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바다의 위기를 기후위기와 연결해 분석한 정치이론서. 해양을 둘러싼 국제법, 자원 분배, 해양 노동, 생물권 보호, 동물권, 섬나라의 생존까지 해양에서 벌어지는 정의의 쟁점을 총망라하고, “해양 정의의 일곱 가지 원칙”을 중심축 삼아 바다를 위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의 기반을 제시한다. 바다를 공공재로 보았던 과거의 법적·정치적 관점이 어떻게 산업화와 함께 인클로저로 전환되었는지를 짚고, 해양 주권을 둘러싼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의 지배, 그 이면의 불평등 구조를 비판한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섬나라들의 현실, 공해에서 이뤄지는 심해저 채굴과 해양 유전자 자원의 독점 문제 등 지금까지 대중적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던 핵심 이슈들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아울러 해양을 위한 정치적 전환을 ‘블루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하고, 그 실현 방안으로 해안 공동체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 바다의 80%를 보호하는 세계해양기구 창설, 해양의 재야생화 등을 제안한다. 현실적인 정책 제언과 동시에 윤리적 상상력까지 담아낸 이 책은, 해양이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닌 정의와 생존의 공간임을 일깨운다. 생태 위기와 불평등이 교차하는 가장 첨예한 장소인 바다, 그 위기와 가능성을 동시에 사유하며 바다를 위한 시민적·정치적 실천의 항로를 제시하는 이 책은 해양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정치 선언서다.
출판사 리뷰
★★★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2022년 올해의 책’ ★★★
“우리가 직면한 위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 뉴 사이언티스트
“회복을 위한 설득력 있는 지침서. 영감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 가디언
“생물다양성, 시민 주도의 해양 거버넌스, 평등, 지속가능성, 회복을 아우른다” - 내셔널 지오그래픽
“푸른 행성을 구하기 위한 실천을 촉구하는 강력한 정치적 제안서” - 다이브 매거진
기후위기의 시대, 바다는 어떻게 정치의 대상이 되는가
생명, 불평등, 정의, 그리고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질문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70%는 물이다. 그 거대한 해양은 산소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기후를 조절하며, 수많은 생명을 품고, 인간의 식량과 자원 공급망을 떠받치는 생명 기반이자 순환 체계다. 그러나 이처럼 절대적인 존재인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산호초는 녹아내리며, 해양노동자는 착취당하고, 심해저는 채굴되고 있다. 이처럼 바다는 전 지구적 생명 기반이면서 착취와 불평등이 가장 집중되는 공간이 되었으나 정작 국제정치와 정책 결정의 중심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환경 문제 또한 육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탄소 중립, 재생에너지, 육상 생물 다양성은 이제 광범위하게 논의되지만, 정작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멀고 보이지 않는 문제’로 간주되기 쉽다. 『블루 뉴딜』은 바로 이 관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저자 크리스 암스트롱은 정치이론가의 시선으로 바다를 응시하며,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과 위기를 ‘정치적 정의’의 언어로 다시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바다란 해양 생물의 세계이자, 자원 착취의 현장이며, 제도적 방임의 공간이자,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공존하는 정치적 장소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해양 문제를 기술적·자연과학적으로 다뤄왔던 기존 담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다에 접근한다. 바다에 ‘정의’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출발점은 명확하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윤리와 정치가 작동해야 할 공간이라는 것. 자유무역, 자원개발, 어업, 해양운송 등의 논리가 지배해온 이 영역에서, 우리는 이제 인권, 권리, 책임, 생태적 존중, 미래세대의 삶이라는 관점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블루 뉴딜』은 바로 그 정치적 상상력의 전환을 설계한다. 바다는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장소’라는 새로운 인식이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블루 뉴딜’이라는 용어를 차용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적 제안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다에 대한 우리의 시각, 언어, 제도, 법, 정책, 실천 전반을 다시 구성하자는 요청이다. 독자가 이 책에서 마주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깊이 있는 정치적 성찰과 실천 가능한 윤리적 명제들이다. ‘지속가능성’이나 ‘보존’ 같은 익숙한 단어들 너머에서, 우리는 바다와의 관계를 다시 사유할 수 있게 된다.
