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붉은점모시나비
고샅길 굽이굽이 내딛는 첫걸음은
촘촘히 박음질한 각별한 봄빛이다
붉은 점 빗치개 꽂아
모시 적삼 얼비쳤다
소한에 싹을 틔운 기린초 꽃잎 먹고
불어온 마파람에 콧노래 흘러나와
가끔은 가던 길보다
재 너머 돌아간다
복사꽃 소금
― 옌진 염전
두 개의 대륙판이 일으킨 지각변동
바다를 본 적 없어 바다를 모르지만
협곡은 바닷물 솟아 소금 우물 생겼다
벼랑을 깎아 만든 계단식 소금밭에
등짐 진 소금물은 힘에 부쳐 힘들고
그을린 피부색만큼 매달린 붉은 소금꽃
바람이 밀고 가는 햇살의 손맛으로
오고 간 길 끝에서 꽃잎이 돋았을까
우뚝 선 소금고드름 복사꽃으로 환하다
고흐의 저녁별
테오야, 어제 그제 행복한 꿈꾸었어
밀밭과 구름 사이 찾아온 까마귀 떼
서둘러 화구에 담을 물감을 챙겼단다
높게 솟은 종탑과 불 꺼진 성당 지나
가다가 지친 날은 어디서 돌아설까
길 끝에 황금색 들녘 애간장을 녹인다
먼 이역 낯선 땅은 마음 둘 곳 없어서
한낮도 어둠 같아 뭇별을 그려 넣고
다락방 창문을 열어 북극성 바라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옥영숙
200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사라진 시>, <완전한 거짓말>, <흰고래 꿈을 꾸는 식탁>, <복사꽃 소금> 등이 있으며 열린시학상,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이원수문학관 상주작가로 한국문학관협회 스토리텔링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 현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과 경남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창원문인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경남신문 객원기자로 '옥영숙의 내돈내산 시인의 한끼'와 '시가 있는 간이역'을 연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