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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저편
문학세계사 | 부모님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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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이연주의 세 번째 소설집 『사랑의 저편』에는 표제작 중편 「사랑의 저편」과 단편 4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이별을 모티프로 한 사랑의 이모저모를 그리고 있다. 질투, 시기, 음모, 반목 등이 사랑의 부정적 표정이라면 그리움, 애절함, 애틋함, 안타까움 등은 긍정적 표정이다. 여기에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후자에 중점을 둔 것들이다.

「사랑의 저편」은 어릴 때 생모의 버림으로 정신적 결핍을 지닌 한 남자와 ‘소아당뇨’라는 신체적 결핍을 지난 한 여자의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정신적 신체적 결핍이 평생의 삶을 지배하지만, 인간으로서 근원적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는 인간적 한계를 그리고 있다. 「오래 머문 자의 비애」는 공원의 파수꾼(동상)이 화자로 설정되어 있다. 생가 근처 공원에 세워진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달영의 전신좌상을 통해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요즘의 세태를 풍자한다. 「그 무렵 세 친구」는 코로나19가 전국 최초로 확산되어 전국적 관심을 받던 대구를 배경으로 중학교 동기 동창인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선미와 미선」은 쌍둥이 자매가 부모의 이혼으로 언니 선미는 아빠 따라, 동생 미선은 엄마 따라가면서 겪게 되는 삶의 고단함과 상반된 운명이, 할머니 80세 생일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창밖의 미래」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가상해 쓴 일종의 가상소설이다. 초장수 노인(100세 이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해결 방안을 두고 각 세대와 이익 집단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깊을 대로 깊어진 반목, 대립의 궁극적 해결 방안은 이야기(소통)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회가 갈수록 이악하고 사막하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여기 수록된 소설들은 그런 사회 속에 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출판사 리뷰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

‘사랑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샤를 보들레르


1. 사랑의 층위

인류가 지구에서 수천만 년을 두고 진화해 오면서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구축하고 살아올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는 인간끼리의 집단화로 생존의 안정을 꾀하고,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을 거듭해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온 것이라는 답이 가능하겠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인간이 지구상의 그 어떤 종족보다 서로 연대하는 능력을 크게 발휘해 왔다는 점, 이 능력이야말로 문명 창출의 근원이라는 점에 대해서 보충 설명이 있어야 보다 근원적인 답변을 구할 수 있을 듯하다.
다른 동물들도 서로 연대하면서 산다. 이에 비해 인간은 그 연대의 범위가 넓고 깊다. 가령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무조건적인 위함을 받는데 그 기간과 정도에서 다른 동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식 양육에 관한 한 인간처럼 오래 헌신적인 동물은 없다. 그 양육 과정에서 조부모나 형제 나아가 이웃들의 ‘협력적 양육Cooperative Breeding’의 범위도 꽤나 두텁다. 이때 미성숙한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받는 이러한 보살핌의 정서는 특별히 ‘사랑Love’이라는 용어로 정의하는 게 인간 사회의 언어 관습이다. 인간은 누구나 장기간의 절대적 사랑 속에서 성장한다. 그러고 그 자식들은 이후 그 스스로 사랑의 주체자로서 사랑을 실천하고 나아가 다시 그들끼리 사랑으로 결속해 새로운 가족을 이루어 사랑을 세습한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사랑 안에서 그 생명을 사회 속에서 통합해 왔다. 인류의 역사는 사랑의 확장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부모·자식 간의 사랑, 이성 간의 사랑을 기반으로 서로 위하고 아끼는 사랑의 감정은 이웃을 향하고 모르는 대상을 향한다. 인류는 그 사랑을 기반으로 한 이타성과 배려, 협력을 발휘해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공존해 왔다. 사랑은 인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며, 인류 사회를 지속시키는 조건이자 나아가 그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을 빌리면 사랑에는 크게 네 개의 층위가 존재한다. 첫째는 상대에 대해 육체적이자 감각적으로 끌리는 욕망적 사랑의 단계 즉 에로스Eros가 그것이다. 둘째는 친구나 공동체 간의 상호 존중과 애정을 드러내는 우정과 동료애의 단계 즉 필리아Philia, 셋째는 신의 사랑처럼 무한하고 조건 없는 무조건적 사랑의 단계 즉 아가페Agape, 넷째는 부모 자식 간의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가족적 사랑의 단계 즉 스토르게Storge가 그것이다.
사랑에 이러한 층위가 내재돼 있다 해서 그것이 각각의 것으로 따로따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에로스만 하더라도 그것이 일차적으로 육체적 사랑에 국한하는 개념이기는 해도 결코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플라톤은 사랑을 감각적인 욕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게 하는 상승적인 힘, ‘진리를 향한 열정’으로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마르틴 부버는 인간은 ‘나─너’의 관계에서 ‘너’를 단순한 타인이 아니라 사랑과 공감 속에서 마주하는 인격적 존재로 대하면서 더욱 진화하는 관계로 나아간다고 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로서 ‘지속적인 관심과 책임, 존중 그리고 지식을 수반하는 것’이라 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것도 사랑이며, 애인을 구하는 것도 사랑이며, 모르는 사람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 것도 사랑이다. 인간은 이런 사랑으로써 사회를 유지하고 협력을 통해 문명을 구축해 사회를 가꾸며 살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사랑의 질서를 위배하는 다양한 현상을 그 안에 내재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종족 간에 국가 간에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면서 사람을 살상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곤 한다. 인간이 하는 문학이나 예술은 어쩌면 인류가 ‘사랑 없는 인류’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전략이자 보루인지도 모른다.
이연주 소설집 『사랑의 저편』은 표제작인 중편소설 「사랑의 저편」 외에 단편 「오래 머문 자의 비애」, 「그 무렵 세 친구」, 「선미와 미선」, 「창밖의 미래」를 수록하고 있다. 이들은 ‘사랑의 저편’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이 모두 ‘사랑’이라는 주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를테면 『사랑의 저편』은 환경 파괴에 따른 인류 종말론의 암운이 감도는 이 시기에 다시금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로 읽힌다.

