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합리적 의학과 의학 정신 윤리
초기 인간사회에서 의술은 대체로 신의 의지나 초자연적 힘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으로 여겨졌으며, 이에 따라 주술사들이 질병 치료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을 신의 형벌이 아닌 자연적 현상으로 이해하였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단순히 경험이 축적된 결과가 아니라, 질병과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사유 방식의 변화였다. 그는 인간의 몸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자연 법칙의 질서 안에서 해석하고자 했다. 이후 이러한 사상은 갈레노스에 의해 의학적으로 체계화되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속에서 인간학적 의미로 확장되었다.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병들며, 치유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물음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히포크라테스의 전집’은 60여 편의 글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록된 글은 부르제의 분류기준에 따라 이론적 의사, 경험적 성향의 의사, 실증적 정신의 의사, 분류가 어려운 의사 등 네 부류로 나뉘어지며, 그 밖에도 외과적 저술과 의사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직업적 윤리나 태도를 기술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그중 다섯 편의 글을 담고 있다.
『선서(Iusiurandum)』는 의학 종사자에 대한 직업윤리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윤리를 기술하고 있으며, 이는 이후 만들어진 의사 윤리선언의 모델이 되었다. 『공기·물·장소에 관하여(De aere, aquis et locis)』는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의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을 역설하였으며 '환경의학' 사상을 처음으로 설파한 상징적인 저술로 높이 평가받는다. 이 글은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그로 인해 형성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 양태와 정치적·사회적 제도의 특성까지 논하고 있어 민족학의 선구적인 글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신성한 질병에 관하여(De morbo sacro)』는 합리적 의학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글로, 질병을 자연적 현상의 차원에 두고 초자연적 요소의 개입을 막았다. 또한 이 글은 고대 그리스의 다양한 종교 관념이나 관행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어 의학사 연구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종교 연구에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다. 『전통 의학에 관하여(De veteri medicina)』는 의학의 원리, 즉 철학과 방법을 밝힌 저술로, 특히 과학적 방법론과 관련된 논의가 담겨 있어 20세기 이후 가장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글이다.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De natura hominis)』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자연철학을 의학과 연결시키고 있어, 고대 그리스의 의학사 연구뿐 아니라 철학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의학적 사고의 형성과 윤리의 기원
관찰자이자 치료자 히포크라테스를 통해 의학의 본질을 묻다
히포크라테스는 신전의 제사장이 아닌 관찰자이자 기록자, 그리고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는 치료자였다. 히포크라테스의 이름으로 전해지는 60여 편의 문헌, 이른바 ‘히포크라테스 전집’은 단순한 의학서가 아니다. 인체의 구성, 질병의 원인, 치료와 예후, 그리고 의사의 윤리에 이르는 전방위적 지식체계이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의학적 사고의 기원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경구(Aphorismi)』의 첫 문장처럼, 그의 사상은 세월을 넘어 인류의 의학과 윤리의 근본이 되었다. 이 책은 그의 사유가 어떻게 오늘날의 의학적 사고와 윤리로 이어졌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하며 히포크라테스를 통해 의학을 본질을 묻고자 한다. 연세대학교 의학사연구소에서 방대한 양의 전집 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다섯 편의 글을 번역하여 담은 이 책은 고대 의학의 역사적 전통뿐 아니라, 오늘날 생명의료윤리의 근원을 성찰할 수 있는 통찰의 장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히포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기원전 460년경 그리스 코스섬에서 태어났으며, 의술을 배운 후에는 고향을 떠나 그리스 이곳저곳을 다니며 의료활동을 폈다. 아스클레피오스로 시작하는 그의 가문은, 대대로 의업을 가업으로 전승하는 의사 집안이었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히포크라테스는 실존인물로서, 그리고 의술의 대표자로 등장한다. 그가 죽은 시기는 분명하지 않은데, 사후에 그에 관한 여러 전설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대에 저술된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글 60여 편이 ‘히포크라테스 전집(Corpus Hippocraticum)’이라는 이름으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