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최근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에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성적 폭력의 실태를 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법조계, 연극·영화계, 정치계까지 어느 한 곳 문제가 없었던 곳은 없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요즘,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했으리라 상상하지조차 못했던 시야의 결손에 부끄럽고 또 참담합니다. 이제까지 고통 받았을,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무수히 많은이들 앞에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요? 가해자들과 그에 방관했던 사람들은 왜 그랬던 것일까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끊임없이 인간의 존재 의미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고민에 답변을 시도합니다. 그가 말하는 인간이란, 타인을 사랑하고 가진 것을 베푸는 선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선하다고 규정하고 그 진리를 깨트리지 않는 글을 쓰지요. 결국 악한 사람은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그의 철학은 그것이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선해야 한다는 믿음은 결국 인간 존재를 선하게 할 것입니다. 인류가 구축한 모든 질서, 종교, 법, 문화, 사상은 바로 그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요?
《인디고잉》58호(2018년 봄)는 인간이 선한 존재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질문과 그 답변으로 구성했습니다. 톨스토이 작품을 읽고 청소년 스스로 인간 존재에 대해 질문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책읽기가 한 인간의 삶과 한 시대의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고찰한 “책읽기는 혁명이다”, 가상화폐로 떠들썩한 사회를 향한 청소년의 질문을 담은 “가상화폐라는 욕망보다 중요한 것”, 『필경사 바틀비』에서 영감을 받아 온몸으로 저항해야 할 우리 사회의 모순을 고발한 “저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 등의 기사를 담았습니다.
완성된 인간은 없고, 완벽한 인간도 없습니다. 매 순간 옳은 선택을 위해 새롭게 결심하고, 그 결심을 더 바르게 가꾸어 가는 것. 그 과정이 삶이고, 인간으로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믿습니다. 《인디고잉》58호와 함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답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결국 사랑의 힘이 언제나 승리함을 우리의 인생으로 증명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INDIGO+ing (인디고잉)
《인디고잉》은 2006년 8월 28일에 창간한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인문교양지입니다. 행복한 책 읽기를 통해 건강한 사유를 키우는 청소년들이 더 넓은 사회와 세계 속에서 주체적인 목소리와 실천을 통해 변화를 도모하고자 만들어진 잡지입니다.《인디고잉》에는 청소년들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품성과 비판적 지성. 예술적 감성을 기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론과 실천, 어른과 아이, 우리나라와 세계 모두를 뛰어 넘어 함께 고민해야 할 세상의 이야기를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분야 속에서 매호 가장 진실하게 나누고 싶은 주제를 선정하여 이야기합니다.《인디고잉》은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책 읽기를 통해 시대를 고민하고 소통하며 현실에 참여하는 장(場)이 될 것입니다.
* 《INDIGO+ing》 표제 모음
1호 I'm Dreaming
2호 나를 고발한다
3호 내 삶의 존재방식
4호 헤이리에서 물만골까지 간송에서 메디치까지
5호 토토, 모리를 만나다
6호 에코토피아를 꿈꾸다
7호 경계를 뛰어 넘다
8호 창조적 열정을 지닌 청소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
9호 소통과 자유
10호 삶은 예술이다
11호 희망의 증거
12호 새로운 정신적 지도
13호 자유의 영토, 문학
14호 오직 사랑의 문화
15호 가치와 해석
16호 I have a dream
17호 더 어려운 시절에 저항하기
18호 말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19호 혁명의 패러독스
20호 공존 공감 공생
21호 생명의 아름다움
22호 시야의 결손 없이 공동선을 향해 온몸을 던져라
23호 운명의 주인 영혼의 선장
24호 작고 위대한 목소리
25호 공동선을 향하여
26호 세상을 바꾸는 인문혁명
27호 이 세상 그늘진 곳의 명백한 불의를 직시하는 법
28호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29호 스스로 하는 교육
30호 삶과 삶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
31호 새로운 세대의 탄생
32호 해방구를 향한 문화투쟁
33호 생생지덕
34호 방관자, 도덕적 다수로 진화하라
35호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
36호 문학, 혁명의 근원
37호 정의로운 능력, 인성
38호 꽃을 꺾을 수는 있어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39호 이 한 번의 젊은 나이를 어찌할 것인가
40호 고통의 기원을 찾아서
41호 불의에 맞서는 용기
42호 하얗게 웃어줘 대한민국 청소년
43호 기억의 의무
44호 숨 쉬는 한, 희망하라
45호 끝까지 정의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46호 가난한 사회, 고귀한 삶
47호 Never Ending Peace And Love
48호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49호 신념의 횃불을 밝혀라
50호 행복한 공간, 정의로운 세계
51호 인간이라는 가능성
52호 의로움으로 시대의 아픔에 응답하다
53호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삶의 기술
54호 My Dear 민주시민
55호 Doing Democracy 두잉 데모크라시
56호 정의와 평화를 위한 희망의 목소리
57호 정의와 희망의 동반자들
58호 사랑은 언제나 승리한다
※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인디고 서원(대표 허아람)은 2004년 8월28일에 설립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입니다. 인디고 서원의 서가에는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6가지로 분류한 서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그러나 자습서나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만든 베스트셀러는 없습니다. 글로써 사람을 키우는 인문학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청소년들의 내적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좋은 책들을 선별해 놓은 책방입니다.
