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언어의 상흔에 반응하고 이를 기억하려는 몸짓들로 꽉, 차 있다. 최상경은 우리의 삶을 단절시켰던 죽음이 야기한 언어적 상흔을 지금 여기의 시간으로 맞아들인다. 그 고유한 언어의 상흔, 그 찢김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그 언어가 일으키는 웅얼거림에 주목하고, 그 언어의 상흔을 잊지 않고 지금 여기에 가시화하려는 시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출판사 리뷰
『네모 속에 들어온 달』은 언어의 상흔에 반응하고 이를 기억하려는 몸짓들로 꽉, 차 있다. 최상경은 우리의 삶을 단절시켰던 죽음이 야기한 언어적 상흔을 지금 여기의 시간으로 맞아들인다.
그 고유한 언어의 상흔, 그 찢김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그 언어가 일으키는 웅얼거림에 주목하고, 그 언어의 상흔을 잊지 않고 지금 여기에 가시화하려는 시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과거의 아름다운 순간이 다름 아닌 현재의 노래임을 알려준다. 그리하여 우리의 언어가 입은 상처와 그 상처로 인해 야기된 실패한 경험의 순간이 어떻게 지금 아름다움을 잉태하는지 보게 된다. 그것이 최상경의 시가 아름다움으로 구조해 낸 시의 신호들이며, 그 신호들로 이루어진 비밀의 서신인 것이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가 있는 곳에 그대로 있으면서 여전히 멀다. 그럼에도 다시 우리가 있는 이곳으로 도착할 계절이다. _해설(김학중 시인) 중에서
이건 바람이 아니야 숨이야
바람 빠져 시든 풍선처럼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삼십 년 지기 기관지 확장증
분필 가루 마시며 지킨 교단
허파 가득 바람 든 욕심
잔기침 대수롭지 않게 여긴 무심
그렇다면 그것도 일종의 직업병
잔뜩 성난 코로나 습격에도
끄떡없이 견뎌준 고마운 내 풍선
다시 빵빵할 일 있을까마는
바람 가득한 날들의 추억은 은퇴선물
너도 풍선 터질 듯
잔뜩 꽃바람 든 적 있니?
가슴에 달고 사는 훈장 하나 있니?
가슴 터져도 좋으니
펌프질하는 사랑은 있니?
그녀의 봄 사월
그녀는 아득히 먼 나라에 있습니다 느린 기차가 사는 개울이 있고 간이역도 그대로입니다 간혹 책가방을 들어주는 사내아이의 발그레지는 귓불을 못 본 체하곤 하지만 차창밖에 나비가 춤출 땐 검정 교복 위 넓은 하얀 깃이 흔들거립니다 기차를 좋아하는 그녀, 간혹 경전선을 타고 부산으로 광주로 훌쩍 떠나기도 합니다 아마도 어릴 적 그 나비가 유혹하나 봅니다 비 오는 날이면 노랑 장화를 신고 빗물 웅덩이를 첨벙첨벙 걸으며 부러워하는 아이들과 촐랑대며 하얀 덧니가 살짝 보이도록 웃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스라이 먼 저편에 있습니다 말수가 적고 착한 아이라는 부러움은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가위로 싹둑 잘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내어주고 또 내어주다 수축하는 그림자를 따라간 것은 순전히 그런 쪽에 가까울 것입니다 동화 속 공주처럼 살고 싶지만 기다리는 왕자는 아직 오지 않은 듯, 서너 시간은 더 기다릴지도 모르지요
역광장에서 한참 동안 서성이는 그녀는 시골 학교 관사에 두고 온 꿈을 기어이 만나러 가려나 봅니다 등에 짊어진 꽤 무거워 보이는 가방 받아 줄 착한 소년을 기다리는 동안 햇살이 춤추며 이마에 내려앉습니다
네모 속으로 뛰어든 달과 달에 핀 꽃
달이 네모 속으로 들어왔다
네모난 집
네모난 교회
네모난 학교
네모난 책
그 속으로 구겨 넣어지는 아이들까지
검은 장막을 드리우고
심장의 모서리를 깎는 밤
직진의 꿈
직립의 고통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얼굴을 바꾸며 달거리 하는 달님은
나쁜 피를 흘리는
네모 속으로 들락거린다
달님도
별님도
오래된 내 꿈도
우주 수평선에 선다
네모난 내게 들어와 사는 꽃잎들처럼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상경
전남 고흥군 풍양면 출생목포대학교 경영학과, 순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순천효산고등학교 교장 역임(2018~2021)대한예수교장로회 순천북부교회 장로(2013~현재)순천대 평생교육원 시우림 동우회 회장영광 꽃무릇축제 문학상 시부문 수상시집 네모 속에 들어온 달
목차
1부 바람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복기復碁 19
다시 별 헤는 밤 20
가까이 사랑하면 22
풍요 속의 외침 24
이건 바람이 아니야 숨이야 25
누가 날려 보냈을까 26
저기, 꽃이 오네요 28
부전자전父傳子傳 29
이 계절로 올 걸 알아서 30
저 멀리까지 민들레 32
주문을 접는 밤 34
아날로그 탈출기 36
네모 속으로 뛰어든 달과 달에 핀 꽃 38
한 방울의 꽃 40
고양이가 된 천사 41
2부 눈꽃이 어느새 꽃눈 되어
거울 아버지 45
간극間隙 46
장마전선을 이마에 걸치고 48
개부심 50
매미 52
꽃눈이 켜지면 54
다시, 두근거려도 될까요 56
끌어안는 대답 58
2월에 태어난 너 60
기차를 타고 사월이 내리는 역으로 갑니다 62
모래시계 64
떠나온 자들은 울지 않는다 66
지척咫尺의 함수 68
한 켤레 그리움을 신고 70
보드라운 엄마의 거친 발 72
3부 일만 개의 낮과 밤
거기 외로운 곳에 가로등이 서 있습니다 77
초록물고기 78
일산 가는 길 80
어떤 울음은 끊을 수가 없다 82
십자가, 연꽃 피는 나무 84
바닥의 세족례 86
집사가 된 고양이 88
어떤 개는 길들지 않는다 90
가로수길을 걷다 92
속삭이는 선물 94
봄은 그냥 오지 않아 95
비상대책위원회 왈曰 96
뻐꾸기는 무엇으로 사는가 97
사월의 바다 98
호외號外 100
4부 그대로 거기 멈출 수 없겠니
장미 105
가만히 바라보는 사월 106
블라디보스토크의 봄 108
붉은 밤 110
바다로 간 짐승 112
눈물한계선 114
시계에 갇힌 사계 116
연꽃과 여인 118
순천만 갈대 성 120
홍콩 표류기 122
해후邂逅 124
그래도 함께라면 좋겠습니다 125
을사년의 봄 126
슬그머니의 시간 127
크린산세멈 멀티콜엘로우 128
멈추지 않는 가을 130
해설 _ 기억의 리듬학과 전후의 거울 133
김학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