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앞을 볼 수 없지만 온몸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 메를레가 주인공이다. 메를레는 앞을 볼 수 없기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아이다.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는 시각 장애 소녀의 따뜻하고 담백한 성장 보고서.
장애에 대한 담백한 시선을 전해 주는 동시에 삶을 대하는 데 있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메를레가 보여 주는 장애를 넘어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기운은 우리들 모두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던져 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앞을 볼 수 없는 아이 메를레
열네 살 소녀 메를레는 앞을 보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은 후 절망에 빠져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메를레. 하지만 방황의 시간도 잠시였고, 이젠 그런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24시간 내내 메를레 곁을 지키며 모든 것을 돌보아 주는 부모님 덕에 메를레는 집이라는 안전지대 속에서 평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메를레에게 새 친구가 생기면서, 조용하던 메를레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져 간다. 남매인 조니와 운디네는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부모님 때문에 세계 이곳저곳을 오가며 살고 있는데, 여름 방학을 맞아 삼촌과 함께 지내러 메를레의 이웃에 오게 된 것이다. 두 친구는 메를레가 앞을 못 본다는 게 그리 대수롭지 않은 듯 메를레를 자연스럽게 대할 뿐 아니라, 자기들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누리도록 메를레를 이끈다.
친구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새로운 삶을 발견해 가는 메를레. 이제 메를레는 지금까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던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세상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옮겨 놓으려 한다.
온몸으로 세상을 보다
메를레는 앞을 볼 수 없기에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을 소리로, 냄새로, 감각으로 누구보다 또렷하게 감지해 낸다. 아침마다 오늘 날씨가 어떨지를 정확하게 알아맞히고, 조니가 선물해 준 각국의 모래알들에서는 냄새와 감촉만으로 모래가 있던 바다의 느낌을 알아내는 메를레. 소설의 곳곳에서 메를레의 예민한 감각을 드러내는 이러한 장치들은 읽는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읽는 이로 하여금 시각 장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앞을 볼 수 없는 만큼 특별한 감각을 지닌 메를레에게 음악은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데, 피아노와 왈츠를 좋아하던 메를레는 조니를 만나면서 캡틴 비프하트라는 밴드의 새로운 음악을 만나기도 한다. 어느 날 운디네, 조니와 함께 청소년 센터에서 열리는 축제에 가게 된 메를레는 그곳에서 우연히 밴드의 키보드 반주를 맡게 되고, 음악과 춤 속에서 엄청난 희열을 느끼며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던 중 운디네가 예기치 않게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메를레는 누구보다 탁월한 감각과 용기로 운디네를 무사히 구해 낸다.
장애에 대한 담백한 시선
무엇보다도 소설 《어둠은 두렵지 않아》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은 동정 어린 신파나 목소리 큰 구호가 아닌 담백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장애인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메를레의 삶은 별스럽게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동정을 받아야 할 만큼 애절하지도 않다. 그저 또래의 청소년들이 누구나 그러하듯 엄마 아빠와 이런저런 일로 다투거나 친구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멋진 남자 친구에게 빠져 들기도 한다. 누가 장애를 가졌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뚜렷한 구분 없이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자연스레 함께하는 풍경을 조용한 목소리로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메를레는 친구들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부모와 자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가정환경 때문인지 어둠을 유난히 무서워하는 조니에게 메를레는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두려움을 달래 준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장애 여부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누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어둠은 두렵지 않아》는 이렇듯 장애에 대한 담백한 시선을 전해 주는 동시에 삶을 대하는 데 있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메를레가 보여 주는 장애를 넘어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기운은 우리들 모두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던져 줄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우슈 룬
1959년 스위스 슈타이어마르크에서 태어나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론학으르 공부했다. 소설 외에도 시나리오를 쓰는 등 여러 장르의 작가로 활동 중이며, 작품으로는 <사랑을 가지고 오지 마>, <키스는 하늘에서 오지 않아> 등이 있다.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으며, 로매톱이 발달한 동프리스란트의 바다에 마음을 빼앗겨 그곳과 베를린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