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더 왕 문학의 완결판이라 할 『랑슬로-그라알Lancelot-Graal』 연작의 제4부 『성배 탐색La Queste del Saint Graal』이 출간되었다. 그리스도 수난 후 454년이 지난 성령강림절, 아더 왕의 궁정으로 아름답고 호화로운 검이 박힌 석단石段이 떠내려온다. 가장 훌륭한 기사만이 뽑을 수 있다는 그 검을 뽑는 것은 최고의 기사로 손꼽히던 랑슬로가 아니라 갓 기사 서임을 받은 소년 갈라아드이다. 곧이어 신비한 계시가 임하면서 기사들의 성배 탐색이 시작된다. 13세기 프랑스에서 쓰인 『성배 탐색』은 원탁의 기사들 가운데 선택받은 이들이 성스러운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기독교 신앙과 궁정 기사도의 이상이 절묘하게 길항하는 중세 문학의 대표작이다. 성배를 찾는 기사들의 여정은 단순한 무용담을 넘어 내면의 정화와 신앙, 인간 구원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으며 중세 전성기의 유럽이 추구했던 영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성배를 찾아가는 여정이 곧 인생의 참된 의미에 대한 모색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이후 단테의 『신곡』이나 근대 구도求道소설에 이르는 긴 문학적 계보의 원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그래서 그들은 그 얘기를 그만두고, 원탁의 좌석들을 둘러보다가 좌석마다 ‘여기에는 모모某某가 앉아야 한다’라는 식의 글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내 사람들이 위험한 좌석이라고 부르던 큰 의자에 이르렀는데, 거기에는 금방 쓴 것으로 보이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후 454년이 지난 성령강림절에 이 의자는 주인을 찾으리라.그 글을 보고 그들은 서로서로 말했다.“세상에, 그야말로 신기한 모험이로군!”
“아더 왕이여, 내 그대에게 대망待望의 기사를 데리고 왔소이다.” [……] 방 안에 있던 이들은 그토록 많은 덕인들이 두려워했고 그토록 많은 신기한 일들이 이미 일어났던 자리에 앉아 있는 기사를 보고 크게 놀랐다. 왜냐하면 그는 너무나 어렸으므로, 우리 주님의 뜻이 아니고서는 그토록 큰 은혜가 달리 어디서 왔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큰 잔치가 시작되었다. 모두 앞다투어 그 기사에게 경의를 표했으니, 그야말로 성배의 경이로운 모험을 완수할 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 자리에 앉고 조용해졌을 때, 엄청난 우레 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다들 궁전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다. 그러고는 한 줄기 햇빛이 비쳐들어 온 방을 아까보다 일곱 배는 더 밝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마치 성령의 은혜로 조명되는 것만 같았고, [……] 그때, 흰 비단에 싸인 성배가 나타났다. [……] 그것이 들어오자마자 온 궁전이 향기로 가득 차는 것이 마치 지상의 모든 향료를 쏟아놓은 것만 같았다. 그것은 온 궁전을 누비며 이쪽저쪽 식탁들을 돌아다녔고, 그것이 식탁 앞을 지날 때면 자리마다 각자 원하는 음식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모두 음식을 받자 성배는 어느새 사라져 아무도 그것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느 쪽으로 가버렸는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