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언어를 공부하고 견디면서 발명하듯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독일-오스트리아를 오가며 언어와 문학을 배우고, 2022년 첫 시집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를 출간한 지르카 엘스파스다. 시집은 출간 직후 오스트리아 도서상 신인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4년에는 독일 비스바덴에서 젊은 시인에게 수여하는 오르필 시문학상 데뷔 부문에 선정되며 독일어권 문학계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현재 엘스파스는 시 독자층 확산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언어 감각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의 국내 출간은 욘 포세, 파울로 코엘료, 이언 매큐언 등 굵직한 문학작품을 번역해온 박경희 번역가와 언어의 결을 헤아리는 김소연 시인의 씩씩한 투합으로 “촉진”되었다. 뮌헨에 거주 중인 박경희 번역가가 레지던시 참여차 같은 지역에 머물던 김소연 시인에게 엘스파스의 시를 소개한 것. 오로지 즐거움으로 시를 옮긴 번역가와 한눈에 그 진가를 알아본 눈 밝은 시인 덕에 출간이 성사되었다. 김소연 시인은 “지르카 엘스파스의 시는 짜여진 대로 감각해온 인류의 오랜 각본을 거절한다”면서 “얼핏 어긋나 보이는 언어의 배열은 예민한 생눈을 지닌 시인에겐 이 세계가 작동되는 방식에 대한 오해 없고 각본 없는 진실들이다”라는 말로 새로운 시인의 출현을 반겼다.
지르카 엘스파스는 SNS라는 디지털 공간에서 글과 이미지를 조합하여 내면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데 주력해왔다. 이 시집은 그 실험의 결정체이자 오늘날 독일 시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지금 엘스파스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세대가 자신을 말하기 위해 어떤 언어를 선택하는지 아는 일과도 같다.
출판사 리뷰
“엘스파스의 시는 이렇게
시적이라고 믿어온 것들과 멀어짐으로써
더 생생하고 정확해진다.”
─김소연 시인 추천
“실례지만 내가 나여도 될까요”
독일의 젊은 시인 지르카 엘스파스
국내 첫 출간되는 데뷔 시집
언어를 공부하고 견디면서 발명하듯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독일-오스트리아를 오가며 언어와 문학을 배우고, 2022년 첫 시집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를 출간한 지르카 엘스파스다. 시집은 출간 직후 오스트리아 도서상 신인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4년에는 독일 비스바덴에서 젊은 시인에게 수여하는 오르필 시문학상 데뷔 부문에 선정되며 독일어권 문학계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현재 엘스파스는 시 독자층 확산에 기여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언어 감각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의 국내 출간은 욘 포세, 파울로 코엘료, 이언 매큐언 등 굵직한 문학작품을 번역해온 박경희 번역가와 언어의 결을 헤아리는 김소연 시인의 씩씩한 투합으로 “촉진”되었다. 뮌헨에 거주 중인 박경희 번역가가 레지던시 참여차 같은 지역에 머물던 김소연 시인에게 엘스파스의 시를 소개한 것. 오로지 즐거움으로 시를 옮긴 번역가와 한눈에 그 진가를 알아본 눈 밝은 시인 덕에 출간이 성사되었다. 김소연 시인은 “지르카 엘스파스의 시는 짜여진 대로 감각해온 인류의 오랜 각본을 거절한다”면서 “얼핏 어긋나 보이는 언어의 배열은 예민한 생눈을 지닌 시인에겐 이 세계가 작동되는 방식에 대한 오해 없고 각본 없는 진실들이다”라는 말로 새로운 시인의 출현을 반겼다.
지르카 엘스파스는 SNS라는 디지털 공간에서 글과 이미지를 조합하여 내면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데 주력해왔다. 이 시집은 그 실험의 결정체이자 오늘날 독일 시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지금 엘스파스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세대가 자신을 말하기 위해 어떤 언어를 선택하는지 아는 일과도 같다.
