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헌책방 순례자’ ‘참말 참글 지킴이’ 최종규가 청소년책을 읽고 쓴 책. <안녕, 기요시코> 같은 성장소설부터 <여자의 식탁>같은 만화책까지 두루 살핀다. 더불어 학창 시절 아버지와의 갈등, 교사와 학교에 대한 불만, 대학 자퇴, 군대와 폭력에 대한 혐오 등 그동안 최종규가 다른 책에서 말하지 않았던 과거사가 흥미롭게 등장한다.
저자의 책읽기는 삶읽기이며 글쓰기는 곧 삶쓰기이다. 이오덕 선생의 책들을 갈무리하는 작업을 맡아 했던 장본인인으로서 저자가 이오덕의 철학을 따르는 것은 너무나 온당해 보인다. 푸른책을 읽고 쓴 이 책에도 이런 철학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출판사 리뷰
최종규가 읽은 푸른책, 그리고 그의 성장과 삶 이야기
‘헌책방 순례자’, ‘참말 참글 지킴이’, ‘우리 시대의 우직한 바보’라고 불리는 최종규는 책에 미친 사람이다. 1992년부터 헌책방과 새책방을 오가며 사들인 책만도 1억원 정도가 된다. 읽는 양 만큼이나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사진책, 그림책, 만화책, 글책, 노래책 모두 기쁘게 맞아들인다. 이런 그가 푸른책(청소년책) 22종을 읽고 느낀 글을 모았다. 그동안 쓴 헌책, 우리말, 사진, 자전거 책과 사뭇 다른 소재다. 뚜렷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글을 써 온 터이기에 지은이가 어떤 청소년책을 읽고 어떤 느낌으로 글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지은이가 읽은 푸른책은 성장소설인 《안녕, 기요시코》부터 《노랑 가방》 같은 어린이 이야기책, 만화 《여자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소년책의 범주를 훌쩍 넘어서는 책들이 많다. 지은이가 생각하는 푸른책은 읽는 이의 나이에 따라 구분한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어른이 되어 가도록 길동무가 되고 어깨동무가 되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지은이에게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어른 누구나 읽는 책”이고 “푸름이책이라면 마땅히 푸름이부터 어른 모두 읽는 책”이다. 그러니까 “푸름이들은 푸름이책만 읽을 노릇이 아니라 어린이책을 함께 읽으면서 푸름이 스스로 맑고 고우며 튼튼한 어른이 되도록 이끌고 돕는 좋은 책을 찾아서 만나”야 하며, “추천 도서나 권장 도서가 아닌 푸름이로 살아가는 나 스스로한테 가장 착하고 참되며 고운 책을 찾아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지은이의 책읽기는 삶읽기이며 글쓰기는 곧 삶쓰기이다. 이오덕 선생의 책들을 갈무리하는 작업을 맡아 했던 장본인인으로서 지은이가 이오덕의 철학을 따르는 것은 너무나 온당해 보인다. 푸른책을 읽고 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에도 이런 철학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삶을 고백하는 대목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말더듬이 소년의 성장을 그린 《안녕, 기요시코》를 읽으면서는 자신도 말더듬이였음을 고백하고, 《케스-매와 소년》을 읽으면서는 폭력과 권위에 짓눌렸던 학창시절을 질근질근 씹어대며, 《청소녀 백과사전》을 읽으면서는 우울했던 대학 생활과 가출, 끔찍했던 군입대 시절을 떠올린다. 이밖에도 지은이가 사랑하는 헌책, 사진, 자전거, 아이에 대한 성찰이 푸른책 이야기와 함께 곳곳에 버무려져 있다. 이것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를 서평집으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 바보처럼 우직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성장기로 읽어야만 하는 이유이다.
