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5년, 언론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한 지금, 언론의 본질을 처음부터 다시 묻는 책이 출간됐다. 일선 기자와 언론사 CEO, 미디어 경제학자를 두루 경험한 지은이가 경험과 학문적 통찰을 바탕으로,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며 언론은 왜 나아지지 않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언론 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책, 바로 『언론본색』이다. 지은이는, “언론인들은 ‘언론이 전하는 진실’에 관해 잘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고 선언한다. 또한 “사람들이 말로는 언론을 향해 ‘진실’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과 같은 뉴스’를 기대하는 것이고 언론은 이를 의식하며 뉴스를 내놓는다”고 말한다. 언론은 ‘진실의 등대’보다는 ‘인간 욕망의 거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언론본색』은, 한국의 언론이 뒷걸음만 쳐온 이유는 “‘이상’만을 앞세울 뿐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언론의 이념’이 아니라 ‘언론의 본성과 현실’을 이해하는 일이다. 언론의 본질은 고정돼 있지만, 기술-경제 환경은 끊임없이 변했고, 이로 인해 저널리즘은 형태와 내용이 변해왔다.정파성과 관련해선, “언론의 정파성은 인간과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태어난 언론의 본성”이나, “언론의 품질은 언론이 지닌 정파성과는 별개”이며, “정파적이라도 고품질 언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처럼, 분명한 정파성을 지니면서도 품질 높은 저널리즘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참고해야 할 길이다.이 책의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언론의 문제를 언론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언론의 시작과 끝에는 언론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렇게 주문한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언론의 본성을 깊이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언론의 품질은 궁극적으로 언론 소비자가 얼마나 현명한지에 달려 있다.”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 편향을 감수하더라도 품질을 중시하는 태도, 이견에 귀 기울이는 자세만이 언론 환경을 바꿀 수 있다.언론은 대중을 향해 “이게 진실”이라고 단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의 서두에서 소개한 한국 신문사들의 모토들부터 그렇다. 학자들이, 자신이 발견한 ‘진실’을 언론만큼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언론은 자신이 전하는 정보의 신뢰도를 일상적으로 과장하고 있다 하겠다.사실, 뉴스 보도에 대한 빈약한 사전 검증은 언론인이 지닌 태생적 한계다. 언론인은 신속성과 정확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산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더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는 신속한 보도를 포기해야 하고, 더 신속한 보도를 위해서는 정확한 보도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언론인들은 덜 정확하더라도 신속한 보도를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잦다. 경쟁 언론보다 먼저 뉴스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면, 부정확한 보도라도 신속하게 내보내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1장 「‘너 자신을 알라’, 언론에 관한 환상」)
진실에 관한 이론과 견해가 많다는 데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먼저 우리가 철학, 자연과학, 종교,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모든 분야에서 다루는 ‘진실’을 하나로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진실에 관한 수많은 이론과 견해들이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모든 영역에 걸쳐 받아들여지는 이론과 견해는 없다. 또 다른 함의는, 모든 시대와 분야를 관통하는 진실론은 없더라도 특정 시대나 분야에서 통용되는 진실-혹은 진실의 기준-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 분야에서 진실이 될 수 없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진실이 될 수 있고, 어떤 시대에는 진실이었지만 다른 시대에는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2장 「언론이 전하는 ‘진실’의 특징」)
사람들이 무조건 더 많은 정보를 접하는 일이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행위의 결과가 아닌 과정 중의 행위는 사회와 민주주의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이나 정부 기관이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공개한 ‘과정 중의 행위나 정보’를 언론이 검증 없이 보도하는 것도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결론적으로, 뉴스와 언론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생각하게 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또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정보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과정에 있는 정치인이나 정부 기관의 행위가 알려지는 것은 되레 민주주의에 유해할 수도 있다.(3장 「변함없는 뉴스, 진화하는 뉴스 시장」)
작가 소개
지은이 : 양상우
6만여 국민주주들의 뜻을 모아 창간된 한겨레신문에서, 사원 직선으로 선출된 대표이사를 두 차례(2011~2014, 2017~2020) 역임했다. 언론인의 길을 걸으면서도 학문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경제학부와 대학원에서 ‘뉴스 시장과 언론’을 가르치는 경제학자다.일선 기자와 경영자로서 직접 겪은 언론의 현실을, 경제학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천착해왔다. 언론이 권력과 자본 앞에서 점점 더 취약해지는 구조, 포털이 언론의 정파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그의 연구들은 Information Economics and Policy를 비롯한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다수 실렸다.『감춰진 언론의 진실–경제학으로 읽는 뉴스 미디어』(2023년)를 펴냈고, 현재는 세계 최대의 학술출판사 Elsevier와 함께 뉴스 미디어 경제학 분야 최초의 교과서 『The Economics of News Media』 집필을 마무리하고 있다(2025년 11월 출간 예정).기자 시절에는 ‘쌍용양회 사과상자 비자금’(1996), ‘북파공작원 실종·사망 7,726명’(1999), ‘북한 시베리아 벌목공 르포’(1994) 등 저널리즘의 본령을 보여준 탐사보도를 남겼고, 민주언론상 특별상(2007), 한국가톨릭매스컴상(2006), 삼성언론상(2004) 등을 수상했다.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때는 오랜 자본 결손 상태를 해소한 데 이어 누적 흑자를 바탕으로 첫 주주 배당을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