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사람의 마음 곁에 머무는 변호사가 있다.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 위해 애쓴다. 〈다정한 변론〉은 다정함을 무기로 일하는 어느 변호사의 기록이다.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떠듬떠듬 지난 일을 설명하시는 어르신에게서 자책과 분노, 무력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자를 보고 왜 전화를 했을까, 카드 명세를 확인할 생각은 왜 못 했을까,왜 가게 직원이라는 사람의 말을 덥석 믿어버렸을까…. 어르신은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보이스 피싱은 이런 점에서 다른 범죄보다 더 악질적이다. 사기꾼들은 현란한 각본과 심리 조종의 기술을 가지고 돈만 빼가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스스로를 탓하게 만들어 그 마음을 곪게 만든다.
어떤 판결문에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말은 적히지 않는다. 다만 판결을 통해 피해자가 얼마나 운이 없었는지가 아니라, 책임져야 할 사람이 분명하게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피해자는 언제쯤 두려움 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그 한마디가 있었다면, 피해자의 상처는 더 빨리 아물었을까.
피해자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더니 그야말로 대폭발하고 말았다. 종교인으로서의 품격은커녕, 기본적인 예의조차 기대할 수 없는 망나니에 가까웠다. 그렇게 그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나 버렸다. 내가 법정에서 처음 목격한 인간의 밑바닥이었다. 부흥사라 그런지 숨도 쉬지 않고 소리치면서 얼굴이 벌게지는데, 판사의 얼굴은 싸늘해져만 갔다. 법정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이건 잘못된 고소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맡았던 첫 형사 사건의 재판은 그렇게 끝이 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준철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주식회사 그라운드베이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