어떤 사람이 쓰는 말과 글은 그 사람의 정신이고 삶이다. 심성이 고우면 말이 곱기 마련이고 말이 고우면 심성도 곱기 마련이다. 책읽기=삶읽기, 글쓰기=삶쓰기라는 지은이의 철학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에서 쓰고 있는 말들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이 책에는 ‘우려, 가족, 현재, 과거, 질문, 이용, 구입, 고려, 건강하다, 혹시, 시작, 존재, 역할, 애정, 미소짓다, 상태, 이해, 고통, 피로, 계산, 세월, 계란, 결코, 대화, 당연하다, 포기, 동일, 지혜롭다, 성과, 최종, 기본’ 같은 한자말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꽃그릇, 옆지기, 그림잔치, 길그림, 풀그림, 살붙이, 자전거길, 자전거군, 꽃내음, 찻삵, 일삯, 가난이, 저잣거리, 지난해, 바빠맞다, 나들목, 땅밑길, 정치꾼, 씻는방, 책잔치, 읽는이, 온누리, 마음밭, 생각힘, 엄마젖, 그린이’ 같이 사람들이 익히 쓰는 말투이지만 국어사전에는 안 실렸거나, 지은이가 깜냥껏 새롭게 지어서 써 보는 낱말들이 실려 있다. 또한 ‘것’ 같은 말투 없이 글을 쓰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여느 책에서 보지 못한 한결 사랑스럽고 살가운 우리 말과 문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지은이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부터 품은 간절한 소망을 ‘여는 글’에서 밝힌다. “어린 나날부터 제가 품은 꿈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어른이 되겠다’입니다. 국민학교 4학년 적 실과 시간에 ‘내 꿈 발표하기’를 하는 자리에서 저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하고 제 꿈을 밝혔습니다. 동무들과 교사는 킬킬, 칼칼, 끅끅, 푸하하 하며 웃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꿈은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이 한 가지뿐입니다.” 그렇다면 서른여섯 살 아저씨인 지은이는 아직 어른이 아니란 말인가? 지은이가 되고 싶은 어른은 “나이만 어른인 사람이 아닌, 밥그릇 비운 숫자만 어른이 아닌, 몸뚱이와 살갗만 어른이 아닌, 참다이 어른인 사람”이다. 그러니까 대답은 “어른이면서도 어른이 아니다”가 맞겠다.
지은이가 말하는 ‘참다이 어른인 사람’은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으로서는 실현불가능한 이상태일지 모른다. 사람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 속에서 사람도 끊임없이 변하므로 기준이 되는 ‘참다이 어른인 상태’를 못 박기는 어려울테니 말이다. 어쩌면 ‘참다이 어른인 사람’이란 그런 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또는 상태를 일컬을 것이다. 따라서 지은이에게 성장이라는 낱말은 매우 소중하다. 노력하는 삶은 곧 성장을 뜻하니까! 지은이에게 푸름이들의 삶과 푸른책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터이다.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에는 ‘참다이 어른이 사람’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밝히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을 읽다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가난하지만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 새 것을 애써 구하기보다 헌 것을 보듬어 쓸 줄 아는 사람, 평화로운 말과 글을 쓰는 사람, 불의와 폭력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따위의 것들이다. 너무 교훈적이어서 진부하다고 깔볼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과 충주를 자전거로 오가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우직한 바보’ 최종규의 ‘사람살이’ 앞에서는 잠시만이라도 겸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린 나날부터 제가 품은 꿈은 오직 한가지입니다. “어른이 되겠다”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적 실과 시간에 ‘내 꿈 발표하기’를 하는 자리에서 저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하고 제 꿈을 밝혔습니다. 동무들과 교사는 킬킬, 깔깔, 끅끅, 푸하하 하며 웃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꿈은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이 한 가지뿐입니다. 나이만 어른인 사람이 아닌, 밥그릇 비운 숫자만 어른이 아닌, 몸뚱이와 살갗만 어른이 아닌, 참다이 어른인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손쉽게 살아갈 수 있는 길, 그저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하는 길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안녕, 기요시코》에 나오는 아이처럼 저도 말더듬이였고, 여자 앞에서는 늘 얼굴이 붉어지고 어디에 눈길을 두어야 할는지 모르는 수줍음쟁이였습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건만 누가 볼세라 걸음을 똑바로 걷지 못하는 반편쟁이처럼 지내면서, 이런 저를 있는 그대로, 글쎄, 있는 그대로였을는지 모르겠지만, 큰 어려움 없이 살도록 마음을 써주던 고향에서 죽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여자들 앞에서도 말을 하고 싶었고, 큰길에서 떳떳하게 여자친구 손을 잡고 걷고 싶었으며, 누가 보거나 말거나 수군거리거나 말거나 제 모습 그대로 살고 싶었습니다. 참말로 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으면서 이 길을 꿋꿋하게 걷고 싶었습니다.