“누구도 사물 위에 서 있지 않다
우리는 모두 사물의 한가운데 서 있다”
가장 현재적인 시의 얼굴
핫도그, 헬멧, 양말, 에스컬레이터…… 지르카 엘스파스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에서 포착한 단어들로 시를 짓는다. 거대한 사유 대신 사소한 사물로 내면과 세계의 균열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노출하는 동시에 감추고 싶어 하고 연결되어 있음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디지털세대의 정서를 곧게 비춘다. “영상통화로 극복할 수 없는/ 정적이 들어서 있다” “나는 온라인에서 촛불 하나를 켠다”와 같은 세대적 질감을 내포한 시구들은 디지털세대가 맞닥뜨리는 감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 시인은 청년 세대가 ‘엄마’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에도 집중한다. “엄마에게서 나는 배웠어/ 눈이 올 때나 길이 얼었을 때는 절대/ 좋은 가죽 신발을 신고 나가면 안 된다고”라며 과거를 그리워했다가 “나를 어떤 탯줄에도/ 묶이지 않은/ 사람이게 해”달라며 엄마에게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엄마는 성숙을 위해 떠나야 하는 존재이자 완전히 독립하기 어려운 ‘나’의 원형인 것이다. 이처럼 엘스파스의 시에는 개인을 중시하며 감정적 거리 두기로 자아를 형성해가는 세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나는 많은 단어를 안다 그리고 그중 어떤
것도 적합하지 않다”
규칙을 지운 투명한 목소리
지르카 엘스파스는 한 인터뷰에서 “나에게 글쓰기는 언제나 ‘할 말 없음/말문이 막힘(Sprachlosigkeit)과 씨름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말은 시인의 주요한 시 세계를 관통한다. 엘스파스의 시 쓰기는 언어를 유창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지점에서 출발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많은 단어를 알고 있음에도 “그중 어떤/ 것도 적합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는 감정을 완벽히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하며 시를 쓴다.
이러한 인식은 표현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엘스파스는 대문자와 마침표를 생략하고 불규칙적인 행갈이를 자주 사용한다. 단어 사이의 위계와 경계가 흐려지면서 독자는 자주 “흠칫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끊긴 호흡을 재생하기 위해 더욱 시에 몰입하게 된다. 또 그는 거의 모든 시에 제목을 달지 않는다. 다만 역시 거의 모든 시에 굵은 글씨로 강조한 ‘중심 시구’가 존재하므로, 제목을 대신하는 문장들이 시마다 다른 위치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눈여겨보는 것도 큰 재미다. ‘이해하기’보다는 ‘감응하기’를 요구하는 듯한 새로운 시인의 리듬이 한국 독자에게 신신한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
알고 있다
나는 행복을 가진 적이 없지만 가졌더라면
간직했을 것이다
난 지키려고 해요 어떤 간격을
욕구를 가진 인간적인 존재이기보다
어떤 부재에 가깝기를
차가워질 수 있는 따뜻한 인간이기를
내가 가는 곳이 어디든
당신의 결여는 언제나 먼저 와 있어요
내 사랑은 어느 곳에서도
안전하지 않죠
작가 소개
지은이 : 지르카 엘스파스
1995년 독일 오버하우젠에서 태어나 힐데스하임대학에서 문예창작과 문화저널리즘을, 빈응용예술대학에서 언어예술을 공부했다. 14년 동안 마장마술을 배웠고, 10여 년 넘게 지역신문의 자유 기고가로 활동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자와 활발히 소통하는 시인이다.2022년 첫 시집 『나는 드라이어로 내 속눈썹을 말린다』를 출간했다.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날로부터 7년이 지난 출간 즈음, 팔로워들은 시인의 스물일곱 살 생일을 맞아 ‘살아 있음’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를 건넸다. 데뷔 시집은 오스트리아 도서상 신인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이례적인 쾌거를 거두었다.지르카 엘스파스의 시는 ‘할 말 없음(Sprachlosigkeit)’을 언어로 바꾸는 과정 그 자체다. 그는 유년 시절의 기억, 사랑 없는 관계에서 비롯된 갈망, 감정의 결여 및 불안을 절제된 어조와 유머로 표현하면서 새로운 현대시의 균형을 만들어낸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목차
1 생각의 흐름이 가장 멋진 무브를 만든다
2 엄마 I
3 그냥 피는 꽃들이 있지 저렇게 돌 틈 사이로
4 엄마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