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영웅이 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존재감이 없으며, 남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이불속에서만 활개 치는 소심쟁이 중학생 나오미. 그런 나오미에게 학군 전체에서 널리 이름을 떨치는 시바사키 아사미가 접근한다. 옆에는 빈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가진, 1밀리미터도 자라고 싶어 하지 않는 즈카친도 함께.
인형 실종 사건을 계기로 이들과 뭉친 나오미는 ‘마스코트 사냥꾼’을 추적하면서 점차 쇠퇴하는 사회의 이면을 목격하며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 본다.. 『화성에 간 내 동생』, 『쿨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사소 요코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랄하게 튀는 문체를 선보이며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을 그려 냈다.
출판사 리뷰
똑똑, 여리기만 했던 열네 살이 세상을 향해 두드리는 경쾌한 인사법!
영웅이 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티끌만큼의 존재감도 없으며, 남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이불속에서만 활개 치는 소심쟁이 중학생 나오미. 이런 나오미에게 학군 전체에서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는 울트라 중학생 파이터인 시바사키 아사미가 접근한다. 옆에는 빈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가진, 1밀리미터도 자라고 싶어 하지 않는 즈카친도 함께.
인형 실종 사건을 계기로 이들과 뭉친 나오미는 ‘마스코트 사냥꾼’을 추적하면서 점차 쇠퇴하는 사회의 이면을 목격하며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 본다.. 『화성에 간 내 동생』, 『쿨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작가 사소 요코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랄하게 튀는 문체를 선보이며 봄날처럼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을 그려 냈다.
3+1의 막강 특공대 탄생!
여기, 우리 주위에 흔히 있지만 잘 보이지는 않는 친구가 있다. 중2 여학생인 모리시타 나오미. 반 친구를 부당하게 괴롭히는 선생님에게 당당히 나서서 항의하는 영웅이 되고 싶지만, 혹여 자신도 당할까 눈에 띄지 않도록 움츠린다. 상대방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바로잡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거나 실실 웃으면서 넘긴다. 이불 속에서만 활개치는 스타일. 삶의 신조는 ‘암튼 둥글둥글하게’이다.
그러던 어느날, 시바사키 아사미가 접근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입도 걸고 태도도 불량인 울트라 중학생급 파이터이다. 편의점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던 고등학생 불량배들에게 백 드롭을 먹여 강제로 길을 비키게 한 일화가 전설처럼 알려져 있다. 아사미의 주위에는 애인인지, 부하인지 구분이 안가는 남자 친구가 붙어 있다. 키가 작고 마른 체형인, 빈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가진 데즈카 즈카친. 어른이 되기 싫어 급식 우유마저 화장실에 몰래 갖다 버리는 녀석이다. 세 친구는 ‘인형 도난 사건’을 계기로 뭉치게 되고 이들에게는 대장격인 시바사키 슈스케가 있다. 인간 행동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다. 때때로 이상한 현장 연구를 시도하여 사기 숭배 집단과 공동생활을 한다든지 분쟁 지역에서 캠프를 치기도 한다. 현재는 지하도에서 노숙 생활을 한다.
도둑맞은 인형
나오미는 어느날 헌책방에 잠깐 들른 사이에 세워 놓은 자전거에 들어 있던 가방을 도둑맞는다. 이를 찾기 위해 시내를 허둥지둥하다 즈카친을 만나게 되고, 그의 단짝 친구인 천하무적 아사미도 도둑맞은 가방에 관심을 가지며 나오미에게 접근한다. 가방은 나오미의 오빠인 슈스케 씨의 발견으로 무사히 되찾지만 거기에 달려 있던 분홍색 토끼 인형은 줄이 절단된 채 사라져 버렸다. 별것 아닌 인형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아사미와 즈카친, 그리고 슈스케 씨. 이들의 대화에서는 ‘냄새’, ‘부활’, ‘항쟁’, ‘이 자식’, ‘스프레이 갱’ 같은 단어들이 나온다. 왠지 위험함을 느끼는 나오미. 아사미의 눈빛은 점점 험악해진다.
쇠퇴해 가는 도시
나오미(문예부이다.)는 원고 마감이 코앞이지만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한밤중에 집 밖을 나와 걷는다. 그러던 중 만난 스프레이 갱단 패거리들. 추격전 끝에 무사히 빠져나오지만, 이를 계기로 나오미는 아사미에게서 ‘스프레이 갱’과 ‘마스코트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인간 행동학 연구의 일환으로 쇠퇴해 가는 이 도시를 조사하고 있는 슈스케 씨를 중심으로 아사미와 즈카친이 이들을 조사, 추격하고 있다는 것도. 반은 얼떨결에, 반은 호기심으로 나오미는 아사미들에 합류하고 셋은 우정을 쌓게 된다. 그 뒤 우연히 만난 슈스케 씨는 나오미에게 ‘쇠퇴해 가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해 준다.
