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선주 작가의 장편소설. 우연히 맞닿은 생의 타이밍을 통해 서로의 고민과 상처를 보듬어 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섯 개의 시선에서 담아냈다.
같은 반 친구지만 ‘절친한 우정’이라고 하기엔 왠지 낯간지러운 남주, 지아, 선화, 경희, 정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별일 없이 지내던 다섯 아이들은 조별 과제를 함께하면서 그간 알아도 모르는 척 참아온 불만과 불신을 가까이 맞닥뜨린다. 카톡을 문제 삼아 일어난 배제와 혐오, 남친이라 믿었던 아이의 끔찍한 성추행 몰카, 체육 대회를 준비하면서 벌어진 은밀한 신경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가족의 비밀, 급기야 탈학교 선언까지……!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 속에서 ‘우리’라는 경계를 위태롭게 겉돌던 다섯 아이들은 조금씩 거리를 좁혀 모순과 결핍을 마주하고 상대의 손을 기꺼이 맞잡게 된다. 시린 계절을 품고 무더운 계절로 나아가는 봄의 속도를 꼭 닮은 소녀들의 세계가 따스하게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이선주의 신작!
단톡방, 몰카, 차별과 혐오, 탈학교… 다섯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모두의 이야기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완성도 높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독자와 평단의 신뢰와 지지를 얻고 있는 이선주 작가의 신작 《열여섯의 타이밍》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서로의 고민과 상처를 이해해 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밀도 높게 담아낸다. 같은 반 친구지만 절친한 우정이라기엔 왠지 낯간지러운 사이의 남주, 지아, 선화, 경희, 정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별일 없이 지내던 다섯 아이들은 조별 과제를 함께하면서 그동안 참아온 불만과 불신을 가까이 맞닥뜨리고 복잡한 갈등을 겪게 된다.
조별 과제를 하는데 ‘카톡’이 왜 꼭 필요한 건지 의문인 남주,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피해를 받기도 싫지만 타이밍이 엇갈려 자꾸 일이 꼬여 가는 지아, 첫사랑이라 믿었던 남자애에게 몰카로 끔찍한 협박을 받는 선화, 엄마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괴로워 자기혐오에 빠진 경희, 성적이 전부인 입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정윤, 엉망진창인 세상에 맞서 탈학교를 결심한 남주까지…… 작가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누구 한 명 소외시키지 않고 다섯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또 다른 굴레를 만들지 않고 각자의 타이밍에 차분히 발맞추어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더없이 수려하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상황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존재감을 내보이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자연스레 서사를 이끄는 동안 다섯 명의 소녀는 자신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친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돕고자 서로에게 점점 다가간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함께 나아가기를…
나의 성취보다 너의 상처에 가닿으며 연대하는 소녀들의 단단한 목소리
다섯 아이들은 매일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카페, 햄버거 등의 프랜차이즈 상점과 편의점을 수시로 드나든다. 집밥보다 불닭볶음면이 익숙하고 거리의 간판 속 백종원 아저씨 얼굴을 아빠보다 더 많이 보는 날도 있다. 세상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일투성이고, 하루하루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청소년들의 일상. 누구에게든 속 시원히 마음을 털어놓고도 싶은 마음과 어느 누구에게도 솔직해지기가 두려운 마음이 날마다 충돌하는 시기. 행여 나의 진심이 오해될까 걱정되어 너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으로 숨어버리고만 싶은 나날들. 청소년기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다섯 아이들의 이런 미묘한 심리와 관계는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작품 속 장면들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으나 어느새 아이들이 성큼 내 곁에 다가온 느낌이 드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 속에서 ‘우리’라는 경계를 위태롭게 겉돌던 다섯 아이들은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 본다. 누구에게 등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모순과 결핍을 용기 있게 마주하고 기꺼이 상대의 손을 맞잡는다. 그 과정이 무척 섬세하여,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책 속으로 쓱 몸을 기울일지도 모른다. 다섯 아이들의 목소리를 좀 더 듣고 싶어서, 알지 못한 마음이 계속 그곳에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지금 이곳의 내 손을 그들에게 힘껏 건네주고 싶어서 말이다.
열여섯 살 소녀들의 세계는 시린 계절을 품고 무더운 계절로 나아가는 봄의 속도를 꼭 닮았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우리 모두가 다섯 아이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소설을 쓰면서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 때문에.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뻤다. 소설 속 인물들이 고통을 당하는 와중에 서로의 손을 맞잡을 때면 희망이란 걸 떠올렸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선화 이야기를 쓸 때 속으로 많이 울었다.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선화에게 남주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을 때, 자신처럼 혼자 울고 있을 것 같은 아이를 떠올리며 남주가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구원받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다.
사람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나락 속에서 기다릴 건 사람의 손길밖에 없다.
_작가의 말에서
“제발 깔아. 고집부리지 말고.”
지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희가 거들었다.
“강요하지 마. 카톡을 하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야.”
남주가 시뻘게진 얼굴로 아이들을 노려보고는 교실을 나갔다. 툭 건드리면 터질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지만, 정윤은 수치스러웠다. 마치 자기들이 남주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강요가 아닌 애원이자 부탁이었다. 정윤은 그렇다고 믿었다.
남주가 나가고 한참 동안 이어진 침묵 끝에 경희가 불현듯 물었다.
“쟤 라인은 하려나?”
_ <다섯 혹은 하나의 이야기>에서
들어가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그 안에서 줄을 넘는 건 문제없다. 하나 둘 셋에 맞춰서 줄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게 안 될까?
아니야, 노력하면 할 수 있어. 지아는 자신이 그 정도로 열등하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아자 아자 힘내자, 나는 할 수 있다. 지아는 가장 좋아하는 구호를 외쳤다. 배 안쪽에서 공허함이 밀려왔지만 그럴수록 더욱 큰 소리로 나는 할 수 있다, 를 외쳤다. 큰 소리를 내다 보면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이 지아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었다.
_ <지아 이야기>에서
학생 하나가 없는데도 선생님은 찾으러 오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 경희의 존재감은 그 정도다. 어, 한 명이 없네? 하면 누가 조퇴했어요 혹은 보건실에 갔어요, 라고 대답하고, 그러면 그래, 하고 마는 정도. 종례 시간이 돼서야 담임이 들어와 경희 언제부터 없었니? 하면 누가 아까 역사 시간부터요, 하면 무슨 일 있었니? 묻고, 아무 일도 없었어요, 배가 아픈가 봐요, 하면 그렇구나 하고 마는 정도의 존재감.
_ <경희 이야기>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선주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소설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 『열여섯의 타이밍』과 앤솔러지 『열다섯, 그럴 나이』 『마구 눌러 새로고침』 『이번 연애는 제발!』 『성장의 프리즘』 등을 썼다.
목차
다섯 혹은 하나의 이야기: 앱을 설치하시겠습니까 ........7
지아 이야기: 타이밍 ........37
경희 이야기: 샐러드를 먹는 시간 ........61
선화 이야기: 바통 터치 ........87
정윤 이야기: 두 번은 없다 ........141
남주 이야기: 개인주의자의 연대 ........171
에필로그 ........197
작가의 말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