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세기 세계지성사의 정점에 있었던 장폴 사르트르를 생애, 철학, 문학론, 지식인론 등 네 축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파악해 나간다. 그의 생애 전환점이 된 주요 사건들과 주변 교우관계를 돌아본 다음 그의 철학을 네 시기로 구분해 분석하며 그의 문학론과 연극론, 문학비평을 통해 인간 구원과 참여의 윤리를 모색한 그의 사유를 되짚어 본다. 마지막으로 그가 제시한 새로운 지식인의 의미를 성찰한다. 치밀한 편제와 방대한 전거로 사르트르라는 거인의 형상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출판사 리뷰
“한창나이일 때 그의 내부에는 황소가 들어 있었다.
아니 건장한 수소가 들어 있었다. 그는 걷지 않는다.
돌진한다. 쩍 벌어진 어깨, 넓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간다.
하지만 거기에는 춤을 추는 것 같은 동작이 있다.
그가 걷는 모습은 몸을 앞으로 숙임의 연속이다.
끈을 매고 푸는 데 시간을 들이지 않기 위해
항상 신고 다니는 가죽 신발 속의 작은 발로
아주 가벼운 동작으로 춤추듯 앞으로 나아간다.”(649면)
20세기를 자신의 세기로 만든 사상가,
장폴 사르트르를 한 권에 담다
20세기 세계지성사에서 장폴 사르트르는 철학자이자 문학가, 지식인이자 행동하는 실천가로 시대의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의 일부 철학 저작이나 문학 작품에 연구가 치중된 탓에 그의 생애를 포함해 철학, 문학론, 연극론, 문학비평, 지식인론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은 드물었다. 국내에 최초로 평전의 성격을 띠고 번역·출간된 것은 『싸르트르의 思想(사상)과 文學(문학)』으로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의 내적 연관을 강조했으나, 그가 살아 있던 시기에 번역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사유를 담지 못했다. 그 후 출간된 몇몇 저작도 사르트르 연구자를 비롯해 그를 처음 대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전반적인 사유와 문학을 이해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지나치게 생애 중심적 서술에 머물렀거나 철학에 대한 종합적 개설서에 가까워 균형 잡힌 이해를 어렵게 했고, 나아가 사후에 발굴된 원고들의 연구 성과를 포괄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정하기도 했다.
네 시기의 철학 분석
도덕적 전회 시기의 조명
미학과 도덕의 결합을 통한 창조와 공존
40여 년을 사르트르 연구에 매진해 온 변광배 교수는, 사르트르의 초상을 선명하게 그려 보이고자 생애, 철학, 문학론, 지식인론이라는 네 축을 세워 그간 연구한 내용을 치밀하고 체계적이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구성하였다. 1,500개에 달하는 주석으로 뒷받침된 방대하고 충실한 전거, 정밀한 찾아보기는 사르트르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서로, 후학들에게는 든든한 이정표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네 시기로 구분해 다룬 데에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그가 2차 세계대전에 동원된 1939년 전기인 『존재와 무』 시기와 후기 『변증법적 이성 비판』 시기로만 나누어 다뤄 왔다. 저자는 이를 ‘전(前) 현상학 시기?현상학적 존재론 시기?도덕적 전회 시기?인간학 시기’로 세분하여 분석하는데, 이는 국내에서 발간된 입문서나 연구서에서는 처음 행해진 시도로, 특히 도덕적 전회 시기를 조명한 것은 사르트르가 도덕 정립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아울러 그가 그것을 이룩하지 못했던 이유 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미학과 도덕의 결합을 통해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창조로 받아들여 공존과 협력, 즉 함께-있는-존재가 되는 길을 어떻게 열어 가는지를 모색한다. 물론 저자는 사르트르가 도덕 정립의 가능성을 평화적 수단이 아닌 폭력을 통한 방식에서 찾으려 했다는 한계도 함께 살피면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그의 철학과 문학 전반의 맥락 속에서 드러낸다. 이는 이 책의 중요한 성취라 할 수 있다.
“지금 있는 것으로 있지 않고,
지금 있지 않은 것으로 있는 존재”
가없이 자신을 부정하며, 자신으로 실존하기
“인간의 이해”를 꿈꾸었던 사르트르는 완전무결한 사상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자 했던 한 인간이었다. 그가 계속해서 강조해 온 실존의 정신은 지금 있는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을 넘어서고자 하는 창조의 의지이자 인간에 대한 신뢰일 터이다. 불안과 무의미가 오늘날을 덮치고, 허무와 권태가 자라나 우리를 잠식해 갈수록 사르트르가 남긴 물음은, 그의 사유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임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변화와 부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며, 타인과 세계 속에서 스스로를 새로이 일으켜 나가도록 이끌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은 여전히 오늘날의 사유이며, 또 훗날의 사유에 다름 아니다. “지금 있는 것으로 있지 않고, 지금 있지 않은 것으로 있는 존재”로서, 자신을 가없이 부정하고 새로운 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막론하고 사르트르가 진정 바라 마지않던 인간의 참모습이 아니었을까.
