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추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미각을 다시 쓴 역사적 사건이다. 16세기 남미 대륙에서 출발한 이 낯선 열매는 인도양을 거쳐 중국 땅에 닿았고, 그로부터 불과 수 세기 만에 뜨겁고 독특한 맛에 익숙해졌다. 『매운맛의 중국사』는 이 놀라운 변화를 문화인류학의 눈으로 추적한다. 저자 차오위(曹雨)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음식사와 민속 연구로 주목받는 학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인이 언제부터 고추를 먹기 시작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미각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적, 계급적, 그리고 정치적 사건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매운맛은 단지 혀끝의 자극이 아니라, 권력과 욕망, 정체성과 생존의 언어였다는 것이다.
출판사 리뷰
“혀끝의 불, 문명의 역사로 타오르다.”
“고추는 세계를 바꾼 감각의 역사이다.”
“귀주에서 뉴욕까지, 매운맛이 세계를 삼킨다.”
혀의 역사, 문명의 불을 삼킨 식물고추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미각을 다시 쓴 역사적 사건이다.
16세기 남미 대륙에서 출발한 이 낯선 열매는 인도양을 거쳐 중국 땅에 닿았고, 그로부터 불과 수 세기 만에 뜨겁고 독특한 맛에 익숙해졌다. 『매운맛의 중국사』는 이 놀라운 변화를 문화인류학의 눈으로 추적한다. 저자 차오위(曹雨)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음식사와 민속 연구로 주목받는 학자이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인이 언제부터 고추를 먹기 시작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미각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적, 계급적, 그리고 정치적 사건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매운맛은 단지 혀끝의 자극이 아니라, 권력과 욕망, 정체성과 생존의 언어였다는 것이다.
고추는 언제 음식이 되었는가: 문명 속의 이방인고추는 본래 중국 토착 식물이 아니다. 명대 중엽, 대항해시대의 교역로를 따라 남미 안데스에서 아시아로 유입된 ‘신대륙의 불씨’였다. 처음에는 약재이자 장식용 식물로 여겨졌고, 한동안은 ‘먹는 식물’조차 아니었다. 17세기 중반, 중국 남서부의 귀주(貴州)와 호남(湖南) 지방에서 전환이 일어난다. 습하고 더운 기후, 비옥하지만 가난한 산지, 복잡한 소수민족의 공존, 이 모든 것이 고추를 필연적으로 ‘음식’으로 만들었다. 소금과 기름이 귀하던 지역에서, 고추는 가장 싼 향신료이자 유일한 방부제였다. 그것은 생존의 도구이자, 고통을 맛으로 바꾸는 인간의 창조적 본능의 산물이었다. 청대에 이르러 고추는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사천(四川), 호남(湖南), 호북(湖北) 등 남부 내륙의 지역적 취향이 하나의 ‘매운맛 벨트’를 이루면서, 중국 음식문화의 지형은 완전히 바뀌었다.
남과 북, 중심과 변방, 그리고 탈지역화된 고추중국의 매운맛은 지역마다 다르다. 사천의 매운맛은 기름과 화자오(花椒)의 마비를 동반한 풍요로운 매운맛이고, 호남의 매운맛은 불과 눈물, 땀과 함께하는 생존의 매운맛이다. 반면 북방의 매운맛은 비교적 늦게 유입된 도시적 취향이다. 오늘날에는 이런 지역적 구분마저 희미해졌다. 이주민의 이동, 도시화, 외식 산업의 발전으로 ‘탈지역화된 매운맛’이 탄생했다. ‘마라탕’과 ‘훠궈’가 중국 어디서나 통용되는 표준 음식이 된 것도 그 결과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다: 몸과 권력의 감각차오위는 “매운맛은 단순한 미각이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그것은 신체적 체험이자 감각의 정치학이다. 중국의 전통 의학은 고추를 ‘열(熱)’을 일으키는 식품으로 분류하며, ‘상화(上火)’와 ‘거습(祛濕)’이라는 상반된 개념으로 해석했다. 더위 속에서도 고추를 먹는 이유는 몸의 수분과 습기를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리하여 고추는 기후와 체질, 생리와 환경의 관계를 매개하는 문화적 장치로 자리 잡았다.
계급의 향신료: 서민의 불맛, 권력의 조미료차오위는 ‘음식의 계급적 구조’를 통해 고추를 읽는다. 중국에서 고추는 처음부터 귀족의 식탁이 아닌, 빈민과 이주민의 밥상에서 피어났다. 비싼 육류나 기름 대신 고추로 맛을 내던 서민들의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의 미각 민주화’로 발전한다. 그 결과, 매운맛은 권력의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서 출발해, 결국 중국 전체를 재편한 미각의 혁명이 된다. 중국 사회의 변동기마다 고추는 독특한 방식으로 존재했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는 붉은색과 투쟁, 이상과 노동의 상징이 되었고, 개혁개방 이후에는 대중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한국 독자가 만날 새로운 ‘매운 중국’한국은 매운맛의 나라다. 그러나 그 매운맛의 기원과 감각의 의미를 문화적으로 탐구한 책은 드물다. 『매운맛의 중국사』는 한국 독자에게 매운맛이라는 감각의 인류학을 선사한다. 한국의 고추장 문화, 중국의 마라 문화, 동남아의 칠리 소스까지 모두 식탁 위의 감각이자 정체성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운맛이 단지 혀의 쾌감이 아니라 사회적 열정, 집단적 욕망, 생존의 기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차오위
1984년생. 광둥 광저우 출신. 광저우대학, 홍콩침례대학, 지난(暨南)대학,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에서 수학했다. 2015년 지난대학 역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8년 중산대학에서 음식사와 해외 화교(華僑)를 주제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The Evolution and Recognition of Selfidentity in Food and Foodways of Chinese」 등 다수 논문을 발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