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강태승 시인의 시집 『죄의 바탕과 바닥』이 푸른사상 시선 205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불가의 선승이 수행하듯 생명체의 허기와 슬픔 등을 화두로 삼고 끌어안는다. 인간의 삶과 죽음조차 구별하지 않고 근원의 죄는 물론이고 가족과 노동과 시간 등을 깊은 내재율로 노래한다.
물방울과 햇빛물방울이 새벽 예불하러 가는 수좌의발목에 숨어 불당으로 가고 있다시생대 적시고 원생대 가슴에 고였다가고생대의 눈동자를 반짝이게 하던길짐승 날짐승의 발톱과 날개를세웠던 물방울이 새벽 예불을 한다하늘 땅 억년에 억년 오르내리다가수좌의 발목을 적신 아침이다세상의 슬픔과 기쁨 다녀왔지만어느 것 기억하거나 저장하지 않고 햇빛에 반짝 웃고 마는 물방울이오늘은 발목에서 머무는 시간,구더기 분뇨에 섞이고 개구리와 뱀뱃속에 있었고 사자 이빨을 적시던물방울이 지금은 향이 가득한 그것도 수좌와 절을 하는 때,햇빛이 따라온 것인지 지나는 것인지낡은 용마루에서 놀다가 대웅전으로쑥, 들어와 발목을 말리고 있다 물방울 찾아왔다고 대웅전에 서 있다.
죄의 바탕과 바닥나무는 바탕과 바닥 중 어느 곳에뿌리를 내렸는지 더듬어 내려가면바탕이 바닥을 가로막고 있고바닥이 바탕을 밀어내곤 앞자리에찔레꽃 피우고 있다는 하늬바람바탕이 물러나면 보이지 않는 하늘바닥을 지우면 까매지는 저승길,사자가 물소의 모가지를 뜯은 것바탕을 믿고 휘두른 발톱인가?바닥이 언제나 지켜주고 있어서 오늘 오후도 굶지 않았는지를알고 있다 끄덕이는 강가의 풀그러나 말거나 하늘을 이고 있는바오밥나무 사이로 드나드는 구름,바닥이 깊고 바탕은 멀고 먼 것인가하늘을 바탕으로 빛나고 있는 별바닥을 믿고 밤마다 떠오르는 달바탕 없는 바닥이 없고 바닥이 없는바탕을 알지 못함을 가르치는 연못은바탕을 깔고 바닥에 피우는 연꽃바닥을 믿고 바탕에 떠 있는 낙엽,지옥을 바탕으로 큰 것이 천국인가천국의 바닥으로 온 것이 지옥인가죄의 바탕을 만나려면 어느 바닥을열고 들어가야 하고 죄의 바닥을읽으려면 어느 바탕을 지워야지?오늘도 태양은 연못의 바탕에 있고연못의 바닥에서 연꽃이 웃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강태승
1961년 충북 진천 백곡에서 태어났다. 2014년 『문예바다』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대상, 김만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추보문학상, 포항소재문학상, 백교문학상, 해양문학상, 해동공자최충문학상, 두레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칼의 노래』 『격렬한 대화』가 있다. 민족문학연구회의 회원이며 시마을 운영위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