생애, 철학, 문학론,
문학비평, 연극론, 지식인론…
사르트르를 이해하기 위하여
제1부에서는 사르트르가 인간 이해를 위해 손수 정립한 “전진-후진적 방법”을 토대로 아버지의 때 이른 죽음, 폭력의 체험, 신의 부재에 대한 신념, 보부아르와의 만남, 제2차 세계대전, 친구 관계 등 사르트르의 인생에 큰 반향을 불러온 사건들을 짚어 보고, 이것들이 그의 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주목한다. 제2부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네 시기로 구분하여 그의 철학의 발전 과정을 규명하는데, 사르트르의 전체 사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개되고 있고 또 어떤 양상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검토한다. 전 현상학 시기에서는 의식의 지향성 개념, 상상력 개념, 감동 개념 등에 대해 개진한 이론을, 현상학적 존재론 시기에서는 『존재와 무』의 몇몇 핵심 개념을, 『변증법적 이성 비판』의 인간학 시기에는 그가 정립하고자 했던 구조적, 역사적 인간학의 윤곽을 짚어 본다. 제3부에서는 사르트르의 문학 세계와 연극, 문학비평, 지식인론을 살펴보는데, 『구토』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무덤 없는 주검들』, 『알토나의 유폐자들』, 『성자 주네』 등에 이르는 작품들을 분석하며 문학을 통한 구원과 참여의 윤리를 탐색한다. 여기서는 2부 철학 파트에서 다루지 못한 도덕적 전회 시기를 같이 살피는데, 근본적 전회 개념을 중심으로 ‘나’의 근본적 전회, ‘나-타자’의 근본적 전회가 발생하는 조건과 그 내용, 한계 등을 검토한다. 아울러 보들레르, 주네, 말라르메, 플로베르 등을 대상으로 한 실존적 정신분석, 전진-후진적 방법의 적용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사르트르 문학비평의 성과를 요약하고 있으며, 또한 ‘고전적 지식인’에서 ‘새로운 지식인’으로의 전환을 통해 그가 지식인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했는지도 함께 보여 주고 있다.
사르트르는 살아 있는 사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 ―죽은 사람의 경우에는 죽었을 때 갖게 되는 총체적인 모습― 을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이 사람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후진적 방법’에 해당한다. 이 방법의 목표는 이 사람의 전全 생애를 결정하게 될 핵심적 사건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이 사건이 ‘원초적 사건(?v?nement originel)’이며, 거기에서 출발해 그의 ‘존재 기투(projet d’?tre)’ 또는 ‘원초적 선택(choix originel)’이 이루어진다. 다른 하나의 과정은 이 사건에서 출발해서 그가 미래를 향해 자신을 어떻게 기투하면서 실존하는가를 살피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전진적 방법’에 해당한다.
하지만 베르네르의 이런 주장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의해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사르트르의 경우에 인간관계가 오로지 갈등과 투쟁으로만 규정되지 않으며, 카뮈에게서와 같이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 증거는 타자는 “나의 지옥”일 뿐만 아니라 “나와 나 자신을 연결해 주는 필수불가결한 중개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며, 또한 하나의 융화집단, 즉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도 역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카뮈에게서도 인간관계가 갈등, 투쟁, 폭력으로 점철되는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사르트르의 눈에 후설의 초월론적 자아는 의식에게 “잉여적(superflu)”일 뿐만 아니라 “해롭기(nuisible)”까지 하다. 사르트르는 초월론적 자아를 의식 내부에 거주하는 ‘하나의 존재자(un existant)’로 본다. 그런데 이 존재자는 의식의 “반갑지 않은 주인(h?e ind?irable)”이다. 이것은 의식을 하나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견해이다.
이런 이유로 사르트르는 후설처럼 초월론적 자아를 상정하는 것은 “의식의 죽음(mort de la conscience)”에 해당한다고 본다. 후설이 의식의 내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작업, 곧 현상학적 환원을 수행하면서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것이 사르트르의 주장이다. 요컨대 후설은 의식을 완전히 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 끝에 사르트르는 자아란 의식 내부의 거주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자아는 반성 차원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대상화된 실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르트르는 후설의 초월론적 자아를 폐기하면서 의식을 완전히 정화하고 그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이처럼 투명한 의식은 그 자체로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라는 것이 사르트르의 주장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변광배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몽펠리에 3대학에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교양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프랑스 인문학 연구 모임 ‘시지프’를 이끌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제2의 성: 여성학 백과사전》,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읽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자살: 사회학적 연구》, 《지식인의 아편》, 《롤랑 바트르, 마지막 강의》, 《사르트르 평전》, 《레비나스 평전》(공역), 《데리다, 해체의 철학자》(공역), 《사르트르와 카뮈: 우정과 투쟁》(공역) 등 다수가 있다.
