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풍부한 사료와 읽기자료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역사분쟁의 본질을 실증적으로 논하고 있는 책. 동북 공정, 역사 교과서,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동아시아 속의 한국은 지금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중국은 동북 공정을 통해 한반도를 자신의 속국이라고 주장하고,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로 영토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다. 이러한 역사논쟁들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국과 만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역사왜곡과 동북공정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조망한다. 한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역사분쟁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역사로 포장된 정치적 패권주의를 파헤쳐서, 과연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역사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의 발판을 마련하고 한국사의 정체성확립을 위해 당면한 문제들의 해법을 제시한다.
출판사 리뷰
1. 20세기식 민족주의 사학은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북미자유협정이나 유럽연합의 경우처럼 세계는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할 아시아인의 공동체는 논의만 무성할 뿐 구체적 실현가능성은 적다. 동아시아 삼국의 과도한 민족주의가 공동체 형성 가능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근래 들어서 더욱 우경화되어가고, 중국은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패권대국을 지향하고 있다. 양국 모두 자국 역사의 미화에 골몰하면서 역사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남·북한의 역사인식도 민족주의에 과도하게 경도되어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 간에 벌어지는 논쟁은 역사문제이건 영토문제건 간에 상호 배치되는 이중 잣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과거에 우리 것이었다는 주장과 근대에 와서 새롭게 우리 것이 되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예컨대 일본이 북방 4개 도서가 자신의 영토라는 주장은 전자에 해당하고, 센카쿠열도 연고권에 대한 주장은 후자에 해당한다. 중국학계가 한반도의 고구려마저 중국사라 하는 것은 전자에 속하는 것이요, 중국 안의 역사가 모두 중국사라는 것은 후자에 속한다. 우리의 상황도 결코 이와 다르지 않다. 독도 문제를 국제 이슈화하는 데 반대하면서 동해 표기 문제는 국제기구로 끌고 가려고 한다. 동아시아 삼국이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펼치는 역사논쟁의 핵심에는 자민족 중심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동아시아 삼국은 겉으로는 서로 대결하고 있으면서도 안으로는 민족주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적대적 공범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삼국은 민족주의적인 역사관을 바탕으로 민족적 냉천체제를 재생산함으로써 권력의 헤게모니를 강화해왔다. 민족주의적 역사 인식은 일본의 극우적 역사 인식이나 중국의 사회주의적 애국주의 역사인식과 부딪칠 때 상호 분쟁만 야기할 뿐, 해결책 마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20세기 식 민족주의 역사학은 그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이제는 세계10위권 국가에 걸맞은 새로운 역사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인 핫이슈로까지 등장한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등의 역사분쟁의 문제는 일본과?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주도면밀하고 광범위한 역사 왜곡을 기획하고 치밀하게 실행에 옮겨온 데 반해,?우리는 정부나 학계에서 이렇다 할 대책이 없이 소극적 비체계적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송기호 교수의《역사분쟁》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학문적 대응을 보여줌으로써, 바른 역사관을 심어주어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보고, 지켜낼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2. 동북공정,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 그 본질은 무엇인가?
중국의 동북공정,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 모두 동아시아 삼국의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이들 현안을 관통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인가? 왜 이런 분쟁들은 공동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갈등과 반복을 계속하는 걸까?
국가 간 분쟁의 핵심에는 바로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정치적 이점을 위해 이용하는 역사의 정치화가 놓여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한반도마저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하고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로 영토에 대한 야욕을 드러낸다. 역사논쟁들은 미래의 한반도 및 만주의 운명과도 연관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문제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지역개발 정책과 보조를 맞추어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고양시키는 국가적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연구 작업이다. 동북공정의 시작과 더불어 역점을 두었던 것이 고구려가 중국사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역발상적인 사고로 동북공정을 한국사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는 전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부터 당위적으로 설명되던 고조선, 고구려, 부여, 발해가 왜 한국사인지, 왜 한국사가 되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북공정의 논리적 허점을 파헤치며 동북공정의 허와 실을 가려낸다. 우선 저자는 동북공정이라는 국가 정책적 프로젝트가 중국에서 출범하게 된 배경에서 고구려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의도가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91.9퍼센트의 한족과 8.1퍼센트의 55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55개 소수민족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는 무려 전체 영토의 63.7퍼센트에 해당해 이들이 독립해나갈 경우 중국의 절반이 넘는 영토가 잘려나가게 된다. 바로 여기에 중국이 소수민족을 포용해야 할 절박함이 있다.
만주가 한국 땅이라는 주장에 역공을 취하는 이유 또한 북한의 영토에 대한 현재적 관심과 연결된다. 북한 정권이 붕괴된 뒤에도 북한 영토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현재 한ㆍ미ㆍ일 동맹과 조ㆍ중ㆍ러 동맹이 세력대결을 벌이는 곳으로, 만일 북한이 무너질 경우 한ㆍ미ㆍ일 동맹 세력이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진출하게 되면 중국의 입지가 위태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미래를 예견하면서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동북공정인 것이다.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국주의적 전쟁을 정당화한다. 중국의 교과서 또한 사회주의 조국을 열렬히 옹호하며 내부적으로 중화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애국주의는 대국주의와 패권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송기호
1956년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림대학교 사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발해의 역사』(1987)『발해를 찾아서』(1993)『발해정치사연구』(1995)『러시아연해주와 발해 역사』(1996)『발해를 다시 본다』(1999)『발해고』(2000)『한국 고대의 온돌 : 북옥저, 고구려, 발해』(2006) 등이 있다.
목차
책을 내면서
제1장 민족주의와 역사교육
제2장 영토분쟁과 역사
제3장 한국사의 관점 논쟁
제4장 중국의 동북공정과 한국사 체계
제5장 중국의 영토관과 민족관
제6장 중국의 인식1―한민족, 고조선, 부여, 발해
제7장 중국의 인식2―고구려
제8장 분쟁의 해법 찾기
제9장 한국사의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