생명을 품은 바다, 착취로 얼룩진 바다
이익 경쟁으로 자본과 권력의 공간이 된 해양의 역사
『블루 뉴딜』은 총 10장으로 구성되며, 바다를 생명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 국제 해양 질서의 재편과 새로운 정치적 구상까지 나아간다. 1장에서는 바다를 생명과 생태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며, 바다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 생존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짚는다. 단순히 경관적 공간이 아니라, 기후 조절자이자 대기 탄소 흡수원이며, 생태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는 바다의 구조를 설명한다. 동시에 이 공간이 어떻게 산업화·세계화 속에서 훼손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장과 3장은 바다의 ‘자유’라는 고전적 개념과 그 반대편에서 작동해온 ‘인클로저(사유화)’의 구조를 검토한다. 그로티우스 이래로 자유의 바다라는 이상은 해양 착취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고, 오늘날 배타적 경제수역 체계는 이 이상과 충돌하며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바다는 더 이상 모두의 공간이 아니라,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국가들이 선점한 ‘권력의 장’이 되었음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세계 해양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실패했는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한다.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이상은 냉전기와 신자유주의 시기를 거치며 좌절되었고, 심해저 자원과 공해의 법적 지위는 지금도 불완전하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놓쳤던 정의의 가능성을 되짚으며, 다시금 국제 질서 재구성을 촉구한다. 5장에서는 해양 정의를 구성하는 일곱 가지 윤리 원칙이 제시된다. 생명 보호, 평등한 접근권, 공정한 분배, 민주적 절차, 책임과 의무, 미래세대의 권리, 비인간 존재 고려 등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 해양 정책 전반에 적용 가능한 규범적 지침으로 제시된다.
바다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의 조건,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권리 주체로 재구성하기
각각 해상노동자와 해양 동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소규모 섬나라의 문제를 다룬 6, 7, 8장은 특히 돋보인다. 상업 어업, 수산업, 해운업, 크루즈 산업 등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은 수많은 노동자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들의 권리와 안전은 매우 취약한 보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상 노동자는 우리의 식탁과 물류 체계, 여행의 즐거움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대가는 위험, 고립, 침묵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들’인 바다 위 노동자들은 착취와 위험, 법적 공백, 윤리적 무관심에 놓여 있고 이들은 편의치적 제도라는 구조 아래 해상 무법지대에 방치된다. 저자는 해상 노동 문제가 해양 정의의 핵심이라며, 바다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은 그 안의 ‘인간적 기반’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존재’는 해양 동물이다. 이 장에서는 해양 동물을 단지 인간의 식량이나 자원으로 간주하는 전통적 시각을 비판하고, 해양 정의를 논의할 때 반드시 비인간 생명체에 대한 도덕적, 법적 고려가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어업’이 실제로는 해양 동물의 고통을 전제한 수탈적 개념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해양 동물을 권리 주체로 보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해양 보호구역에서 어업과 채굴 제한, 고래·상어·거북 등 특정 종의 이익을 정책 결정에 반영, 동물 개체의 고통과 죽음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감시 메커니즘 도입 등 실천적 조치를 제안한다. 해양 정의의 개념을 비인간 존재까지 확장하는 이러한 급진적 재구성은 바다를 진정으로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떤 전환을 감행해야 하는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다.
8장에서는 해양 위기와 기후위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장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소규모 섬나라 주민들의 처지를 조명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국가의 영토가 사라지고 삶터가 침수되는 가운데, 기존 국제법과 정치 체제가 이를 어떻게 외면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투발루, 키리바시, 몰디브, 마셜제도 등은 이미 일상적으로 해수면이 넘치고,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일부는 수십 년 안에 실질적 국가 상실 사태를 맞는다. 이 경우 육지뿐만 아니라 주권, 국민성, 문화, 법적 지위, 자원에 대한 권리 모두가 무효화될 위험에 처한다. 저자는 이것이 전형적인 기후 불평등이자 국제 사회가 해결해야 할 ‘긴급한 정의의 과제’이며 정의로운 해양 질서를 위한 시험대로 보았다. 이때 섬나라 국민들이 단순히 구조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문화적 주체, 정치적 행위자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다양한 이주 정책과 재정착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9장은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블루 뉴딜’이라는 실천적 비전을 제시한다. 해양의 재야생화, 해양 거버넌스의 민주화,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구축, 세계해양기구 설립 등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정책적 실행 구상으로 정리된다. 마지막 10장은 블루 뉴딜이 단지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윤리적 전환의 요청임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해양 정의는 결국 세계시민성과 정치적 상상력,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의 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을 위한 시민 정치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바다의 위기를 치열하게 읽고, 말하고, 행동하자
