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BBC 기후 전문 기자였던 도린 커닝햄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그린란드 외무장관 알레카 해먼드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위기의 최전선을 취재해 온 전도유망한 언론인이었다. 그러나 아이 맥스의 탄생과 함께 그의 삶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안정한 수입, 양육권 분쟁, 연락이 끊긴 친구들, 그리고 미혼모를 위한 허름한 쉼터에서의 막막한 나날들. 그때 문득, 북극해까지 새끼를 데리고 이주하는 회색고래들이 떠오른다. 그는 실직 사실을 숨기고 은행 대출을 받아,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과감한 여행을 시작한다.《사운딩》는 멕시코 석호에서 북극해까지, 16,000킬로미터에 걸친 회색고래의 생존 이주를 따라 떠난 여정이다. 저자는 BBC 기자 시절 찾았던 알래스카 최북단 우트키아빅 마을을 다시 찾고, 자신에게 ‘칼레악’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이누피아트 가족과 재회한다. 그곳에서 기후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북극 원주민들의 목소리와 고래가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마주한다.이 책은 단순한 환경 르포도, 여행에세이도 아니다. 아이와 함께 견뎌낸 초라한 밤들,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여성 공동체의 지지, 멸종을 앞두고도 의지를 잃지 않은 고래들의 아름다움이 문학적인 문장으로 빛난다.〈가디언〉은 2022년 이 책을 “최고의 자연 에세이 톱 텐(Top 10)”으로 꼽았고, 〈뉴스테이츠먼〉은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를 잇는 걸작”이라 평했다.《사운딩》은 이 시대의 여성에게 전하는 강인하고도 위대한 생존 서사이자, 인간이 만든 기후 재앙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자연에 대한 경이로운 찬가이다.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나는 런던에 집이 있었고 바쁜 사회생활을 하며 기자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런데 엄마가 되면서부터 상황이 뒤틀리고 깨지기 시작했다. 맥스가 한 살이던 2012년, 나는 내가 자란 프랑스 북부 해안의 저지섬(Jersey Island)의 한 호스텔에서 살게 되었다. 그곳은 싱글맘을 위한 셰어하우스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동안 저축한 돈은 변호사 수임료로 다 써버렸다. 전 남자친구인 파벨과 맥스에 한 양육권을 두고 법정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프롤로그 중에서
어느새 나는 7년 전 알래스카를 여행하던 당시로 돌아갔다. 그 시절 나는 배로우(Barrow)로 불렸던 우트키아빅(Utqiagvik) 시내에서 이누피아트(Inupiat) 가족과 함께 살았다. 이 도시는 미국 최북단에 있는 북극해와 맞닿아 있다. 이누피아트는 주기적으로 얼음과 어둠이 뒤덮이는 곳에서 수천 년을 번성했다. 고대 문화와 그들이 사냥하던 동물들, 그중에서도 장엄하고 신비한 북극고래(bowhead whale)와의 관계를 통해 똘똘 뭉쳤다.나는 거기서 고래만 본 게 아니었다. 눈부신 아름다움과 위험이 공존하는 풍경 속에서 고래를 쫓는 이들의 여정을 함께했다. 나는 그때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사람들과 자연계에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강하게 느꼈다. 그런 느낌을 다시 가질 수 있다면, 그 느낌을 맥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프롤로그 중에서
그러다 옆길로 새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는 회색고래라는 종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동태평양 개체군이 매년 북극에서 멕시코의 석호로 이동해 출산한 뒤, 새끼를 데리고 다시 북쪽으로 이주하는 과정도 바로 그때 알았다. 왕복 1만 6,000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는 여정으로, 달 둘레를 두 바퀴 넘게 헤엄치는 거리였다. …나는 회색고래에 대해 읽으며 새로운 힘을 느꼈다. 기사에 따르면 어미들과 갓 태어난 새끼들은 12월부터 4월까지 바하칼리포르니아에서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나도 맥스를 데리고 그들을 보러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민망함에 큰 소리로 웃었지만, 머리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맥스의 잠재의식에 회색고래를 각인시키고, 자유가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고, 호스텔 생활에서 얻었을지 모를 폐소공포증이나 절망감을 모두 지워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롤로그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도린 커닝햄
환경공학과 생태학을 전공한 기후 저널리스트이자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에서 글쓰기로 석사 학위를 받은 작가이다. 2000년부터 BBC 월드 서비스에서 기자와 프로듀서, 진행자로 활약했다. 2006년, BBC의 지원을 받아 알래스카 최북단 이누피아트 고래잡이 공동체와 함께하며 자연과 밀착된 삶의 방식을 경험했다.그로부터 7년 후, 단 한 번의 양육권 소송으로 모든 재산을 잃은 그는 잘나가던 저널리스트에서 하루아침에 보호시설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두 살배기 아들 맥스와 함께 멕시코에서 북극으로 이어지는 회색고래의 이주를 목도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면서, 삶은 다시금 엄청난 경이와 깨달음을 안긴다. 저자의 첫 책이자 회색고래의 이주 경로를 생생하게 추적한 이 책을 <가디언>은 ”대담하고 시적이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에도 살아남는 고래의 모습을 통해 강인함과 회복력을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영국 왕립문학회 자일스 세인트 오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