목차
머리말
1부 사르트르의 생애
1. 원초적 사건들
1.1. 아버지의 죽음
a) 상징적인 두 장면│b) 주어진 무상의 자유│c) 환심 사기: 강요된 유희
1.2. 폭력의 체험
a) 가장 불행한 시기│b) 평생 지워지지 않을 체험
1.3. 신의 부재에 대한 확신
1.4. 보부아르와의 만남
a) 계약 결혼│b)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 인간관계│c) 검열관 또는 인쇄 허가자
1.5. 2차 세계대전
2. 사르트르와 그의 친구들
2.1. 사랑만큼 중요한 우정
2.2. 니장, 영원한 ‘깐부’
2.3. 아롱, 가장 강한 ‘절친-맞수’
2.4. 메를로퐁티, ‘철들 무렵’의 동반자
2.5. 카뮈, ‘형제-적’
2부 사르트르의 철학
1. 철학의 발견
1.1. 철학에 대한 관심
1.2. 네 시기
2. 전(前) 현상학 시기, 또는 『존재와 무』 이전
2.1. 우연성의 발견
2.2. 후설 현상학의 수용과 비판
2.3. 의식의 정화(1): 이미지 또는 상상의식
2.4. 의식의 정화(2): 감동 또는 감동의식
2.5. 하이데거 철학의 수용과 비판
3. 현상학적 존재론 시기, 또는 『존재와 무』
3.1. 『존재와 무』의 주변
3.2. 주제, 의도 및 방법론
3.3. 주요 개념들
a) 존재와 무, 또는 사물과 의식│b) 즉자존재│c) 대자존재 또는 의식의 출현│d) 의식의 지향성│e) 무, 부정 및 무화작용│f) 무용한 정열: 결여, 자유 및 선택│g) 실존적 불안과 자기기만│h) 대타존재: 시선, 갈등 및 신체│i) 신체의 세 차원│j) 실존적 정신분석
3.4. 『존재와 무』 이후
4. 인간학 시기, 또는 『변증법적 이성 비판』
4.1. 『변증법적 이성 비판』의 주변
4.2. 의도 및 내용
a) 「방법의 문제」│b) ‘변증법’, ‘이성’ 및 ‘비판’
4.3. 1권: 실천적 총체들의 이론
a) 욕구, 희소성, 다수의 인간 및 갈등│b) 군집, ‘실천적-타성태’ 및 집렬체│c) 이해관계, 요구, 운명 및 두 부류의 삶│d) 집렬체에서 융화집단으로│e) 서약과 서약집단│f) 서약집단 이후: 조직화된 집단과 제도화된 집단│g) 2권의 쟁점: 역사의 가지성
4.4. 의의와 그 이후
3부 사르트르의 문학
1. 사르트르의 ‘문학적’ 세계
2. 문학의 종교성 및 구원
2.1. 절대로서의 문학
2.2. 문학을 통한 개인과 이웃의 구원
a) 구원의 의미│b) 문학을 통한 개인 구원의 실패│c) 문학을 통한 구원의 조건: 독자의 협력│d) 호소와 증여│e) 독자의 요구권: 독자를 위한 문학
3. 도덕적 전회 시기, 또는 도덕의 정립
3.1. 1939-1948: 도덕적 전회 시기
3.2. 근본적 전회
a) 근본적 전회의 조건: 자기 상실 또는 소외│b) ‘나’의 근본적 전회: 순수반성 또는 비공모적 반성│c) ‘나-타자’의 근본적 전회: 호소, 증여, 너그러움│d) 존재론적 도덕: 의의 및 한계
4. 사르트르의 연극
4.1. 연극: 중요한 영역
4.2. 연극과의 조우
4.3. 세 가지 특징
4.4. 연극 읽기(1): 『무덤 없는 주검』
a) 『무덤 없는 주검』의 주변│b) 고문: 자유를 위한 투쟁│c) 소르비에의 타살적 자살, 또는 서약│d) 프랑수아의 자살적 타살, 또는 서약│e) 예기치 않은 파국, 또는 승리자들
4.5. 연극 읽기(2): 『알토나의 유폐자들』
a) 『알토나의 유폐자들』의 주변│b) 프란츠, 장남의 운명│c) 베르너, 차남의 비애│d) 레니의 상상적 반란│e) 요한나: 말의 힘과 그 한계
5. 사르트르의 문학비평
5.1. 문학비평: 또 하나의 중요한 영역
5.2. 실존적 정신분석과 전진-후진적 방법
a) 실존적 정신분석│b) 전진-후진적 방법
5.3. 적용 사례(1): 보들레르
a) 원초적 사건│b) 내면 풍경│c) 시적 사실들│d) 저주를 선택한 시인
5.4. 적용 사례(2): 주네
a) 『성자 주네』의 주변│b) 원초적 사건│c) 도둑으로의 변신│d) 동성애자로의 변신│e) 작가로의 변신
5.5. 『성자 주네』 이후의 문학비평
6. 사르트르의 지식인론
6.1. 지식인론을 왜 문학론에 포함했는가
6.2. ‘고전적 지식인’과 ‘새로운 지식인’
6.3. ‘새로운 지식인’
맺음말
참고문헌
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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