입대를 하루 앞두고 다시 부모님 집으로 찾아옵니다. 군대에 간다는 말은 안 했거든요. 아버지한테 “저를 보기 싫으면 안 보셔도 되지만, 앞으로 두 해 동안 볼 일이 없으실 테니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 하고는 큰절을 한 뒤 집을 나섭니다. 한참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머니가 아파트 툇마루에 서서 저를 배웅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고 계신가? 고개를 돌리고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니 어머니는 그대로 계십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최종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 배움터+숲놀이터〉를 꾸립니다. 1994년부터 한국말을 살찌우는 길을 스스로 찾아서 배웠고, 2001∼2003년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과 자료조사부장으로 일을 했어요. 2003∼2007년에 이오덕 어른 유고·일기를 갈무리했습니다. 이 같은 일을 하며 온갖 사전과 책을 읽은 바탕으로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썼고, 어린이하고 푸름이하고 어른 모두 한국말을 슬기롭게 살려서 쓰는 길을 곱게 밝히려고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돌림풀이와 겹말풀이 다듬기》,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2-군더더기 한자말 떼어내기》,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뿌리깊은 글쓰기》, 《생각하는 글쓰기》 같은 책을 썼어요. 청소년이 나아갈 길을 함께 찾으려고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책 홀림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같은 책을 썼습니다. 책·삶·마을을 돌아보면서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책빛마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모든 책은 헌책이다》 같은 책을 썼고,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을 열 권 썼습니다. 사진 이야기 《사진책과 함께 살기》를 썼고, 인천 골목마을 이야기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을 썼으며, 고흥에서 아이들이랑 지내는 삶을 담은 이야기 《시골 자전거 삶노래》를 썼습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2016년에 ‘서울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으로 뽑혔습니다. 공공기관 공문서 글차림·누리집·말씨를 쉽게 손질해 주는 일도 합니다.hbooklove@naver.com누리집cafe.naver.com/hbooksblog.naver.com/hbookloveblog.yes24.com/hbookloveblog.aladin.co.kr/hbooks
목차
여는 글 _ 푸른책, 푸른삶, 푸른날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싶었을까 _ 《안녕, 기요시코》
학교는 우리한테 무엇을 가르치는가 _ 《케스-매와 소년》
내 백과사전에는 무슨 이야기가 적힐까 _ 《청소녀 백과사전》
‘기록되지 않은 삶’을 볼 수 있는가요 _ 《나무소녀》
골목집 꽃밭길과 숲속 학교 _ 《숲에서 크는 아이들》
엄마한테 얻어맞는 아이를 지키는 동무 _ 《두 친구 이야기》
‘골목도시’ 인천과 ‘피카소’ 그림 _ 《아빠의 만세발가락》
자전거를 못 타는, 또는 안 타는 당신 _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렝》
내 몸이 아파서 내 이웃한테 사랑을 _ 《밥데기 죽데기》
우리는 다 함께 아픔 나누며 사는 이웃 _ 《바람 속에 서 있는 아이》
지식은 많으나 빛줄기는 없는 가난뱅이 한국 _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한국 사람 스스로 잊은 남녘과 북녘 _ 《금희의 여행》
‘천재 화가’ 아닌 ‘그림을 사랑한’ 아이 _ 《로빙화》
누구나 할 수 있는 ‘지구 살리기’ _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자전거 못 타게 하는 나라에서 우리 권리란 _ 《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
돈 아닌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고팠던 _ 《윤상원 일기, 어떻게 살 것인가》
가난한 사람만이 책을 읽고 사랑한다 _ 《노랑 가방》
밥 한 그릇, 농사꾼, 지식인, 군대 _ 《아버지의 쌀알》
“먹기 전에 진부한 아수라장 좀 벌여도 될까?” _ 《여자의 식탁》
아침 이슬과 저녁 햇살 잊은 우리 삶이라면 _ 《바람과 나무의 노래》
‘서울에 핵발전소를!’ 하고 외치는 마음 _ 《체르노빌의 아이들》
멋진 삶, 멋진 사람, 멋진 길 _ 《시타델의 소년》
닫는 글 _ 책읽기와 글쓰기, 삶읽기와 삶쓰기
작품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