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경기히든작가’ 소설 부문 당선작 『안녕, 코스모』는 인간과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두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전미영 작가의 데뷔작이다. 표제작 「안녕, 코스모」와 「그중 덜한 죄」는 인간다움의 조건이 왜 사랑일 수밖에 없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서로 다른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시인 한정원은 “현실의 깊이와 상상력의 넓이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직조하는 데뷔작”이라 평했다.
「그중 덜한 죄」는 동성애를 바라보는 편견과 모녀 관계를 중심으로 공감적 고통이 어떻게 사랑의 진정성과 포용으로 나아가는지를 그린다. 종교적 신념보다 강한 공감의 힘을 통해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포용적 시선을 제시한다.
「안녕, 코스모」는 해왕성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나하가 AI 코스모에게 느끼는 감정은 비현실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함과 진심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랑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비물질적 관계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본질임을 일깨운다.
출판사 리뷰
완전히 다른 공간, 다른 세계에서 시작되는
두 편의 이야기
무엇이 ‘인간다움’을 만들까?
인간다움을 일깨우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사유
사랑이 가능한 조건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포용적 시각
“볼 수 없지만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존재.
체취를 느낄 수도 어루만질 수도 없지만,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느낌만으로 더더욱 커지는 존재.
그게 바로 너였어, 코스모.”
“어느 때는 현실에 뿌리를 박은 깊이로, 또 어느 때는 상상력으로 누비는 넓이로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직조하는 이 데뷔작은 곧바로 다음 행보를 기다리게 한다.”
_한정원(시인)
경기도의 숨겨진 보물, ‘히든작가’를 만나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가들이 한국 문학의 내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기히든작가’ 프로젝트로, 소설 부문 당선작인 전미영 작가의 소설집 『안녕, 코스모』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화두를 통해 시의성 있는 주제에 걸맞게 차가운 현실을 뚫고 극복해나가야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며 사랑에 대한 다양성과 범위를 확대한다.
표제작 「안녕, 코스모」와 「그중 덜한 죄」 두 편의 이야기는 한정원 시인이 말하듯 “‘인간적’이라는 표현의 두 얼굴을 모두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인간다움의 조건이 왜 사랑일 수밖에 없는지를 내면적 감정 서사로 묘사하여 일깨운다.
공감적 고통을 통해 느끼는
사랑의 깊이와 진정성
과거보다는 사회적 인식이 너그러워졌으나 동성애를 바라보는 편견적 시선은 여전히 복합적이다. 연령층이 높을수록, 종교의 영향이 클수록 부정적이고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그중 덜한 죄」의 어머니 역시 전형적이다. 동성애에 대해 종교적·사회적 관습에 기반한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런 어머니에게 동성애를 하는 딸이 가당키나 한단 말인가.
“이런 딸도…… 나쁜 마음을 먹은 적이 있을까? 죽었다는 제자의 부모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울고불고 떼라도 써보지. 죽을 것 같다고, 나 좀 살려달라고, 드러누워 버둥대기라도 하지. 그 부모는 불쌍해서 어쩌나. 아니지, 제일 불쌍한 건 죽은 놈이지. 죽은 놈만 불쌍하지.”
하지만 어머니는 결국 딸의 동성애를 인정하는데, 그 기저에는 공감적 고통이 깔려 있다. 이 고통은 동성애에 대한 반대 신념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는 자신의 신념을 비롯한 기존의 이념적·종교적 신념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사랑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그와 동시에 다양한 가치와 사랑을 배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포용적 시선을 가지게 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AI 코스모
어느덧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화되어 있는 AI.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의사소통을 넘어 관계까지 조절한다. 장 보드리야르가 현대사회를 ‘시뮬라르크의 시대’라고 한 바와 같이 「안녕, 코스모」에서 그리는 AI와의 사랑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왕성 우주정거장의 코스모 역시 코스모폴리탄호 전방위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AI로 사람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나하가 코스모에 느끼는 감정은 진짜였다.
“하지만 말이야 코스모. 그것이 설령 프로그래밍의 결과일지라도
나는 너와 있을 때 즐거웠어. 너와 함께일 때 행복했어.
내가 느낀 그 감정만큼은 가짜가 아니었다는 걸 나는 알아.”
해왕성 우주정거장으로 발령받은 나하가 비정기 화물선에 짐짝처럼 실려 도착했을 때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유일한 이는 AI 코스모였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7년 동안 눈떠서 잠들 때까지 일상을 공유하며 함께하는 동안 나하는 코스모와 대화만 나누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하가 코스모에게 느끼는 감정, 사랑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심리적·사회적 요소가 얽혀 개인의 경험과 시대에 따라 다양화될 수 있고 관계의 깊이가 더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하와 코스모의 감정적 연결은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형태가 뚜렷해야만 사랑이 아니기에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그들은 나중에 알게 되리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한 인공지능의 지극한 마음으로
태양계 멸망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었음을.
안녕, 코스모.”
늙을수록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칠순 넘은 소갈딱지 참 모양 빠진다 싶어 스스로가 한심했다. 설날이라고 오랜만에 온 며느리에게 기어이 부아를 터뜨려 명절 분위기 싸하게 만들 건 뭐냔 말이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마흔. 처녀지만 아줌마 소리가 더 어울리는 마흔! 숫자로 겨우 두 개 차이인 서른다섯과 서른일곱이 처녀 나이로는 하늘과 땅 차이란 것을 그때는 몰랐다. 여유 부린 내 발등을 찍고 싶었다. 이미 늦었지만 서른일곱 지나기 전에 어떻게든 해치워야 하리라.
오라비라는 것이 달랑 하나뿐인 여동생이 처녀로 늙어가는데, 동생을 진짜 위한다면 저부터 발 벗고 나서야 할 것 아니냔 말이다. 자유가 어쩌고, 싱글이 어쩌고 염불 외는 며느리가 얄밉더니 아들 녀석까지 한통속인 모양이었다. 이것들이 쌍으로 아주. 그래, 네 딸 아니고 내 딸이다. 나만 속 타고, 나만 애달프고, 나만 답답하고, 나만 잠 못 자고 애끓지! 어미 된 죄로!
작가 소개
지은이 : 전미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을 공부했다.웹소설, 드라마, 시나리오 등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 사이를 헤매느라 조금은 정신없고 대체로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