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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자
작가 | 부모님 |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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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서정시집 『그냥 살자』를 작가 시인선으로 출간하였다. 주지하다시피 김홍신은 『인간시장』을 필두로 한 장편소설들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한국문학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다. 그의 소설이 갖는 의의와 가치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재론할 필요가 없겠으나, 그가 동시대 문화현상 가운데 어느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독자 수용의 천장을 친 사실은 이제 문학사의 한 장이 되었다. 그를 두고 불세출의 작가라 부르는 이유다. 그가 문득 시인의 기치를 들고 나선 이유는 소설로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리고 시의 장르적 특성으로 가능한 언로를 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하여 이제껏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던 세상살이의 경험과 지혜를, 오늘의 우리 사회와 뜻깊게 공유하려 했을 터이다. 그 연령에 이르도록 지속적으로 운용해 온 문필과 세상살이의 관계성을 활용하면서, ‘시로 쓴 인생론’의 범례를 보여준 것이 그의 시라 할 수 있겠다.시인은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을 보고도 명상한다. 그것들이 모여 삼라만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김홍신의 시 세계가 꼭 그렇다. 그는 우리 주변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우주 공간의 광활한 환경에 이르기까지, 사뭇 자유롭고 활달하게 시의 소재를 만난다.

  출판사 리뷰

문학소년 시절, 시인을 꿈꿨던
밀리언셀러 작가 김홍신의 시로 쓴 인생론
- 김홍신 시집 『그냥 살자』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서정시집 『그냥 살자』를 작가 시인선으로 출간하였다. 이는 이어령과 박경리가 시를 쓰고 시집을 낸 것만큼이나 새롭고 또 놀랍다.

주지하다시피 김홍신은 『인간시장』을 필두로 한 장편소설들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한국문학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다. 그의 소설이 갖는 의의와 가치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재론할 필요가 없겠으나, 그가 동시대 문화현상 가운데 어느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독자 수용의 천장을 친 사실은 이제 문학사의 한 장이 되었다. 그를 두고 불세출의 작가라 부르는 이유다. 그가 문득 시인의 기치를 들고 나선 이유는 소설로 다 표현하지 못한, 그리고 시의 장르적 특성으로 가능한 언로를 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하여 이제껏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던 세상살이의 경험과 지혜를, 오늘의 우리 사회와 뜻깊게 공유하려 했을 터이다. 그 연령에 이르도록 지속적으로 운용해 온 문필과 세상살이의 관계성을 활용하면서, ‘시로 쓴 인생론’의 범례를 보여준 것이 그의 시라 할 수 있겠다.

김종회 문학평론가(한국디지털문인협회 회장)는 평설에서 “김홍신의 시에는 언어의 기교나 관념의 유희가 없다. 소박하고 조촐한, 그러나 품격 있고 의미 깊은 인생론의 언사들이 오랜 격언처럼 줄지어 있다. 이 시의 행렬은 그가 살아온 세월의 경과와 그 연륜의 원숙성을 반영한다. 그의 시들은 주로 구어체의 어법을 빌려 독자와의 소통을 도모하며, 이는 한결 친숙하고 편안한 공감을 촉발하는 데 유익하다. 왜 김홍신이 이와 같은 시를 쓰고 시집을 간행하려 할까. 이야기의 형식으로 풀어서 말하는 소설의 발화법을 한 편으로 밀쳐두고, 비유와 상징과 압축의 방정식을 동원하는 시의 기법이 그에게 절실했던 까닭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곧 김홍신 시의 존재 양식을 말하는 것이 된다”고 평한다.

우주적 상상력과 인식의 공간 확장
시인은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을 보고도 명상한다. 그것들이 모여 삼라만상을 이루기 때문이다. 김홍신의 시 세계가 꼭 그렇다. 그는 우리 주변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우주 공간의 광활한 환경에 이르기까지, 사뭇 자유롭고 활달하게 시의 소재를 만난다. 이 시집의 1부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세계에는 고승의 탈속한 죽음(「천화(遷化)」)이 있고, 사람의 지구에 대한 사용권(「사람은 지구의 나그네」) 논의가 있는가 하면, 이 모든 존재의 의의를 가늠하는 심층적 인식(「바람에게 물었다」)이 있다. 그가 당면하고 접촉하며 판단하는 모든 사물에 다각적 관점이 작용하면서, 그 상상력은 시인이 자신의 내면에 숨기고 있는 생각들을 ‘시의 보석’으로 이끌어낸다.