1. 시내도 하나의 생물체(유기체)이므로 활기를 잃은 상점가는 ‘마이너스 인자’를 막아내기가 어려워진다. (이때의 ‘마이너스 인자’란 주차 위반이나 불법 주행에서부터 물건을 훔치는 녀석들까지 법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패거리들을 이른다.)
2. 시내 분위기가 이상하면 손님들의 발길은 더욱 멀어져 간다.
3. ‘마이너스 인자’로 속을 끓이던 상점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말썽쟁이 중고생들의 ‘출입 금지 종이’를 내건다.
4. 하지만 손님들은 그런 종이가 붙은 상점에는 더 가지 않는다.
5. 상점이 망한다.
6. 살기가 불편해지므로 주택가도 서서히 줄어든다.
인형을 찾아서
한밤중에 집을 빠져나갔던 사건 때문에 얼마 뒤 나오미에게는 ‘방과 후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다. 아사미들과 활동을 함께 할 수 없게 된 나오미는 이 사정을 아사미에게 이야기하지만 웬일인지 시시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니. 근데, 할 말이란 게 그거야?” 어머, 혹시 기분이 안 좋은가? 즈카친마저도 앞으로 절대 함께 다니지 않겠다고 한다. 이건 뭐지? 순식간에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런 나오미에게 우연히 ‘마스코트 사냥꾼’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다. 급하게 아사미와 즈카친을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슈스케 씨도 연락 두절. 어떡하지? 고민하던 나오미는 심호흡을 한 뒤, 홀로 마스코트 사냥꾼의 소굴로 들어간다.
쪼그라드는 개인과 사회, 그 둘의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
이 소설의 독특한 장점은 개인과 사회를 교차시킨 성장 소설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성장 소설들은 대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아픔을 치유해 왔다. 외부와 연결짓더라도 청소년과 그가 속한 가정, 또래들, 혹은 학교와의 관계 맺음을 통한 성장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사회에 문제 의식을 던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슈스케 씨가 이야기한 ‘쇠퇴해 가는 도시’가 나오미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상점이 내건 ‘출입 금지 종이’는 나오미가 타인들에게 치는 ‘방호벽’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심함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예를 들어 소설의 후반에 나오미의 동아리 친구인 노노무라가 즈카친에게 나오미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부분이 나온다. 노노무라는 아사미가 나오미와 같이 다니는 것을 보고 아사미가 즈카친처럼 나오미를 부하로 삼은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나오미는 노노무라에게 이 상황을 듣고도 말을 얼버무릴 뿐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한다. 소심함이 아사미의 냉담한 반응을 부른 것이다. 이런 벽 쌓기가 부른 사태의 악화는 소설 곳곳에 등장해 나오미를 쪼그라뜨린다. 쪼그라드는 개인과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하하하. 바보. 부디 너도 같이 빠져 죽어라.’
좀 전과 다름없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녀석은 줄줄 이야기를 이었다. 아주 불쾌한 상대에게 뭐라고 마구 퍼부어 줄까? 나는 여느 때완 달리 맑은 머리로 오로지 그 생각만 했다. 이 최악의 사태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먼저 눈앞에 있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할 것. 독선적인 망상에 빠지는 것은 그 다음에 해도 된다.”
-p. 177
작가 사소 요코는 이런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버무린다. 세 친구의 삼각관계로 읽다 보면 어느덧 작가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래서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읽다 보면 또다시 작가는 개인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나오미뿐 아니라 아사미와 즈카친의 성장까지도. 사소 요코만의 위트와 발랄함을 담아서.
활기를 잃은 상점가는 마이너스 인자가 쌓이는 곳이 된다. 사람들 눈이 없는 만큼 느긋하게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손님은 손님이니까 가게 쪽에서도 그들을 매정하게 대할 수가 없다. 감시 카메라로 압력을 넣는 정도가 고작이다. 출입 금지 종이는, 말하자면 최종 수단이다. 화가 치밀어 속을 태우던 가게 쪽이 자멸을 각오로 사용하는 금지 수단이다. - 본문 127쪽에서
지금 내 가슴은 생각으로 넘쳐흐르거든. 친구들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생각, 지금까지 보지도 않았던 사회에 대한 생각. 잘 부탁해, 즈카친을, 이라고 아사미가 말했던 것처럼. 아사미를 잘 부탁해, 라고 즈카친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들을 잘 부탁해. - p.189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사소 요코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게이오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1995년 고단샤 아동문학 신인상에 입상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1996년 발표한 <우리들의 최악의 여름>으로 제30회 일본아동문학자협회 신인상과 제26회 아동문예신인상을 수상했다. 그 외 지은 책으로 <화성에 간 내 동생>, <안녕, 악동> 등이 있다.