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경남 창원에서 활동 중인 장진석 아동문학가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창연출판사에서 산문집 『할 말만 합시다』를 발간했다. 서문 ‘완벽한 하루’와 산문 「어영부영 살래?」 외 36편의 산문 등, 총 37편의 산문이 실려있다. 『할 말만 합시다』는 말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침묵과 성찰이 필요한 시대에, 꼭 필요한 언어를 건네는 책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문장, 웃음 뒤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사유,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시선이 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바쁘게 살아온 하루의 끝에서, 혹은 마음이 조금 지친 날에 펼쳐 들기 좋은 산문집이다. 장진석의 글은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로 할 말만 하며, 진심으로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는다.
출판사 리뷰
[서평]
장진석의 산문집 『할 말만 합시다』는 요란한 수사나 과장된 감동 대신, 삶의 가장 낮은 온도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37편의 산문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출발해 인간과 사회, 관계와 존엄에 대한 깊은 성찰로 확장된다. 서문 「완벽한 하루」에서 보여주듯, 작가는 SNS 시대의 허영과 비교의식, 자기 위로의 허상을 유머와 풍자로 풀어내며 오늘의 삶을 날카롭게 비춘다.
장진석의 글은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어영부영 살래?」, 「익숙한 불편함」, 「보이지 않는 가치」, 「멈춤 대신 머묾」 등의 글에서는 바쁘게 흘러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사는 질문들을 차분히 되묻는다. 특히 가족, 건강, 노동, 관계,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국면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독자 각자의 경험과 자연스럽게 맞닿게 한다.
이 산문집의 가장 큰 미덕은 ‘설교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앞세워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체험과 소소한 깨달음을 나누며, 독자가 스스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다」, 「엄마는 태양보다 뜨겁다」 같은 글에서는 따뜻한 가족애가, 「노안과 돋보기」, 「허리 이야기」 연작에서는 중년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잔잔한 공감을 이끈다.
『할 말만 합시다』는 말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침묵과 성찰이 필요한 시대에, 꼭 필요한 언어를 건네는 책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문장, 웃음 뒤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사유,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시선이 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바쁘게 살아온 하루의 끝에서, 혹은 마음이 조금 지친 날에 펼쳐 들기 좋은 산문집이다. 장진석의 글은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로 할 말만 하며, 진심으로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남는다.
- 임창연(시인, 문학평론가)
[서문]
완벽한 하루
남들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일찍 눈을 떴어. 사실 일찍 일어나 시를 몇 편 읽는다고 해 봤자, 겨우 두세 편? 그래도 뭔가 대단한 아침을 시작하는 느낌은 나지. 뜨거운 물을 내려 향긋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면, 아직 덜 깬 뇌가 슬슬 깨어나는 것 같아. 아, 맞다! 이 멋진 순간, 사진 찍어서 SNS에 올려야지! 완벽한 하루의 시작을 모두에게 보여줘야 하잖아? 찰칵!
정신을 깨웠으니 이젠 몸을 깨울 차례. 헬스장으로 향했어. 근력 운동 30분, 산책로 따라 유산소 운동 30분. 매일 반복되는 루틴이지만, 왠지 오늘은 더 상쾌한 기분이 들어. 창밖으로 들려오는 새소리도 유난히 예쁘고. 아, 잠깐! 이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 당연히 SNS에 올려야지! 내 꾸준함을 보여줘야 해! 찰칵!
준비를 마치고 나왔어. ‘건강한 아침’을 위해 아침 식사를 찾아 나서는 길. 오늘은 뭔가 특별하게 호텔 조식이 당기네. 근처 호텔 뷔페에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해! 과식은 하지 않되, 영양을 생각하며 야무지게 담아 먹었어. 이렇게 건강하고 여유로운 아침이라니, 정말 완벽한 마무리잖아? 그럼요, 당연히 이 풍성한 식탁, SNS에 자랑해야지! 찰칵!
오전 9시. 이제 오전 일과를 시작할 시간이야. 몇 번의 회의가 이어지는데, 다들 진짜 ‘한 가닥’ 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굳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차분하게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습이 멋있어. 오늘도 일이 척척 풀릴 것 같은 예감! 역시 내 하루는 이렇게 완벽하게 흘러가지! 이 멋진 회의실 분위기, SNS에 공유해야지! 찰칵!
점심시간은 더 특별했어. 지역 유명인들과 오찬이 마련됐거든. 작지만 깔끔하고 예쁜 정원이 딸린 한정식집이야. 다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려고 애쓰면서도,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멋진 분들이래. 삼삼오오 모여서 요즘 얼마나 잘 나가는지, 자랑 아닌 자랑을 ‘자랑 아닌 것처럼’ 하느라 정신없어. 하긴, 이런 자리에선 나도 좀 어필해야지? 아, 물론! 이 품격 있는 식사 자리, SNS에 올려야지! 찰칵!