2. 숙명을 넘은 사랑

「사랑의 저편」의 주인공은 교수이자 소설가인 고악락이다. 어린 시절 생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양부모 밑에 자라나 그 트라우마로 결혼을 거부하고 독신으로 살아온 처지다. 그러나 그에게도 사랑의 추억이 있었으니 정미옥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정미옥은 고악락의 대학 2년 후배로서 같은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함께하면서 정을 나누었으나 더 깊은 관계로 진전되지 않았다. 다만 28년 뒤 그 학교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고악락은 이후 정미옥의 단짝 차상희로부터 정미옥이 이후 외교관과 결혼하고 페루의 리마로 이주해 살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었다. 28년 뒤 고악락은 정미옥과 약속한 장소로 나가는데 거기에는 정미옥 대신 정미옥의 딸 정사랑이 나타난다. 정미옥은 5년 전 이미 사망한 상태이며, 실은 그동안에 결혼한 적이 없음은 물론 한국을 떠나 산 적도 없음이 밝혀진다. 고악락은 큰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정미옥의 딸 정사랑이 바로 자신과의 사이에서 난 딸임도 밝혀진다. 고악락은 그동안 정미옥을 사랑해 왔음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두 사람은 영혼결혼식으로써 사랑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
고악락과 정미옥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게다가 어느 하룻밤 교분을 맺었으며 뒤에야 알게 되지만 정사랑이 그 둘 사이의 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살아서 더 인연을 맺지 않았다. 여기에는 두 개의 숙명이 개입되어 있다. 하나는 정미옥이 앓고 있던 치명적인 질병과 관련된다. 정미옥은 소아 당뇨라는 고질적인 병을 앓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결혼과 같은 일반적인 관계를 스스로 희망하지 않았다. 정미옥이 고악락을 사랑하면서도 끝내 마음을 열지 않고, 심지어 딸까지 얻었으면서도 독신을 택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정미옥은 오십 나이에, 고악락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정미옥의 이런 행동은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불행을 상대에게 전가하지 않고 스스로 감내한 자기희생이라 할 만하다. 이는 이타의 사랑 즉 아가페에 가까울 만큼 성스럽다 할 수 있다.
한편, 고악락 역시 독신주의자로 살았다. 한때 정미옥을 깊게 사랑한 적이 있으나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 주변을 얼쩡거리다 돌아섰다. 알고 보니 상대인 정미옥 역시도 고악락 주변을 맴돌다 돌아섰고 결국 둘은 영원한 이별로 접어들었다. 그 결과 정미옥이 죽은 뒤에 상봉한다. 그런데 단 하룻밤 교분의 결과로 딸이 태어나 있었고 그 딸은 이제 두 사람이 약속한 나이인 28세다. 스토리로 보면 가히 숙명 같은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정미옥이 결혼을 바라지 않은 것은 소아 당뇨 때문이었다. 반면 고악락이 정미옥을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다가가지 못한 까닭은 생모에게 버림받은 상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별한 것은 어린 고악락을 버리고 떠난 생모가 정미옥과 거의 흡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고악락은 자신을 키운 양모가 돌아가자 수목장으로 모신 뒤 유품을 정리했다. 그 유품 속에서 뜻밖의 사진을 발견했다.

