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지금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작가 TJ 클룬의 신작 장편소설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일군 삶과 마침내 찾은 가족을 세상의 억압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저항의 이야기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애쓰는 한 가족의 명랑한 분투기이기도 하다.
모든 등장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매 장면이 사랑스러운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자신을 본래 모습으로 사랑해주는 사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람다 문학상 수상 작가 TJ 클룬의 역작!
《모든 빛의 섬: 불을 품은 소년》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진 작가 TJ 클룬의 신작 장편소설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일군 삶과 마침내 찾은 가족을 세상의 억압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저항의 이야기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애쓰는 한 가족의 명랑한 분투기이기도 하다. 모든 등장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매 장면이 사랑스러운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자신을 본래 모습으로 사랑해주는 사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TJ 클룬은 소설 속 메시지를 판타지 장르를 통해 사랑스럽게 전달한다. 판타지의 비현실적 요소와 상황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을 좀 더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인디펜던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24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위너, 2025년 로커스 어워드 ‘판타지 부문’ 파이널 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르적 재미와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모두 갖춘 《모든 빛의 섬》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수많은 팬아트를 쏟아내며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책이다.
친절로 무장한 존재들이 빚어낸 저항의 빛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명랑한 분투기
마법적 존재와 비마법적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마법적 존재인 한 남자가 저주받은 섬에 발을 딛었다. 마르시아스 섬으로 알려진 이곳은 오래전 사람의 발길이 끊겼고, 그 역시 아주 어린 시절 여기를 떠났다. 나무도, 꽃도, 날개 달린 여자도, 마르시아스 섬 모든 존재가 그를 알아보았다. ‘그가 돌아왔군. 불을 품은 소년, 아서 파르나서스가.’ 아서는 폐가를 수리해 벼랑 위의 집으로 재건하고, 마법관리부서와 거래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사용 허가를 받았다.
몇 년 후, 아서는 여섯 명의 마법 아동,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을 이뤘다. 평화로운 일상 속 행복을 만끽하던 어느 날 정부에게서 소환장이 도착하고, 아서는 공청회에 출석해 과거 겪은 일을 증언해달라고 요청받는다. 그는 마법적 존재를 위험 집단으로 규정짓고 감시와 통제를 일삼는 정부와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섬을 떠난다. 하지만 곧 회색빛 도시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다. 공청회 자리에서 교육부 장관 제닌 로더의 묘략에 걸려들어 자신이 힘겹게 일군 모든 것을 뺏길 위기에 놓인 아서. 그는 연인 라이너스, 여섯 아이들과 똘똘 뭉쳐 자신들의 집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저항을 시작한다.
“우린 죽지 않아! 친절로 꼼짝 못 하게 하자!”
우린 더 이상 두려움에 지배당하지 않아
《모든 빛의 섬》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아이들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알고, 세상이 정한 ‘정상’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모두 ‘괴물’이라고 불린다. 관리라는 명목 아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판타지라는 비현실적 설정 속이지만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을 배척하고 혐오, 차별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
그럼에도 여섯 아이들은 아서와 라이너스를 만나 더 이상 두려움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악마의 자식이라고 불리며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거라고 입버릇처럼 위협하지만 실상은 공격력 제로의 음악에 심취한 장난꾸러기 소년 루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밝고 쾌활한 노움 탈리아, 숲의 정령으로 나무와 꽃을 피워내며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피, 모두 초록 덩어리라고 기피하지만 호텔 직원의 꿈을 품고 스스로 자부심 가득한 귀염둥이 천시, 착하고 순해서 겁을 먹으면 강아지로 변하는, 그 누구보다 깊은 내면을 가진 시인 샐, 불을 뿜을 수 있지만 단추를 소중히 모으는 일 외엔 큰 관심이 없는 와이번 시어도어, 그리고 새롭게 마르시아스 섬에 찾아온 설인 데이비드까지.
TJ 클룬은 이 아이들을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소설 속 아이들의 순수하고 엉뚱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와 전혀 다르게 보이는 이 아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고, 단지 겉모습만 조금 다를 뿐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지닌 여느 아이들과 똑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빛으로 가득 차 결국, 우릴 보게 될 거야
마르시아스 섬에서 아서 파르나서스와 라이너스 베이커, 여섯 명의 아이들은 가족을 이룬다. 모두 버림받고 소외된, 외로운 존재였던 이들은 서로를 품고 보듬는다. 《모든 빛의 섬》은 베이커-파르나서스 일가를 통해 ‘가족’의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혈연 중심의 관계만이 꼭 진짜 가족이 아니며 오히려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을 배척하고 더욱 외롭게 만드는 존재일 수 있다고 전한다. 가족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서와 라이너스, 그리고 아이들처럼 자신을 꾸밈없는 본래 모습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만들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관계는 그 무엇보다 끈끈하다. 자신을 깊게 이해해주고 오롯하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며 루시, 탈리아, 피, 천시, 샐, 시어도어는 아서와 라이너스를 부모로 받아들인다. 아서와 라이너스 역시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 진정한 가족이 된 이들은 자신들이 어렵게 이룬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저항’을 택한다. 이 저항의 빛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친절하다. 아이들이 세운 순수하고도 만만하지 않은 전략은 다르다는 이유로 어둠으로 몰아내고자 했던 이 세상을 끝내 그들만의 빛깔로 다채롭게 가득 채운다.
