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윤강은 장편소설 『저편에서 이리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오늘의 작가상〉이 10년 만에 공모제로 돌아온 첫 해 선정된 수상작이자 윤강은의 데뷔작이다.
〈오늘의 작가상〉에 투고된 330여 편의 작품 중 『저편에서 이리가』는 단연 눈에 띄는 단 한 편이었다. 흡인력 있는 문장과 탄탄한 전개,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생명력 넘치는 인물들이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토피아,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현실감 있고 입체적인 세계로 그려 낸 ‘한반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정치적·역사적 갈등에 붙들린 현재의 관점에서 벗어나, 오직 ‘미래의 시선’으로 과감하게 발굴하고 조명해 낸 ‘새로운 한반도’라는 평이었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가장 전통적이고 강력한 ‘우리’의 이름에 의문을 던지며, 그 너머를 상상한다. 소설은 지금의 한반도 위에 종말의 풍경을 덧대어 ‘국가’라는 경계를 흐리고, 종말 속에서 희망을 찾아 질주하는 다섯 청년의 움직임을 따라 ‘우리’의 경계를 거듭 갱신한다. 그렇게 ‘한반도’는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고정된 국경이 아니라 우리의 발끝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땅이 된다. 그리고 그 땅 위에서 우리는 본연의 자유로움을 실감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마주한다.
기후 위기, 전쟁, 정치적 갈등 등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 우리 앞에 『저편에서 이리가』는 우리가 붙들고 싶고, 붙들 수 있을 만한 희망의 실마리를 종말의 풍경에 담아 보여 준다. 희망은 저기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선 바로 이 자리에 있다.
출판사 리뷰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 “이 소설은 생존주의 시대의 사랑을 재발명한다.” ― 이소(문학평론가)
★★ “세계는 참혹한데 전선을 오가는 마음은 따뜻하다.” ― 정용준(소설가)
★★ “한반도라는 공간의 해석과 활용이 새롭고 매력적이다.” ― 문지혁(소설가)
★★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대신 애틋함으로 종말의 얼음을 녹인다.” ― 김희선(소설가)
★★ “친구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도 끝까지 우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 박혜진(문학평론가)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윤강은 장편소설 『저편에서 이리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오늘의 작가상〉이 10년 만에 공모제로 돌아온 첫 해 선정된 수상작이자 윤강은의 데뷔작이다.
〈오늘의 작가상〉에 투고된 330여 편의 작품 중 『저편에서 이리가』는 단연 눈에 띄는 단 한 편이었다. 흡인력 있는 문장과 탄탄한 전개,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생명력 넘치는 인물들이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토피아,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현실감 있고 입체적인 세계로 그려 낸 ‘한반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정치적·역사적 갈등에 붙들린 현재의 관점에서 벗어나, 오직 ‘미래의 시선’으로 과감하게 발굴하고 조명해 낸 ‘새로운 한반도’라는 평이었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가장 전통적이고 강력한 ‘우리’의 이름에 의문을 던지며, 그 너머를 상상한다. 소설은 지금의 한반도 위에 종말의 풍경을 덧대어 ‘국가’라는 경계를 흐리고, 종말 속에서 희망을 찾아 질주하는 다섯 청년의 움직임을 따라 ‘우리’의 경계를 거듭 갱신한다. 그렇게 ‘한반도’는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고정된 국경이 아니라 우리의 발끝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땅이 된다. 그리고 그 땅 위에서 우리는 본연의 자유로움을 실감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마주한다. 기후 위기, 전쟁, 정치적 갈등 등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 우리 앞에 『저편에서 이리가』는 우리가 붙들고 싶고, 붙들 수 있을 만한 희망의 실마리를 종말의 풍경에 담아 보여 준다. 희망은 저기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선 바로 이 자리에 있다.
■ 국가의 몰락
대멸종 시대, 미래의 한반도는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기술이 도태한 모습이다. 이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먼 과거와 닮았다. 거대한 하나의 국가는 세 개의 작은 구역으로 쪼개져 있고, 정보와 물자는 개 썰매로 운송하며, 모든 물자는 사람의 신체를 통한 노동으로 얻는다.
‘온실 마을’, ‘한강 구역’, ‘압록강 기지’ 등 한반도의 세 구역은 각각 ‘이장’,‘ 구역장’, ‘대장’을 리더로 둔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이룬다. 남해안 온실 인근에 조성된 ‘온실 마을’은 곡식과 육류 등 식량을 비롯해 다양한 물자를 생산하고, 중부 지역 어느 판옵티콘 같은 빌딩을 중심으로 조성된 ‘한강 구역’은 주로 군수 물자가 될 철을 가공한다. 대륙과 맞붙은 최전방 경계인 ‘압록강 기지’는 다른 구역에서 지원받은 물자로 군인을 양성해 영토를 지킨다. 이처럼 필요한 물자를 교환하며 긴밀히 이루어지던 세 구역의 협력 관계는 전쟁으로 한순간에 무너진다. 각 구역을 떠받치던 규칙과 질서가 모조리 사라지고, 냉혹한 설원 위 각자도생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 경계를 넘는 사람들
『저편에서 이리가』의 인물들은 경계 안팎을 오가거나 경계 위에 있다. 구역과 구역을 넘나드는 짐꾼 ‘유안’과 ‘화린’, 한반도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 ‘기주’와 ‘백건’, 국경을 넘는 ‘태하’ 등이다. 동갑내기인 이 다섯 청년은 경계 안에 머물며 각 구역의 질서를 따르기보다, 경계 바깥에서 직접 재해와 재난을 마주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움직인다.
