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치밀한 논증과 숨 막히는 법정 공방,
마녀재판 변호인의 불가능한 임무가 시작된다!
현직 정신과 의사가 그려 내는
시대적 광기에 휩싸인 다양한 인간 군상
제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히든카드상 수상작!
“무죄라니! 누구나 다 유죄라고 확신할 이런 상황에서 말이야!”
16세기 마녀재판, 불가능한 무죄 증명이 시작된다16세기 신성로마제국. 전직 법학 교수 로젠은 여행 중 한 마을에서 ‘또다시’ 마녀재판에 맞닥뜨린다. 피고인은 물레방앗간 관리인을 마술로 살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소녀 앤. 반년 전 어머니마저 마녀로 처형당한 그녀는 이제 같은 운명을 맞이할 위기에 처해 있다.
“앤 양,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당신은 마녀입니까?”
“저는 마녀가 아니에요.”
로젠이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리고 품에 손을 넣어 십자가를 꺼냈다.
“신께 맹세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가느다란 손가락이 십자가에 얹혔다.
“저는 마녀가 아닙니다.”
침착한 목소리. 흔들림 없는 눈동자. 뒤에서 지켜보던 란드센 일행이 약간 술렁거렸다.
“이제부터는 가시밭길이 될 것입니다. 결백하다 해도 결국 화형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 하고 앤이 숨을 내쉬었다.
“저는.” 눈동자 속에서 랜턴 불빛이 흔들렸다. “마녀가 아닙니다.”
숲속에 섬처럼 고립된 마을에서 펼쳐지는 마녀재판.
여행길에 마녀재판을 여섯 번이나 맞닥뜨리는 건 어떠한 우연일까?
“신의 이름 아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마녀의 존재를 당연하게 믿는 사회에서 무죄를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과학 수사도, 물적 증거도 없는 시대. 미신과 편견으로 가득한 증언들이 앤을 마녀로 몰아간다.
마을 전체가 그녀의 유죄를 확신하는 가운데, 로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반박하며 마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과연 로젠과 리리는 오직 논리만으로 종교적 광기를 이겨내고 앤을 구할 수 있을까?
“앤이 무죄라는 것을, 마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종교와 미신이 지배하는 시대, 오직 ‘논리’로만 소녀를 구할 수 있다전직 법학 교수 로젠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녀재판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물레방앗간에서 발견된 관리인의 시신. 마을 사람들은 소녀 앤이 마술을 부려 그를 죽였다고 확신한다. 반년 전 앤의 어머니 역시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다. 이제 딸의 차례다. 마을 사람들에게 마녀의 존재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16세기 당시 마녀는 사람들에게 실존하는 위험 요소였다. 사람들은 마녀가 악마와 계약해 마술로 해를 끼친다고 믿었다. 현대인의 시점에서 볼 때는 비현실적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마녀와 마술은 그 세계만의 상식이었던 셈이다. 사람들은 그 상식에 기반해서 생각하고 행동했다. 마녀는 발견하면 재판해서 없애야 하는 악한 존재고, 따라서 마녀재판에 회부되면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었다.”
- 번역가 김은모
하지만 로젠은 다르다. 법학자로서 그는 증거를 요구하고, 논리를 따진다. 로젠은 영주를 설득해 사건을 재조사할 기회를 얻는다. 함께 여행 중이던 감이 좋은 소녀 리리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단서를 모아 간다. 하지만 16세기의 마을에서 과학적 증거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목격자들의 증언은 미신과 편견으로 가득하고, 물적 증거라는 것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로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반박하며 마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탐문 수사를 통해 얻은 증거를 쌓아 올려 하나하나 논증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롭고, 마녀재판의 불합리한 상황을 뒤집는 전개는 독자들에게 쾌감을 안겨 준다. 실제로 재판 파트는 이 작품의 백미다. 로젠이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상대로 논리적 공방을 펼치며, 이들을 ‘제대로’ 상대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독자들은 로젠과 함께 증거를 분석하고, 논리를 구성하며, 마침내 추리를 완성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방향의 반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인물 중심의 서스펜스《마녀재판의 변호인》은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한다. 작가 기미노 아라타의 문체는 깔끔하고 템포가 빨라 중세 유럽이라는 낯선 배경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또한 작가의 빼어난 배경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16세기 신성로마제국의 마을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그릴 수 있게 한다. 더군다나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입체적인 면모를 보이며 다양한 인물상을 선보인다.
“작품의 전체 구조상 인물이 핵심적인 특수 설정 본격 미스터리라, 자칫하면 인물이 세계관을 구성하는 재료나 탐정의 추리, 플롯을 위한 자료로만 쓰이고 끝날 우려도 있으나 마지막 진상을 통해 모든 인물을 다시 곱씹어 보면서 강한 여운을 남기는 점이 좋다.”
- 추리소설 작가 김영민
하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멋지게 속았다”는 독자들의 찬사가 쏟아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야기는 단순히 앤의 무죄를 증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 로젠 주변과 마을 인물들의 비밀, 그리고 시대적 부조리가 겹겹이 드러나며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말로 치닫는다. “수수께끼 풀이 이후의 이야기까지 확실히 즐길 수 있도록 구축된 작품”이라는 평가가 이 작품의 완성도를 증명한다.
역사 속 광기를 마주하며 현재를 돌아보다《마녀재판의 변호인》은 단순한 오락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 작품은 역사 속 부당함을 생생하게 체감하게 한다. 증거도 없이, 논리도 없이, 오직 편견과 광기만으로 사람을 죽였던 시대. 현직 정신과 의사인 작가는 시대적 불안과 집단 광기, 맹신에 가까운 편견이 지배하는 사회를 냉정하게 그려 냈다.
논리로 광기에 맞서는 법학자 로젠의 분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역사 속 부당함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편견과 불합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녀재판의 변호인》은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한 법정 미스터리이다. 마지막 반전까지 소설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한 훌륭한 오락 소설이다. 하지만 동시에, 논리와 증거의 중요성, 그리고 불합리에 맞서는 용기 또한 묵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결백하다 해도.” 로젠이 급히 끼어들었다. “그것이 반드시 증명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디에도요. 오히려 공연히 고문만 받다가 결국 화형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 하고 앤이 숨을 내쉬었다.
“저는.” 눈동자 속에서 랜턴 불빛이 흔들렸다. “마녀가 아닙니다.”
짧은 침묵 후, 로젠이 천천히 고개를 내저으며 일어섰다. 뭔가를 떨쳐 내듯 성호를 긋고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신의 이름 아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_ <1. 리리(1)> 중에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란드센이 히죽 웃었다. “그렇더라도 이것만은 말해 두겠습니다. 논의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과 상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겠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공유할 수 있는 전제가 없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반대로 말해 공유할 수 있는 전제만 찾아낸다면 그들은 교섭하러 나와 줄 겁니다.”
순간 허를 찔려 말문이 막혔지만 로젠은 즉시 마음속으로 부정했다.
마녀위원회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앤을 마녀로 간주하는 그들과 로젠 사이에는 깊은 골이 패어 있었다.
“그런 전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과연 어떨까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영주는 포도주를 마셨다.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났다.
_ <6. 로젠(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