하늘에게 어찌 살라느냐 물으니 / 대나무처럼 살라 하네 / 대나무는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아 / 마디 있고 속 비어 그렇다네 / 인생의 고비가 마디요 / 속을 비우는 건 마음 내려놓는 거라네
— 「대바람 소리」 부분

이 시집의 첫 번째 시 「대바람 소리」의 첫 연이다. 대나무에 마디가 있고 속이 비어 있기에 가늘고 길어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언표(言表)다. 시인은 곧바로 대나무의 모형을 인생사의 면모에 대입한다. 뒤이어 둘째 연에서 대나무에게 물으니 ‘바람’처럼 살라 하는데, 이 모두를 넘어서는 힘은 ‘사랑과 용서’에 있다는 것이다.

술잔에 뜬 별을 마신다 / 별이 웃으며 심장 속으로 들어왔다 / 심장이 벌렁벌렁 춤춘다 / 술잔은 시시덕거렸다
— 「술잔이 비었노라」 부분

술잔에 달이 뜨거나 별이 뜨면, 이는 매우 고급한 풍류의 시심을 증명한다. 시인은 술잔에 뜬 별을 마신다. 자연과 시적 화자 또 우주와 시적 화자가 물아일체의 지경으로 진입하는 이 순간부터, 하늘과 별과 달이 함께 호응한다. 이를테면 시인이 시공을 초월하는 물심일여의 연대를 꿈꾸는 형국이다.

품었던 욕망은 참으로 부질없나니 / 얼기설기 쌓은 인연은 낙엽 되어 흩어지더라 / 켜켜이 늘어 붙은 / 애착은 가소롭고 / 사람은 본디 짐승이었다더라 / 참사랑과 따스한 용서와 자유를 누리기에 / 사람이 되었다 하더라
— 「사람으로 태어나 무엇을 남길 텐가」 부분

이 시의 서두에서 시인은 ‘인생은 짧은데 흔들리며 산 세월은 왜 그리 길었는가’라고 탄식한다. 더불어 ‘사람은 본디 짐승’이었으나 ‘참사랑과 따스한 용서와 자유’로 인하여 사람이 되었다고 술회한다. 이렇게 보면 그가 품고 있는 인생관은 언제나 가치지향적이고 순방향적이며, 동시에 그러한 사유가 시로 발현되고 있다.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 향기로 바꾸는 인간학이지요 / 시인은 영혼의 상처를 / 꽃 대궐로 만드는 예술가죠
— 「살아있음은 기적」 부분

시, 또는 문학의 기능을 확정적으로 피력한 시의 구절이다. 아마도 이는 오랜 세월을 두고 시인에게 하나의 화석이 된 문학관으로 보인다. 그러할 때 그의 시가 표상하는 인간 곧 ‘살아있는 사람’은, 기적의 주체요 천지간을 가로지르는 가장 소중한 존재로 격상된다. 시인이 상상력을 운행하는 공간이 이렇게 넓고 자유로운 연유는, 어쩌면 소설의 주박(呪縛)을 벗어난 시의 강세로부터 말미암았을 것이다.

