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대 의학의 진단 체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과잉진단의 시대를 직시하게 하는 책이다.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ADHD·자폐증·만성 증후군 등 발병률이 급증한 질환을 계기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협소해지고 진단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현실을 짚는다. 진단 기준이 합의에 기반한 상대적 개념이며, 민감해진 검사와 조기 발견 열풍이 불필요한 의료介入으로 이어질 위험을 경고한다.
라임병, 만성 코로나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 암 유전자, ADHD 등 다양한 사례와 환자 경험을 통해 진단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조기 검사와 유전자 기술이 선택과 불안을 동시에 확장하는 현실, 질병 정체성의 위험, 어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첨단 진단의 윤리적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며, 모두가 좋은 의료를 누리기 위해 건강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출판사 리뷰
건강해지려고 할수록 아픈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현대 의학이 내리는 진단의 현실을 직시하고
병과 건강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관점을 재정립한다!
ADHD, 자폐증, 만성 증후군이 현대인을 괴롭히고 있다. 이들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는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으며, 이런 질환은 이제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30년 넘게 환자들을 진료해온 신경과 의사인 저자 역시 이미 서너 가지가 넘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최근 들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첨단 과학의 발전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로 인해서 너무 많은 진단, 즉 과잉진단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며, 의학적 진단이 정확하게 어떤 것이고,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 진단을 둘러싼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너무 모호한 경우가 많은 데다가, 점점 “정상”의 범위는 축소되고 “비정상”의 범위는 확장되고 있다는 저자의 시각은 의학 진단에 대해서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저자는 의학 진단이 실제로는 정신, 신체적 증상을 세심하게 경청하는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내리는 임상 기예임을 분명히 한다. 진단의 기준이 되는 정확한 수치 또한 합의로 결정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혈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당뇨병 전 단계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혈당 수치를 조금만 조정하더라도 엄청난 수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당뇨병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저자는 이렇듯 질병의 정의를 확장함으로써 사람들이 아무런 혜택도 없이 불필요한 치료만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또한 이 책은 다양한 환자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진단의 다양한 측면들을 생생하게 제시한다. 엄마가 헌팅턴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도 헌팅턴병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받을지 고민하는 딸의 이야기, 라임병에 걸린 것으로 보이지만 항체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아 항생제 처방이 거부된 남편을 위해서 회색지대의 의료기관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의사이자 아내의 이야기, 경증 자폐인들이 자폐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바람에 마땅히 지원을 받아야 할 중증 자폐증인 아들이 소외될 것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이야기, 자신에게 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술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에서 절제 수술을 받기로 결단을 내린 여성의 이야기, 아이에게 희귀한 유전 변이가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그 결과가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알 수 없는 어머니의 이야기 등.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의학적 진단이 정확하고, 진단을 받는 것이 꼭 필요하며,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일반적인 관념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증언한다.
이 책은 진단을 내리는 의사나 전문가들의 이야기와 검사와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겪은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가 병원에서 대면하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과잉진단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완벽한 건강에 몰두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모두가 좋은 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게 될 것이다.
주요 내용
제1장에서는 먼저 헌팅턴병을 살펴본다. 실제로 우리 대다수는 결코 이 병과 마주칠 일이 없지만, 이 병은 모든 사람이 머지않아 직면하게 될지도 모를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조기 진단 검사를 통해서 미래의 발병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 들어 각종 검사가 더 민감해지고 유전적 진단이 더욱 폭넓게 활용되면서, 곧 다른 질병들에서도 헌팅턴병과 같은 상황에 놓일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 10년 안에 치매에 걸리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로 살아갈 운명이라면, 당신은 과연 그 운명을 알고 싶은가? 이 장에서는 그런 운명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가혹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과연 언제나 더 나은지를 생각해본다.
