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현실과 환상이 맞닿는 문턱에서 시작된다. 폭우 속에서 주운 상자 속 ‘미니어처 왕국’을 들여다보는 소년의 이야기부터 흡혈귀의 기억, 멈춰버린 평원, 기묘한 로봇과 불사의 약, 그리고 알 수 없는 대륙 너머로 떠나는 여정까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 여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독립적인 서사를 품고 있지만 정교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시작은 작은 상자 하나이지만, 현실과 비현실, 관찰과 개입, 성장과 상실이라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세계관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리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일본의 스타 소설가 쓰네카와 고타로는 마치 정교한 축소 세계를 조립하듯 판타지적인 상상력과 심리적 섬세함을 오가며 다층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단순히 환상이나 탈출의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해야 할 세계를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연결하는 서사의 조각들은 현실의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관찰자’로 머물 것인가, ‘변화’의 일원이 될 것인가?에카게에게 ‘모형 정원 속 세계’를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 중학교 1학년 때의 겨울이었다. 바깥에 찬바람이 휘몰아쳐 창문이 덜컹거렸다. 나는 가만히 그 상자를 꺼냈다. 뚜껑이 닫힌 상태였다. 쓸데없는 설명은 없는 편이 나았다.
“시간은 지금부터 일주일 주겠네. 일주일이 지나면, 상금 이야기는 없던 일이 되는 거야. 그리고 그 뒤에 내가 자네의 방이든 어디든 상자를 발견한다면, 그땐 어떤 핑계를 대도 소용없어. 자네는 범죄자니까. 나는 ‘발견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보상을 할 테지만, ‘훔친’ 사람에게는 아주 지독하게 대할 셈이거든. 만일 경찰이 개입한다면 고등학교는 꿈도 못 꾸겠지. 자넨 퇴학이야. 그러니 신중하게 선택하게. 모두가 불행해질 선택은 나도 바라지 않아.”
“우리 입장에서 보면 움직이지 못하니 불쌍하다, 삶을 살아갈 수 없으니 불쌍하다, 저들도 움직이고 싶을 텐데, 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시간이 정지된 자들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고, 뇌파도 사고도 없으니까요. 저들의 입장에서는 고통도 불행도 없는 셈이죠.”
작가 소개
지은이 : 쓰네카와 고타로
1973년 도쿄에서 태어나 다이토문화대학을 졸업했습니다. 2005년 『야시夜市』(2006)로 일본 호러 소설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출간된 단행본 데뷔작이 나오키상 후보로 선정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천둥의 계절雷の季節の終りに』, 『초제草祭』, 『금색의 야수, 저편으로 향하다金色の獣彼方に向かう』로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올랐으며, 『가을의 감옥秋の牢獄』, 『금색기계金色機械』는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멸망의 정원滅びの園』은 야마다 후타로상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작품을 낼 때마다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4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고, 외에도 다수의 작품으로 널리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