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재난 영화 속 이기적 인간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왜 사고와 재난이 닥칠 때마다 대가 없이 남을 돕는가?
이기적인 세상에서 행복한 이타주의자로 사는 법미국 보건의료 기자협회상 수상자이자 과학과 건강을 다루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10년간 연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팬데믹, 자연재해, 전쟁 등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를 돕고, 그 과정에서 소속감과 행복을 느끼는 이유를 신경과학·심리학·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새로운 인식의 장으로 초대하는 책이다. 또한, 이타주의적인 마음과 행동이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나아가 내 주변인이나 사회에는 어떤 이득이 생기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종종 재난 영화를 보면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구는 소위 ‘빌런’이 등장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 닥쳤을 때 실제로도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해 나쁘게 행동하는 빌런이 등장하고, 사회 질서 역시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까? 저자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의 펠릭스 바르네켄과 마이클 토마셀로는 2006년 《사이언스》지를 통해 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유아들 앞에서 일부러 빨래집게를 떨어뜨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은근하게 보낸다. 그러자 거의 모든 유아가 도와주려고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도 타인의 문제 해결을 돕고자 하는 ‘본능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과학자들이 약 100년간 연구해 온 인간 진화에서의 이타심, 협력, 친절의 역할에 관한 답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위기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확인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위기는 그 규모가 어떻든 간에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사회학적 이유와 생물학적 이유가 모두 작용한다. 인간은 무리 지어 진화해 왔고, 생존에 있어서 숫자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위기 상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친절 행위는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 모두의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경계를 진정시킬 수도 있다.
결국 이타적인 행동은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성장시키고 강하게 한다. 이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추구하고 실천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며,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외로움, 고립, 소속감 부재 같은 개인의 위기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야 따뜻한 사회가 만들어진다’라고 말하는 책이다.
최근 여러 사회적 사건을 통해 연대와 공감, 배려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 책은 뭉치면 강해진다는 진리의 바탕에 깔린 ‘어떻게 하면 뭉칠 수 있는가’, ‘왜 뭉치게 되는가’, ‘뭉치면 무엇이 바뀌는가’를 이해하고 행복한 이타주의자가 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나만 알던 사람에서 남들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는 이타심 안내서‘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은 이런 말을 했다. “자기에게 이로울 때만 친절하고 어질게 대하지 말라. 항상 친절하고 어질라. 왜냐하면 그 친절과 인자함이 그대로 자신에게 따스한 체온이요, 힘이요, 빛이기 때문이다.” 이를 한마디로 줄이면 ‘이타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타주의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랑을 주의로 하고 질서를 기초로 하여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타인의 행복과 복리의 증가를 행위의 목적으로 하는 생각. 또는 그 행위.’라고 정의되어 있다. 저자인 니콜 칼리스는 외로움과 불안의 증상을 견디지 못해 찾아간 인도에서 커다란 인생 교훈을 하나 얻게 된다. 바로, 때로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타인을 돕는 게 건강과 행복에 이롭다는 깨달음이었다. 미국의 자기돌봄 산업이 끊임없이 던져 온 메시지와는 정반대였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위기 상황 또는 위기가 아닌 평소에도 타인을 위해 더 베풀고자 하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서로 돌봄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앞으로 다가올 전 세계적 위기에 대비하는 데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어쩌면 현대의 자기돌봄이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개인주의로 변해 우리를 해치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신경과학자, 의사, 사회학자, 심리학자, 재난안전 연구가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연구를 찾아본 결과가 바로 이 책 《다정한 세계를 위한 공부》이다.
“다정함은 나누는 순간 더 강한 힘이 된다”
이타심이 만드는 건강한 연결의 힘2018년, 학술지 《감정(Emotion)》에 한 공동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진은 실험 참여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은 무작위 친절 행위를 실천하게 하고, 다른 집단은 친절을 받게 했으며, 세 번째 집단은 단순히 친절을 목격하도록 했다. 세 집단 모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단순히 친절을 목격한 사람들 역시 외로움과 우울감이 줄어들었고,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경험했다. 이처럼 타인의 친절과 돌봄을 목격할 때 느끼는 감정을 ‘도덕적 고양감(moral elevation)’이라 부른다. 타인의 선하고 도덕적인 행동을 목격할 때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을 뜻한다.
이를 두고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의 과학 책임자인 에밀리아나 사이먼-토마스 박사는 “우리 신경계는 도덕적 경험을 쾌감으로 인식하고, 다시 다가가고 싶거나, 계속 이어가고 싶거나, 직접 해 보고 싶은 경험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는 초사회적 종입니다. 우리가 지닌 도덕적 소질, 곧 공정함과 형평성, 정의에 대한 올바른 기준은 우리 신경계 깊숙이 각인되어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책 곳곳에 우리가 남을 도울 때 느끼게 되는 소속감, 누군가와 함께할 때 상쇄되는 불안·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자원봉사를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건강하다는 증거 등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또한, 병원에서 약 대신 처방하는 자원봉사, 개인의 삶만 돌보던 웰빙에서 벗어나 연결감까지 채우는 웰니스 사업, 부정적인 뉴스만 가정한 세상에서 완충재가 되어 줄 나이스 뉴스 플랫폼들의 탄생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가 천천해 변해가는 방향과 그 지향점을 보여 준다.
타인에게 베푸는 일은 결국 스스로에게 베푸는 일이다. 타인을 위해 실천하는 선함은 결국 필연적으로 개인의 건강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증진하고, 우리 모두가 회복탄력성을 기르도록 돕는다. 희망이 곧 회복탄력성이기 때문이다. 혼란하고 서로를 경쟁 상대로만 보던 현대 사회가 드디어 공감과 연대 등을 통한 연결과 이타심에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개인이 나아갈 삶의 방향과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성,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길로 가기 위한 여러 방법을 만나보게 되길 바란다.

산불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를 본 지역 사회는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연대감, 즉 서로를 돕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비극 속에서 이루어진 이타적인 행위, 다시 말해 타인의 안녕을 위해 베푼 행동들은 이를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그 결과 재난은 상실과 비극으로만 기억되지 않고, 서로 도움과 마음을 주고받았던 과정에서 얻은 것들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재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고 없이 닥쳐와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우는 위기 상황이라면 모두 같은 일이 일어난다. 루프레히트가 언급했듯이, 살던 동네가 말 그대로 잿더미로 변하는 순간에도 그는 친구와 이웃들과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또한 생전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들었다. 다만 그런 감정을 자신이 가장 취약한 순간에 경험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친절하면 손해 본다는 착각>에서한때 인간은 위기에 직면하면 반드시 최악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는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고 집단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려왔다. (중략)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기 직전 발표된 한 연구 논문에서 지적했듯, 스릴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회 질서의 붕괴와 공황 상태는 실제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썼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감염병을 다룬 극적인 서사 속에서 혼란을 유발하는 공포 요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오로지 오락적 가치를 위한 것이다.”
〈컨테이젼〉만이 위기를 다루는 주류 미디어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보여 주는 작품은 아니다. 최근의 종말 배경 TV 드라마들 또한 재난 속 인간을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한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나 〈스테이션 일레븐〉이 그 예다. 이처럼 대중 매체가 반복해서 그리는 ‘각자도생’의 서사는 사람들에게 현실도 그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실제로 억만장자들이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 비밀 벙커를 짓는다는 기사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듯이, 팬데믹 초기에 사람들은 함께 뭉쳤고 때로는 자신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타인을 도왔다.
<생쥐가 사자를 살린 이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