 시는 본질적으로 번역하는 행위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옮기는 것.”_요쓰모토 야스히로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일본 시단에서 보기 드문 언어 실험가다. 그에게 시란 “본질적으로 번역하는 행위”, 즉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시집 『언어 재킹言語ジャック』은 제목 그대로 언어·의식·시의 관계를 흔들어놓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자음+모음 구조의 일본어가 지닌 풍부한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 와카 등 전통 시가에서 쓰이는 ‘가케코토바’와 ‘혼카도리’ 같은 고전 기법의 현대적 변용, 인터넷 용어·대중문화·지역 방언에서부터 『만요슈』·『고사기』 같은 7~8세기 문헌까지 가로지르는 폭넓은 인용 등, 그의 실험성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현대의 말·기억·문화·고전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구체적 탐구다. 실제 전시회 기획안처럼 쓰인 「「아트로서의 시」 전시회 기획 메모」는 시인이 상상으로 그려낸 전시장의 풍경을 펼쳐 보이며, ‘시가 될 수 있는 것’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한다. 요쓰모토 특유의 상상력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인 요쓰모토는 시의 경계를 가볍게 웃으며 넘나들고, 언어가 열어젖힐 수 있는 세계를 지금도 끊임없이 갱신하고 있다.
유머와 위트, 문화적 다층성을 지닌 시인
“시인들은 ‘이제 쓸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요쓰모토 작품을 읽으면 그것은 다 못 쓰는 시인들의 변명처럼 느끼게 된다.
요쓰모토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쓸 것은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하고.”
_다카하시 겐이치로(소설가)
요쓰모토의 시에는 진지한 성찰과 경쾌한 기발함, 그리고 유머와 말장난이 절묘하게 공존한다. 회사의 회의실에서 튀어나온 농담, 자본주의의 숫자 언어, 중년의 삶과 고독, 일본어의 언어유희, 시대의 유행어와 인터넷 밈, 다양한 문화 코드까지—모든 것이 그의 시에서 다시 한번 발효된다.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高橋源一郎는 “새로운 주제를 발굴함으로써 일본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 모든 시가 무척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패러디와 해학’으로 천황제에 대해 쓴「그彼」처럼, 요쓰모토는 기존의 문맥을 비틀어 해체하고 다시 조립함으로써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대상에 몰입하여 자기 인식에서 벗어나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방식이다.
그의 시는 일상의 잔해와 고전의 노래, 유머와 반성이 한 몸으로 섞이는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시를 읽으며 “쓰일 것은 여전히 무한하다”는 가능성을 체감하게 된다.
언어의 해류를 따라 세계를 유영하는 국제적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활동하는 시인이다. 유럽, 미국, 아시아 곳곳의 시 축제와 포럼, 대담과 번역의 현장에서 그는 언제나 다른 시인들과 언어를 나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5년 김혜순·다니카와 타로·밍디와 함께 ‘한중일 3개 국어 연시’를 쓰고, 코로나 팬데믹을 주제로 한일 동시 출간한 앤솔러지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넥서스, 2020)와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안온북스, 2022) 출간에도 참여했다.
독일에서 오랜 세월을 살며 전 세계 시인들과 교류해온 그를 두고 다니카와 타로는 “국제적인 시의 프로듀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요쓰모토 시인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의 해류를 따라 세계를 유영하며, “이미 쓰인 모든 시와 아직 쓰이지 않은 시 사이”(「퇴고하는 사람」)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1회 세계중년회의에 일본 대표로 참석했다. 참가국은 OECD 가입국으로 한정되었으며, 마흔두 명의 참석자는 모두 남자였다. 초청장에는 쉬는 날 복장으로 오라고 적혀 있어서 나는 골프웨어를 입고 갔는데, 미국 대표들은 모두 헐렁한 버뮤다팬츠를 입고 왔으며, 독일에서 온 한 참석자는 아예 알몸으로 나타났다. 그 남자는 원래 지금쯤이면 호숫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을 거라며 변명했지만, 주최 측의 설득 끝에 마지못해 비키니 팬티를 입었다. 꽤 국제회의다운 장면이었다. […]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골드카드가 의사 진행을 주관했다는 사실은 이 회의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늘과 바다를 가득 채운 한여름의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하며, 얄팍한 몸을 팔랑팔랑 좌우로 흔들면서 개회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은 나를 포함한 참석자들이 연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 듯하다. 그는 중년을 논할 때 피할 수 없는 소비와 죽음의 문제는 “2년에 한 번씩 가위로 몸이 잘리는 내가 누구보다 절실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를 웃기면서 이야기를 본질적인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다. (「세계중년회의」에서)
나는 수천 개의 얼굴을 가졌으나
사실은 단 한 사람.
