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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라임 | 청소년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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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라임 청소년 문학 32권. 영국도서관협회(CILIP) 선정 앰네스티 아너 상, 호주출판협회(ABIA) 선정 올해의 책. 오늘날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와 인종 청소라는 비극을 겪고 있는 로힝야족 이야기를 방대한 자료와 사실에 근거해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수피의 눈을 통해 로힝야족 난민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수피는 난민 수용소에서 태어나 철저하게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간다. 머지않아 아빠가 구하러 오면, 가족 모두 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엄마, 자신들을 죽은 쥐에 비유하며 세상을 향해 거칠게 분노를 쏟아내는 누나, 친형처럼 의지하며 지냈지만 다른 천막으로 간 뒤부터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 엘리 형,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경비원들 등….

그러던 어느 날, 바깥세상에 사는 여자아이 지미가 철조망의 허술한 틈새를 통해 수용소 안으로 들어와 수피 앞에 나타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친밀감과 동질감을 느낀 두 아이는, 이후 서로의 일상과 상처를 공유하면서 마음을 나누게 된다.

이 작품은 삭막하고 열악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연약한 희망과 따뜻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외면 혹은 방관하고 있는 난민의 현실을 보여 줌으로써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인간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끔 한다. 순수한 아이의 눈과 목소리를 통해 어둡고 아픈 현실을 비추기 때문에 마냥 무겁지만은 않지만, 그로 인해 더욱 가슴 뭉클하게 긴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 리뷰

“나는 오늘도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수피는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 불리는 로힝야족이다.
투명 인간을 가둔 새장 같은 난민 수용소에서
하루의 삼 분의 일을 줄 서서 기다리느라 다 써 버리고
정체불명의 구역질 나는 음식으로 간신히 배를 채우며
잦은 폭력과 부당한 대우 앞에 오늘도 위태롭게 서 있다.
이것도 살아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그저 안전한 곳을 찾고 싶었던 것뿐이다.

영국도서관협회(CILIP) 선정 앰네스티 아너 상
호주출판협회(ABIA) 선정 올해의 책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로힝야족 이야기

이제 ‘난민’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그리 멀고도 낯선 단어가 아니다. 연일 뉴스를 통해 전쟁, 폭력, 박해 등의 이유로 삶의 터전을 잃고 목숨을 건 채 다른 나라로 도피하는 난민들의 실상이 보도되면서, 난민 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난민 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난민 숫자는 6,560만 명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30만 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3초에 1명씩 난민이 발생하는 셈이다. 게다가 그중 절반인 51%가 어린이와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러한 난민 소식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고 불리는 ‘로힝야족’ 이야기이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으로 주로 이슬람교를 믿는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는 135개의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다종교 국가인데, 유독 로힝야족만은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박해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6년에 결성된 로힝야 구원군(ARSA)과 미얀마 군대의 충돌은 갈등을 더욱 악화시켰다. 미얀마 군대는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대규모 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대량 학살, 성폭력, 지뢰 매설, 그리고 마을을 통째로 불태우는 지경에 이르러 지금까지 70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사실 이들이 갈등을 빚은 역사는 영국의 미얀마 식민 지배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뿌리 깊다. 영국이 식민 통치하는 동안 로힝야족을 미얀마로 이주시킴으로써 버마족과 갈등을 빚게 했고, 이후 1948년에 미얀마가 독립하자 로힝야족에 대한 본격적인 박해가 시작된 것이다. 로힝야족은 개종을 강요당하고, 토지를 빼앗기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권을 얻지 못해서 불법 이민자로 차별받아 왔다. 로힝야족 문제는 정치적?역사적 배경이 있기에 단순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 정부가 탄압하는 대상이 반군과 관련 없는 민간인들이기 때문에, 보다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과 국제 사회는 반인륜적인 범죄에 가까운 ‘인종 청소’를 자행하는 미얀마 정부와, 로힝야족 탄압을 방관하고 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지의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는 한편, 로힝야족의 기존 거주지에 정부군의 기지를 건설하거나 다른 소수 민족의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길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로힝야족 소년의 눈에 비친 난민 수용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다!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은 오늘날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와 인종 청소라는 비극을 겪고 있는 로힝야족 이야기를 방대한 자료와 사실에 근거해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수피의 눈을 통해 로힝야족 난민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수피는 난민 수용소에서 태어나 철저하게 바깥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간다. 머지않아 아빠가 구하러 오면, 가족 모두 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엄마, 자신들을 죽은 쥐에 비유하며 세상을 향해 거칠게 분노를 쏟아내는 누나, 친형처럼 의지하며 지냈지만 다른 천막으로 간 뒤부터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 엘리 형,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경비원들 등……. 그러던 어느 날, 바깥세상에 사는 여자아이 지미가 철조망의 허술한 틈새를 통해 수용소 안으로 들어와 수피 앞에 나타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듯한 친밀감과 동질감을 느낀 두 아이는, 이후 서로의 일상과 상처를 공유하면서 마음을 나누게 된다.
이 작품은 삭막하고 열악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작고 연약한 희망과 따뜻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외면 혹은 방관하고 있는 난민의 현실을 보여 줌으로써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인간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끔 한다. 순수한 아이의 눈과 목소리를 통해 어둡고 아픈 현실을 비추기 때문에 마냥 무겁지만은 않지만, 그로 인해 더욱 가슴 뭉클하게 긴 여운이 남는다.