한눈에도 정미옥이었다. 이 사진이 왜 여기에 있을까. 고는 의아해 사진첩에서 빼내 들여다보았다. 다시 봐도 정미옥 같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고는 움찔했다. 사진 뒷면 모서리에 자그맣게 쓰인 글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락의 생모(1969.3). 푸른 잉크가 번진 글자는 양모의 글씨였다.
─ 「사랑의 저편」에서

고악락의 양모가 사진 뒤에 써 놓은 1969년 3월은 생모가 고악락을 절에 맡긴 때였다. “아직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지만, “기억 속에 어제처럼 또렷이 각인”되었다. 생모는 어린 고악락의 손목을 스님에게 넘기며 “다섯 밤 자고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생모는 “다섯 밤의 다섯 번이 지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해 여름, 고악락은 양모의 손에 이끌려 그 절을 떠났다. 사진은 바로 그때의 것이었다. 생모의 얼굴이 자신이 사랑한 정미옥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는 이 사실은 고악락의 성장 과정에서 깊은 무의식으로 작동했음이 분명하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서 서로의 곁을 떠돌기만 하다가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면 이는 사랑의 상실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사랑의 저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미옥은 고악락을 사랑하면서도 소아 당뇨라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알고 물러선다. 게다가 미혼 출산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거짓 결혼을 알리고 이민을 간 것으로까지 위장하면서였다. 반면 고악락은 정미옥에 대한 간절한 욕망을 잠재우고 스스로 물러나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왔다. 생모가 약속하고 이를 저버린 다섯 밤, 즉 5자를 멀리할 정도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서다. 자신의 딸이 생겨나 있는 것도 정미옥이 죽고 나서 알게 되었다. 그러고 그 둘은 영혼의 결혼을 이룬다.

이제는 돌아와 포도밭 앞에 선 동백나무 연리목이 되는 것. 그들 사이엔 견우와 직녀를 이어준 은하수보다 유장한 소설이 있었고, 다섯 밤과 제1형 당뇨가 오히려 그들에겐 크나큰 축복이었네. 먼 훗날, 혹 지나가는 누군가가 적승계족赤繩繫足의 연리목을 보고 전설처럼 그렇게 말해 주면 더 바랄 게 없고…….
─「사랑의 저편」에서
적승계족赤繩繫足은 혼인의 인연을 맺어 주는 일을 뜻한다. 전설에 따르면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붉은 끈을 가지고 다니다가 인연이 있는 남녀가 있으면 그들이 모르게 그 끈으로 다리를 매어 놓는데, 그렇게 되면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부부가 된다고 한다. 고악락과 정미옥은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음으로써 숙명을 넘어서는 사랑의 결실을 이룬다. 「사랑의 저편」은 이처럼 일찍이 사랑의 버림을 당한 한 남자가 평생 그 상처 속에 살면서도 그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근원적 그리움으로 사랑을 찾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3. 사랑의 단상

