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2019 독일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 '화이트 레이븐' 선정 도서!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소녀는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 나아간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그동안 몰랐던 세계일 수 있고 때로는 익숙한 세계일 수 있으며 어쩌면 알 듯 말 듯 신비로운 세계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세계를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대체로 ‘주인공’을 가까이 마주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책 속 주인공을 알아 가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은 그러므로 든든한 마음의 친구가 생기는 셈이다. 게다가 이러한 경험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책을 읽을 때마다 하나둘 친구가 늘면서 함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놀라운 과정이 되기도 한다.
『안녕, 반짝이는 나의 친구들』은 그러한 주인공 스물두 명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만났고, 만나고 있으며, 앞으로 만나게 될 문학 작품 속 스물두 명의 여성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보바리 부인이나 제인 에어, 채털리 부인, 안나 카레니나 같은 세계 문학 작품 속 주인공과 앨리스, 조, 삐삐 롱스타킹처럼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쟈지나 비비, 미나처럼 조금 생소하고 현대적인 책의 주인공들도 책에 등장한다. 작가 베아트리체 마시니는 동화와 소설 등 이야기의 형식과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이들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담아냈다. 또한 원작의 중요한 부분을 인용해서 그들이 가진 감정과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안데르센 상, 볼로냐 라가치 상 등을 받은 그림 작가 파비안 네그린은 이들이 살았던 시대적·문화적 환경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다양한 기교와 방법을 사용해 스물두 명 친구들의 매력을 더없이 훌륭하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은 흔히 ‘여주인공들’이라고 소개되며 하나의 고정된 카테고리처럼 머물렀던 여성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불러 세워, 각자의 독립적인 매력과 특징을 가까이 마주하도록 이끈다. ‘어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여행을 통해 독자들은 ‘지금의 나’를 온전히 마주하고 ‘내일의 나’를 발견해 간다. 개성 가득한 그림과 글을 읽다 보면, 곁에 다가온 스물두 명의 친구들에게 누구보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스물두 명의 친구들을 만나 보도록 하자.
삐삐, 마틸다, 앨리스, 메리, 조, 제인 에어……
스물두 명의 전설적인 소녀들을 만나는 시간 『안녕, 반짝이는 나의 친구들』은 세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내 인생 최초의 히어로-‘어린 나’를 찾아가는 특별한 시간 여행’에서는 메리, 마틸다, 삐삐, 앨리스, 라비니아, 캘퍼니아 등 문학 작품 속 개성 있고 자기 세계가 뚜렷한 여자아이들이 소개된다.
1911년,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작가의 작품 『비밀의 화원』에서 메리는 어떠한 여자아이였을까? 못생기고, 성질이 고약한 데다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잔뜩 화가 나 있는 아이. 전염병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가 버린 시대, 메리는 생을 살아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로알드 달 작가가 1988년에 발표한 『마틸다』 또한 마찬가지. 마틸다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혼자 글을 깨친 여자아이다. 원체 게으르고, 육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마틸다는 집을 탈출하고자 계획한다. 통쾌한 장난으로 아빠를 곯리고 학교로 떠난 마틸다는 그곳에서도 예기치 않은 시련에 부딪힌다. 그러나 삶이 지옥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음을 알려 주는 '좋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마틸다는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게 된다.
언제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또래의 여자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던 삐삐,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 과감히 모험의 길에 뛰어들었던 용감한 앨리스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책에서는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문학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 '수첩' 하나만 있으면 문제 될 게 없는 과학 소녀 캘퍼니아와 지하철 소녀 쟈지, 자신에게 딱 맞는 이름을 갖게 된 후 기차 여행을 떠나는 비비의 이야기도 놓치지 말자.
2부 ‘소녀는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 나아간다-‘지금의 나’를 만나는 새로운 세계’에서는 여자답게, 남자답게를 강요받아 온 소녀들이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펼쳐진다.
