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쳐온 송진섭 작가의 『말숲산책』이 푸른생각의 푸른교양선으로 출간되었다.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지만 그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말과 글이다. 저자는 말숲의 해설사가 되어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어휘나 관용구, 외래어나 신조어 등의 원래 의미와 유래를 콕콕 짚어주며 올바른 언어 생활의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요즘, ‘엄청’이라는 말이 ‘엄청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안절부절’이라는 말도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쓰여서 뜻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절부절못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대신 ‘엄청’이, ‘안절부절못하다’ 대신 ‘안절부절’이 더 많이 쓰이게 되었고, 또 그러다 보니 틀린 말이던 것이 다수의 사랑에 의해 복수 표준어의 자리를 꿰차기에 이르렀습니다.‘엉터리없다’, ‘주책없다’ 등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 다수가 소수를 지배한 결과, ‘없다’라는 꼬리를 잘라버린 ‘엉터리’, ‘주책’ 등이 버젓이 복수 표준어가 되어 사전의 표제어로 딴살림을 차렸습니다.말이란 어법이 먼저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언중의 선택이 우선이라는 사실, 바꾸어 말하면 어법은 다수가 지배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유행어나 신조어가 언젠가는 점잖은 우리말을 몽땅 밀어내고 표준말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 생각 없이 많이 쓰는 신조어나 잘못된 말투까지 표준말이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전문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그 사회를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의 견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직이 크거나 작거나 간에 자문기관, 자문위원을 두기도 합니다.그런데 ‘자문(諮問)’이라는 말이 자주 잘못 쓰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령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다’, ‘자문을 구하다’ 등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자(諮)’ 와 ‘문(問)’ 둘 다 ‘묻다’의 뜻으로 ‘자문하다’라는 말은 쉽게 말해서 ‘묻다’라는 말입니다.따라서 ‘자문을 받다’나 ‘자문을 구하다’ 대신 ‘자문을 하다’ 또는 ‘의견을 묻다’ 등으로 써야 맞고 이에 답하는 사람은 ‘자문에 응하다’, ‘자문에 답하다’ 등으로 써야 합니다. 자문위원은 ‘자문에 응하는 사람’, ‘자문에 답하는 사람’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별 생각 없이 쓰는 우리말, 알고 보면 잘못 쓰는 예가 참 많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진섭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30여 년 고교 교사로 재직한 뒤 퇴직했다. 6, 7차 중고교 한문 교과서를 집필했고, 장편소설 『냄비받침』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