개 썰매를 타고 꼬박 한 달간 남해안과 압록강 사이 설원을 종단하는 짐꾼들은 맨몸으로 눈보라, 폭설, 화이트아웃, 크레바스 등 자연재해를 버텨 내고, 군인들은 어떤 기술적 장비 없이 직접 얼음을 깎아 장벽을 쌓고 신체 훈련으로 전쟁을 대비한다. 그런 이들에게 종말은 전쟁처럼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다. 오히려 한평생 피부에 스며 들어와 있는 한기 같다. 각자가 속한 사회가 무너지고 생존에 대한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진 순간, 이들은 종말의 예감만큼이나 오랫동안 품고 있던 마음속 희망을 꺼내 본다. 그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경계를 넘어 버려진 땅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 우리를 비추는 미래의 시선
『저편에서 이리가』의 인물들이 품은 희망의 근원에는 원초적 ‘생명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생명력을 통해 소설은 우리가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과도 동등하게 연대할 가능성을 포착해 낸다. 인간의 질서 너머, 죽음 앞에 평등한 하나의 생명이라는 자연의 질서다.
짐꾼 ‘유안’은 틈날 때마다 죽은 친구에게서 받은 ‘생명도감’을 들여다본다. 지금은 대부분 멸종된 동식물을 기록한 그 책을 통해 유안은 죽은 듯 묻혀 있지만 죽지 않은 ‘씨앗’ 같은 존재들을 떠올린다. 짐꾼 ‘화린’은 설원 한가운데서 유령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를 따라 헤매던 설원 한가운데서 낯선 짐승의 하울링을 듣고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척을 좇는다. 짐꾼인 ‘유안’과 ‘화린’이 미지의 가능성을 찾아간다면, 군인인 ‘기주’, ‘백건’, ‘태하’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 삶에 대한 간절함을 따라 나아간다. 그렇게 『저편에서 이리가』는 먼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원초적 힘에 발을 딛고 선 먼 미래의 시선으로 지금의 우리를 환히 비춰 보여 준다. 우리가 지나온 길마다 이미 희망이 있었음을, 그리고 살아 있는 한 그 희망이 여전히 있음을.
■ ‘발문’에서
인류세의 시대에는 성장과 생존, 생존과 연대가 분리되지 않는다. 바야흐로 생존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들은 부모 세대의 유산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대신 스스로 동류를 발견하고 고향과 단절하며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거듭한다. 생태 위기 시대를 살아갈 역사적 주체, 기존의 집단주의와 결별하고 새로운 연대를 구성하는 인류세의 주체가 출현한 셈이다.
(……) 소설은 단 한 번도 살고 싶다는 마음을 폄하하지 않으며, ‘나는 도망치지 않아.’라고 말하는 대신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도망치자.’라고 외친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손을 잡고 누구를 기억하며 어디로 향하는지다. 생존이 유일한 가치가 되어 버린 혹독한 시대에도 이들은 여전히 삶의 의미를 묻고 정체성을 의심하며 사라진 자들을 기억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생존이 파렴치하지 않으려면, 생존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윤리적인 선택이 되지 않으려면, 생존과 사랑을 결합한 새로운 생존주의가 발명되어야 한다. ‘왜 하필 내가 살아남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음을 기억하는 생존주의. 그것은 타인의 생존을 희생하는 냉혹함도, 나의 행복을 포기하는 의무감도 아닌, 과거를 애도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 이곳을 함께 가꿔 가는 생존이다.
―이소(문학평론가)
한 달 만에 돌아온 온실 마을은 여전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하룻밤 쉬고 다시 출발할 채비를 하는 이른 아침, 언뜻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온실 안에는 소, 돼지, 양, 닭, 염소 등 유안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들이 있었다. 젖과 달걀, 고기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동물들.
한반도의 강은 대부분 얼어붙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강으로써 각 구역을 명명한다. ‘한(韓)’에 더 이상 유의미한 뜻이 남아 있지 않음에도 모두가 여전히 이 땅을 ‘한반도’라고 칭하는 것처럼. 한반도 중부 구역은 ‘한강 구역’이라고 불린다. 북쪽 대륙과 이어져 대륙의 군대와 대치하는 국경의 최전선인 북부는 ‘압록강’이라고 칭한다. 강이 얼어붙고 국경이 흐트러진 지금도 한반도는 한반도이고 한강은 한강이며 압록강은 압록강이다.
한강은 한강이다. 압록강은 압록강이다.
화린은 오늘도 한강과 압록강을 오간다.
기지 내 가장 높은 초소에 올라서면 망원경을 통해 먼 설원을, 새하얀 지평선을 건너다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숨을 참아야 한다. 호흡할 때마다 짙은 입김이 번져 망원경 렌즈를 탁하게 물들이고 시야를 가로막기 때문에.
압록강에서 바라보는 북쪽 대륙은 한반도와 다름없는 광활한 설원일 뿐이었다. 기주는 종종 초소에 들러 북쪽을 응시했다. 제법 멀리까지 내다보이는데도 대륙군의 동태를 살피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륙군의 중앙 기지가 이곳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망원경을 쥔 기주의 두 손에 미세하게 힘이 실렸다. 대륙군이 그토록 강력해졌다면 반도군에는 희망이 없다. 반도군은 점점 더 무질서하고 나약해지고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윤강은
2000년 경기도 용인시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 전공으로 재학 중이다. 제48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저편에서 이리가 7
작가의 말 158
발문_이소(문학평론가)
인류세의 주체가 상상한 새로운 연대 162
심사평 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