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머리말]
현대 디자인은 고르디우스의 매듭과도 같은 복잡계적 시각 현상들을 제대로 풀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제, 디자인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세상을 유연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디자인의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인간은 천재지변天災地變과도 같은 혼란스런 자연 현상들을 오랜 시간 경험하며 계절의 순환과 질서를 깨닫고 대응하게 되었다.
이렇듯 무엇인가 무질서한 현상에 대한 개념을 파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지배욕구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무질서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은 테세우스가 미궁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준 아리아드네의 실과 같은 존재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이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을 수 있게 실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복잡계 Complex System’라는 개념이다.
복잡계는 단순히 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물리학, 경제학, 사회학,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복잡계를 연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의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면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믿음 때문일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연구되어온 복잡계는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학문적 통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것을 ‘복잡성 과학 Complexity Science’이라 부른다. 하지만 디자인학에서는 여전히 복잡성을 다스리는 복잡계 관련 연구가 미비하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인간의 시지각적 인지체계와 심리적 특징들을 수학적 원리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무엇보다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복잡계적 사고로 작동하며 특히 시각적 구성에서 복잡계의 원리로 질서를 세우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시각 요소들을 혼란 속에서 질서 있는 체계로 구성할 수 있고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다.
물론, 복잡함을 다스리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너무 단순해도 재미 없고, 너무 복잡해도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시지각이 선호하는 적절한 복잡성의 수준을 찾는 것은 시각적 아름다움과 주목성과도 관련하기 때문에, 복잡계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며 시각적 질서의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디자인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복잡계가 가진 다양한 측면은 혼돈스러운 현상을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한다. 이에 따라 디자인학 연구에서 인간의 시지각이 개입하는 정성적 연구 결과에 나타난 변수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용이할 것이다.
본 책에서는 인간의 시지각과 복잡성 및 주목성에 관련한 연구를 하며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복잡계를 소개하고 이러한 원리를 연구한 물리학과 심리학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고 복잡계의 원리가 디자인에서 시각적으로, 그리고 관련 연구의 분석 방식에 어떻게 적용되며 확장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복잡계 이론이 앞으로 디자인 실무 및 연구에 폭넓게 이해되고 적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첫 장을 시작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인경
▶일리노이 주립대(UIUC)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였다.▶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중앙일보 뉴스룸에 입사하여 Korea JoongAng Daily 편집디자인팀 기자로 약 십 년간 일했다.▶현재는 목원대학교 시각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충남대학교 디자인창의학과에서 기획디자인을 강의하고 있다.▶아울러 연세대학교 심바이오틱 라이프텍 연구원에서 전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