거울로 둘러싸인 노래방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서
당신이 왕림하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모・테・나・시」에서)
나는 정했어요
남의 상냥한 마음을 믿어볼 거예요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도리에 따라갈 거예요
나는 정했어요
사람은 홀로 살지 못하니까
남을 믿어볼 거예요
내가 행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기아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 거예요
[…]
아무것도 잊지 않았어요
작은 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로 덮일 때까지의
모든 과거가 내 알몸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어요
내 피로, 그들의 피로- (「일본국 헌법 전문前文」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요쓰모토 야스히로
1959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10대부터 시를 썼다. 1986년부터 기업 주재원으로 미국에 거주하며 MBA 과정을 마쳤고,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1년 첫 시집 『웃는 버그』를 출간했으며, 1994년 독일로 이주했다. 『세계중년회의』(야마모토 겐키치상), 『입을 다무는 오후』(하기와라 사쿠타로상), 『일본어의 포로』(아유카와 노부오상) 등에서 보여준 그의 시적 여정은 사회적 현실, 시와 삶 사이의 역동적이며 때로는 상충하는 관계에서 빚어지는 긴장과 유머, 실험으로 가득 차 있다. 『언어 재킹』과 『소설』에서는 언어와 문학 자체를 시의 무대로 끌어올려 의식과 언어, 존재의 문제를 탐구했으며, 김혜순, 밍디, 다니카와 타로와 함께 3개 국어 연시 프로젝트를 하는 등, 전 세계 시단에서 활동하며 국경과 언어를 넘나드는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영어를 비롯해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시 외의 장르로도 활동 반경을 넓혀 소설 『가짜 시인의 무척 기묘한 영광』과 비평 『다니카와 타로학』 등을 발표했다. 2020년 3월, 34년 만에 일본에 귀국해 거주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를 대신하여 구름의 중재
제1부 일본에 대한 레퀴엠
『세계중년회의』(2002)
전자의 파도를 타는 신들
부슬부슬
세계중년회의
다녀오겠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 납치 살인사건
2001년 12월 제2회 세계중년회의
『현대 닛폰 시일기詩日記』(2015)
봄의 강변
사막으로
아침의 카라반
이름 없는 젖가슴
마음대로
분수
발자국
단란
아버지 광석鑛石
아버지의 초상화
버터녀
『단조롭게 뚝뚝, 데퉁스럽고 난폭하게』(2017)
오・모・테・나・시
그
일본국 헌법 전문前文
미수록 작품
공기의 일기 2021년 1월 4일
제2부 글로벌 자본주의 시편
『웃는 버그』(1991)
접수처
의사결정
회계
비서
시시덕거리는 통화들
노무관리
친구 J
타이피스트
부채의 증권화에 대하여
청소 아줌마
경비원
시장 붕괴
복사기
계산기
문서세단기
창가
부장님과
Samurai
미노타우로스
리어카를 끄는 미노타우로스
밤에 소녀에게 이끌리는 눈먼 미노타우로스
소 회장 1
소 회장 2
제3부 언어와 의식
『언어 재킹』(2010)
언어 재킹—신칸센 안내방송
언어의 밀림
재활용 「비에도 지지 않고」
나의 ‘우’
상처의 족보
릴레이 ‘자기의 범위’
기호론
「아트로서의 시」 전시회 기획 메모
예언
기도
『소설小說』(2017)
시 vs 소설
소설 메들리
시대소설•포르노소설•공포소설•번역
소설•SF소설•독서의 즐거움
내가・죽은・이유
역류소설
묘사
퇴고하는 사람
i poet—윌 스미스는 시를 읽을까?
에필로그를 대신하여 섬을 풀다
옮긴이 해설
ⓒ Mihoko Sh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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