『블루 뉴딜』은 바다를 다룬 수많은 책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바다를 정치철학의 언어로 분석한 매우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해양 문제는 단지 보존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정치의 문제이며, 윤리의 문제다. 바다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배제되고, 누가 고통을 감내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정의의 영역에 속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환경 담론이 간과한 부분을 날카롭게 짚는다. 해양을 과학적 수치나 생태계 구성 요소로만 보지 않고, 권력 관계와 제도 설계, 책임 분배의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바다 위의 노동자가 어떤 처우를 받는지, 해양 동물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해수면 상승으로 침몰하는 국가는 어떤 권리를 잃고 있는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또한,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해양 자원의 공정한 분배, 해양보호구역 확대, 국제기구 개편, 법제도 재정비, 시민 감시체계 구축, 해양교육의 강화 등 실천 가능한 제안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는 그저 이상주의가 아니라, 정치와 정책이 해양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신념에 기반한 이론적 기획이다. 이처럼 『블루 뉴딜』은 해양에 대한 책임을 묻는 책이자, 우리가 어떤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지 되묻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다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묻는 행위이며, 그 질문에 정치적으로 응답하려는 윤리적 선언이다. 오늘날 바다를 걱정하는 시민, 해양 문제에 관심 있는 연구자,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하는 활동가 모두에게 이 책은 깊은 통찰과 실천의 자극을 제공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바다를 생명과 부의 원천에서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이며, 일부 국가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여기에 오염, 남획, 서식지 파괴까지 더해지면 우리는 전례 없는 문제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퍼펙트 스톰’과 마주하게 된다. 이 폭풍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아니면 파괴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년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첫걸음은 바다가 인간의 행위로 훼손되기에는 너무 거대하다는 착각을 버리는 것이다. 과거 금융 위기 이전의 대형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바다 역시 ‘망하기에는 너무 큰’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를 지켜주는 바다가 스스로 더 잘 보호받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바다와 직접 접촉하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지만, 바다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육지 자원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광물, 에너지원, 농경지 등 지상의 자원이 고갈에 가까워지자, 탐욕스러운 세계 경제는 새로운 원료를 다른 곳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의 시선이 바다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때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자원들, 심지어 해저 깊은 곳까지도 기술 발전에 힘입어 빠르게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른바 ‘블루 이코노미’는 2030년까지 그 가치가 두 배로 증가해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예측이 실현된다면, 블루 이코노미는 세계 경제 전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서 새롭게 열리는 이 기회들은 과연 누구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인가?
흰긴수염고래를 보자. 이들은 한때 거의 멸종 위기에 이를 정도로 포획되었다. 현재는 대부분 보호받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두고 인간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놀라운 생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로, 크릴이라는 작은 갑각류를 먹이로 삼는다. 하지만 크릴은 산업적 규모로 어획되어 양식 사료나 반려동물 사료로 가공되고 있다. 그 결과, 흰긴수염고래의 개체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상업적 고래잡이가 성행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 바다를 유영하는 흰긴수염고래는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때 그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던 바다는 이제 유령처럼 침묵에 잠겨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크리스 암스트롱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정치이론 교수. 정의, 천연자원, 해양 정치, 기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지구적 분배 정의Global Distributive Justice』(2012), 『정의와 천연자원Justice and Natural Resources』(2017), 『왜 지구적 정의가 중요한가Why Global Justice Matters』(2019), 『블루 뉴딜』(2022), 『지구 정의와 생물다양성 위기Global Justice and the Biodiversity Crisis』(2024)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글로벌 정의와 환경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 왔다. 특히 『블루 뉴딜』은 해양 불평등과 생태 위기를 다룬 급진적 선언으로 평가받으며, 2023년 미국정치학회 환경정치 분야 최고 저서상인 린턴 키스 콜드웰 상Lynton Keith Caldwell Prize을 수상했다. 현재 해양 정의, 생물다양성 보전, 기후 정의, 천연자원 분배 등 지구적 정의와 환경의 교차 지점에서 활발히 연구하며, <가디언>,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등 주요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목차
도판 목록
감사의 말
용어 해설
들어가며
1. 생명의 근원
2. 바다에서의 자유
3. 해양 인클로저
4. 바다 위 세계 질서의 재편
5. 해양 정의의 일곱 가지 원칙
6. 해상 노동자 보호
7. 해양 동물의 권리
8. 해수면 상승과 소규모 섬나라들
9. 블루 뉴딜
10. 블루 뉴딜을 넘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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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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