1868~1869년에 발표된 루이자 메이 올콧 작가의 『작은 아씨들』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은 단연 조다. 조는 작가와 상당히 비슷한 인물이기도 하다. 단점으로 보일 수 있는 장점, 또는 장점으로 보일 수 있는 단점을 가진 인물이다. 얌전한 숙녀가 되기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덜렁거리고, 결혼에 관심도 없지만 우리는 조가 보여 주는 자유가 무엇인지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그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반짝이는 특징일 것이다.
기사시에 등장하는 용감한 소녀 ‘브라다만테’도 비슷하다. 브라다만테는 용감하고 완벽하고 어떤 위험에도 맞서 싸우는 소녀다. 현대 미국의 뛰어난 어린이책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제리 스피넬리의 『스타걸』, 수잔 또한 더없이 눈부신 매력을 지닌 아이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또래들은 그녀를 따돌리고, 시기하고 미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때로 우리는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행운을 갖게 되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 사람을 곁에 두지 못하고 떠나보내곤 하니까 말이다. 미나, 채러티, 메리 포핀스의 마법을 지나 시공을 오가는 올랜도를 만나다 보면 어느새 이 모든 이야기가 저마다 다르면서 하나를 관통하고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지금의 나를 만나는 새로운 세계,
생의 모든 지점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환 마법서’ 그리하여 마지막 3부 ‘모든 여자아이가 엄마를 꿈꾸지 않는다-‘내일의 나’를 바라보는 사랑의 통로’에 이르러서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쉽게 꿈꾸지 못했던 그 시절 소녀들의 절실한 목소리에 마음 깊이 가닿게 된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샬럿 브론테 작가의 1847년 작품 『제인 에어』를 빠뜨릴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상상만으로 만들어 낸 사랑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완벽한 사랑이 가능할까, 라는 궁금증이 맴돌 무렵 에밀리 브론테 작가의 『폭풍의 언덕』이 다가온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이루어질 수 없기에 완벽한 사랑을 이루어 냈다. 어떤 사랑이 우리에게 가능한 것일까, 사랑은 완벽한 것일까 아니면 끝내 완벽해질 수 없는 것일까. 『마담 보바리』의 엠마,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 『산도칸: 몸프라쳄의 호랑이들의 마리안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채털리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는 각자의 삶 속에서 뜨거운 사랑과 깊은 고통을 겪어 내지만 하나의 의미를 나누어 갖는 듯 보이기도 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말을 빌리자면 “명료함은 형식이 아니라 사랑 안에 있다.”라는 것. 사랑을 꿈꾸지만 그 사랑 안에 갇힐 수만은 없었던 여성들. 힘겨운 현실에 맞닥뜨리지만 결국엔 자기만의 선택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이들을 보며 사랑의 여러 갈래를 꿈꾸게 되는 건 아닐지.
이처럼 스물두 명의 주인공들은 살던 시대가 제각기 다르고 성격도 개성 넘친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거부하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어진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정한 자유와 꿈을 찾아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 스물두 명의 전설적인 소녀들을 만나며, 지금 여기의 소녀들이 ‘누구를 닮은’ ‘누구와 같은’ 미래를 그리는 대신 ‘나처럼’ ‘나답게’ 살아가는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길 바란다.

삐삐는 언제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삐삐에게는 보살펴 주는 어른이 없어. 물론 아빠가 계시지만 다행히 멀리 있지. 삐삐가 길을 오가며 어른과 마주칠 때마다 큰 문제가 일어나곤 해. 삐삐에게도 어른에게도. 그런데, 혹시 문제는 어른들 아닐까?
책 속 등장인물들의 단점은 성장하지 않는다는 거야.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우리는 그들을 떠나게 되고, 그 이후를 막연히 상상하거나 침묵하지. 그들은 어떻게 될까? 행복할까? 슬플까? 화를 낼까? 자식들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가 진정 그런 문제를 궁금해하는 게 맞을까? 책 속 등장인물들의 장점은 성장하지 않는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