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인터내셔널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치나 아이언의 모험』은 아르헨티나 고전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한 퀴어 페미니즘 소설이다. 짐승 같은 남편에게서 벗어나 탈출한 치나 아이언이 영국 여성 리즈와 함께 팜파를 가로지르며 사랑과 해방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시적 언어와 강렬한 이미지로 동시대 문학의 새로운 지형을 펼친다.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는 코넥스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아왔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대표작으로, 일부에서 금서 지정을 시도할 만큼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역사와 전통 서사를 퀴어와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다시 쓰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가능성을 확장한 문제작이다.
출판사 리뷰
“그것은 눈부신 빛이었지.”
부커상 파이널리스트,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
매혹!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파격적인 거장의 마스터피스
인터내셔널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에 빛나는 퀴어 페미니즘 소설 『치나 아이언의 모험』의 첫 구절은 창세기를 연상케 한다. 짐승 같은 남편 피에로에게서 벗어나 반려견 에스트레야와 함께 탈출한 여자아이 치나 아이언의 재탄생을 담았다. 연상의 영국 여성 리즈를 만나 짐마차에 올라탄 뒤 아르헨티나 팜파와 요새를 지나 파라나강으로 향한다. 팜파의 빛 아래서 이 야성적인 이야기의 모든 것은 더욱 강렬해진다. 온갖 색과 지성의 향연, 레즈비언 사랑, 프리즘 같은 시적 언어, 종간 의사소통까지. 페미니즘, 퀴어, 생태주의, 반종차별주의,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 이 모든 것이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의 퀴어 유토피아를 향한 카운터 내러티브에 담겼다. 출간 즉시 단숨에 작가를 거장에 반열에 올려놓은 역작으로, 동시대의 작가와 비평가들뿐 아니라 대중까지 사로잡으며 전 세계 출판계에 즉각적인 호평을 받았다. 작가는 이 작품의 성취에 힘입어 2025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치나는 이름이 아니야”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영토 『치나 아이언의 모험』
스핀오프, 팜파로 떠난 여자아이의 ‘나의 해방 일지’
주인공 치나 아이언은 자기만의 이름을 갖지 못한 채 ‘여자 가우초’ 또는 소녀, 더 나아가 여성, 아내, 하녀를 뜻하는 ‘치나china’라는 일반 명사로 불린다. 이는 케추아어 낱말로 강한 인종적 계급적 함의를 가진다. 다시 말해 치나는 ‘중국China’이 아닌 ‘노동 계급 여성’이라는 뜻이다. 주인공의 성姓인 아이언Iron은 철 혹은 쇠를 뜻하며, 스페인어로 옮기면 피에로Fierro다.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가우초 문학이자 국민 대서사시인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 El Gaucho Martn Fierro』(1872). 『치나 아이언의 모험』은 널리 추앙받는 고전을 페미니스트와 퀴어의 관점에서 전복하는 스핀오프spin-off 소설이다.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가 근대화 과정에서 부랑자나 범죄자 취급을 받던 가우초들의 애환을 다뤘다면, 『치나 아이언의 모험』은 마르틴 피에로를 가부장적이고 고압적인 남편으로 재정의한다. 행방불명된 것으로 그려졌던 피에로의 아내가, 사실은 매혹적인 영국 여자와 함께 사랑과 해방을 위한 모험을 떠났다는 대담한 상상을 펼친다. 역사물이자 시대극, 로드 무비풍의 여성 서사이며, 그 자체로 독보적인 퀴어 페미니즘 성장 소설이다.
“대개 벌거벗었고 아름다웠어.”
금서! 국가 권력이 금지하려 한 역작
작가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는 아르헨티나 최고 권위의 코넥스Konex상, 메디페 필바 재단Fundacion Medife Filba 최고 소설상,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Sor Juana Ines de la Cruz상 등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은 이미 지리적인 경계와 장르를 초월하는 문학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2024년 11월에는 일부 보수 세력, 특히 아르헨티나 부통령인 빅토리아 비야루엘을 중심으로 한 그룹이 이 책을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정부 소속 중등 교육 권장 도서 목록에서 제외하고 ‘금서’로 지정하려 시도했으나, 문학계와 시민 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작가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는 현재도 활발히 창작 활동을 이어 가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것은 눈부신 빛이었지. 강아지는 거기 남은 몇 안 되는 개들의 상처 입은 먼지투성이 발 사이로 신나게 뛰어다녔어. 가난은 균열을 부추기고, 깊이 파고들지. 가난은 제 피조물들의 피부를 휑한 바람으로 서서히 할퀴고, 말라비틀어진 가죽으로 만들고, 갈라지게 하고, 원치 않는 모양으로 망가트리기도 해. 하지만 그 강아지는 아직 괜찮았어. 강아지는 살아 있다는 기쁨을, 가난이라는 불투명한 슬픔이 채 닿지 않은 빛을 내뿜었지. 난 말이야, 가난에 대한 인식이 다른 어떤 생각보다 부족하다고 확신해. ― 눈부신 빛
