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학생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덕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쓴 수필을 전윤정 교사가 엮은 책이다. 구성은 총7부로 1~6부까지는 10편씩을 7부는 12편의 수필을 실었다. 이 수필은 접근방법이 조금 남다르다. 국어 수업 시간에 ‘나를 위한 인터뷰지’를 작성했고 인터뷰지에는 당혹스러운 질문들 투성이였는데 그 안에 잊고 싶었던, 지저분했던, 건드리고 싶지 않은 질문들이 많았고 그 인터뷰지를 바탕으로 쓴 글이 수필로 나온 것이다.
출판사 리뷰
어느 봄날은 학생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대구광역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덕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쓴 수필을 전윤정 교사가 엮은 책이다.
구성은 총7부로 1~6부까지는 10편씩을 7부는 12편의 수필을 실었다.
이 수필은 접근방법이 조금 남다르다. 국어 수업 시간에 ‘나를 위한 인터뷰지’를 작성했고 인터뷰지에는 당혹스러운 질문들 투성이였는데 그 안에 잊고 싶었던, 지저분했던, 건드리고 싶지 않은 질문들이 많았고 그 인터뷰지를 바탕으로 쓴 글이 수필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가 없다. 다만 엮은이로 교사만 나올 뿐이다.
“띵동.” 수업이 마쳤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울리고 시끌벅적해진 복도 친구들도 나도 나도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짐을 챙기고 학교를 나오며 집에 가기 전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집에 간다고 알리기 위해 엄마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평소와는 다르게 전화 신호음 소리가 너무 길게 이어졌다. 결국, 통화를 하지 못한 채 전화는 끊기고 나는 괜스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엄마가 전화를 안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불안했던 적은 처음이었던 나는 ‘엄마가 어디 아파서 못 받는 건가?’, ‘피곤해서 잔다고 안 받는 건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했고 그냥 집에 ㅃㆍㄹ리 가자는 생각에 발걸음을 빨리하던 그 순간. “우우웅” 내 전화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학인해 보니 엄마였다.
-p165-166 「어느 봄날」 일부분
글을 쓴 한 명 한 명이 자신에게 가장 아팠던 이야기 쓴 글이기에 일종의 치유의 글쓰기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윤정 교사는 330명 학생들을 ‘아가들’이라고 말한다. 이 아가들이 씩씩하고 곧고 바르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많이 보내주면 좋겠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도 남에게 베풀 줄 안다.
이 한 권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읽고, 고민을 읽어 어른의 입장, 친구의 입장, 선생님의 입장 등. 각자의 입장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표지에 어린 싹이 있다. 이 싹을 어떻게 잘 기를 것인지는 각자의 머릿속에서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머리 맞대고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지 고민해 보는 것이 독자들의 몫이다.
머리말
‘학교 놀이’, 해보셨나요? 저는 어릴 적 학교 놀이를 참 좋아했습니다. 박박 우겨서 주로 선생님 역할을 맡았고요, 학생 역할을 맡은 친구들에게 받아쓰기를 하게 하고는 빨간 색연필을 들고 제 마음대로 매겨주었지요. 틀린 글자가 뭔지를 모르니 친구들은 늘 100점이었습니다. 보드라운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휙 그려낼 때의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그러면서 학생 역할을 하는 친구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참 잘했다.’‘잘하네.’라는 말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받아쓰기의 마무리는 칭찬이 제 맛이지요.
어쩌다가 진짜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진짜 학교의 학교 놀이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내 마음대로 100점을 줄 수도 없고,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휙 그려낼 기회조차 없더라고요. 답안지에 마킹을 잘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의 성적은 부당하게 곤두박질치기도 하는 곳이 진짜 학교이더라고요. 벌써 학교 놀이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저는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씩 덜덜 떨립니다. 저때문에 학교 놀이를 망칠까봐서요.
학생들을 보면서 문득 저의 지나온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오면서 저는 가끔씩 끝 모를 외로움에시달리곤 했지요. 이유가 있기도 하고, 이유가 없기도 한. 그때 저는생각했습니다. 아, 이럴 때, 누가 나에게 좀 물어봐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정아, 요즘 얼굴이 왜 그래?’이렇게요, 누구든 저에게 한번만 물어봐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의 교실에도 그렇게 물어봐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표정들이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귀찮아. 모른 척 하자. 나는 못 본 거야. 그래서 저는 교실에 들어갈 때, 눈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안경을 끼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흐릿하게 보는 게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런데 문득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는 걸 느꼈습니다. 학생 역할을 맡은 이 친구들이, 이 300명의 친구들이 글쎄, 2년 동안이나 학생 역할을 기가 막히게 잘해 주었기 때문이지요. 아, 그러면 저도 선생님 역할을 망치면 안 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한 번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이게 될까 싶어 무서웠지만 경덕여고 2학년 학생들 모두에게, 한 명 한 명에게 물어보기로요.
‘어이 아가야, 요즘 표정이 왜 그래?’