인디고 서원은 책과 청소년을 잇는 고리로 다양한 행사와 출판 활동을 통해 이 땅의 청소년들의 건강한 책읽기 문화와 인문학적 소양을 고취시키는 장(ground)이 되고 있습니다. 2004년 8월부터 진행되어 온 “주제와 변주”(2018년 3월 현재 제94회 진행)는 진지한 책읽기를 통해 청소년들이 만나고 싶은 책 속의 저자를 직접 선정하고 초청하여 저자와 함께 진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그리고 이는『주제와 변주 1, 2』(궁리출판, 2006)라는 제목으로 엮어서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습니다.
또한 인디고 서원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 교양지《인디고잉》을 발행하고 있습니다.《인디고잉》은 행복한 책읽기를 통해 건강한 사유를 키우는 청소년들이 보다 더 넓은 사회와 세계 속에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자발적인 실천을 통해 시대적 변화를 창조하고자 ‘정의와 용기와 순수, 그리고 열정’으로 만들어진 청소년 인문학 잡지입니다. 2010년 4월 28일에는 국제 인문학 잡지를 표방하며 영문으로 된 국제판 계간지《INDIGO》를 창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비롯하여 인디고 서원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새로운 인문학 소통의 장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개최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토론회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상과 소통하다(정세청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열두 달 작은 강의’, ‘수요독서회’, ‘인디고 위크’ 등 많은 문화적 활동을 기획해왔으며, 2012년에는 보다 공익성 있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인문·문화·교육을 위한 공익법인 정세청세를 설립하였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며, 인디고 서원은 늘 새로운 인문학적 장(ground)을 꿈꾸는 열린 공간입니다.
* 관련 출판물
-『My beautiful girl, Indigo-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개정판(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지음, 궁리출판, 2011)
-『주제와 변주 1, 2』(인디고 아이들 지음, 궁리, 2006)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인디고 아이들 지음, 궁리, 2007)
-『토토, 모리를 만나다』(인디고 아이들 지음, 궁리, 2007)
-『창조적 열정을 지닌 청소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인디고 아이들 지음, 궁리, 2007)
-『꿈을 살다 - 젊은 이상가들, 세계의 창조적 실천가들을 만나다』(박용준과 인디고 유스 북페어 팀, 궁리, 2008)
-『정세청세 -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인디고 아이들 지음, 궁리, 2009)
-『내가 믿는 이것』(인디고 서원 엮음, 인디고 서원, 2009)
-『가치를 다시 묻다』(이윤영, 윤한결과 인디고 유스 북페어팀 지음, 궁리, 2010)
-《INDIGO+ing》 International Edition Vol.1 (인디고 서원, 2007)
-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INDIGO+ing》1호 ~ 현재 (통권 58호, 2006년 8월 창간, 계간)
- 국제 인문학 잡지《INDIGO》1~ 현재 (영문, 통권 9호, 2010년 4월 창간, 계간)
-『내가 믿는 이것』개정판(인디고 서원 엮음, 인디고 서원, 2010)
-『Re-evaluation of Values』(영문, 박용준 지음, 궁리, 2010)
-『사랑하다, 책을 펼쳐놓고 읽다』(허아람 지음, 궁리, 2011)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슬라보예 지젝 인터뷰』(인디고 연구소 지음, 궁리, 2012)
-『닿을 수 없는 혁명』(박대현 지음, 인크, 2013)
-『인디고 서원에서 정의로운 책읽기』(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13)
-『시적 정의』(마사 누스바움, 박용준 옮김, 궁리, 2013)
-『운명의 주인, 영혼의 선장』(인디고 서원 엮음, 인디고 서원, 2013)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인디고 연구소 지음, 궁리, 2014)
-『새로운 세대의 탄생』(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14)
-『가능성의 중심-가라타니 고진 인터뷰』(인디고 연구소 지음, 궁리, 2015)
-『Doing Democracy 두잉 데모크라시』(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17)
-『가난한 사회 고귀한 삶』(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17)
-『영원한 소년』(인디고 서원 엮음, 궁리, 2017)
※ 58호 대표 기사 발췌본
청소년 칼럼
매 순간, 원더보이
최은수(17세)
