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 책은 두밀리 자연학교의 이티 할아버지 채규철 선생님의 일대기이다. 1937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6.25 전쟁 때 월남한 채규철 선생님은 농촌운동에 뜻을 두고 서울시립농업대학을 졸업한 뒤, 풀무학원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치며, 장기려 박사님과 함께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만들었으나 자동차 사고로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한쪽 눈을 잃게 된다. 30여 차례 수술을 받은 후 ET(이미 타버린)할아버지라는 별명이 생겼다. 하지만 사고와 육체적 한계를 이겨내고 의료보험조합 사업을 재개하고 간질환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장미회를 결성하며 의료복지 운동을 펼쳤다. 제1회 풀뿌리 환경상, 제4회 교보환경문화상의 환경교육 부문 최우수상을 수여하였다.
출판사 리뷰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
채규철 선생은 함흥에서도 십리 정도 떨어져 있는 경흥리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일곱가지 똥냄새(사람, 개, 젖소, 거위, 닭, 돼지, 오리)가 떠나지 않은 곳으로 서로 다른 독특한 향기가 바람의 지휘에 따라 이리저리 뒤섞여 멋진 냄새의 교향악을 연출했다고 <나의 자연학교 시절>이라는 글을 통해 채규철 선생은 말하고 있다. 이때부터 채규철 선생의 농촌사랑은 깊이 자리 잡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훗날 농업과 교육분야의 선진국인 덴마크로 유학을 떠나 암기중심의 ‘죽음의 교육’을 폐지하고 새로운 교육방법을 실천하는 그들의 교육에 큰 감명을 받게 된다.
또한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쉽게 돈을 융통해서 쓰고, 병원비 걱정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협동조합과 의료보험조합은 한국에 돌아와 장기려 박사와 함께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이끄는 시발점이 되어준다. 하지만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만든 그해 10월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으며 한쪽 눈까지 잃게 되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된다. 전신의 50%가 3도 화상을 입었다는 것은 양동이의 절반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곳으로 몸안의 체액과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링거와 포도당 주사를 계속 맞아야 했지만, 주사 놓을 혈관을 찾는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30여 차례의 수술을 통해 ET할아버지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채규철 선생은 악몽의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이미 가망이 없다는 의사들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생명은 신의 손에 달려있다며 포기 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준 장기려 박사의 뜻이 하늘에 전해지고 채규철 선생 또한 ‘사명을 다하는 날까지 죽지 않는다’는 말을 생각하며 굳은 의지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 후 의료보험조합 사업을 재개하고 간질환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장미회를 결성할 뿐 아니라 두밀리 자연학교를 설립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힘이 되어주는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채규철 선생은 뜻 깊고 바쁜 삶을 보냈다. 채규철 박사는 ‘내몸이야 말로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말을 남겼다.
‘러브스토리, 그리고 가족’
30여 번의 수술을 통해 조금씩 회복을 해가며 다시 삶으로 돌아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즈음이었다. 채규철 선생이 그런 회복을 할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아내인 조성례의 헌신적인 도움과 채규철 선생의 의욕적인 활동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성례는 갑작스럽게 폐결핵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아침에 얼굴을 씻겨주고, 음식을 떠먹여 주어야 하는 당장의 뒷바라지들도 문제였지만 채규철 선생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내의 모습에 정신적으로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풀무학원 제자들이 돌아가며 채규철 선생님을 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자신의 도깨비같은 모습에 놀라 친구들이 달아나고 혼자 남아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살아 있을 필요 없는 존재라는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자살을 결심하고 수면제를 사 모으지만 남겨진 자식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아버지로 남으려는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한탄하며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기에 이른다.
학창시절부터 채규철의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내던 유정희는 조성례의 죽음 후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하게 되지만 쉽지만은 않은 결정들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언제까지나 채규철 선생님을 돌봐드릴 수 없는 것이었으며 주위의 반대도 계속해서 찾아왔다.
냉정하게 마음먹고 모든 걱정을 떨쳐버리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선생님과 아이들을 외면해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점점 뿌리를 내리게 된다.
또한 채규철 선생이 사고를 당해 얼마 되지 않았을때 둘째 아들 광석을 고아원에 보내기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자기가 광석을 키우겠다며 울면서 맹렬히 반대했던 그녀였다.
주위의 만류와 걱정 따위가 그녀의 결심을 흔들지는 못했다.
유정희가 여고를 졸업한 해 채규철 선생과 유정희는 결혼을 하게 된다.
언젠가 캐나다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러 가게 된 적이 있었다. 할머니들이 모여 유정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여 지난 이야기들과 결혼에 골인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자, 모두들 불구자와 결혼을 한 그녀의 결정을 의아하며 물었다. 그때 유정희의 대답은 “저는 사랑이라는 것밖에는 몰랐어요”라며 간단했다고 한다.
‘불꽃처럼 살다가신 ET할아버지’
1986년 여름, 경기도 가평구 두밀리에서 자연학교가 시작됐다.
무한한 자연과 더불어 공부하며 창의력을 기르자는 뜻에서 시작된 두밀리 학교는 풀숲 우거진 곳에 천막 하나 달랑 쳐놓은 것이 전부였으며, 전깃불도, 주방시설도 없는 열악한 시설이었다.
하지만 금방 쏟아져 내릴 듯한 별빛과 반디불이들이 어둠을 밝혀주었고 골짜기의 시원한 바람이 에어컨 바람을 대신했다. 채규철 교장 선생님과 유정희 총무로 역할 분담을 하고 아이들과 밤새 토론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가평군에서 샤워장을 지은 것을 문제 삼아 농지를 불법으로 전용했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강제 철거와 폐교를 시키기에 이르렀다.
농촌에 들어가 교육사업을 하다 죽겠다며 평소 바람을 표현하던 채규철 선생에게는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나이 일흔을 바라보고 있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나이의 무게가 버거웠다.
삶의 원숙함이 녹아든 강의의 소문이 나자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늘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사고와 꿈이 있는 삶을 강조하며 꿈은 꼭 이루어진다는 것을 지론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 그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었다.
노년을 준비하며 풀무학원이 있던 홍동면 문당리에 3000평의 땅을 매입한 그는 ‘한울마을’이라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기 계획에 돌입하고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칠순 잔치가 있고 두달 후 채규철 박사는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눈을 감고 말았다.
평소 시신을 의과대학 실습용으로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서류상으로 필요한 절차를 밟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탓에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생전에 마틴 루터 킹의 육성 테이브를 즐겨 들으셨다는 채규철 선생님은 불꽃같은 인생을 살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남겼다.
작가 소개
저자 : 조한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소년중앙문학상, 공보부 신인예술상, 사이버문학상 대상, 한국인터넷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중요 저서로는 『겨레의 마음에 별이 된 시인 윤동주』『겨레의 큰산 한용운』『잉어마을』『우리 친구 마우마우』 『일등만 하는 원숭이』 『맞수로 읽는 우리역사』등이 있다.
목차
저자의 말
신화 아닌 신화, ‘ET’의 탄생
나의 살던 고향은 자연학교
흥남 철수
농촌운동에 뜻을 두다
꿈을 향한 힘겨운 날갯짓
풀무학원
덴마크 유학
바보 의사 장기려 박사
악몽의 시간들
“내 몸은 걸작품”
겹쳐 온 불행
사랑으로 다가 온 제자
10원 짜리 인생에서 명강사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아름다운 인연들
두밀리 자연학교
어린이들의 해방구 사라지다
이야기로 남다
부록
저자후기
채규철 선생의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