「오래 머문 자의 비애」의 주인공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달영이다. 작중에는 이미 죽은 인물로 한 공원에 전신 좌상 동상으로 세워진 상태다. 부잣집 맏아들로 태어난 이달영은 생전에 패륜적 삶으로 재산을 축내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하게도 주위의 원성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뒤 그 평가는 180도로 달라져 있다. 이달영이 생전에 행한 패륜적 행동이 실은 독립군들에게 독립 자금을 은밀히 전달하기 위한 위장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한 사학자가 이를 밝혀냈고, 이를 바탕삼아 이달영의 업적이 크게 인정되었으며 마침내 그 집 근처의 공원에 동상이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동상은 그렇게 세워졌으나 갈수록 그 명분은 퇴색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공원 관리자만도 열 번 이상 바뀌었다. 지역 정치인들도 뻔질나게 드나들며 동상의 가치를 치켜세우곤 했지만 결국은 모두 생색내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게다가 동상이 파수꾼으로서 지키고 있는 공원은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공원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 공원에서 다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살인, 강간, 상해, 사기, 투전, 절도, 음모, 배신, 연애, 이전투구, 시위. 더구나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광기가 분출하는 요즘엔 하루도 빤한 날이 없다. 그저께 밤에는 어느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동거녀를 살해하고 훼손한 시신을 이곳 도린곁에 유기한 사건이 있었고, 간밤에는 내가 빤히 보고 있는 눈앞에서 목불인견의 사건이 발생했다.
─ 「오래 머문 자의 비애」에서

이런 공원에서 동상 이달영은 공원에 유기된 고양이와 친분을 유지하며 공원의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 그러나 동상으로서 실제의 행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환멸만 느낄 뿐이다. 이달영이 바라는 것은 이제 자신의 원고향 즉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뿐이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순간은 고통스럽고, 혼자 있는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라 했다. 「오래 머문 자의 비애」에서 독립운동가 이달영의 비애는 이를테면 ‘혼자 있는 서사’다. 그것은 현실에서 타락한 세상에 대한 한없는 절망의 시간이지만 역설적으로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려는 거룩한 민족애를 상징한다. 「오래 머문 자의 비애」는 표면적으로는 ‘비애’를 그리지만 그것은 이 나라 이 민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그 무렵의 세 친구」는 코로나19가 전국 최초로 확산되어 전국적 관심을 받던 대구를 배경으로 중학교 동기 동창인 세 친구 키 큰 친구(김규식), 키 작은 친구(이준길), 살구나무집 친구(땅벌 영감 민홍기)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세 친구는 매일 공원 앞 와우 마트에서 만나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사이였다. 땅벌 영감 집을 드나들며 바둑도 함께 두며 지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커피 값을 낼 차례인 땅벌 영감이 나타나지 않아 두 친구가 찾아가 보니 사망한 상태다. 땅벌 영감 사후 열흘쯤 지난 뒤 땅벌 영감의 자산관리인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두 친구에게 신고 보상금 500만 원씩을 각각 지급하고 고양이를 입양해 줄 것을 부탁한다. 또한 얼마 뒤 두 친구는 땅벌 영감이 전 재산 30억을 2.18 추모 사업회에 기증했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2.18 추모 사업회는 2.18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리는 단체다. 땅벌 영감의 아내와 아들은 바로 그 희생자였던 것이다. 두 친구는 땅벌 영감이 생전에 자기 집 의자를 애지중지한 것도 이해하게 된다. 가족들이 앉아 있는 사진 속 의자가 바로 그 의자였던 것. 죄책감을 느낀 두 친구는 매일 살구나무집을 찾아가 그 의자 위에서 바둑을 두며 친구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세 친구가 의자에 앉아 찍은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한 그리움과 슬픔을, 친구 대신 고양이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달랜다. 그러나 기부한 살구나무집이 헐리면서 의자도 뽑힐 위기에 처한다. 의자가 버려지는 것만은 방치할 수 없었던 두 친구는 그 의자를 마트 자판기 옆에 임시 보관했다가 가족무덤으로 조성한 친구의 유택지로 옮긴다. 그리고 두 친구는 고양이를 목말 태워 매일 운동 삼아 그곳으로 찾아가 바둑을 두며 소일한다.