삶의 질곡을 넘어선 경륜과 인간애
인생 행로에서 한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경륜의 크기는, 그의 경험은 물론 그 사람됨의 수준에 연동되어 있다. 큰 포부를 가지고 어떤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하거나 그렇게 세상을 관리하는 일을 경륜이라고 한다면, 이는 김홍신 시의 넓이와 깊이를 추정하는 하나의 시점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삶의 질곡에 당착했을 때, 이 경륜은 그야말로 새 힘을 발양한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별’이 된다는 믿음(「사람의 고향은 별이다」), ‘인생사 전쟁터’인 마당에 참으로 ‘잘 사는 법’의 발견(「그냥 살라」), 그리고 무게를 잴 수 없는 ‘내 인생의 오로라’에 대한 달관(「하늘을 닮은 눈빛」) 등이 이 시집의 2부에서 볼 수 있는 구체적 사례가 된다.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 /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 「겪어보면 안다」 부분

‘겪어보면 안다’라는 시의 제목은 지금 여기에까지 이른 결과론적 평가에 해당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하나는 지금 이전의 어려움이나 아픔에 대한 체험이요, 다른 하나는 이제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의지와 그로 인한 새로운 진전에의 확신이다. 인용의 시는 여기서 과거와 현재로 맞서 있는 이 구조적 정황에 대한 견식을, 모양 좋게 잘 수렴한 경우다.

거지에게 절해 본 적 없지만 / 천 원짜리 한 장 내밀고 / 두 손 모으고 절했다 / 또박또박 걸어가는 그녀에게 / 두 손 모으고 절했다 // 참 스승이 도처에 있으니 / 내 발길을 다듬고 다듬어야 하리라
— 「따라 배우기」 부분

이 시의 화자는 거리에서 ‘구걸하는 동냥아치’와 그에게 적선한 여인이 허리 숙여 절하는 광경을 본다. 그 현장에서 ‘또박또박 걸어가는 그녀’에게 두 손 모으고 절하는 이는 시적 화자일 시 분명하다. 그리고 짐짓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참 스승이 도처에 있으니 내 발길을 다듬고 다듬어야 하리라.’ 눈물겹도록 곡진(曲盡)한 인간애의 한 풍경이다.

사람 마음은 자꾸자꾸 / 모양을 만들어 / 화가 치밀고 / 피가 나며 통증이 심할밖에 // 마음에 사랑과 용서를 심으면 / 사람꽃이 된다지요
— 「사람꽃」 부분

희비애락을 벗어날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 ‘사람꽃’이 되는 경로를 보여주는 시다. 시인은 그 난감한 외줄기 길을 ‘허공’과 ‘사람’의 비교를 통해 적시한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마음에 사랑과 용서를 심으면 사람꽃이 된다지요.’ 굳이 공자의 ‘기서호(其恕乎)’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이에 견줄만한 인간애의 도식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인생의 도정에서 만난 사랑의 얼굴
우리가 작가이자 시인의 길에 들어선 김홍신과 그의 시를 신뢰하는 데는, 당연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시에서 어떤 허장성세나 정도의 지나침을 목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작고 소중한 진실에 정성을 기울이는 진정성을 납득할 수 있기에 그렇다. 일찍이 윌리엄 블레이크가 「순수의 전조」에서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고 한 세미한 수사(修辭)를, 3부에 수록된 시들에서 만나게 된다. 그 작고 귀한 얼굴들은 대개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사랑하면 풋내나는 사람이 된다(「사랑 서리」)는 전언(傳言), 다친 사랑이 더 찬란하다(「다친 사랑」)는 판단, 사랑이라는 별이 있어 누구나 사랑하게 만든다(「사랑앓이」)는 해명 등이 모두 그와 같다.

사람 사용 설명서에 / 설마 울고불고 찡그리며 / 살라고 적혀 있을까 // 행복이 어디 있냐고 물으면 / 내 마음속에 있다면서 / 늘 마음 밖 / 남이 가진 줄 알았지
— 「인생 사용 설명서」 부분

‘인생 사용 설명서’나 ‘사람 사용 설명서’는 어디에 있으며 어떤 문면(文面)으로 기록되어 있을까. 그리고 정말 그러한 문건이 있기나 한 것일까. 시가 ‘현실법칙’이 아니라 ‘진실법칙’에 의거해 있고, 그 언어의 운행에 있어 ‘시적 일탈’이나 ‘시적 허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이 설명서는 시인에게 하나의 특권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눈으로 본다면, 그 어려운 문답이 한결 명료하게 제시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슴에 꽃 한 송이 키우고 / 머릿속엔 부싯돌 두 개를 넣어 두라 / 꽃을 피우기 위해 /그대 가슴은 붉은 피 흘려야 하고 / 먹구름이 몰려들어 모두 젖어야 하고 / 세포가 폭발하듯 고통 삭여야 한다
— 「청춘들아」 부분