바다 너머 세상 끝까지 번지는 무경계의 사랑
《모든 빛의 섬》은 TJ 클룬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는 어린 시절 퀴어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또래들과 공감하기 어려웠고, 늘 스스로 외부인처럼 느꼈다. 가족 역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세상의 기준에 맞춰 달라지길 바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는 서로의 다름은 폄하나 배척이 아닌 존중받아야 하며 나 자신은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이런 작가의 실제 경험은 소설 속 모든 캐릭터를 생동감 있고 공감 가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람들은 과거 속에 남겨두고, 무한한 사랑과 지지를 주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이란 그래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기묘하고 근사한 곳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전부 설명하려 들죠?
《모든 빛의 섬》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소외되어 그림자 같은 무채색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모든 빛깔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니 자신을 사랑하고 믿으라고. 나아가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원동력으로 두려움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이들과 서로 격려할 때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전한다. 소설 속 샐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를 짓누르는 이들을 향해 계속 돌을 던져야 한다. 이 세상 누군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빛깔을 알아볼 때까지.
세상은 이상한 것투성이다. 모든 걸 틀에 맞춰 설명하려 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어쩌면 이상하다 손가락질받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한층 더 근사하고 경이로워진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이상하고도 근사한 부분을 마주할지 모른다. 자신의 다름, 이상함을 오롯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우리 모두 조금은 이상하고, 세상은 이상한 사람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 우리는 조금 더 타인에게 다정해지고 친절해진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타인에게 친절했던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친절과 다정이 깃들길 바라며.
미국 독자들의 찬사
- 이 책은 나를 웃고 울게 했다.
- 모든 등장인물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 첫 장부터 완전히 사로잡혔다.
-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빛을 찾는 이야기다.
- 읽는 내내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 이 책에 별 백만 개를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 TJ 클룬은 그가 쓰는 캐릭터만큼이나 마법 같은 작가다.
- 이 책은 매년 새로운 시리즈가 나와야 한다.
- 이 책은 엄청나게 달콤해서 마음이 모두 녹아버렸다.
아서 파르나서스는 연락선에서 내렸다. 섬에는 몇십 년만이었다.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아서는 그 자리에서 화르르 타오를 것 같았다. 가슴 속 불이 이토록 밝게 빛나는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대로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라 소금기 섞인 바람을 자신의 깃털로 느끼고 싶었다.
안 될 일이었다. 섬을 떠나 영영 날아가 버릴지도 몰랐다. 그에겐 돌아온 이유가 있었다.
숭숭 파인 얼굴에 지저분한 작업복을 입은 뱃사공 메를이 뱃머리에서 외쳤다. “확실히 해요. 내가 이대로 떠나면 당신은 여기 발이 묶여요. 난 해진 뒤엔 바다에 안 나오니까.”
아서의 시선은 이미 저 멀리 흙길에 고정되어 있었다. 길은 숲속으로 구불구불 이어졌다. 한낮의 햇살이 이끼와 낙엽에 조금도 닿지 않을 만큼 울창한 나무숲. 시선 뒤로 귀를 가득 채우는 파도 소리. 유년 시절이 떠올랐다. 좋은 것, 나쁜 것, 모두 다.
그는 연락선을 힐끗 돌아봤다. “전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메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육지로 돌아갈 일이 생기면 연락할게요.”
“어떻게 말입니까? 이 섬엔 전화도, 전기도, 물도 없어요.”
“이제 바뀔 겁니다. 내일 아침 10시 정각에 설비가 도착하기로 했거든요. 실어다주실 거죠?”
메를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서는 그 두 눈에 스치는 욕심을 포착했다. “뱃삯을 더 줘야 합니다. 기름값도 비싸고, 여기 왔다 갔다 하는 데만….” 메를이 통보하듯 말했다.
“물론 충분히 보상해드릴 겁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뭐.” 눈을 깜빡이던 메를은 아서의 양옆에 놓인 여행 가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낡은 가방 하나, 새 가방 하나. “여긴 왜 왔습니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그 아래 바다처럼 푸르렀다. 여름의 끝자락이라 따뜻했다. 아서는 코를 간지럽히는 짠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여긴 저주받은 곳이에요. 유령이 들렸다나. 오랫동안 무인도였어요.” 메를이 부르르 떨더니 난간 너머로 침을 퉤 뱉었다. “사람들이 살던 시절에 대해서는 다들 쉬쉬합니다.”