오후엔 강연이 있었어. 내가 직접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는 자리였지. 얼마나 전문적인지, 얼마나 멋진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열변을 토했어.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눈이 반짝이고, 모두 열광하는 게 느껴졌지. 와, 정말 뿌듯하다! 이 뜨거운 현장, SNS에 올리지 않으면 후회할 걸? 찰칵!
해 질 녘이 되니 유명한 파인 다이닝에서 만찬이 준비됐어. 물론 예약은 비서가 알아서 해줬고. 오늘 모인 사람들도 하나같이 ‘한 가닥’ 하는 분들이지. “휴가를 가려면 어디가 좋고”, “열정적인 여행은 여기가 최고”라며 저마다의 근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들. 아까 점심때처럼 또 자신이 얼마나 잘나가는지 ‘자랑 아닌 자랑을 자랑 아닌 것처럼’ 하느라 정신없어. 여기서 기죽을 필요 없지. 아, 이 화려한 테이블, SNS에 올려야지! 찰칵!
오늘도 나를 위해 달려준 멋진 자동차에 앉으니, 좋아하는 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와. 수고했어, 이 녀석! 여러 대의 차 중에서도 유난히 고급스러운 이 차의 외관과 실내는 꽤 자랑스러워.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운전하기도 얼마나 편한지 몰라. 하긴, 이 정도는 이제 나한테 별것도 아니지만. 그럼! 이 차와 함께한 나의 멋진 드라이브, SNS에 올려야지! 찰칵!
집에 들어와 와인바에 잠시 들렀어.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에게 주는 잠시의 휴식. 붉은 와인이 투명한 잔에서 찰랑이는 걸 보니 마음이 편안해져. 와인 잔을 타고 흐르는 진득하고 달콤한 맛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구나. 아, 그러고 보니, 이 분위기, SNS에 안 올릴 수 없잖아! 찰칵!
푹신한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 SNS에 올린 글과 사진들을 다시 확인해 봤어. 몇 개의 ‘좋아요’를 받았는지, 어떤 댓글들이 달렸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나. 스스로 위로를 얻는 순간이지. 아차! 이렇게 소중하고 완벽했던 나의 하루를 글로 정리해서, 마지막으로 SNS에 올려야겠다. 찰칵!
그리고 오늘도, 나는 하루 종일 다른 사람들의 SNS를 몰래 훔쳐본다.
화려한 아침 식사, 매끈한 몸을 뽐내는 운동 사진, 성공적인 비즈니스 미팅, 아름다운 풍경 속 여유로운 여행. 그들은 모두 ‘완벽한 순간’을, ‘완벽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을 뿐인데.
그래도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것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에게도 언젠가 저런 ‘완벽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려 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진석
아동문학가. 2013년 《아동문학》으로 등단, 전 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 현재 마산문인협회 부회장, 경남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이자 말글손 모든문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동문학가이다. 유쾌한 입담으로 인문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강의와 문화공동체활동가로 지역에서 살아간다. 저서로는 『하루 48시간』, 『감도둑 잡아라』, 『시시콜콜 잡다한 이야기』, 『꿈보다해몽』, 『아쉽다? 아, 쉽다!』, 『할 말만 합시다』 등이 있다.
목차
서문 _ 완벽한 하루 4
어영부영 살래? 11
공생과 경쟁 14
트루먼쇼와 SNS 18
허리 이야기·1 22
허리 이야기·2 24
허리 이야기·3 26
익숙한 불편함 29
오늘 우리가 즐거워야 할 단 한 가지 이유! 32
길고양이와 아기 동박새 36
나의 바람은 나를 향하는 소리 40
생명 품은 어머님의 자궁 43
알람시계 45
슈퍼 우먼 47
엄마는 태양보다 뜨겁다 50
보호구역·1 54
보호구역·2 57
노안과 돋보기 60
바뿌지예? 바뿌모 좋지예 62
냉탕과 열탕 사이 65
안녕. 안녕! 68
낯섦의 설렘과 익숙함의 무딤 71
애매모호를 명료하게 하는 법 74
남기자와 여기자 78
동전의 양면 81
보이지 않는 가치 83
용용 살겠지? 87
‘모든’과 ‘어떤’ 90
매일 아침의 설렘 93
장기와 바둑 96
최저와 최고 99
나의 글이 완벽하지 않은 이유 102
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다 106
파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109
멈춤 대신 머묾 112
군사부일체 116
별처럼 빛나는 벌레 119
내 생(生)의 마지막은 아름다울 수 있을까?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