이 시는 시인이 청춘에게 전하는 사랑과 격려의 말이다. 일찍이 호머가 ‘델로스 섬에서 아크로폴리스 신전 곁에 하늘을 향하여 땅으로부터 치솟은 종려나무를 보는 것 같다’고 칭송한, 그 청춘들에게 주는 고언(苦言)이다. 시인은 종내 청춘이 엄혹한 단련을 거쳐서 제 몸과 제 혼을 온통 불사르는 ‘거대한 천화(天火) 한 송이’가 될 것으로 규정하고 그렇게 권면했다.

회초리 꺼낸 울엄니 / 버선발 위로 치맛단 올리고 / 회초리를 내 손에 쥐어주었네 / 자식 잘못 가르친 어미를 때리라며 // 아이고 울 엄니 왜 이런다냐 / 정녕 새 엄니는 아니네 / 나는 회초리 내던지고 / 엄니 품에서 목 놓아 울었지
— 「울 엄니 1」 부분

철딱서니 없는 시절에 다리 저는 아이를 놀린 화자에게 ‘울엄니’는 엄벌을 내렸다. 아들에게 어머니 자신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치라는 것이다. 어디서 익숙하게 보던 현모賢母의 그림이 아닌가. 다른 애들에게는 없는 이 징벌에 ‘새엄니’인가 반문도 해 보지만, 마침내 회초리를 내던지고 그 품에서 목놓아 운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어머니의 참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별이 있다네요 / 누구나 사랑앓이를 하지요 / 사랑병은 황홀한 통증 / 도깨비 닮아 / 툭 건들기만 해도 달라붙어 / 드잡이를 하지요
— 「사랑앓이」 부분

사랑이라는 별이 있고 누구나 사랑앓이를 한다는 시적 진술은, 갑남을녀를 막론한 사랑의 보편성을 말하고 있다. 사랑병이 쉽게 드잡이를 한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을 두고 다음 시행(詩行)에서, 괴이쩍기로 지옥 같고 살갑기로 엄마 품속 같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사랑의 얼굴은 우리 삶의 어디에나 있고, 어느 부문에나 개입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사랑이야말로 인생길의 변함없는 도반(道伴)인 셈이다.

세상살이의 지혜와 운명론의 언어
어느 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운명! 그 이름이 등장하면 모든 토론은 종결이다.’ 이 준엄한 글의 한 구절을 소환하여 떠올릴 만큼, 김홍신 시의 종착점은 인간의 웅숭깊은 속성과 마침내 그것이 견인할 운명의 날들을 예감하게 한다. 그러나 그의 시에서 운명의 모습은 그에 이르는 경과 기간에 당사자의 고투와 정성에 비례하여 명암이 조정되는, 이른바 인본주의적 성격을 가졌다. 바로 여기에 시인 또는 시적 화자가 가진 세상살이의 지혜가 개재(介在)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다짐(「그냥 살면 되거늘」), 평생 묻어둔 혼을 그대 품에 남기겠다는 고백(「그대 품속에 핀 꽃」), 아픔 없는 인생 있을까라는 반추(「두루메」) 등에서 운명론의 언어와 삶의 지혜로운 식견이 접촉하는 형상을 볼 수 있다.

옛 선비 마냥 호(號)를 갖고 싶었다 / 스승 선비 선배들이 / 민망하리만큼 큰 뜻의 호를 지어주었다 / 내 처지가 부끄러웠고 / 지어준 호처럼 살 자신이 없어 / 망설인 세월이 길고 길었다
— 「모루」 부분

‘모루’라는 제목의 시다. 모루는 시 제목이면서 선종(善終)하는 신부가 김홍신 시인에게 공여한 호(號)다. 모루는 대장간에서 달군 쇠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평평한 쇳덩이를 일컫는다. 농기구나 일이나 사람이나, 제대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온 생애를 두고 세상과 사람들을 위해 기여한 이 시인에게 꼭 알맞은 이름이다. 그렇게 공익을 위해 살 운명이면, 이 정황을 벗어던지기가 어려웠을 터이다.