다음 장에서는 라임병과 만성 코로나 증후군을 다룬다. 이 두 질병에는 공통점이 아주 많다. 환자 주도의 운동이라는 매우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출현했고, 극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라임병은 미국 코네티컷 주 라임 지역에서 서식하는 진드기가 인간에게 옮기는 질병으로, 병으로 인정받기까지는 한 여성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만성 코로나 증후군 역시 코로나 기간에 SNS를 통해서 확산되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오면서 질병으로 인식되었다. 이 질병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은 모든 진단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 교훈이란, 실제로 우리가 받는 의학 검사는 우리의 기대만큼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확성을 제공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의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의학적 진단이 주관적인, 진정한 임상 기예이며, 실수, 사리사욕, 사회적 압력에 휘둘리기 쉽다고 말한다. 이 장은 진단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제3장에서는 만성적인 과소진단 상태에 놓여 있던 자폐증이 어떻게 그렇게 흔해졌는지를 살펴보고, 현재 자폐증을 앓는 이들이 1940년대의 자폐아들과 왜 그렇게 달라 보이는지를 이야기한다. 자폐증은 1943년 소아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진료하는 아동들 중에서 “극도의 자폐적 고립”으로 표현되는 독특한 장애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소년 8명과 소녀 3명의 증상을 기록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해 1960년대부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이런 정신질환의 전형적인 징후와 진단 기준을 정리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은 1952년에 처음 발간된 이후로 수많은 변화들을 반영해왔다. 그 결과 50년 전에는 이 장애를 앓는 사람이 1만 명 중 4명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세계 평균이 100명 중 1명이 되었다. 이는 진단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자연히 진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제3장에서는 그 장애를 이렇게 더 포괄적으로 수정함으로써, 개인과 집단 수준에서 자폐증 공동체가 과연 혜택을 보고 있는지 여부도 살펴본다.
제4장은 암 유전자를 다룬다. 암은 증가하는 추세이고, 암 선별 검사와 암 위험에 놓인 이들을 찾아내는 검사는 생명을 구한다. 이 장에서는 암 유전자가 자신에게 있음을 알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 특히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BRCA 변이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가 건강 검진으로 받는 암의 첨단 및 조기 진단이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새로운 기술과 질병을 조기에 뿌리 뽑겠다는 열정에 너무나 푹 빠진 나머지, 우리가 사실상 불필요한 치료를 받으라고 사람들을 내모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하고, 유전자 검사의 대규모 증가가 낳은 더 골치 아픈 문제점들도 살펴본다.
ADHD, 우울증, 신경다양성을 다루는 제5장에서는 모든 정신건강 진단이 의학적 문제인지를 살펴보고, 그런 진단에 뒤따르는 정서적 보상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ADHD는 1968년에 <편람에 “아동의 과잉운동 반응이며, 사춘기에 사라지는 주의산만과 안절부절”이라는 한 줄로 정의되었다. 처음에는 아동에게 내려지던 진단이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성인에게도 내릴 수 있게 되면서 경증과 성인에 대한 ADHD 진단이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진단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그 진단의 회색지대에서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지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저자는 최근 ADHD와 신경다양성을 둘러싼 “질병 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질병 정체성이 강한 사람들이 더 의사를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름 없는 증후군”이라는 제6장에서는 아동, 유아, 태아에게 첨단 진단을 하는 행위의 윤리적 및 현실적 쟁점들을 살펴본다. 유년기는 어떤 미래도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시기이다. 아동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진단을 하고, 유전적으로 “완벽한” 아기를 고르는 것이 정말로 다음 세대가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지 묻고, 우리가 너무 완벽한 건강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첨단 의학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치료가 불가능하고 예후를 알 수 없어 이후의 삶을 대비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해본다.
저자는 한 환자의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신경과 의사인 저자를 만나러 오기 전에 이미 다양한 진단을 받은 젊은 환자였다. 저자는 환자의 다른 진단들을 없애기는커녕, 결국 환자에게 새로운 진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진료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일종의 공동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의료의 현주소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과잉진단을 피하고,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개인은 물론이고, 의료계, 사회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수잰 오설리번
2004년부터 신경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왕립 런던 병원에서 일했고, 지금은 국립 신경과신경외과병원의 임상신경생리학과 및 신경학과에서 일한다. 또 뇌전증협회 산하 전문기관의 신경과 의사로도 근무 중이다. 복합 뇌전증이 전문 분야이며, 심인성 장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첫 저서인 <병의 원인은 머릿속에 있다It’s All in Your Head>로 웰컴북상과 왕립학회 생물학 저술상을 받았고, 다음 저서 <잠자는 숲속의 소녀들The Sleeping Beauties>은 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이다.
목차
프롤로그
서론
1. 헌팅턴병
2. 라임병과 만성 코로나 증후군
3. 자폐증
4. 암 유전자
5. ADHD, 우울증, 신경다양성
6. 이름 없는 증후군
결론
감사의 말
주
역자 후기
인명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