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소설가 박대겸의 장편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8번으로 출간되었다. 박대겸은 그동안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등의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형식’을 안팎으로 요리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는 능수능란함을 발휘해 왔다. 새롭게 내놓는 이번 소설에서 박대겸은 인물들을 지구 멸망 일주일 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 놓아둔다. 멸망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황폐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의 주인공은 가뿐함을 잃는 법이 없다. 일상은 계속되고, 인물들은 절망에 빠져들거나 경직된 비장함을 갖추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 듯한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는다. 평범하고 명랑한 주인공, 즉 수많은 우리와 다름없는 이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자. 어느새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덩달아 가벼워진 리듬으로 하루를 또 살아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그러니까, 나 혼자 살아 보겠다고
다른 세계로 떠나거나 하는 일은 없어.”
일주일 후 인류를 몰살하겠다는 외계인의 경고!
그러나 무너지기에는 너무 견고한 우리의 일상,
그 안에서 나타난 어느 평범하고 친근한 영웅의 분투
소설가 박대겸의 신작 장편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8번으로 출간되었다. 박대겸은 그동안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등의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형식’을 안팎으로 요리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는 능수능란함을 발휘해 왔다.
새롭게 내놓는 이번 소설에서 박대겸은 인물들을 지구 멸망 일주일 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 놓아둔다. 멸망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황폐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의 주인공은 가뿐함을 잃는 법이 없다. 일상은 계속되고, 인물들은 절망에 빠져들거나 경직된 비장함을 갖추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 듯한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는다. 평범하고 명랑한 주인공, 즉 수많은 우리와 다름없는 이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자. 어느새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덩달아 가벼워진 리듬으로 하루를 또 살아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절멸을 앞둔 자들의 태연한 얼굴
일상은 힘이 세다. 반복적인 일과의 관성은 엄중한 지구 멸망 예고마저 뒷전으로 만들어 버린다. 지구에서 약 108만 광년이 떨어진 행성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셀타 드리온느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인류의 0,0001퍼센트만 남기고 모두 말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유예 기간은 단 일주일. 주인공 지민 역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외계 존재의 영상을 몇 번이고 본 뒤였으나 다시 밝은 하루는 어제와 변함이 없다. 탁구 동아리 내 토너먼트 대회에 참여하고, 라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래된 친구들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눈다. 하루, 이틀, 사흘, 예고일은 다가오지만 구원자는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폭도나 약탈자도 없다. 작전 본부나 군대도 없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의 인물들이 보여 주는, 비장하기는커녕 우물쭈물 우왕좌왕 너무도 일상적인 얼굴들은 절멸을 앞두고 지어 보일 수 있는 가장 진실한 표정일지도 모른다.
● 느린 영웅
난세에 나타나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있다면 그가 지녔을 영웅적 자질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주인공 지민은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관성적인 하루를 살아내면서도 때때로 고민에 빠진다. ‘달리 할 일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며칠 뒤면 99.9999퍼센트는 다 사라지고 만다는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 고민은 지독한 감시관처럼 지민의 머릿속을 떠날 줄 모르고 어느새 지민의 고민은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나 혼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러자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순간들이 뒤따른다. 집 앞에서 마주친 친구 루리코는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헤어진 애인 연호수는 이 세계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며 지민에게 10개월 만에 연락을 한다. 갑작스레 밀려든 우연 혹은 필연은 어떤 길을 갈지 골라 보라며 지민을 독촉하는 것만 같다. 만남들의 의미를 오래도록 되새겨보는 지민은 언뜻 분초를 다투는 순간과는 어울리지 않게 꾸물거리면서도 분명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 일상의 관성을 유지한 채로, 심드렁하고 우물쭈물하는 일상의 표정 또한 잃지 않은 채로.
● 가벼운 것을 무겁게, 무거운 것을 가볍게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는 전복을 거듭한다. 절멸 예고가 일상의 관성 앞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하면, 평범한 대학생이 난세의 영웅이 할 법한 고민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렇게 소설은 가벼운 것은 무겁게, 무거운 것은 가볍게 만들며 예고된 7일을 하루씩 착실히 지워 나간다. 이때 박대겸의 문체는 전복이라는 형식을 공고히 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일주일 뒤에 일어날 일을 진지하게 걱정한다기보다는,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확신할 수 없는 일종의 이벤트처럼 여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는 문장처럼, 박대겸은 멸망 앞에 이벤트라는 단어를 가져다 놓는다. 주인공의 고뇌와 중얼거림은 심각하고 진지해지는 것을 경계하기라도 하는 듯 표면에서 상공으로 통통 튀어오른다. 어두운 운명도 부침개 뒤집듯 가뿐히 메칠 기세로 돌진하는 문장들의 에너지는 어느덧 읽는 이에게도 전달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소설이 보여 주는 숱한 전복을 고스란히 우리의 하루에 적용해 볼 수도 있다. 각자의 앞을 가로막은 장벽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의 문장들을 타고 훌쩍 뛰어넘어 보자. 외계 존재의 말살 선언 앞에서도 끝없이 돌진하는 지민의 기세처럼, 박대겸의 문장처럼.
처음 영상을 봤을 때만 해도 당연히 페이크 영상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동기가 말한 것처럼 저런 모습의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설마 전 세계 유튜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SF에서 말하는 소위 ‘퍼스트 콘택트’라는 인류사에 남을 만한 어마어마한 사건이, 고작 이런 조악하게 가공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전해진다는 사실을 믿을 수는 없지 않은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인 인류는, 마찬가지로 재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빠른 변화에는, 설마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는 마음과,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실상 내 주변의 모든 사람과 함께 죽기 때문에 슬플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는 마음, 무엇보다 터무니없는 미래에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마음 등이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
거기까지 듣고 나자 연호수가 한 시간에 걸쳐 빙빙 에둘러 가며 풀어놓은 이야기의 맥락을 겨우 잡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나름대로 연호수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우리보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평행우주가 존재한다, 그쪽 세계에서 네트워크가 복잡해졌고, 그걸 계기로 평행우주가 실재한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이후 과학자들이 다른 평행우주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연호수가 어떻게 운 좋게 얻어걸려 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평행우주가 실재한다는 사실은 네트워크뿐 아니라 뇌과학에도 영향을 미쳐 해리성정체장애가 있는 환자의 뇌를 매개로 다른 평행우주와 의식을 주고받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대겸
소설가. 장편소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소설집 『픽션으로부터 멀리, 낮으로부터 멀리』 등이 있다.
목차
D-7 7
D-6 19
D-4 30
D-3 50
D-2 70
아직 D-2 84
또 한 번…… D-2 111
계속되는 D-2 117
저물지 않는 D-2 137
끝으로 치닫는 D-2 151
끝나 가는 D-2 183
D-1 198
D-Day 220
작가의 말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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