“알죠.” 아서가 중얼거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메를, 혹시 멜빈이라는 분 아십니까?”
“그 사람을 어떻게? 우리 아버진데.”
“역시 그랬군요.”
우로보로스. 자기 꼬리를 무한 반복해서 삼키는 뱀. 어쩌면 이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방금 떠나온 바닷가 마을은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분홍, 노랑, 초록색으로 은은하게 칠해진 건물들, 유유자적 오가는 휴가객들. 왜 아니겠는가? 그들은 인간인걸. 세상은 그들을 위해 만들어졌는걸.
연락선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 새로 페인트칠하고 너덜거리는 좌석을 교체했을 뿐이다. 뱃사공 역시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메를의 처진 입매와 생기 없는 눈은 멜빈을 너무 닮아있었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아서만 빼고.
“한때 안면이 있었습니다.” 당신도요, 하고 아서는 덧붙일 뻔했다. 대걸레를 들고 연락선 주변을 배회하던 음침한 십 대 소년을 떠올리며.
“죽었습니다. 십 년 전에.” 메를은 투덜거리듯 말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메를은 손을 휘휘 저었다. “어떻게 아는 사이였습니까?”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아서는 빙그레 웃더니 두 가방을 집어 들고 어깨를 폈다.
마침내, 기어이, 이곳에 왔다.
때가 되었다. 그는 앞으로 해나갈 시도가 헛되지 않길 바랐다.
“당신의 친절과 호의는 잊지 않겠습니다. 가볼게요.”
6월의 따뜻한 아침, 아서 파르나서스는 눈을 뜨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강렬했다. 잠이 덜 깨 몽롱한 머릿속에 섬뜩한 생각이 스쳤다. 지난주, 악마의 아들이 태양을 지구에 박아버리겠다고 위협했었다. 폭풍우가 물러간 뒤 자신 이 만든 진흙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려다 저지당하자 꺼낸 카드였다. 아서가 진흙투성이 소년을 발견했을 때 진흙 인간은 반쯤 완성된 상태였다. 진흙에 의식을 불어넣어선 안 된다고 말하니, 소년은 늘 그렇듯 행성 멸망으로 복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아서는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확신했다. 루시가 실제로 태양을 지구에 충돌시키리라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제 진창으로 돌아간 그 진흙 인간에게 루시가 지나치게 집착한 건 사실이었다.
침대 옆에 놓인 알람 시계를 흘깃 본 아서는 세상에 종말을 가져오는 것이 태양이 아니라 훨씬 더 끔찍한 무언가임을 깨달았다.
토요일 아침 8시 32분인데 집 안이 조용했다.
형태와 크기, 능력이 제각각인 여섯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늦잠을 자는 것은 어림없는 꿈이었다. 아이들, 특히 이 아이들은 시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어제만 해도 새벽 5시 반에 무정 형 초록색 덩어리가 침실에 난입하더니 특유의 질척한 목소리로 코에서 검은 잉크가 뿜어져 나왔다고 외쳤다. “펜을 집어삼킨 것 도 아닌데 왜 제가 잉크를 찍찍 흘릴까요? 맙소사, 제가 남자가 되었다는 뜻일까요? 천장에 묻은 잉크는 어떻게 닦나요?”
그 잉크가 사춘기의 징후임을 알게 된 덩어리 소년은 얼굴을 찡 그리더니 자신에게 콧수염이나 가슴 털이 잘 어울릴지 물었다. 간신히 소년이 진정하자 다른 세 아이가 침실에 들어왔다. 아침 6시도 채 안 됐을 때였다.
이제 사십 대 중반에 접어든 아서에게 아침 6시는 예전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기지개를 켜자 뼈 마디마디가 신음하고 밝은색 머리카락(흰 머리가 매일 늘어나는 듯했다)이 이리저리 뻗쳤다. 발가락을 쭉 뻗자 등에서 경쾌하게 뚝 소리가 났다. 마지막 잠기운 이 가시면서 어수선했던 머릿속이 명료해졌다.
아이들은 어디 있지?