나는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인디고 서원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자신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여러 사람에게서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 낭비가 아니냐”, “기자 활동이라도 그만둬라” 등의 충고를 들었다. 겁이 났다. 고등학생이 될 준비를 하면서 버거운 느낌을 받기도 했고, 혹여나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를 덜 하게 되어서 경쟁에 불리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수업조차 듣지 않는다면 고등학교라는 경쟁적인 구조에서 정말 기계처럼 살게 될까봐 두려웠고, 비록 힘과 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인문학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조금이라도 윤리적인 인간의 길로 나아가는 시간에 계속 참여하기로 했다. 그 이유는 소설 『원더보이』의 주인공 소년이 어느 날 밤, 우주를 보며 깨닫는 장면 때문이기도 했다.
1천 65억 개 중의 하나라는 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걸 뜻한다.
- 김연수, 『원더보이』 중에서
소년이 스스로를 이 커다란 우주에서 먼지의 먼지만큼도 되지 않는 존재가 아닌, 아주 특별한 자신만의 하나의 우주를 가진 존재라는 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이었다. 나에게는 언제쯤 그런 순간이 올 것인가 생각해봤더니, 오히려 내가 그 순간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럼 먼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어떤가? 그 세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나는 어떤 사회를 만나는지 생각하면 나에 대해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유일무이한 순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다. 어떤 감정, 어떤 느낌, 어떤 생각으로 이 찰나의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그 순간들 속에서 살아간 조그만 ‘나’ 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성장을 통해 어떤 ‘나’가 될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성장은 결국 또 다른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나’로 거듭날 것인지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나는 순간들의 ‘나’가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다운 나 그리고사람다운 나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 앞으로 내게 주어진 삶의 의미가 아닐까. 그런 순간들이 어느 날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들에 정답은 없다. 정답은커녕, 그럴듯한 답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질문들로 표현된 삶의 관문을 열어가고, 그로 인해 더 다양한 세계를 만나며 살아가고 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아마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입시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마음에 겁이 나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놓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결코 이 순간의 내가 다른 순간에서 봤을 때 부끄러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듯 많은 가능성을 가진 한 인간, 세상을 올바른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인간이 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장의 종착점이다.
R통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송현진(18세)
위대한 문학가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은 쉬운 문장으로 되어 동화처럼 읽히지만,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그 고민에 실제적 답변을 줍니다. 성실히 일하라거나 남에게 베풀라는 등이 그것이지요. 이는 시적 정의Poetic Justice와 연결됩니다. 현실이 그렇지 않음에도 문학이 지켜야 할 정의를 말합니다. 톨스토이가 작품을 통해 권선징악勸善懲惡,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끝없이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톨스토이처럼 자크 데리다라는 철학자는 시적 환대Poetic Hospitality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시적 환대란 문학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지혜와 진리입니다. 문학은 한 인간이 얼마나 온전히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묻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햄릿』에서 복수는 권선징악의 실천일 수 있으나 스스로 악을 행하였기에 앞에서 언급한 개념들로 미루어보면 햄릿의 복수는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다른 생물과 다른 점은 끝없는 욕망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에게는 사랑이 있기에 개인의 욕망이 이기심으로 변질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베푼 것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느냐 묻는다면 똑같은 형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베풀었던 것은 영겁의 시간이 지나더라도 모두 돌아올 것입니다.
