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은 철학과 인문학의 시각을 빌려 세계문학의 고전을 읽었다. 하여 저마다의 읽기가 수없이 많은 갈래를 만들고, 거기서 수없이 많은 세계가 생길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의 세계가 단지 밈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이 손 내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지 하나의 문일 뿐이다.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도슨트가 내미는 손을 독자는 이제 잡으면 된다.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 일곱 번째 권으로 출간된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에서 도슨트 권용선은 잘못된 사랑의 결과로 가슴에 주홍 글자 ‘A’를 달고 살아야 했던 한 여성의 삶을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한다. 17세기 청교도 사회의 엄격한 도덕률과 여성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간통의 낙인을 강인함과 숭고함의 상징으로 변화시켜 간 헤스터 프린이란 여성을 통해 계몽주의 시대의 사회적 변화와 그로 인한 다양한 갈등 양상을 읽어 낼 수 있다. 문명과 야만 사이에서 드러난 봉인되지 않는 ‘A’의 세계는 다른 방식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즉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다가올 것이다.

주홍색의 글자 ‘A’는 근대적인 법과 종교와 관습의 명령을 거부한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낙인이며,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 자를 타자화하여 배제하기 위한 일종의 기호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단단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죠. 주어진 그대로가 아닌 자기만의 방식과 의지로 새로운 삶을 꾸려 가는 사람에게 ‘A’의 의미는 계속 변화하게 되고, 결국에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은 것이 되니까요. (해설)
그 자신이 세일럼 출신이기도 했던 호손에게 이러한 ‘마녀사냥’은 조상의 박해 정신과 핏자국을 아프게 확인하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는 “조상들을 대신해서, 나 자신이 그들의 수치를 받아들인다. 그들이 불러들인 … 저주가 지금 당장이나 곧 사라지기를 기도한다”라고 말했던 것이었을 테고요. 어쩌면 약 이백 년의 시차를 두고 그가 보스턴의 세관 사무실에서 우연히 대문자 A가 새겨진 주홍빛 천 조각과 헤스터 프린의 삶이 적혀 있는 작은 서류 뭉치를 발견했을 때, 그는 ‘마녀’의 억울함을 풀어 주고 그 명예를 회복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해설)
작가 소개
지은이 : 너새니얼 호손
19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이자 미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소설가. 1804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태어났다. 17세기 신대륙 개척 시대에 건너온 청교도 가문의 후손으로, 그의 선조 중에는 세일럼 마녀재판을 주도한 판사가 있었다. 이로 인한 가문의 비극적 역사와 죄의식은 호손의 문학 세계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보든 대학 시절 시인 헨리 롱펠로, 후일 미국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피어스와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졸업 후에는 12년간 고향집에서 은거하며 치열한 독서와 습작 생활을 이어갔다. 1837년 첫 단편집 『두 번 들은 이야기』로 에드거 앨런 포의 찬사를 받았다. 1839년부터 보스턴 세관 검사관으로 근무했고, 1842년 결혼 후 콩코드의 ‘낡은 목사관’에 머물며 에머슨, 소로 등 당대 지성인들과 교류했다. 1846년에는 단편집 『낡은 목사관의 이끼』를 발표했다. 같은 해에 세일럼 세관 검사감독관으로 임명되었으나 1849년에 정권이 바뀌며 강제로 해임되었다.1850년, 46세에 발표한 『주홍글씨』는 그의 대표작이자 미국 문학이 유럽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음을 선언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허먼 멜빌은 호손의 문학적 깊이에 경의를 표하며 『모비 딕』을 그에게 헌정했다.이후 『일곱 박공의 집』(1851), 『블라이드데일 로맨스』(1852), 『대리석 목신상』(1860) 등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과 빛을 탐구했다. 말년에는 건강이 악화되어 고통받다가 1864년, 오랜 벗 피어스와의 여행 중 플리머스에서 생을 마감했다.호손은 청교도적 도덕주의와 낭만주의적 상상력을 결합해 인간 영혼의 비극적 진실을 파고든 작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죄와 속죄, 은밀한 죄책감의 심리적 작용을 다룬 그의 작품들은 현대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