아서가 부엌문을 밀어젖히자 문짝들이 벽에 덜컹 부딪혔다. 오가던 말들이 뚝 끊기며 모두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루시. 혀끝을 잇새에 빼문 채 의자를 끌고 부엌을 가로지르던 중이었다. 위험한 일을 벌일 때면 으레 그러듯 두 눈은 붉게 빛나고 머리는 검은 뿔처럼 양쪽으로 뻗쳤다. 축 늘어진 흰 면티와 해진 체크무늬 반바지에 프릴이 달린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탈리아. 땅딸막한 정원 노움은 달걀을 열두 개쯤 안고 있었다. 가슴까지 오는 풍성한 흰 수염은 끝이 고리처럼 말렸고, 빨간 고깔모자 아래 흰 곱슬머리가 빼꼼 나왔다. 검정 벨트가 달린 파란 조끼, 무릎까지 오는 갈색 바지, 노른자로 보이는 얼룩이 묻은 검정 장화 차림이었다. 햇볕에 그은 까무잡잡한 얼굴과 손이 정원에서 보낸 긴 시간을 증명했다. 푸른 눈이 가늘어지면서 앵두 같은 입술이 오, 하고 벌어졌다.
다음은 샐. 눈 깜짝할 사이에 소년에서 작고 복슬복슬한 개로 변신할 수 있는 셰이프시프터. 올해 열다섯 살인 샐은 최연장자로 다른 아이들이 곧잘 따랐다. 조용하던 소년은 점점 더 자기 목소리를 냈고, 누구든 사로잡을 만한 글을 썼다. 어느새 키가 라이너스만큼 훌쩍 크고 이마와 코에 난 여드름에 울상을 짓는 사춘기 십 대 소년이었지만, 검은 눈동자에는 나이를 초월한 성숙함이 엿보였다. 황갈색 반바지와 자개단추가 달린 노란색 반소매 셔츠는 짙은 갈색 피부와 잘 어울렸다. 길어진 머리는 조이가 가르쳐준 대로 가닥가닥 꼬았다.
천시는 바닥에 놓인 걸레통에 들어앉아 있었다. 통 안의 비눗방울이 더듬이에 달린 두 눈 사이까지 날아가 묻었다. 그 위 조리대에 앉은 음험한 고양이 칼리오페는 앞발에 묻은 반죽을 핥으며 아서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꼬리가 불길하게 살랑거렸다.
이어서 시어도어. 주둥이를 쩍 벌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쭉 찢어진 콧구멍에서 연기를 뿜어내던 와이번이 아서를 보자마자 턱을 딱 다물고 나오려던 무언가를 삼켰다. 하지만 이내 검은 연기를 캑캑 내뱉으며 증거를 인멸하고자 미친 듯이 날개를 퍼덕였다.
“어, 제가 설명할까요?” 루시가 말했다.
“할 수 있겠니?” 아서가 상냥하게 물었다. “듣자 하니 시어도어를 부추겨 불을 지르려던 것 같은데.”
“정확해요! 역시 절 너무 잘 아세요. 어차피 이건 불에 타도 괜찮은 의자잖아요? 라이너스의 의자지만, 저번에 저한테 서서 먹는 게 좋다고 했거든요.”
라이너스는 코웃음을 쳤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
“시어도어.” 아서가 말했다. “사실이니? 불을 뿜을 수 있다는 게?”
와이번은 샐을 힐끗 보았다. 샐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어도어는 날개를 펴고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쩍쩍대고 그르렁거렸다. 시어도어는 며칠 전 잠을 자다 가슴 깊은 곳에서 기묘한 빛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부에 정전기가 일어난 것처럼 간지러웠지만 곧 사라지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바로 오늘 아침,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하품하는데 입에서 작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아프진 않고, 뭉친 근육을 풀 때처럼 시원했다고 시어도어는 쩍쩍거리며 덧붙였다. 그러고서 아서 조차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작가 소개
지은이 : TJ 클룬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직조하는 무경계 사랑, 가장 여린 빛의 틈새를 아로새기는 작가. TJ 클룬의 작품은 책을 읽은 모든 이에게 무한한 다정함을 보낸다. 그 누가 우리를 깎아내릴지라도 모두 그 자체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각자가 품은 상처는 그의 세계를 만나 유일하고 아름다운 자신만의 세계로 꽃핀다. 2014년 《Into This River I Drown》으로 람다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6년 《Withered + Sere》로 플로리다 출판협회 도서상 SF/판타지 분야의 골드 메달 위너로 선정되었다. 대표작 《벼랑 위의 집: 아서와 선택된 아이들》은 미국에서 2020년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마존 판타지 분야 1위에 올랐다. 이 소설은 TJ 클룬이 팬덤을 가진 작가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2021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알렉스 어워드를 비롯해 많은 상을 탔다. 국내에서는 2021년 출간 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22년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었다.2022년 작 《시간이 멈추는 찻집: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은 로커스 어워드 ‘판타지 부문’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고 버즈피드 선정 2022년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에 랭크되기도 하며 TJ 클룬은 이 작품으로 판타지/SF 분야에서 문학성과 대중성, 보편성과 고유성을 모두 아우르는 독보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24년 《벼랑 위의 집》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모든 빛의 섬: 불을 품은 소년》을 출간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인디펜던트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고 2024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위너, 2025년 로커스 어워드 ‘판타지 부문’ 파이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