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중견시인 박부민 시인이 자연과 생태에 천착한 순수 생명시선집이다. 시인은 만물의 색, 소리, 냄새와 맛과 촉감에 반응한다. 길, 숲, 강, 마을에 생동하는 생물의 갱신과 산물에 집중한다. 가시와 불가시의 경계를 벗고 소음과 고요 속에 펼치는 종합 예술의 입체적 무대. 오감을 열어 울고 웃는 축제를 수신하고 송신한다. 시인은 자연이라는 초록 방앗간을 통해 탐욕을 버리고 겸허하다면 방앗간은 다정하고 너그럽게 노래한다. 풍경 예찬을 지나 성찰로 이끈다. 현장의 말과 노래, 그림과 영상의 자장으로 존재와 사회를 생각게 한다.*꽃무리 변전소봄비와 햇빛에합성된 전압 백억 볼트초민감 전류를 품은눈부신 꽃무리스치기만 해도감전되는 함박웃음을즐비한 꽃나무 송전탑으로전국에 급배송한다
*살갈퀴꽃까칠하고 생경한 이름인데눈을 붙여 가까이 보면살갑고 여린 친구들이숫기 적어 자꾸 수그린다오르막 내리막 어느 골짜기바람에 휘청이면서도이파리 하나하나삶의 뼛살로 압착돼 오는 열기큰 꽃밭에 취했다 살갈퀴를 만난 날은편애와 편견의 마음이 몹시 저린다마침내 산그늘을 밝히는 건불티처럼 날아오르는 그들인데훑어 새로 고칠 완고한 땅의 어스름이여객토 후에 심을 꽃은 꼭 살갈퀴로 한다
*봄, 참기름고매한 분이 보내주신 참기름 두 병이렇게 미끌리듯 먼저 온 봄을아직 개봉하지 못했네아껴아껴 맞이할 거네얼핏 꽃샘 찬 비도 지나가고해동되는 가슴속짜릿한 간지럼 전류처럼 번질 때개구리 개나리 깨어나면마개 따고 향기에 완연히 취할 거네한 병은 눈보라를 추억하고한 병은 따순 소망과 햇볕을 버무리며얼부푼 상처에 붓는 해맑은 사랑나는 회복된 눈망울로 산천을 볼 거네나무들도 잎들도 푸른 빛 윤나는 그날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부민
1961년 전남 고흥 출생. 1996년 계간 《시와산문》 신인상(조병화 시인 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등불이 있는 마을』(시와문화), 『꿈이 응고되면 쩌렁한 별 하나』(생명과문학)와 8권의 사화집이 있다. 계간 《생명과문학》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