그른 일에 방관함은 굴종이요 / 거짓에 침묵함은 비겁이오 / 바른 일에 투쟁함은 진실이오 / 부정에 저항함은 참됨이니
— 「춘추문장」 부분

이 시는 그야말로 시인이 인생을 살아온 태도와 방향성을 잘 함축하고 있다. 방관과 침묵이 아니라 투쟁과 저항이 올곧은 지식인이자 지성인의 길임을 통감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춘추문장(春秋文章)’이란 제목을 붙였으니, 어느결에 사서삼경의 한 가운데로 들어선 후감(後感)이 없지 않다.

금강산 제일봉 천하명경 비로봉 / 오직 바라볼 곳은 하늘뿐 / 젖가슴 내민 어머니처럼 / 옥녀봉은 따스하다 //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 통일이었다
—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통일이었다」 부분

금강, 봉래, 풍악, 개골의 네 이름을 함께 가진 민족의 명산이다. 시인은 금강산의 외형과 내면에 두루 걸쳐 그 풍자(風姿)와 함의(含意)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시의 외면이 말하는 바와 같이, 해야 할 언급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그 말미에 이르러,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통일이었다’라는 명제를 느닷없이 부려 놓았다. 이 또한 운명의 언어가 아닌가.

천년에 한 번 숨 쉬는 거북이 / 깊은 바닷속에서 솟아올라 / 숨 한 번 마악 쉴 참에 / 왜 하필 거북이가 그 구멍에 /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쉰단 말이오
— 「인연」 부분

이 시의 서사는 동양문화권의 고사(古事) 가운데 ‘맹구우목(盲龜遇木)’이란 사자성어를 모티브로 한다. 장구한 여행 끝에 바다에 이른 송판 한 조각과 천년에 한 번 바다 위로 떠오른 거북이가 만났으니, 그 인연이 귀하고 드물기를 넘어 운명론적 조우(遭遇)다. 그런데 정작 시인의 의도가 그 고사 자체에 있을까. 아니다. 그는 이를 차용하여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인연을 어떻게 응대해야 할 것인가를 암시하고 있다.

이처럼 김홍신 시집 『그냥 살자』에는 우주 자연과 인생 세간을 보다 큰 눈으로 관조하면서, 오랜 세월에 걸친 연륜의 힘과 지혜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시를 읽는 일은 우리 인생의 경륜을 연마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자신의 생애와 문학 전반을 디딤돌로 하여 제시한, 독자를 위한 각성과 성찰의 디딤돌로서 소임을 다하는 시의 세계다. 문학 애호가들에게 간곡히 일독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이 숙제를 수행하는 데 동원된 열린 사고와 풍요로운 교양은, 그것 자체로도 시를 읽는 기쁨을 배가(倍加)하는 요인이 된다. 앞으로도 그의 소설처럼 그의 이생론을 담은 시 또한 우리가 즐겁고도 고맙게 만나는 한국문학의 밝은 빛으로 오래 남아 있길 소망한다.

햇살 고우면 눈에 보이는 것마다 그냥 웃어주고
비가 오면 마음 아픈 이들 위해 그냥 울어보고
바람 불면 자유 그리운 이들에게 그냥 손 흔들고
해지면 마음 다친 이들에게 그냥 두 손 모으고
천둥 울리면 지은 잘못 그냥 참회하고
번개 치면 저지른 허물 그냥 뉘우치고
별이 빛나면 지구 떠난 이들에게 그냥 조아리고