학생들의 생활은 괜찮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깡충깡충 웃으며 다니는 아이도 과거의 일 때문에 악몽을 꾸고, 학교를 벗어나면 그늘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때로는 학교가 암흑이고 지옥이었지요.
수많은 일들이 아이들에게 이유 없는 불안을 남겨놓았습니다. 왜 그리 못된 친구들이 많은지, 부모님들은 왜 그렇게 싸우는지, 나는 왜 이렇게 못 생기고 뚱뚱한 건지, 왜 나는 공부까지, 공부조차, 공부도 못하는 건지.
저는 국어 선생이기에, 국어를 장난감 삼아서 더 진지하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어 수업 시간에‘나를 위한 인터뷰지’를 작성하게 됩니다. 무려 세 시간에 걸쳐서요. 인터뷰지에는 당혹스러운 질문들 투성입니다. 잊고 싶었던, 지저분했던, 건드리고 싶지 않은 질문들을 일부러 끼워 넣었지요. 그래야 제대로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지를 바탕으로 우리는 수필을 썼습니다. 이성을 내려놓기 좋은 새벽 시간에 쓰기로 약속을 했지요. 학생들의 글을 읽은 후에 저는 한 명 한 명과 대화했습니다. 처음으로 눈을 본 학생도 있고, 지독하게 아픈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가끔 대화를 하다가 하늘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아, 어떻게, 지금까지, 견뎠을까!
염치없지만 같이 울기도 하고요.
이 책은 이렇게 탄생한 우리들의 수필집입니다. 지금 우리 학교에는 330명의 ‘영화’들이 걸어 다닙니다.한 명 한
명의 인생이 너무나 벅차고 갈등 투성이라 세상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영화들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모두 본 한 명의 선생으로서 생고생을 해서라도 책을 엮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가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열렬한 응원의 표시이지요.
저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아가들’이라고 부릅니다. 이 ‘아가들’이 벌써 내년에 고3이 됩니다, 매년 그랬지만 우리의 국어 수업은 참 벅차고,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늘 기대보다 더 멋진 것을 해내는 아가들에게 저는 오늘도 배웁니다. 박박 우겨서 선생 역할을 맡은 저는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만약에 살면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내 옆에 진짜로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매일 헤어질 때마다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만큼 나도 그 사람이 외롭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 않게 최대한의 사랑을 주고 싶다. 그 사람만의 상담을 해주며 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료해주고 싶다. 나는 평소에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서, 나대로는 노력해도 상대방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서운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만을 사랑해주는 이런 사람이라면 마음 놓고 평생 못 해본 표현들을 해주고 싶다.
18년 동안 살아오면서 그렇게 슬픈 일도, 그렇게 기쁜 일도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진짜 고민도 많이 했고, 유치하지만 나대로 속 썩이고 슬퍼했던 경험도 몇 번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깨끗이 해결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잘 해온 것 같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몇 배로 많이 살아갈 테니까 하고 싶은 건 해보면서 살고, 죽기 전에 생각했을 때 후회 없이 살았다고 기분 좋게 떠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친구의 전학」 중에서
목차
들어가며
어이 아가야, 요즘 표정이 왜 그래?_전윤정
1부 건너가야 할 다리
어둠 속에서 눈물짓는/친구란/건너가야 할 다리/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묵직한/
삶이라는 공간의 종착역/나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한다
엄마와 아빠 사이의 벽/외로움/ 꿈을 향해 노력하기
2부 _새로운 친구
기분이 이상했다/SNS의 두려움/엄마의 일기장/친구의 전학
사랑을 주기만 하는 존재/고1, 고2 /새로운 친구 /마음 한편에 아빠를 넣어두고
할머니의 마지막 길/슬럼프 이겨내기 /
3부 _걱정 말아요,그대
아빠의 모습/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인간/돼지 /걱정 말아요, 그대
잠금장치 없는 자물쇠/함께 있는데도 외롭다면/시선의 두려움/겉과 속
그만, 마음고생/함께 커 온 조카
4부 _까맣고 깊은 소용돌이
혼자 하는 걸 좋아하지만 혼자 하는 건 싫어/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
까맣고 깊은 소용돌이/ 말실수/나는 엄마 삶의 원동력
이상한 소문/가족 /아빠의 눈물/피아노/가면을 쓰게 된 날
5부 _괜찮아, 괜찮아
첫 번째 친구/애교 있는 똥강아지가 못된 것/차가운 반응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사람, 할머니/괜찮아, 괜찮아/기억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들
어느 봄날/엄마/후회와 죄책감
6부 _아직도 후회하니
왕따 아닌 왕따/선택 1/나 자신을 몰아세우다/지금의 철든 내가 있는 이유/
친구/용기/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나/아직도 후회하니 /친구/성적표
7부 _얕은 혹은 깊은 상처
나를 싫어하는지/친구라는 존재 /얕은 혹은 깊은 상처/불안한 느낌
칠판/나를 위해서/엄지손가락/겨울에 피는 꽃/지금까지 /접다만 종이학
아는 친구/열여덟 살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