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소설, 소품, 강연문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독자가 작가의 작품 세계와 작가 정신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맨 앞에 수록된 <나의 개인주의>와 <현대 일본의 개화>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그 시절, 제국주의 초기에 발표된 작품으로, 팽배한 국가주의에 맞서 개인주의를 옹호했던 소세키의 작가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헌이다. <열흘 밤의 꿈>은 규정할 수 없는 환상 속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소설이다. 반면 <문조>는 사소한 현실 속에서 연약한 존재의 피상성이 관심을 호소한다. <봄날의 소나티네> - 과거 일본어 한자를 그대로 음역한 제목인 '영일소품'으로 알려졌다 -는 20세기 초의 일본 사회와 문화를 풍경화처럼 보여준다.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여러분이 그만큼의 개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소에 안착할 것, 자신과 딱 맞는 일을 발견할 때까지 매진하지 않으면 평생의 불행이라는 것. 그러나 자신이 그만큼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사회로부터 허락받을 수 있다면 타인에 대해서도 그 개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경향을 존중하는 게 옳은 일이겠지요. 그것이 필요하고 또 바른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지를 간추리면, 첫째, 자기 개성의 발전을 완수하고 싶다면 동시에 타인의 개성도 존중해야만 한다는 것. 둘째,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권력을 사용하고 싶다면, 그에 따르는 의무를 명심해야 한다는 것. 셋째 자기 재력을 드러내길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 결국 이 세 가지로 귀착됩니다.
다만 한 가지 더 주의해 주십사 싶은 것은, 국가적 도덕이라는 것은 개인적 도덕과 비교하면 훨씬 단계가 낮은 것처럼 보입니다. 원래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외교적 응대가 아무리 요란스럽다 할지라도 도덕심이 그렇게 있다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국가를 표준으로 하는 이상, 국가를 한 덩어리로 보는 이상, 훨씬 낮은 단계의 도덕에 만족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야 하는데, 개인주의를 기초로 해서 생각하면 기준이 대단히 높아지기 때문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국가가 평온할 때에는 도 덕심 높은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것이 내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긴노스케는 원치 않은 아이로 태어났다. 갓난아기 적에 시오바라 가문으로 입양되었다가 양부모의 이혼으로 다시 나쓰메 집안으로 돌아왔다. 부모한테서 인정받지 못한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면학에 전념하여 동경제국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친구에게서 '돌로 이를 닦는다'는 뜻의 소세키라는 호를 물려받았다. 그는 거의 평생 어디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다. 이곳저곳에서 영어교사 생활을 전전하다가 일본 정부의 명령으로 영국 국비유학을 떠났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신경쇠약에 시달리면서 자기의 본령을 찾느라 유학생활도 실패했다. 소세키는 뒤늦게 하늘이 내린 자기 재능과 자신이 가야 할 인생을 깨달았다. 도쿄로 돌아온 후 서른일곱 살이 돼서야 기분 전환 삼아 소설 한번 써보지 않겠냐는 친구의 권유로 단편을 하나 쓴 것이 소세키의 인생을 바꾸었다. 그것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다. 그는 내면에 가득했던 세계를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도련님>, <풀배게>, <우미인초>, <산시로>, <그 후>, <문>, <마음>, <열흘 밤의 꿈>, <봄날의 소나티네>, <현대 일본의 개화>, <나의 개인주의> 등 소설, 하이쿠, 수필, 평론, 한시, 강연,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일본인이 사랑하는 국민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국가와 권력을 멀리하였다. 문부성이 박사학위를 선사하자 그것을 거부하였다."박사가 아니면 학자가 아닌 것 같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한다면 학문은 소수 박사들의 전유물이 되어 학자적인 귀족이 학문권력을 장악하는 폐해가 속출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