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향토색 짙은 제주어로 시를 써온 황금녀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총 5부에 걸쳐 66편의 시를 실었다. 표제 ‘눈물도 곱아불언마씀’은 ‘눈물도 숨어버렸습니다’라는 뜻의 제주어다. 시인은 눈물도 숨어버릴 만큼 지난했던 제주의 시간을 애잔한 눈길로 돌아본다. 그 속에는 가난했으나 다정했던 유년의 기억이 있고, 젊은 부모와 친구와 이웃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참하게 무너뜨린 폭력의 역사도 있었다. 특히 제주4·3의 아픔을 담은 시들을 시집 전반에서 볼 수 있다.다소 긴 호흡으로 그 시간을 더듬어가면서, 시인은 제주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위무하고 있다. 입말로서의 제주어가 시적 언어로 그려지면서 제주어 서사시의 형식을 띠기도 한다. 이 시집은 눈물도 숨어버린 제주 사람들의 삶에 바치는 헌사이면서 그 뿌리로부터 이어지는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와 기원을 전하고 있다.가을바람이 달려와 간지럼을 태우는지 허리가 휘도록 자지러지고 키작은 꽃들도 안달이 나서 잎들을 흔드는데 그 꽃들에게 답을 보낼 생각도 잊은 채 요즘 들려오는 소식에 무자기축년에 어웃허게 벌러진 내 가슴에선 슬픔이 자라고 칭원험이 자라 풀꽃 한 송이도 못 피운 그 긴 세월 농익어 짜고 짜진 눈물 차마 얼어 온몸이 오한징까지 일어 몇날 몇밤 이불깃을 당겼습니다 총 한 방이면 사람은 죽을 텐데 아름다운 조선의 나라에서 그렇게 심우쟁이 좋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을까 왜 골령골 산골짜기에선 그 많은 청춘들 트럭 태우기 전에 묶인 손에 발에 따발총을 쏘아 놓고 트럭에 집어넣고 그 사람들 우에다 가마니를 덮고 또 사람들을 밀어넣고 또 가마니를 덮고 밀어넣고 몇 겹을 싣고 가서 파놓은 구덩이 밀어넣어 쏘아대던 때 그때 제 아버님 그 많은 청춘들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 파헤쳐지는 세계에서 제일 긴 무덤 그때 봤던 증언자에 의하면 7천명 이상 8천명이나 되는 분들이 난동이라도 피울까 염려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증언 몇날 몇밤을 ‘오 하느님, 공의는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공의는? 공의는? 하며 한없이 우는데 너그러운 아버님 모습에선 결코 그들을 미워하지 않고 “오, 하느님! 국가는 무엇이며, 국민들은 무엇입니까”하고 외치며 가셨을 거야! 그 알맹이 말만 내 가심에 꼭 품곡 악을 선으로 갚으라 하신 하늘님의 말씀 생각나서 나는 당차게 외쳤습니다 아버님 모두들 낙원에서 만나요 나는 아버님들 모시며 영원히 살게요 이 설움 목울대 안으로 솜지멍- ‘세계에서 제일 긴 무덤 2’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황금녀
1939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출생1960년 MBC창사기념 문예공모 수기 당선2004년 제2회 전국기독여성문예공모 시 부문 대상 2007년 첫 시집 <주님 뵈올 날 늴모리 동동> 출간2008년 시집 <복에 겨워> 출간2010년 창조문예 신인상 당선2010년 시집 <나 에 불암서 마씀>2013년 동시집 <고른베기> 출간2015년 동시집 <착둥이>2016년 종려나무문학상 수상2016년 시집 <베롱한 상> 출간2017년 571돌 한글날 기념 한글발전 유공자 표창2017년 자랑스러운 제주인상(한글부문) 수상2017년 제주어 영문번역 시집 <이 상 베더레 나가카> 출간2020년 시집 <가던 나는 뉘우쳐 울고 가던 달은 비켜서 보고> 상재2020년 제주어 시집 <열두밧디 고망 터진 항 삽서> 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