의자는 지금 그곳에 있다. 두 친구가 얼마 전에 거기 갖다 놓았다. 처음엔 미처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뒷짐 지고 회색 도시를 바라보자 불현듯 그 생각이 떠올랐다.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 언덕배기나 호젓한 풍경의 호숫가, 혹은 분수가 하늘 높이 솟구치는 공원 연못가가 아니더라도 그것으로 풍경의 허한 공간을 메우면 노아의 방주처럼 완벽하고 안전한 도피처가 될 것 같았다. 낮에는 놈을 데리고 우리가 앉아 놀고, 밤에는 친구의 가족이 사진 속 한때처럼 앉아 놀면 친구의 말마따나 거기가 천국이 따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세 친구」에서

이 의자는 죽은 땡벌 영감의 유품이자 세 친구의 깊은 우정을 상징하는 도구다. 세 친구의 우정은 그리스 철학에서 말한바 친구나 공동체 간의 상호 존중과 애정을 드러내는 우정과 동료애의 단계 즉 필리아Philia를 보여준다. 의자는 그 상징적 실체다.
「선미와 미선」은 서로 운명이 갈린 쌍둥이 자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선미는 아빠를 따라가고, 미선은 엄마를 따라감으로써 삶의 행보가 아주 달라졌다. 아빠를 따라간 선미는 할머니와 50대 노총각 삼촌과 산다. 반면 미선은 엄마가 재혼한 집에서 살고 있다. 미선은 할머니가 75세부터 생신 때면 선미 집에 찾아왔다. 그런데 80세 생일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선미는 장래의 꿈이 학교 선생님이지만 집안 형편으로 끝내 대학 진학을 포기한다. 그 때문에 미선과는 황새와 뱁새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차이가 벌어서 부러움과 함께 열등의식을 느낀다.
매년 오던 미선이 갑자기 오지 않는 이유를, 할머니는 미선 엄마인 며느리의 협박 때문이라고 단언하고, 삼촌은 외국 유학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선미는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걸까 의문을 품는데 나중에 그 원인을 알게 된다. 미선이 오지 않은 이유는 ‘멧돼지 사냥’ 즉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일 때문이었던 것이다.
「창밖의 미래」는 일종 SF소설이다. 100세 이상의 초장수 노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세상에서 그 해결 방안을 두고 각 세대와 이익 집단들마다 첨예하게 대립한다. 깊을 대로 깊어진 반목, 질시의 궁극적 해결 방안은 ‘사람이 가진 이야기하는 능력’뿐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4. 사랑의 담론으로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의 결핍은 인간성의 상실을 초래한다. 「사랑의 저편」에서 고악락은 일찍이 사랑의 결핍을 경험하면서 사랑을 염원하지도 충족하지도 못하고 살았다. 그러나 끝내 영혼의 단짝을 얻어 사랑을 얻었다. 「오래 머문 자의 비애」는 온갖 협잡과 비리가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끝내 지켜야 할 질서가 있으며 그것은 곧 이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절대적 인류애라는 사실을 한 독립운동가 동상의 말로 들려준다. 「그 무렵 세 친구」는 생애를 정리하는 시기에 접어든 노년 간에도 깊은 우정이 존재함으로써 인간 사회에 내재하는 조건 없는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미선과 선미」는 서로 엇갈린 쌍둥이의 운명적 삶 사이에 내재하는 끈끈한 본능적 사랑을 전해준다. 「창밖의 미래」는 서로 자기만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세계에서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사랑의 자리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연주 소설집 『사랑의 저편』은 이런 사랑의 담론으로서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연주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경북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문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리운 우물』 『슬픔의 무궁한 빛깔』 『사랑의 저편』과 장편소설 『탑의 연가』 『최 회장댁 역사적 가을』 『염원의 밤』을 출간했다. 대구소설가협회장과 정화중·여자고등학교장을 역임했고, 〈대구문학상〉과 〈금복문화상〉을 수상했다.

  목차

사랑의 저편
오래 머문 자의 비애
그 무렵 세 친구
선미와 미선
창밖의 미래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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