유년에서 벗어나려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속에 나는 대체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주위의 모든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나와 주위의 모든 사람은 합당하게 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처음으로 일어났을 때, 그때는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러한 의문들에 대해 머리에 떠오르는 대답이 유년시절에 입력된 것과 어긋나거나, 주위의 모든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방식에 어긋나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러한 불일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과 주위 사람들과의 불일치 속에 드러난 것이야말로 여러분에게 있는 가장 좋은 것이며 신의 근원이다. 그 근원이 인생에서 발현되는 것이 우리 생존의 주된 이유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의미를 이루는 것이다.
- 레프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는 신의 근원이란 양심을 말합니다. 또 다른 글에서 톨스토이는 양심을 믿고 몸을 바쳤더라면 자신에게 훨씬 기쁘고 많은 사람에게 더욱 유익한 것이 될 수 있을 거라 천명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하는 노력 없이 선한 삶은 불가능하다고 뜻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계속해서 우리 역시 무기력하게 삶을 받아들이는 것보단 양심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하일의 입을 빌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혹은 여러분은 무엇을 믿고 사십니까? 여러분은 무엇으로 살고 있나요?
인디고, 책을 말하다
책읽기는 혁명이다
양서영(18세)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과연 책 한 권이, 문장 한 줄이 그의 말대로 우리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저는 이에 답하기 위해 알베르트 슈페어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알베르트 슈페어는 나치 시대 독일인 건축가이자 정치가였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연극 <들오리들>을 보고 사회 지도자는 웃기는 자들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그러나 1930년 12월,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의 권유로 나치 집회에 참여하게 되고, 곧 히틀러의 연설에 감명받습니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던 히틀러와 괴벨스의 주장은 매력적이었죠. 1931년 3월, 결국 그는 나치당에 가입합니다. 1934년, 히틀러가 슈페어를 건축부 수장으로 임명함에 따라 슈페어는 히틀러의 최측근이자 나치의 수뇌부 역할을 합니다. 당시 히틀러는 전 세계를 정복하여 베를린을 ‘세계수도 게르마니아Welthauptstadt Germania’로 만들 야망을 가지고 있었고, 슈페어는 이를 돕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을 말 그대로 쓸어내게 됩니다. 슈페어는 유대인 탄압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했지만 방관합니다.
그러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자 계획은 무산되고, 종전 후 슈페어는 22명의 나치 수뇌부와 함께 뉘른 베르크 재판에 회부되어 20년 징역형을 받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사과하는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단 두 명의 나치 전범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는 회고록에서 말합니다.
그때 내가 원하기만 했더라면 히틀러가 독일 제국의 영토를 동쪽으로 확장하려 천명했다는 것, 그가 골수 반유대주의자 라는 것, 독재 정권을 추구한다는 것, 일단 집권하면 민주 절차를 말살하고 오로지 권력을 추구할 것, 이 모두를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교육 수준을 감안할 때 스스로 다양한 가치관을 표방하는 책과 잡지, 신문을 읽고 모든 신비화 전략을 꿰뚫어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범죄였다. 내가 초기 단계에서 저지른 죄악은 훗날 히틀러를 위해 일했던 죄악만큼 중요하다.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회피한 행동은 그 시작부터 이어지는 결과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 알베르트 슈페어, 『기억』 중에서
그는 감옥에서 자신이 나치 고위 관계자와 일하며 보고 들은 것을 쪽지에 적어 밀반출하는 일을 하는데, 히틀러가 자살하며 모든 문서를 태워버려서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그를 지켜봤던 목사는 “슈페어는 내가 본 사람 중에 내면적인 괴로움, 후회와 한탄을 가장 깊게 한 사람이다. 감당할 수 없는 죄의식은 거의 스스로에게 고문을 가하듯이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양심에 가닿는 일이 아닐까요? 다양한 책을 읽으며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인지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성찰하며 양심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슈페어가 종전 후 이토록 처절히 반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책읽기에는 정말로 변화를 일으킬 힘이 있을까요? 독서란 무엇일까요? 이번 기사를 통해 함께 고민해나가려 합니다.
