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심술궂기로 이름난 버럭 할머니와 아기 달팽이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아기 달팽이들은 그저 야들야들한 상추잎을 조금 맛본 것뿐인데, 할머니가 잔뜩 화가 나서는 달팽이들을 모조리 없애 버리겠단다. 하지만 아기 달팽이들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총과 몸이 줄어드는 마법 열매를 잔뜩 가져와 공격에 나서는데… 이런, 할머니가 작아진 게 아니라 어려졌다! 이럴 땐 누구? 그렇다, 아이 돌보기 전문가 달평 씨가 나설 차례다! 달평 씨는 마법이 풀리는 저녁때까지 투덜투덜 잔소리도 많고 버럭버럭 화도 많은 할머니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신민재 작가가 들려주는 달팽이계의 메리 포핀스, 달평 씨 다섯 번째 이야기.
출판사 리뷰
당신 안의 어린이를, 달평 씨가 만나러 갑니다!아침부터 해가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버럭 할머니네 텃밭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아기 달팽이들은 그저 야들야들한 상추잎을 살짝 맛본 것뿐인데, 화가 머리끝까지 난 버럭 할머니가 달팽이들을 모조리 잡아 없애 버리겠다지 뭐예요.
하지만 달팽이들이라고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리 없지요. 아기 달팽이들은 나뭇가지를 모아 새총을 만들고 몸이 줄어드는 마법 열매를 잔뜩 모아와 공격에 나섭니다. 버럭 할머니도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닙니다. 할머니는 잠시 숨을 고르나 싶더니 아기 달팽이들을 척척 잡아서 휙휙 내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잠시 방심한 사이에 그만, 보라색 열매 하나가 쏘옥 입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지 뭐예요.
어머나, 할머니는 어딜 가고 웬 어린이가! 몸이 작아지는 열매인 줄 알았는데, 어려지는 열매였나 보네요. 그러고 보니 《또 만나요, 달평 씨》의 윤이도, 《급식실의 달평 씨》의 영이도 파란 열매를 먹고 몸이 줄어들었지요? 아직 미숙한 ‘아기’ 달팽이들이다 보니 그만 열매의 종류를 헷갈린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마음은 여전히 할머니인 채로 몸만 어린이가 되어 버린 이 할머니를 어쩌면 좋을까요? 어른 달팽이들까지 불려 와 고민한 끝에 모두가 떠올린 건… 맞습니다! 달팽이계의 메리 포핀스 달평 씨입니다. 달평 씨는 싫다며 손사래를 쳐 보지만 결국 할머니를 떠맡고 맙니다. 세쌍둥이를 돌보는 것도 모자라 이제 할머니까지… 마법이 풀리는 저녁때까지 달평 씨는 버럭 할머니를 잘 돌볼 수 있을까요?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유쾌하고 따뜻한 상상력 버럭 할머니는 어린이가 되어서도 투덜투덜 불평하고 버럭버럭 화내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동네 청소년들과 마주치자 자신이 어린이가 된 것은 까맣게 잊고 “어른을 봤으면 인사를 해야제.” 하고 대뜸 잔소리부터 늘어놓습니다. 청소년들의 입에서 “뭐래니?” 소리가 나올 만하지요. 굳이 담장 위에 기어 올라가 “거기서 뭣들 하는겨?” 하고 담장 뒤에 숨어서 데이트하는 커플을 훼방 놓는 건 또 어떻고요. 달평 씨가 오늘은 그냥 재미있게 놀자며 말려 보지만, 할머니는 “재미있는 게 없당게!”랍니다.
할머니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힌트는 앞면지에 있습니다. “저것들은 날마다 뭣이 저렇게 재미난대?”라는 할머니의 대사에 말이지요. 할머니라고 어린이의 세계가, 젊은이의 세계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몰라 그저 잔소리로, 호통으로 말문을 트는 것뿐이지요. 자신도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그들을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미리 선을 그어 버리는 것이지요. 어린이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어린이였던 시절, 젊은이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 것이지요.
신민재 작가는 그런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방식으로 ‘놀이’를 제안합니다. 달평 씨의 손에 이끌려 뒷산 계곡으로 간 할머니는 입으로는 “애들이라면 딱 질색”이라면서도 차츰 어린이들에게 동화되어 갑니다. 마침내 마음마저 어린이가 되어 계곡물로 뛰어드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가슴 후련한 해방감을 안겨 줍니다.
신민재 작가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그저 나이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놓지 않으면 누구라도 ‘어린이’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걸핏하면 잔소리부터 늘어놓는 까칠한 어르신도 사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엄마를 그리워하는 어린이’를 품고 있다고 넌지시 일러 줍니다. 그 어린이를 알아봐 주고 불러 주는 존재가 곁에 있다면 금세 다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다고도요.
수많은 양육자 곁에는 달평 씨를 대신해 그 일을 해 줄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양육자의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어린이를 깨워 마법 같은 하루, 한나절, 한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어린이들도 바라마지 않는 일일 테지요. 이 그림책이 어린이와 양육자에게 그런 마법 같은 순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어린이들이 세상에 나가 만나게 될 여러 세대의 다양한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민재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회화와 디자인을,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안녕, 외톨이》, 《언니는 돼지야》, 《나무가 사라진 날》, 《어서 와요, 달평 씨》, 《도망쳐요, 달평 씨》, 《또 만나요, 달평 씨》, 《급식실의 달평 씨》, 《버럭 할머니와 달평 씨》가 있습니다. 〈오지랖 도깨비 오지랑〉 시리즈, 《또 잘못 뽑은 반장》, 《거꾸로 말대꾸》, 《눈 다래끼 팔아요》, 《왕할머니는 100살》, 《어서 오시‘개’ 짬뽕 도장》을 비롯한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중 《가을이네 장 담그기》와 《얘들아, 학교 가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