너무 빨리 세상을 알아버린 아이의 담담한 고백
수피는 투명 인간을 가둔 새장 같은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랐다. 하루의 삼 분의 일을 식당이나 화장실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느라 허비하고, 잔뜩 짓이겨진 정체불명의 밥으로 허기를 대충 달래기 일쑤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별다른 놀잇감도 없어서 땅에 널린 돌멩이나 머리에서 잡은 이를 갖고 논다. 그래도 수피는 씩씩하다. 수용소 안에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낸다. 글을 읽을 줄 알기에 수용소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읽었고, 부실한 재료를 아끼고 아껴 곧잘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다른 사람들의 추억 이야기를 듣고는,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게다가 수피 주변에는 힘이 되어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친형처럼 챙겨 주고 함께 수용소 안에서 물건 배달 일을 할 수 있게 끼워 준 엘리 형, 다른 경비원들과 달리 친절하게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는 경비원 하비 아저씨, 수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알려 주는 나시르 할아버지가 있어서 힘든 수용소 생활을 버틸 수 있다.
무엇보다 수피에게는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찾아와 아빠의 선물을 전해 주는 밤바다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밤바다가 온 줄 알고 천막 밖으로 나간 수피 앞에, 난데없이 바깥세상의 여자아이 지미가 나타난다. 수용소 밖의 마을에 사는 지미는 학교에 도는 소문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탐험하듯이 수용소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날 이후 지미는 철조망과 감시 카메라에도 아랑곳없이 수피를 찾아온다. 수피는 글을 읽지 못하는 지미를 대신해 지미 엄마의 공책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 주고, 지미는 수피가 궁금해하는 바깥세상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와서 보여 준다.
매일이 똑같은 흑백 사진 같았던 수용소 생활에 따뜻한 색채가 드리워진 것 같은 기쁨도 잠시, 엘리 형이 가족 천막에서 남자 어른들만 모여 지내는 알파 천막으로 보내지면서 수피의 일상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당하고 폭압적인 대우에 분노한 어른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하고, 여기에 엘리 형과 퀴니 누나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떨고 있던 수피의 눈앞에서 결국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마는데……. 그저 안전한 곳과 평화를 찾아 먼 길을 떠나온 수피를 비롯한 로힝야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될까?
수피가 처한 현실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절망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아이의 노력은 천진난만해서 더욱 눈물겹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음식 맞추기’ 게임을 고안하는가 하면, 현실의 힘겨움을 잊기 위해 ‘밤바다와 고래’ 같은 상상의 세계를 불러내고, 애써 희망을 길어 올려 어려움을 하나씩 돌파해 나가는 모습이 그렇다. 이러한 수피의 상상력은 사실적인 소재에 환상성을 가미해 이야기에 흡인력을 더해 준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잊혀졌지만, 원망은커녕 더 큰 사랑으로 세상과 사람을 보듬을 줄 아는 아이, 너무 빨리 세상을 알아버린 아이의 담담한 고백이 독자들의 마음에 큰 파문을 남길 것이다.

#IBelong,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하게 연대하는 인권 감수성
이 작품은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가 담긴 액자식 구성을 띠고 있다. 수피는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지미를 대신해, 지미의 엄마가 남긴 공책 속에 적힌 이야기를 읽어 준다. 앵카와 오토라는 인물의 만남과 이별, 재회의 과정을 담은 옛날이야기는 두 아이의 현재 상황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결말을 미루며 소중하게 아껴서 읽는 동안, 이야기는 두 아이의 상처와 슬픔을 어루만져 준다. 수피와 지미의 만남은 세상의 끝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막막한 외로움을 걷어내고, 절망적인 예감만이 가득한 현실을 딛고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준다. 지미는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생긴 묵직한 덩어리와 같은 슬픔에서 벗어나고, 수피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며 눈부시게 성장해 나간다.