근심 걱정 고난 시련 없다면
이미 저승 사람이니까
— 「그냥 살면 되거늘」

그댈 기다린 만큼
태양이 이글거리면
지구는 불덩어리가 되겠지요

그대를 그리워한 만큼
눈이 쏟아진다면
영영 봄날은 사라지겠죠

그대를 사랑한 만큼
비가 퍼붓는다면
세상은 온통 바다겠지요

아직도 내 영혼은 화염에 쌓여 있어
달아오른 불 끄려고
밤새 목울대 찢어지게 울었지요

사람들아
불을 끌만큼 눈물 흘려 보았느냐

— 「불을 끌 만큼 눈물 흘려 보았느냐」

어찌 살아야 합니까
인생사 전쟁터가 아니더냐

웃고 건강하고 신나게 살고 싶습니다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살라

그리 살기가 어찌 쉽습니까
인생사 쉬우면 재미가 없느니라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그냥 살자

— 「그냥 살자」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홍신
장편소설 『인간시장』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가가 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그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8년 연속 의정평가 1등 국회의원(제15, 16대)’으로 소신과 열정의 삶을 펼쳤다. 이후 건국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집필활동에 복귀했다. 현재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 원장, 평화재단 고문,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성장했으며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및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인간시장』 『칼날 위의 전쟁』 『바람 바람 바람』 『내륙풍』 『난장판』 『풍객』 『대곡』 등으로 대한민국에 소설 폭풍을 일으키며 한국소설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을 수상했고,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높이는 대하역사소설 『김홍신의 대발해』(전10권)를 발표해 통일문화대상과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 장편소설 『단 한 번의 사랑』으로 한국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 2023년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를 발표하며 상처를 끌어안는 사랑의 향기를 전했다.그 외에도 『삼국지』 『수호지』 등의 중국고전 평역서와 『자박자박 걸어요』『하루사용설명서』 『인생견문록』 『인생사용설명서』 『인생사용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 『그게 뭐 어쨌다고?』 『인생을 맛있게 사는 지혜』 등의 에세이를 포함해 130여 권의 책을 출간하면서 신념 있는 삶을 살아가는 기쁨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대바람 소리
대바람 소리 13
조선의 혼, 아리랑 14
천화(遷化) 15
사랑Ⅰ 16
사랑 Ⅱ 17
사람은 지구의 나그네 18
술잔이 비었노라 19
천하에 오직 하나뿐 20
같이 흔들리자 21
내 인생의 오로라 22
그냥 살면 되거늘 23
바람에게 물었다 24
사람으로 태어나 무엇을 남길 텐가 25
귀신에게 시비 걸기 26
살아있음은 기적 27

2부 겪어보면 안다
겪어보면 안다 31
신이 주신 선물 32
천사가 배시시 웃더라 33
불을 끌 만큼 눈물 흘려 보았느냐 34
사람의 고향은 별이다 35
그냥 살자 36
하늘을 마신다 37
내 인생의 구렁텅이 39
따라 배우기 41
인생 42
사람꽃 44
해돋이와 해넘이 45
심장 속으로 들어온 사랑 46
사랑 그리고 이별 47
사랑 벼락 1 48
사랑 벼락 2 49

3부 인생 사용 설명서
인생 사용 설명서 53
사랑 근처 54
논산 아리랑 55
엄니 마음 57
사랑 서리 59
사람이 왜 늙나 했더니 60
놀부 보시 61
청춘들아 62
울 엄니 1 63
울 엄니 2 64
한눈 팔기 65
다친 사랑 66
별을 마신다 67
그대는 68
사랑앓이 70
그대가 하늘이었소 71

4부 모루
모루 75
춘추문장(春秋文章) 76
후회 77
왜 사냐고 물으면 78
내 고향 푸른 달아 80
그리운 것은 금강이 아니라 통일 82
인연 84
사랑의 전과자 86
시인(詩人) 87
봄이 슬픈 까닭 88
무제 89
헤어지는 연습 91
흔들리며 살자 92
그대 품속에 핀 꽃 93
사랑 Ⅲ 94
오장 칠부 달린 무리 95
두루메 96

평설 / 시로 쓴 인생론과 그 향방_김종회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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