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18권. <정의의 이름으로>의 양호문 작가의 작품으로, 학교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재조명한다. 작가는 무려 300여 건의 학교 폭력 자료를 직접 수집하고 정리하며 이 소설을 집필했다. 도를 넘어선 학교폭력 때문에 단란하고 행복했던 한 가정이 처참히 무너지는 과정을 실제 사건에 입각해 담아냈다.
성혁은 이태균의 괴롭힘 때문에 2년 전 자살을 선택한 아들과, 아들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위해 이태균을 납치한다. 하지만 이태균은 납치사건에 가담한 성혁의 친구에게 잘못을 뉘우치는 척하고 풀려난다.
여전히 친구들의 돈과 옷과 신발 등을 빼앗고 폭력, 성폭력 구분 없이 행사하는 악마 같은 존재 이태균은 결국 자신이 노예처럼 괴롭히던 나약한 민서홍의 복수의 칼날을 받게 된다. 한편 아들이 죽기 전에 남긴 메모를 본 성혁은 아들을 위로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데….
출판사 리뷰
『정의의 이름으로』 작가 양호문 신작 장편소설
믿고 싶지 않지만 현재 청소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적나라한 학교폭력의 실상과 그에 따른 비극적 결말을 그린 소설
무관심, 어설프고 섣부른 용서 그것은 악마를 키우는 비타민!
『정의의 이름으로』에서 친일파 청산이라는 소재로 현실에 안주한 채 잠들어 있는 독자를 깨우고자 했던 양호문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악마의 비타민』.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학교폭력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재조명한다.
청소년 학교 폭력을 소재로 삼은 소설은 적지 않다. 하지만 그 현실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직시하는 청소년 소설은 드물다. 작가는 무려 300여 건의 학교 폭력 자료를 직접 수집하고 정리하며 이 소설을 집필했다. 도를 넘어선 학교폭력 때문에 단란하고 행복했던 한 가정이 처참히 무너지는 과정을 실제 사건에 입각해 담아냈다. 물론 문제아로 일컬어지는 일부 청소년들의 폭력적인 행태를 부각시켜 그들을 악마적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담해진 청소년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이 비단 비행 청소년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한 가정과 사회까지 폭력으로 물들이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진 악마의 비타민. 무관심, 어설프고 섣부른 용서가 키운 이 악마의 비타민은 어쩌면 무도한 악행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보고도 모르는 척하려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잘못된 영양제인지 모른다.
“돈은 가져왔어?”
“그게 저, 저…… 내, 내일은 꼭 가져올게!”
“뭐? 너, 뒈질래?”
민서홍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면서 이태균이 인상을 험악하게 지었다.
“못 구해서 그래. 내일은 꼭…….”
“왕째리, 이 새끼 묶어!”
이태균이 덩치가 좋고 눈꼬리가 가늘게 찢어진 똘마니에게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왕째리가 개줄을 민서홍의 목에 걸었다. 그들 네 명 중 키가 제일 큰 다른 똘마니가 옆에서 거들었다. 개줄을 잡은 이태균이 민서홍에게 호령했다.
“바닥에 엎드려서 네발로 기어!”
유난히 몸집이 작은 민서홍은 굳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반항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 즉시 교실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그저 무기력하게 이태균이 끄는 대로 개처럼 끌려갈 뿐이었다.
“야, 이 탱이야! 나한테 한번 찍히면 개처럼 살게 되는 거야. 알아?”
“뭐, 한번 불러서 물어보기는 하겠습니다만, 보나마나 이거 증거 불충분이에요.”
“증거 불충분이라뇨? 내 아들이 그 애들의 괴롭힘 때문에 죽었는데요? 여기 그놈들이 보낸 협박 문자를 보세요.”
“그런 문자야 남자애들은 흔히 장난 삼아 보내요. 솔직히 걔들이 아들을 직접 죽인 게 아니잖아요? 아들이 스스로 자살을 한 거지. 사실 요즘 청소년들 꺼떡하면 죽고 그래요. 집이 가난하네, 외모가 못생겼네, 성적이 떨어졌네, 이성 친구가 변심을 했네, 하면서요. 아주 유행이에요, 대유행! 요즘 애들은 키만 커졌지 마음은 더 약해졌어요. 그렇게 약해빠져서 원!”
담당 형사는 조사도 해보기 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두 시간 뒤 이태균 일당은 삼천동 빈 상가 건물을 나섰다. 건물에서는 어느 여학생의 울음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아까 찍은 작품이 제일 잘된 거 같아! 완전 아카데미상 감이야.”
“야, 근데 나는 왜 맨날 4빠야? 내가 뭐 설거지 맨이냐? 다음엔 나도 2빠나 3빠로 좀 하자. 응?”
삼각김밥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태균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알았어, 새꺄! 다음엔 삼각김밥 네가 2빠로 해! 이쑤시개가 4빠 하고. 참! 걔 이름하고 주소, 전화번호 다 저장해뒀지?”
“응! 태균이 네가 시킨 대로 다 해놨어. 만약에 경찰에 어쩌구저쩌구했다가는 가족들까지 가만 안 두고, 오늘 촬영한 이 동영상도 인터넷에 그대로 올릴 거라고 잔뜩 겁을 줘놨으니까 뒤탈은 없을 거야.”
작가 소개
저자 : 양호문
작가가 되어 글을 쓰는 평생의 꿈을 저버리지 못하고 문학에 끈질기게 구애하여, 마침내 중편소설 『종이비행기』로 제2회 허균문학상을 수상했다. 고등학생인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일념으로 써내려간 『꼴찌들이 떴다!』로 제2회 블루픽션상을 받았다. 작품으로 『꼴찌들이 떴다』 『『정의의 이름으로』 『가나다라 한글 수호대』 『달려라 배달민족』 『웰컴, 마이 퓨처』 『악마의 비타민』 『서울 간 오빠』 『식스틴 마이 러브』 『4월의 약속』 『별 볼 일 있는 녀석들』 등이 있다.
목차
1장 밤길
2장 허공
3장 지옥에서 천국으로
4장 별똥별
5장 잔인한 기억
6장 들개
7장 거울
8장 숯으로 그린 얼굴
9장 방범등
10장 철제 교문
11장 조례 시간
12장 꽃비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