한낱 노새보다도 예의 없고 강아지보다 더 버릇없는 나를. 여자는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뜨거운 음료가 담긴 찻잔을 건네며 “티tea.”라고 말했어. 내가 그 단어를 모를 거라고 짐작하는 말투였는데, 그 짐작이 맞았어. 여자가 내게 ‘티’라고 했을 때, 그 말은 스페인어로 “아띠a ti(너에게)”나 “빠라 띠para ti(너를 위한)”처럼 들렸지. 영어로는 일상어일 뿐인 그 말이, 어쩌면 나의 모국어일지도 모르는 언어로 여자가 건넨 첫 마디였어. ― 눈부신 빛
리즈한테 기대 누운 에스트레야를 꼭 껴안았고, 갓 몸을 씻은 둘한테서 나는 꽃향기 속으로 빠져들었어. 라벤더 향이 나는 시트로 몸을 감쌌지. 그 향이 뭔지는 훨씬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그날 밤에 나를 품어 준 시트의 감촉은 라벤더 향만큼 특별한 거였어. 아주 거칠게 말하면, 내 남은 평생의 모든 밤에도 그런 천이 나를 지켜 줄 것이라 여겼지. 그 향기로운 시트 사이에서 아릿하고도 부드러운 리즈의 숨결을 느꼈어. 그냥 거기 있으면서 그 숨결에 파묻히고 싶었지만 방법은 나도 몰랐지. 그저 향기, 이불, 개, 빨간 머리, 엽총 사이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잠을 잤어. ― 치나는 이름이 아니야
작가 소개
지은이 :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
현대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눈부신 성취를 거둔 인물로 손꼽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페미니스트, 환경 운동가다. 196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주의 산 이시드로에서 태어나 거리의 자동차 보험 판매원, 일간지 『클라린』 편집자, 국립 예술 대학교 글쓰기 예술학과 강사 등 다채로운 일을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는 『크리시스』, 『파히나 12』, 『안피비아』 등 일간지 및 잡지와 협업하며 창작 활동에 매진해 왔다.스스로를 “태어날 때부터 퀴어Queer”이자 “사회 생태주의자”로 정체화하는 그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과 생명체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자본세Capitalocene 이후의 삶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또한 젠더 폭력과 여성 살해Femicide의 종식을 촉구하는 페미니즘 운동 ‘니 우나 메노스Ni una menos’의 공동 창안자로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이어 간다.2009년 발표한 첫 소설 『빈민가의 성모 마리아』에서 빈민가의 성녀로 추앙받는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다루며 아르헨티나의 『롤링 스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장편이자 대표작인 『치나 아이언의 모험』은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가우초 문학이자 국민 서사시인 『가우초 마르틴 피에로』(1872)를 페미니스트와 퀴어의 관점에서 비튼 스핀오프spin-off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2020년 인터내셔널 부커상과 메디치 외국 문학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라섰다. 이어 세 번째 장편 소설 『오렌지 밭의 소녀들』이 『우리는 녹색이고 전율해』로 번역되어 2025년 가장 권위 있는 미국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외에도 코넥스상, 메디페 필바 재단상,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을 휩쓴 그의 문학은 이제 지리적 경계와 장르를 초월한 하나의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상징이 된 가브리엘라 카베손 카마라의 목소리와 서사는 현대 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목차
1부 사막
눈부신 빛 13
짐마차 21
티끌로 터를 삼고 25
치나는 이름이 아니야 30
모든 것이 제2의 피부처럼 나를 감싸 줬어 35
대영 제국 아래서 39
네 마리 용이 내 팜파와 한데 뒤섞여 46
카라카라의 밥이 되어 51
생각에 잠겨 똥통에 빠지고 말았어 55
도깨비불은 뼈에서 나오는 빛이야 61
저를 치유해 주시는군요, 세뇨라 뗑끼우 63
있는 힘을 다해 72
스콘을 곁들여 먹고 마시기 76
영국의 과학 84
공중에 뜬 채 91
우리는 한 마리 한 마리 동물들한테 낙인을 찍었어 98
고아의 운명 105
나는 다리를 불태웠어 114
붓을 든 예언자 121
2부 요새
화려한 한 팀 129
흙먼지가 제자리에 꼼짝 않고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어 132
아아, 마이 달링, 들어와요, 들어오세요 135
색깔은 사물에서 분리돼 떠다녔어 138
나는 절정에 이르렀어 144
뒤엉킨 다리들 149
땅딸막하고 피부가 가무잡잡한 합스부르크 왕족들처럼 166
밧줄 채찍과 가죽 채찍 174
자기를 작가라고 믿은 그 이상한 가우초 182
펀치와 위스키 192
이 망할 치나 201
대령이여, 안녕 207
3부 내륙 깊숙한 곳
거품처럼 반짝였어 217
은하수가 리즈의 손에서 시작되거나 끝나는 것처럼 221
땅이 개골개골 울어 댔어 224
불규칙한 비행 227
대개 벌거벗었고 아름다웠어 230
아 내 인생의 치니타 248
부족한 건 무기야 269
섬에서는 빛이 두 배로 반짝여 274
나무를 관조하는 시간 280
우리를 봐야 해 288
감사 인사 293
역자의 말 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