“수피, 아니야. 안 그래. 집에 참새가 들어오는 건 죽는다는 뜻이 아니야. 뭔가 달라질 거라고 알려 주는 거야. 다시 일어나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거야. 희망을 상징하는 거라고.” -본문 231쪽 중에서

수피처럼 난민인 상태에서 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국적 상태로 살면서 수많은 차별을 받는다. 유엔 난민 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무국적자들은 자신을 ‘투명 인간’, ‘살아 있는 그림자’, ‘쓸모없는 인간’ 등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무국적 상태로는 교육, 의료, 취업 등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유엔 난민 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Belong(나는 소속되어 있다)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수피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서 얼마나 동떨어진 채 살고 있는지,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의 고통에 눈길을 주고,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따뜻하게 연대할 줄 아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되길 희망한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 나라를 떠난 난민들의 삶은 차마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정의로운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중략) 이런 이야기를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이었으면……. 제 나라의 이익만 생각하느라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가두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노래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록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언젠가 꼭 그런 세상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릇을 싹 비운 뒤,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릇 위로 쓰러질 듯이 몸을 숙인 채 허겁지겁 먹는 사람도 있었고, 벽에 기대서서 느긋하게 먹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아무도 밥을 남길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이 밥을 먹다 말고 입안에서 플라스틱 조각 같은 걸 손으로 빼냈다. 그걸 보고도 다들 말없이 곤죽이 된 밥을 숟가락으로 살살 저어 가면서 계속 먹었다.
엄마는 음식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라고 했다. 설사 음식에서 파리나 벌레 같은 게 나오더라도 단백질을 먹을 수 있으니까 운이 좋은 거라고 했다. 한번은 밥에서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이가 나온 적이 있었다.
“엄마, 이것도 운이 좋은 거예요?”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엄마가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수피에게도 이가 하나 필요하다면.”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선 한참을 웃었다. 지나치게 오래 웃는 것 같았다.
내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걸 본 엘리 형이 반쯤 먹다 남은 그릇을 내 쪽으로 밀어 주었다.
“어이구, 바보야. 제정신이라면 누가 이런 쓰레기 같은 걸 더 먹냐?”

나는 뒤를 돌아보기가 무서웠다. 내 등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물건이 뭔지 알아내는 데 정신이 팔려서 누가 뒤따라오는지 살피지 않았다. 완전히 방심했다. 이럴 땐 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정신이 반쯤 나간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햇빛에 번쩍이는 까만색 군화와 흙먼지로 누레진 검은색 바짓단이 보였다. 시큼하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걸 보니 보통 경비원이 아니었다. 비버 아저씨였다.
심장이 죄어들더니 갑자기 기침이 터져 나왔다.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퀴니 누나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무래도 참새가 죽음을 상징한다는 누나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천막 밖에 바다가 없었다. 물웅덩이조차 없었다. 그저 흙먼지 회오리를 일으키는 바람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천막 바로 앞에 웬 여자아이가 우뚝 서 있었다. 마치 회오리 바람이 여자아이를 땅속에서 불러낸 것 같았다.
여자아이는 가만히 서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여자아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여기에 사는 아이가 아니었다.
수용소에는 저런 머리를 한 아이가 없었다.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은 흡사 불에 지글지글 타서 하늘을 향해 마구 뻗쳐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신발도 신은 데다 배낭까지 메고 있었다. 심지어 손에는 책도 들고 있었다.
(중략)
“또 봐.”
여자아이를 불러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 아이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랑은 어딘가 달랐다.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 사람들과도 달랐다. 그러나 어둠 속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목소리만 들릴 뿐, 여자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 눈앞에서 투명 인간으로 변신한 것 같았다.

  작가 소개

저자 : 자나 프라일론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냈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뒤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다가 지금은 어린이.청소년 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지 않을 때는 박물관이나 멜버른의 작은 골목길을 찾아다닌다. 여러 권의 어린이.청소년 책을 썼으며, 어떤 조사나 통계로도 드러나지 않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목차

밤바다가 전해 준 선물
불길한 예감
참새 목걸이의 전설
위험천만한 배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
헛소문
낯선 아이
잘못 온 서류
철조망 너머에 사는 아이
두 번째 만남
우물 속의 아기
행복해지는 조약돌
둘만의 비밀 신호
기분 좋은 밤
진실을 알리는 카메라
나랑 같이 갈래?
투명 인간의 시간
밖으로 나가는 길
단식 투쟁
내 삶의 가장 멋진 순간
위험한 보물
지독한 감기
조마조마한 날
거인의 장난
철조망 밖으로
끔찍한 밤
살아남은 이유
새빨간 거짓말
아주 중요한 이야기
우리는 함께 있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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