양서영(18세)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에 대해 가장 깊이. 그것이야말로 혁명가가 가져야 할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 체 게바라,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제가 생각하는 책읽기의 의미는 이 문장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독서는 혁명입니다. 문학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분노할 수 있는 것. 자신이 속한 세계와 나 자신을 알고 사유를 통해 비판점을 파악하는 것.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행동하며 변화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독서의 의미입니다. 이것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한 가지 분야의 책에만 매몰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책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제대로 독서한 사람은 혁명가의 길을 걸으리라 확신합니다.
김다린(17세)
“독서하지 않는 혁명가는 없다. 평생 공부하지 않는 혁명가는 없다. 평생 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는 자는 혁명가일 수가 없다.”
- 박홍규, 『독서독인』 중에서
혁명이란 옳지 않은 것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혁명’이라는 것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뿐만 아니라 민심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혁명가의 등장만으로 혁명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혁명가가 없는 세상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즉, ‘노답’이라는 것이죠. 사회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는데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면 더욱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포기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 세대가 혁명가가 많은 세대가 되길 희망합니다. 우리 사회가 혁명가가 많은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자신부터 혁명가가 되어야겠지요? 독서하고 의문을 가지며 항상 사회를 비관적이 아닌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민주시민이 되고 싶습니다. 문제가 많은 사회를 그저 불평만 하는 시민이 되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목차
★꿈꾸지 않는 자는 청년이 아니다
청소년 칼럼 매 순간, 원더보이 · 최은수
I’m dreaming 평화로운 세상을 상상해 봐요 · 백지헌
청소년에게 띄우는 그림편지 늘 보던 새로움 · 이호신
시가 내게로 왔다 괴물의 눈을 보라 · 송현진
한 줄 사전 무엇을 할 것인가? · 김미정, 성혜원
★나를 만나다
나를 찾아가다 행복한 곳을 찾아 떠나볼까요? ·《인디고잉》편집진
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 이것도 나다운 거야 · 김윤아
학교의 슬픔 초인이 되고 싶습니다 · 송현진
영원한 소년 스물아홉에 영원이 된 청년, 동주를 생각하며 · 안소영
내가 만난 영원한 소년 그 말로써 들어 가며 그 말로써 하여 가며 · 조민경
★세계와 소통하다
R통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송현진
공부의 말, 삶의 다짐 · 《인디고잉》편집진
S통신 우정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 ·《인디고잉》편집진
사서함 B612호 약속의 땅, 희망의 도서관에서 꾸는 꿈 · 유진재
★행복한 책읽기
인디고, 책을 말하다 책읽기는 혁명이다 · 양서영
키워드, 시대와 소통하다 가상화폐라는 욕망보다 중요한 것 · 양서영, 이민규, 유진재
주제와 변주 우리는 모두 미래의 가치 디자이너 · 임태섭
시와 노래의 야기 진눈깨비 · 설흔
우리 안의 조지를 찾아서 용기는 멈추지 않아 · 김다린
시詩, 말言의 사원寺에서 즐겁게 소통하기, 그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
혼자 그리고 함께 · 유영종
PAPERS 희망 · 송현진
INDIGO+ing 58호 함께 읽은 책들
★더불어 실천하다
2018 정세청세 정세청세와 함께 만들어 가는 꿈 · 조해진
월드체인징 저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합니다 · 최은수
고통의 기원을 찾아서 플라스틱 바다를 넘어 생명의 바다로 · 김윤아
에코토피아 뉴스 새 생명에 감사하는 봄 요리 · 권지현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되는 일 · 김정은
내 삶 안의 헌법 내일도 근로자이길 바랍니다 · 송현진
★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인디고 시네마 파라디소 보통의 정의를 넓히는 법 · 김은비
영혼을 바라보는 창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임종진
쪽빛 글씨 12년만의 외출 · 에스더
공감 능력 키우기 바나나를 살려주세요 · 문진서
인디고 정원에서 인간이라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여는 길 · 소진아
인디고 러브레터 사랑은 힘이 세다 · 이윤영
《인디고잉》기자 편집 후기
공익법인 정세청세의 꿈을 지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