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 정보 대신, 걷는 시간에 축적된 생각을 담는다. 정상에 오르는 성취보다 오르는 동안 마음에 남은 질문을 기록하고, 유명한 풍경보다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시선을 둔다. 산길과 들길, 오래된 장소를 따라 이어지는 글에는 저자 특유의 절제된 문장과 관찰의 밀도가 살아 있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에서는 선비의 기상이 느껴지는 듯도 하다.
길 위에서 적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읽는 일이다. 이 책은 많이 떠난 사람보다, 천천히 걷고 오래 생각하는 사람의 여행을 보여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은 독자에게 이 산문집은 조용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도보여행 일기
걷고, 멈추고, 다시 적다
길 위에서 만난 사유의 기록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 남긴 문장들
산과 길, 사람과 시간을 따라 걷는 산문 여행
‘어디에 다녀왔다’는 기록이 아닌, 사유의 순간과 흔적을 담았다.
저자는 길 위에 서서 풍경을 스쳐 보지 않고, 한 번 더 멈춰 바라본다.
발 아래의 흙, 능선 너머의 산그늘, 길가에 남은 사람의 흔적… 때로 그가 바라보는 것은 수십, 수백 년 전 옛사람의 정취이기도 하다. 그렇게 쓰인 문장들은 여행기이면서 동시에 사유의 메모에 가깝다.
『길 위에서 적다』는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 정보 대신, 걷는 시간에 축적된 생각을 담는다. 정상에 오르는 성취보다 오르는 동안 마음에 남은 질문을 기록하고, 유명한 풍경보다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시선을 둔다. 산길과 들길, 오래된 장소를 따라 이어지는 글에는 저자 특유의 절제된 문장과 관찰의 밀도가 살아 있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에서는 선비의 기상이 느껴지는 듯도 하다.
길 위에서 적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읽는 일이다. 이 책은 많이 떠난 사람보다, 천천히 걷고 오래 생각하는 사람의 여행을 보여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은 독자에게 이 산문집은 조용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산막이 마을에서 건너편 물가 바위벼랑과 멋들어진 소나무들이 마음을 끌었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저기. 연천대(鳶天臺)란다. 솔개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떠서 맴도는 걸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마을 앞 물가 선착장에서 배에 올랐다. 자리를 잡아 앉는 동안에 물을 건넌다.
바라만 보던 연천대에 올랐다. 푸른 산, 푸른 물, 푸른 숲, 시원한 하늘. 절경이다. 이런 곳에 정자가 들어앉는 건 사람인가 자연인가. 환벽정(環碧亭), 정자 앞 커다란 돌에 글을 새기고, 이름을 새긴 건 사람이 분명하다. 이어지는 산길을 기어올랐다. 정감록을 짓고 말하면서 천하 길지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자주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구진치(九津峙)를 알리는 글 역시 커다란 돌에 새겨져 있다.
멋들어진 바위벼랑과 멋들어진 소나무들, 산과 물과 숲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 풍경. 한참을 머뭇거리다 내려온다. 그리고 물 위에 뜬 풀잎처럼 흔들흔들 산막이호수길을 걷는다. 어떤 힘이 생기는가.
2024년 9월 22일 일요일 오후.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팔봉 강가 향나무 앞에 앉았다.
어제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본다. 엷은 흙탕물이 힘차게, 묵직하게 흐른다. 뭉게뭉게 흰 구름 이는 하늘은 높고 푸르다. 햇빛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오늘이 추분인가. 엊그제까지 그렇게도 뜨겁더니, 하루이틀 사이에 한풀 꺾이는 걸 본다. 자연이다.
족대를 들고 저 강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던 때를 그려 본다. 물도 맑고, 물고기도 많았었지. 꺽지, 모래무지, 참매자, 꾸구리, 돌고기, 동자개… 눈을 돌려, 갓을 쓴 쏘가리가 살고 있다던 귓돌바위를 바라보고, 물 건너 옥녀봉을 바라본다. 삿대를 저어 물을 건너고, 옥녀봉 꼭대기 바위 봉우리에 올랐던 일이 아련하게 또렷하다.
배를 건너면서 삿대를 한번 내리치면 물고기 한두 마리가 허옇게 떠올랐었다. 옥녀봉 바위 아래 자리를 잡고, 마른 나뭇가지로 불을 피워 라면을 끓이고, 삿대를 쳐서 잡은 몇 마리 물고기를 구워 먹었다. 국민학교 때인가, 아니면, 졸업 후 한두 해쯤 됐었을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가 뻥쟁이라고 놀림을 받던 일이 떠오른다.
천장사에서부터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이다. 언뜻언뜻 내려다보이는 너른 들판과 먼 하늘. 잠깐만에 산마루에 오르고, 구불구불 산등성이를 느릿느릿 걷는다. 허물어진 돌성도 보인다. 따가운 햇빛을 가려주는 숲 그늘 속에서 산들바람을 만끽한다. 유유자적하는 기분에 젖는다. 서산 “아라메길” 둘째 구간, “원효 깨달음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얼마쯤 따라다니다가 산마루로 되돌아와서, 삼준산 쪽을 가늠하여 내리막길을 잡았다.
연쟁이고개에서 삼준산 마루까지 1.7㎞. 가파른 오르막길을 따라가는 눈길을 거두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하늘을 찌르는 편백 나무, 소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그 그늘 속에서 구불거리는 길이 좋다.
“글을 몰랐던 수월 스님은 밤낮 천수대비주를 외었다. 어느 저녁 무렵, 태허 스님이 물레방앗간을 들여다보니, 수월 스님이 돌확에 고개를 박고 곤히 자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물레방아에 물은 계속 차고 있는데, 절굿공이는 허공에 박힌 듯 멈춰 있었다. 태허 스님이 수월을 돌확에서 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이질이 시작되었다.”
하하. 대단한 뻥이다. 곳곳에 이처럼 기이한 이야기들이 적혀 있다. 수월 스님이 천장사 부엌에서 불을 때다가 삼매에 들었을 때, 몸에서 빛이 발하여, 마을 사람들이 불이 난 줄 알고, 뛰어 올라왔었다는 둥.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호태
충주에 살고 있다.산길, 둘레길을 좋아한다.저서로는 도보여행 일기 3권(걸어가는 길, 걸어가는 길 2,오늘도 걷는다)이 있다.
목차
<2025년>
잔설 충주 계명산
대통령을 파면하다 계명산 오솔길
난쟁이붓꽃 횡성호수둘레길
나한상의 표정 괴산 각연사
산속에 물이 물 위에 산이 영주호
천상의 소리 곰배령
6.3 대선도보 정선 백운산
주암정과 봉생정 문경
쌍절암생태숲길 예천
미약골 홍천
물억새밭 예천 선몽대
비와 동무가 되다 김천 부항댐 둘레길
살둔계곡 홍천
적석리 소나무 괴산 연풍
진조리 계곡 평창군 봉평면
흥정계곡 평창군 봉평면
세금 내는 나무 예천
항골 숨바우길 정선
산막이호수길 괴산
죽계구곡 연주시 순흥면
단풍산소길 태백
익어 가는 가을에 영주 소백산자락
경이로움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하송리 은행나무 영월
<해인사 주변>
솔나리를 만나다
신선놀음
마애불
학사대
고불암 가는 길
산내 암자 둘레길
소리길
<2024년>
호랑이절 김천 고성산
눈을 밟다 충주 계명산 임도
정령신앙 안동 와룡산
만지산 정선
4.10 총선도보 하늘재
고하도 둘레길 목포
수수꽃다리 홍천 가리산
약모밀, 다층청석탑 충주 창룡사
만휴정 안동
팔봉 향나무 충주
악어봉 충주
소이산과 주상절리 철원
청량산 축융봉 봉화
두견주와 은행나무 면천, 아미산-몽산
홍천강생태수길 강원도 홍천
문경새재
<2023년>
보성 오봉산
완주 오봉산
동학의 길 여주
마국산 이천
천반산 진안
노성산 논산
불일폭포 지리산
산동면 산수유 구례
500년 동백나무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마애불상 충주 봉황리, 창동리
용궐산 순창
만수산 부여
옥화구곡길 청주
도비산 서산
연쟁이고개 서산 연암산
호두나무 천안 광덕산
이 푸른 초원에서 몽골고원
아리랑 발생지 정선 백이산
옥계폭포 영동 월이산
깨달음을 얻는다? 오대산 선재길
태조산 천안
<안동 선비순례길>
군자 마을에서 월천서당까지
월천서당에서 퇴계종택까지
퇴계종택에서 원촌 마을까지
볕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다 왕모산
퇴계 예던 길
역동길
예끼 마을에서 온계종택까지
온계종택에서 수운정까지
수운정에서 고산정까지
<2022년>
눈을 밟다 만항재-함백산-두문동재
고성산성 정선
돌단풍꽃 영월
안반데기 강릉
모정탑길 강릉
용소계곡 홍천
여행이란 이런 것 영주 봉황산
산솔나무 영월 단풍산
송학산 제천
좋다 속리산 묘봉
도락산 단양
느림보유람길 단양 선암계곡
화림동계곡 함양
칠선계곡 지리산
단풍 계방산
성금 말금 단양
눈길 충주 서운리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